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8 사자동맹(四者同盟) =========================================================================
348.
“그쪽도 곤충을 이용 생체무기를 개발 중입니까?”
“레드몬과 인간을 결합한 키메라를 개발했네.”
“키메라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가슴은 양, 꼬리는 뱀 아닙니까? 혹시 로스차일드에서 개발한 생체무기가 그런 형태입니까?
“다행히 신화 속 괴물 모습은 아니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지.”
“정말 다행이군요. 날개라도 달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가 별걸 다 걱정하는군. 하하하하~”
“날아다니는 괴물을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엄살 그만 피우고 이거나 한번 살펴보게. 아주 흥미로운 내용 가득하네.”
“네.”
로스차일드에서 개발 중인 키메라 관련 보고서
1991년 6월 프로토타입 개발
1993년 5월 키메라Ⅱ로 성능 향상
1994년 10월 키메라Ⅲ로 성능 향상
능력 : 하급 피지컬리스트에 해당하는 속도와 힘
특징 : 각인된 주인의 명령에 절대복종
단점 : 사고능력이 없어 스스로 전투를 이끌어갈 수 없음
수명 : 2~3년
제작 : 파나마 두꺼비 레드몬의 체세포를 피부, 근육, 뼈, 심장, 폐에 이식해 생산
조달 : 집시와 난민, 사형수 등을 이용
현황 : C급과 B급 엘리트 레드몬 사냥에 방패 대용으로 사용 중
특이사항 : 키메라Ⅳ 업그레이드 중, 내년 상반기 중으로 완료예정
*모스키토를 구해 키메라를 숙주로 사용하는 실험을 조만간 진행할 예정
록펠러 회장이 내민 서류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극비리에 개발한 생체병기 키메라에 관한 내용과 모습 그리고 모스키토를 키메라에 결합하려는 계획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가장 중요한 능력치가 빠졌지만, 이정도면 아주 상세한 내용으로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정화수가 놈들 손에 들어가면 끔찍한 병기가 탄생한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장인어른을 만나지 못했다면 키메라 같은 생체병기가 활동하고 있는지, 그것조차 몰랐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한 배를 탔으니 당연히 알려줘야지.”
“저 때문에 장인어른까지 곤란을 겪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남들은 내가 평탄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수많은 굴곡을 이겨내고 이 자리를 지켜냈네. 그리고 자네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부닥칠 사이였어. 그러니 마음 쓰지 말게.”
“알겠습니다.”
피를 보면 싸울지, 서로 으르렁대다 관둘지, 좋은 관계로 끝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록펠러 가문의 힘이 약해지면 협력관계는 한순간에 돌변해 잡아먹히게 될 것이었다.
장인어른이 걱정하는 건 바로 그것이었다. 아들이 셋이나 있지만, 제니퍼를 빼곤 마땅한 후계자가 없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는데, 록펠러 가문은 존 록펠러 회장 사후 가문이 명맥을 유지할지 걱정할 지경이었다.
“장인어른! 사자동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러시아 옐친 대통령은 우리 도움이 필요해 무조건 매달리겠지만, 여왕은 어떨지 모르겠군. 그리고 여왕은 그쪽 동네에 깊이 속해있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네. 반대로 훼방꾼이 될 가능성이 크지.”
“프리메이슨이라 그렇습니까?”
“내가 삼각위원회를 만든 장본인이라 누구를 탓하고 욕할 처지는 아니지만, 여왕은 그들과 너무 깊이 연관되어 있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네.”
삼각위원회는 미국을 통치하는 엘리트 그룹인 미외교협회(CFR)의 기구 중 하나로 세계정부와 세계화폐라는 거창한 개념을 내세워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속셈으로 록펠러 회장이 만든 단체였다.
1975년 삼각위원회는 세계무역과 금융의 구조조정 개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긴밀한 삼각(미국, 유럽, 일본)이 협력해 세계 평화 유지, 세계 경제 관리, 경제 발전, 세계 빈곤국 감소에 힘써 하나의 세계,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시스템을 향한 평화의 길을 만들자고 천명했다.
자기들끼리 세계를 나눠 먹겠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삼각위원회가 빌더버그 클럽과 다른 점은 일본 기업과 은행을 흡수했다는 정도였다.
“여왕도 이익을 위해 프리메이슨에 가입했으니, 더 나은 이익을 제시하면 넘어오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네. 그쪽은 얽히고설켜 아주 복잡하네. 그리고 자네와 나는 진짜 장인과 사위지만, 여왕은 가짜 아닌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도, 자네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다를 수밖에 없네.”
“저는 제 여자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은 이익을 좇아 친구를 배신하지도 않습니다.”
“자네는 그렇지만, 여왕은 그렇지가 않네. 그건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지 않나.”
진짜든 가짜든 틀어지면 파국으로 치닫는 건 같았지만, 상대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컸다.
제니퍼는 존 록펠러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친딸이자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었고, 로라는 여왕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으로 나를 이용할 목적으로 끌어들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존 록펠러 회장이 비정한 사업가지만, 자식을 이용해 사업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고, 가족을 소중히 하는 사람으로 자식 중 가장 사랑하는 제니퍼를 버릴 이유가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긴 것으로 소연과 상아가 있는 한 낌새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여왕은 나를 이용할 목적으로 로라와 짝지어준 것으로 배신이란 단어를 거론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만큼 언제든 등에 비수를 꽂을 수 있었다.
둘 다 배신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같았지만,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과 끝까지 함께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극명하게 달랐다.
한쪽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고, 한쪽은 서로 도우며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동반자였다.
이 때문에 장인어른은 내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비즈니스가 아닌 가족이란 유대감으로 나를 묶으려고 했고, 여왕은 어떻게든 나와 구심점을 만들어 이용하려고만 했다.
“여왕은 300위원회 수장이자, 영국 성공회의 수장이네. 영국 성공회 소속 중 많은 사제와 성도가 프리메이슨에 가입했고, 성공회 대주교들과 주교들은 프리메이슨으로 활동하고 있네. 그중에서도 1970년대 활동한 캔터베리 대주교(Geoffrey Fisher)는 프리메이슨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네.”
“그건 저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1717년 6월 24일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프리메이슨의 총본부인 영국연합그랜드랏지(UGLE)가 결성됐네. 또한, 프리메이슨 산하 조직 중 하나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Royal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가 1919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졌네. RIIA는 여왕을 중심으로 영국과 세계 엘리트들을 통제하는 기구이자, 영국의 대외정책을 수립하는 곳이네.”
1717년 런던에서 결성된 비밀결사조직 프리메이슨(Freemasonry)은 반가톨릭 단체이자, 코즈모폴리턴(세계주의의 사상을 가진 사람)적인 자유주의 단체였다.
오늘날 전 세계에 문어발 같은 하부 조직망을 갖춘 프리메이슨은 표면적으로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우애, 평등, 박애, 세계 평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하부에 있는 대다수 회원은 조직 자체의 깊은 내막을 잘 모른 채 철저히 이용당했다.
정식 회원은 비밀리에 거행되는 입문식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계급구조로 최상부와 내부의 핵심 세력은 다수가 유대계와 메로빙거(Merovingian) 계였다.
이들은 삼각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세계 정치·경제 장악과 세계 단일 정부 수립을 목표로 했다.
“프리메이슨이나 삼각위원회나 세계를 먹어치우겠다는 목표는 같아 내가 여왕을 욕할 처지는 아니네. 그러나 나처럼 여왕은 자유롭지 못하네. 주변에 프리메이슨이 가득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네. 여왕이 자네에게 호의가 있어도 결국 그들의 입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여왕을 제외하면 장인어른과 옐친 대통령, 저 이렇게 셋밖에 없는데,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을 영입하는 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네. 시간을 좀 더 두고 골라야지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구 끌어들이면 내부에 적을 두게 돼 상황이 더 나빠지게 것이네.”
“알겠습니다. 그럼 옐친 대통령과는 언제 만나는 게 좋겠습니까?”
“자네가 먼저 만나보고 의사를 타진하게. 그 후 나진시에서 다 함께 모여 정식으로 이름을 정하고 동맹을 발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그럼 다음 달에 러시아에서 옐친 대통령을 만나겠습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나도 한때 그런 패기가 있을 때가 있었는데.”
“정화수와 은행 열매를 꾸준히 드시면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정화수를 매일 얻어먹으려면 나진시에서 살아야겠군?”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하하하하~ 알았네. 대신 뒷방 늙은이가 눈치 없이 옆에서 알짱거린다고 욕하기 없기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 년이든, 천 년이든 원하실 때까지 모시고 살겠습니다.”
“아들보다 사위가 백번 낫구먼. 하하하하~ ”
장시간 대화로 몸은 피곤했지만, 얻은 소득이 제법 쏠쏠해 마음은 흡족하다 못해 풍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 록펠러 회장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확실하게 알게 돼 불안했던 마음도 모두 사라졌다.
“상아가 확인한 만큼 당분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야.”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어요. 변수는 항상 존재하니까요.”
회담은 상아가 통역으로 입회해 존 록펠러 회장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이 때문에 록펠러 회장이 진실을 말하는 걸 알고 나 역시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은하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주 만나 마음이 바뀌는지 확인할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제가 걱정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에요.”
“뭐가 더 있어?”
“제니퍼가 한 식구가 된 이상 조만간 지홍씨의 기감력과 소연의 독심술, 상아의 진실의 눈을 알게 될 텐데, 그럼 록펠러 회장이 거짓말을 하는지 감시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 아니에요. 딸인데 기분이 좋겠어요?”
“으음...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뭐라고 할 건데요?”
“사실대로 말할 거야.”
“설마 대놓고 나를 따라라 이러는 건 아니겠죠?”
“어떻게 알았어?”
“아빠와 남편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제니퍼가 참 좋아하겠네요.”
“선택하라는 말을 왜 해? 무조건 따르라고 하면 되지.”
“지금이 조선 시대에요? 옛날도 아니고 누가 그래요.”
“은하는 내 말 안 따를 거야?”
“당연히 따르죠. 하지만 저와 제니퍼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제니퍼는 아빠와 갈라설 수도 있는 일이에요.”
“여필종부 몰라? 따르든지 아니면 평생 골방에 갇혀 살든지 둘 중 하나야.”
“지홍씨 폭군이에요?”
“응. 몰랐어? 흐흐흐흐~”
“헉!”
은하가 걱정하는 것만큼 무식한 사람은 아니었다. 고지식하고 말주변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아내들이 원하는 말도 가~끔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 제니퍼의 감정을 덜 상하게 한다. 빙빙 돌려서 말하거나,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기만한다고 들을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감정의 골이 깊게 파여 나뿐만 아니라 소연, 상아와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었다.
가끔은 고지식하고 단순하게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상대를 이해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제니퍼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은하에게 말한 것처럼 골방에 가두거나, 여필종부 운운할 생각은 없었다.
상대가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구속으로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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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가문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른 소설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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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