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9 사자동맹(四者同盟) =========================================================================
349.
다음 날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제니퍼와 단둘이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벤치에 앉아 야경을 감상했다.
우리 집에서 바라본 야경이 초라할 만큼 휘황찬란한 조명과 허드슨 강에 비췬 불빛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 경관이 워낙 수려하고, 허드슨 강가에 들어선 건물들도 존 록펠러 회장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한 건물들이라 예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정말 예쁘다.”
“여기가 최고로 좋은 장소에요. 힘들게 뉴욕 시내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더구나 으슥해서 뽀뽀하기도 좋고요. 헤헤헤헤~”
“내가 처음 아니었어? 나 말고 여러 사람 데려온 솜씨인데.”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만다와 캐서린이 감시조로 24시간 따라붙어 화장실도 혼자 못 다녔어요.”
“그럼 아만다와 캐서린도 남자 손목도 못 잡아봤겠네?”
“당연하죠. 나 따라다니느라 남자 만날 시간이 없었죠. 그래서 둘 다 숫처녀에요. 그러니 데리고 살 생각 아니면, 건드리면 안 돼요. 둘 다 성격은 지랄 맞아도 순정파라 한번 정주면 못 뗀단 말이에요.”
“어째 말하는 게 데리고 살라는 말처럼 들리지? 내가 잘 못 들었나?”
“그렇게 들렸어요? 눈치가 없는 줄 알았는데, 여자 문제는 눈치가 백 단이네요. 호호호호~”
“컥!”
록펠러 회장과 일이 잘 풀리자 제니퍼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제니퍼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많이 불안했을 것이다.
한쪽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더러운 성질, 한쪽은 능력자 중에서 까칠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으로 둘 다 될 수 있는 한 상종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 둘이 서재에서 몇 시간 동안 얼굴 맞대고 떠들어댔으니 마음이 편했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온종일 웃음이 떠나질 않네.”
“헤헤헤헤~”
“뭐가 그렇게 좋아?”
“아빠와 오빠가 이야기가 잘 풀려서요.”
“잘 안될 줄 알았어?”
“그런 건 아니지만, 조마조마했어요.”
“왜?”
“아빠 성격이 엄청나게 까다롭거든요. 마음에 안 들면 소리 지르는 건 기본이고, 정말 열 받으면 재떨이도 집어 던져요.”
“노인네가 던진 재떨이 맞아봐야 아프지도 않아.”
“아프고 안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기분이 나쁘잖아요.”
재떨이 얘기가 나오자 정말 불안한지 제니퍼의 심장이 놀란 토끼처럼 빠르게 뛰었다.
표정이 어찌나 귀여운지 살며시 품에 안자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가슴에 비벼대며 꼭 끌어안았다.
고개를 젖히자 향긋한 바닐라 향과 함께 달콤한 입술과 뱀처럼 영민한 혀가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나도 그렇게 대할까 불안했어?”
“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화내고 집에 갔겠죠.”
“그렇게 생각해?”
“오빠가 아빠 부하 직원도 아니고 그런 꼴을 당하고 참을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오빠가 참는다고 해도 언니와 동생들이 못 참을 거예요. 저 역시 처지가 달랐다면 사랑하는 오빠가 그런 대접을 받는 걸 보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소리소리 지르며 화를 냈을지도 몰라요.”
“너만 남겨둔 채 우리끼리 갈 거로 생각했어?”
“기분이 많이 상했는데, 제가 보고 싶겠어요. 저라도 그런 일 당하면 화가 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성격이 지랄 맞아도 내 여자는 안 버려. 그리고 나 그렇게 옹졸한 사람도 아니고.”
“아빠와 싸워도 저를 데려가실 생각이셨어요?”
“응.”
“아~ 그 말을 들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네요. 평생 아빠를 안 보고 살 순 없으니까요.”
“만약에 싸워서 둘 중의 한 명만 고르라고 하면 누굴 고를 거야?”
은하에게 이런 유치한 말은 절대 안 한다고 해놓고선 뻔뻔하게 질문을 던졌다. 이런 질문은 웬만한 얼굴 두께로는 던질 수 없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질문으로,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얼굴이 두꺼웠다.
“그야 당연히 오빠죠.”
“이래서 딸은 키워봐야 소용이 없다고 하는 거구나. 장인어른이 너를 얼마나 예뻐하는데, 단칼에 무 자르듯 그렇게 냉정하게 말 하냐.”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게 제 마음인걸. 아빠에게 미안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남자를 따라야 한다고 한국에서 배웠어요.”
“여필종부?”
“네!”
동양 여성과 달리 자기주장이 확실한 제니퍼는 부모보다 사랑을 우선시하는 서양 여자답게 자기 신념대로 행동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아 오랜 세월 괴로워할 것이었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길 꿈꿨다.
“제니퍼!”
“네?”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도 못되고, 멋있게 하는 사람도 아니야. 생각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야.”
“무슨 말을 하려고 갑자기 무게를 잡아요?”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자 제니퍼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말주변이 없다 보니 부드럽게 말해야 할 타이밍에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었다.
‘학원이라도 다니든지 해야지 참~ 내가 봐도 멋대가리가 없다.’
“나진시로 돌아가면 우리랑 같이 살게 될 거야. 그럼 우리가 사용하는 스킬도 자세히 알게 될 거고. 그래서 미리 알려주려고 그래.”
“무슨 스킬인데 그래요?”
“나는 기감력을 사용해 상대의 신체적 변화를 읽을 수 있고, 소연은 독심술을 사용해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유추할 수 있어. 상아는 진실의 눈을 사용해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어. 마샤는 예언 스킬을 사용해 상대가 자신과 좋은 상성인지, 아니면 반대로 나쁜 상성인지 알 수 있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장인어른의 행동과 말을 통해 우리를 기만하는지, 속이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야.”
“아!”
장인어른이 우리를 속이거나, 속이려 하면 바로 알 수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제니퍼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생 남을 속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찾기 어려웠다.
제니퍼는 그런 일이 생기면 나와 장인어른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고 덜컥 겁이나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어도 아내들의 목숨만 노리지 않으면 끝까지 참을 거야.”
“오빠는 참을지 몰라도 언니와 동생들은 참지 못할 거예요. 저라도 참지 못할 테니까요.”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제가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세요?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할 테니 말씀해주세요.”
“장인어른과 내가 지금처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네가 중간에서 노력하면 돼. 그리고 가족이라도 우리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스킬을 발설하면 안 돼. 그게 전부야.”
“오빠?”
“응?”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빠를 용서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그래도 목숨만 살려주세요. 부탁해요.”
“절대 그런 일 없어.”
“아빠가 아주 나쁜 짓을 해도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네?”
“하아~ 그래. 약속할게.”
“흑흑흑~”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꺼내 제니퍼를 울렸다. 스킬을 설명하고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는 게 이상하게 말이 꼬여 장인어른을 나쁜 사람으로 몰았다.
‘말주변 없는 것도 병이다. 그것도 그냥 병이 아니라 불치병이야.’
“제니퍼!”
“흑흑흑흑~”
“장인어른은 신의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시는 분이야. 그리고 너를 깊이 사랑하고 계셔 너에게 피해가 가는 짓은 안 해.”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어제저녁 회의 때 상아가 함께 한 거 알지?”
“네.”
“장인어른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단 한마디도 거짓이 없었어. 그런 분이 우리를 속이겠어?”
“정말요?”
“그럼. 장인어른은 절대 나를 속이지 않아.”
존 록펠러 회장이 나를 속이지 않은 건 사실이었지만, 신의를 목숨처럼 여긴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이익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고, 위협하고, 빼앗는 등 사업가로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분이 장인어른이었다.
그건 제니퍼도 잘 아는 내용으로 내가 신의 있는 사람이라 말하자 그 말을 동아줄로 생각하고 움켜쥐고 싶은 생각에 그럴 수도 있다고 자신을 속였다.
“으응~”
입술을 빨며 등을 지나 날씬한 허리를 더듬자 제니퍼가 비음을 토해냈다. 허리를 지나 엉덩이를 쓰다듬자 몸을 부르르 떨며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하아~ 오빠!”
“응?”
“나 오늘 안아주면 안 돼요?”
“오늘?”
“네!”
“그렇게 불안해?”
“오늘이 지나면 오빠가 영영 떠날 것 같아요. 그러니 안아주세요.”
“그런 일 없다니까.”
“나진시에 가서 하나, 여기서 하나 같잖아요. 지금 안아주세요.”
“여기서?”
“제 어릴 적 아지트가 있어요. 그곳으로 가요.”
제니퍼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마구간으로 2층으로 올라가자 건초더미가 잔뜩 쌓여있는 은밀한 장소가 나왔다.
“아늑하죠? 어린 시절 숨바꼭질하며 숨던 장소에요.”
“멋진 장소를 찾아냈네.”
“한번은 깜빡 잠이 들어 찾는다고 난리가 난 적도 있었어요.”
“건초더미에 숨으면 진짜 못 찾겠다.”
“맞아요. 이 안에서 잠이 들어 다음날 깨어날 때까지 아무도 못 찾았어요. 오빠! 저 여기서 안아주세요. 제 추억이 담긴 장소에요.”
“불편하지 않겠어?”
“괜찮아요. 저는 오빠와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입을 맞추며 쓰러지자 건초더미 속에 몸이 폭 파묻혔다. 건초더미 속에서 바닐라 향이 짙게 묻어나는 제니퍼의 입술을 탐닉하며, 블라우스에 손을 넣어 커다란 가슴을 더듬었다.
한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커다란 가슴이 처지지도 않은 채 고무공처럼 탱탱하자 주무르는 느낌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급히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를 벗기자 오뚝 속은 하얀 가슴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으로 무게를 가늠하며 분홍빛 젖꼭지와 함께 부드럽게 만지다가 콩알만 한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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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가문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른 허구적 소설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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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