00351 삼각동맹(三角同盟) =========================================================================
351. 삼각동맹(三角同盟)
“어떤 케밥 먹을 거야?”
“전 시시 케밥이요.”
“저는 이슈켄데르 케밥 먹을래요.”
“그럼 나는 되네르 케밥 먹어야겠다.”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 케밥(Kebab)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던 유목민들이 쉽고 간단하게 육류를 요리해 먹던 것이 발전한 것으로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를 빵과 곁들여 한 끼 식사로 애용했다.
상아가 시킨 시시(Shish) 케밥은 고기를 쇠꼬챙이에 끼워 구운 것이고, 소희가 시킨 이슈켄데르(Ishkender) 케밥은 되네르 케밥에 요구르트와 토마토소스를 첨가한 케밥이었다.
내가 시킨 되네르(Doener) 케밥은 고기를 겹겹이 쌓아 올려 빙빙 돌려 불에 굽는 방식으로 가장 대표적인 케밥이었다.
“케밥은 옛날 터키 군대의 전투식량이었어요. 터키의 병사들이 한때 그리스 영토였던 아나톨리아 지방을 공격하면서 야전에서 구워 먹은 고기가 케밥의 유래래요.”
“우리식으로 하면 꼬치구이네?”
“그렇죠. 처음에는 칼에 꽂아서 구웠는데, 일반 가정에서도 먹기 시작하며 칼 대신에 꼬챙이나 쇠막대기를 사용했어요. 시시 케밥의 시시가 꼬챙이라는 뜻이에요. 지금 우리가 먹는 것 빼고도 조리법에 따라 종류만 200~300가지 넘어요.”
“케밥에 대해선 많이 아네?”
“오빠가 고기를 좋아하는데 보통 스테이크나 삼겹살 형태로 구워만 먹잖아요. 그래서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없는지 연구하다가 알게 됐어요.”
“요리도 배워?”
“서인 언니, 저, 아영이, 마샤, 소희 이렇게 다섯이 올 초부터 배우고 있어요.”
“배웠으면 요리를 해줘야지.”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서 띄엄띄엄 배워서 아직 그런 실력은 안 돼요. 열심히 배워 내년쯤 맛있는 요리해드릴게요.”
“알았어. 기대할게.”
“네에~”
사냥과 일, 훈련만 해도 하루해가 짧아 쉴 시간도 부족한데, 나를 위해 요리까지 배우고 있자 고마움과 감동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상아를 시작으로 케밥이 잔뜩 묻은 아내들의 입술에 입을 맞춰준 후 아만다와 캐서린의 입술도 훔쳤다.
소스가 잔뜩 묻은 입술을 더듬자 색다른 맛에 아랫도리가 불룩해지며, 욕망이 끓어올랐다.
집이었다면 아내들을 일렬로 엎드리게 하고 마음껏 욕망을 채울 만큼 아주 색다르고 짜릿한 맛이었다.
“더럽게 뭐하는 거야?”
“네 입에서 나온 고기조각 내가 먹었다.”
“으윽~”
은비의 볼을 토닥여준 후 자리로 돌아와 상아와 아영, 마샤가 입에 넣어주는 케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미래 2공대 남자 대원들에겐 죽일 듯이 눈을 부라리고, 여성 대원들에겐 따뜻한 눈빛을 던지며 즐겁고 행복한 점심을 만끽했다.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남쪽에 있는 성 바실리 성당(St-Basil Cathedral)으로 이동했다.
1984년 소련의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트노프가 만든 게임 테트리스(Tetris)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성 바실리 성당은 이반 4세가 1552년에 카잔한국에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건축물로 정식 이름은 포크로프스키 성당이었다.
러시아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형태로 47m의 팔각형 첨탑을 중심으로 양파 모양의 지붕 8개가 배열된 바실리 성당은 예배당인 다각탑 4개와 그 사이 4개의 원형탑이 솟아 있어 총 9개의 탑이 있었다.
다음은 모스크바 남서쪽에 있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구경했다. 16, 17세기 ‘모스크바 바로크 양식(Moscow Baroque style)으로 건축된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고동색, 황금색, 하얀색이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저택 같은 분위기로 차이콥스키가 앞에 있는 호수에서 영감을 얻어 '백조의 호수'를 작곡한 곳으로도 유명했다.
또한, 러시아 정치사·문화사·종교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건물로 차르 일가와 귀족 여성들이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이용했고, 사망한 후에는 수도원 묘지에 묻혔다.
“오늘은 트레치야코프 미술관과 푸쉬킨 미술관, 굼 백화점까지만 둘러보고, 내일 저녁엔 볼쇼이 극장에서 오페라 구경하자.”
“오페라면 노래하면서 연극하는 거?”
“응.”
“그건 왜 보는데?”
“밥은 왜 먹어? 고기는 왜 먹고?”
“굶어 죽지 않으려고 먹지.”
“오페라를 보는 건 오빠가 밥과 고기를 먹는 것처럼 문화에 굶주리지 않기 위해 보는 거야. 설명됐어?”
“응, 아주 명쾌해.”
평생 바보로 살 순 없어 작년부터 레드몬 서적과 의학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외국어는 젬병이지만, 기억력은 쓸만해 외우는 것은 자신 있었다.
2년 정도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책을 파고들자 전문가 수준엔 한참 못 미쳤지만, 기초지식은 완벽히 쌓았다.
일정 수준 성과를 내자 은근히 재미가 붙어 최근에는 교양서적까지 두루 섭렵하며, 간신히 바보 소리는 면하게 됐다.
그러나 음악과는 그리 친하지 않아 예쁜 아이돌 가수가 나와 흔들면 넋을 놓고 보긴 했지만, 클래식과 오페라 등 어려운 음악은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어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오페라 볼 때 자도 되나? 코 골다 걸리면 개망신인데. 젠장! 예쁜 여자 아이돌 가수 떼거리로 나오는 거나 보러 가지 수준 안 맞게 오페라는 무슨...’
관광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러시아 최대 국영백화점인 굼에 들어갔다. 이곳도 출입을 제한했는지 손님은 거의 없고 종업원만 일렬로 늘어서 우리를 반겼다.
“이러면 손해가 클 텐데.”
“그러게요. 하루 매출이 상당할 텐데, 우리 때문에 공쳤네요.”
“그럼 안 되지. 오빠가 평소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했잖아.”
“맞아요. 오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걸 정말 싫어하죠.”
“우리가 손해를 메꿔주는 게 맞겠지? 그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잖아.”
“당연하죠.”
‘둘이 아주 찰떡궁합이네.’
은비와 아영의 작전 회의가 끝나자 귀가 입에 걸린 아내들이 물건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백화점 물건을 모두 살 생각인지 가게란 가게는 모두 돌며 자기 것, 내 것, 경호원들 것, 오늘 동원된 러시아 경찰과 블러디 나이트, 옐친 대통령 선물까지 빠지지 않고 샀다.
“한도가 무제한이라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망신 제대로 당할 뻔했어.”
“우리는 오빠 평소 지론대로 실천한 것뿐이야. 안 그래?”
“두 번만 실천하면 집안 말아먹겠다.”
“겨우 100억 썼다고 쩨쩨하게 이러는 거야?”
“100억 원이 겨우야? 천 원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있는데, 겨우 100억 원이라니. 그런 소리 함부로 하면 돌 맞아 죽어.”
“사냥 한 번 나가면 수백 억 원은 기본으로 벌면서 쩨쩨하게 왜 그래?”
“힘들게 버는 만큼 아껴 써야지.”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써야 하는 거 몰라? 그래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사는 거야. 오빠처럼 벌 줄만 알고 쓸 줄을 모르면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이 굶게 된다고.”
“너 잘났다.”
“고마워! 히히히히~”
붉은 광장 내 레닌 묘 맞은편에 있는 굼 백화점은 1890년에 지은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최고급 백화점으로 명성을 드날렸다.
‘고풍스러운 건물을 왜 하필 백화점으로 개조했는지 이해가 안 되네. 도서관이나 박물관 아니면 극장 이런 거로 해도 되잖아. 왜 쓸모없는 백화점으로 개조해서 가방이나 들고 다니게 하냐고~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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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버그 그룹과 프리메이슨 내에서 내가 차지한 비중은 대외에 알려진 것과 달리 미미하다고 할 만큼 아주 작네.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비중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로 믿음만 확실하면 됩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말게. 계집애처럼 말을 바꾸거나 뒤통수를 치는 일은 절대로 없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람 새끼가 아니라 개새끼고, 내 자식들과 후손들은 자자손손 개만도 못한 짐승이네.”
“형님을 믿지 않았다면 같이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했다니... 정말 고맙네. 동생!”
옐친 대통령은 내게 줄 아름다운 딸이 없자,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나와 자신을 형·동생 사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1931년생으로 올해 나이 64세인 옐친 대통령은 나와 나이 차이가 무려 38살로 형·동생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이를 따지지 않는 미국과 러시아는 어떨지 몰라도 동방예의지국이라 떠드는 대한민국에선 귀싸대기를 맞을 행동이었다.
그러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살아 있는 사람 소원 못 들어주겠느냐는 희생정신(?)으로 평생 형님·동생으로 부르기로 했다.
“우리 셋이 손을 잡은 만큼 놈들도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네.”
“글쎄요. 워낙 저희 세력이 약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겁니다.”
“자네와 삼각위원회를 만든 존 록펠러 회장이 손을 잡았는데, 누가 약하다는 말을 한단 말인가?”
“일반인이 본다면 대단해 보이지만, 상대방 전력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로스차일드 가문과 그에 딸린 세력들의 힘은 실로 대단해 동생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러나 그건 숫자에 불과할 뿐 동생이 나서면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네.”
“형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그렇지,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일일이 다 상대한다면 자네 말이 맞네. 그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의 3대 세력인 다비드 로스차일드, 벤저민 로스차일드, 필립 로스차일드와 놈들의 가족만 없애버리면 싸움은 끝이네. 머리를 잃는 순간 먼지처럼 흩어질 걸세.”
“그렇긴 하지만 놈들에게 다가가기도 쉽지 않고,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어 방법만 알뿐 실행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게 문제긴 하지.”
“그리고 저는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며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이지 싸우자고 삼각동맹을 결성한 게 아닙니다.”
“공정한 경쟁이라... 세상에 그런 경쟁이 있을까? 교과서에나 있지 현실에는 없는 말일세.”
“제가 원하는 건 완벽한 평등이 아닙니다.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인정할 테니, 우리도 최소한 먹고살 수 있게 길을 열어달라는 것입니다.”
“좋은 얘기지만, 놈들은 자신들이 가져갈 이익을 우리가 뺏어간다고 생각할 것이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면 기득권을 가진 기존 세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네. 시장이 무한대로 늘어난다면 모를까, 한정된 재화를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네. 이건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내용으로 자네가 간절히 평화를 원해도 뜻을 이룰 수가 없네.”
옐친 대통령의 말처럼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신구의 조화는 축구, 야구, 배구 같은 운동경기에서나 통용되는 상황이었지, 천문학적인 이권을 앞에 두고 서로 사이좋게 나눠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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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로스차일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소설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소설은 허구일 뿐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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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