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5 사자동맹(四者同盟) =========================================================================
345.
“이들은 비천한 지위에서 시작해 귀족층에 빌붙어 세력을 확장한 후 각 나라의 자금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했죠. 나중에는 각국의 공업과 상업 시스템까지 장악한 채,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폐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죠.”
“자기들끼리만 해먹는다는 말이네?”
“그렇죠. 이들은 힘을 갖자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며 더욱 막대한 이익을 남겼어요. 막대한 돈을 사용해 고위관리 임명은 물론 대통령과 정치인 인선까지 주도하고 있죠.”
“자기들 멋대로 나라를 농단하고 움직였네. 정치인들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그런 일이 없는데. 같이 놀아나고 있으니 국민만 죽어나네.”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어요. 심지어 돈을 이용해 원하는 장성을 진급시키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군대까지 장악했죠. 그리고 교육과 문화 사업에도 관여해 국민의 사상과 의식까지 자기들 멋대로 조종하죠. 한마디로 말해 지난 200년간 금권이 세상을 지배했다고 할 수 있어요.”
“입법, 행정, 사법, 교육, 문화 그리고 전쟁까지? 몇몇 가문의 힘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들이 전부는 아니에요. 더 많은 세력이 있지만, 이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쳐 다른 가문과 세력은 언급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해도 대단하지.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세계를 멋대로 주물렀으니까. 근데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다수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들이 원하는 대로 살다가 죽었을 거 아니야?”
“그렇죠. 이들이 정한 대로 움직이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황금을 벌어주다 고인이 됐죠.”
“완전히 노예네?”
“중세시대만큼 비참하진 않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한국 요리사를 초빙했는지 만찬은 나와 아내들의 입맛을 고려해 한식과 서양식이 골고루 차려졌다.
맛도 매우 뛰어나 입 안에 넣는 족족 사르르 녹아 없어져 20인분을 뚝딱 해치우고도 계속 젓가락을 놀리자 록펠러 회장이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키 188cm에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옷을 벗으면 자잘한 근육이 온몸을 뒤덮고 있어 보기가 좋지만, 겉으로 봐선 매우 마른 체형으로 대식가로 보이진 않았다.
그런 마른 체형의 남성이 먹었다 하면 한 끼에 10인분 이상은 기본으로 먹어치워 처음 본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박 회장이 준 은행 열매 덕에 내가 요즘 힘 좀 쓰고 살고 있어요. 하하하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들다 뿐입니까?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요사이 사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어 매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물로 200개를 가져왔습니다. 저녁 먹고 방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마침 다 떨어져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하하하하~”
록펠러 회장이 은행을 더 달라는 말을 넌지시 돌려서 했다. 올해 73살의 록펠러 회장은 세계 최고 갑부답게 몸에 좋다는 건 빼놓지 않고 다 먹어 50대 초반으로 보였지만, 속 나이까지 50대는 아니었다.
워낙 좋은 걸 많이 먹어 아직 남자 구실을 하고 있지만, 마음먹은 대로 서지도 않고,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은행 열매를 먹자 20대 초반처럼 힘이 넘쳐 밤마다 여자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저택에 머무는 동안 3단계 정화수도 아침저녁으로 한 병씩 보내드릴 테니 다른 사람 주지 말고 회장님만 드십시오.”
“그 귀한 걸 다른 사람을 준다니 내가 미쳤나? 걱정하지 말게. 절대 그럴 일은 없네.”
정화수를 외부로 반출하면 안 된다는 말에 록펠러 회장이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내가 말한 의도를 알아차리고 한 행동이지만, 진심으로 남에게 줄 마음도 없는지 눈에서 탐욕의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이건 내년에 출시할 신기전 장갑차의 간략한 설명서입니다. 한 번 보시죠.”
“신기전 장갑차? 미래 레드몬에서 무기도 생산합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 회장이 주는 거라 그런지 구미가 당기는군요.”
건네준 서류엔 신기전 장갑차의 모양과 레드몬 탐지 범위, 추적 및 공격 시스템, 이동속도 등 간단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내용은 간단하지 않아 서류를 읽어내러 가던 록펠러 회장이 나와 서류를 번갈아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엠코사가 대박을 친 레드몬 킬러와 신기전을 비교하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설명서였다.
상대와 전력차이가 비슷해야 고개도 끄덕여지는 것이지 차이가 너무 심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사람이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추호의 거짓도 없습니다.”
“허허~ 정말 그렇다면 엠코사는 손가락 빨 일만 남았군요.”
“국내부터 채울 계획이라 내후년이나 돼야 판매할 수 있습니다.”
“2~3년 시간이 있다고 해도 제품을 출시하면 레드몬 킬러를 사들일 곳은 없을 겁니다. 탐지 범위가 10배 넓고, 레드몬까지 사냥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데, 돈 아깝게 누가 그런 고물을 사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신기전은 장갑차는 육로로밖엔 움직일 수 없어 산이나 깊은 계속에 숨은 레드몬은 공중에서 찾을 수 있는 레드몬 킬러를 써야 합니다.”
“그런 용도라면 일부 팔리긴 하겠지만, 현재 판매량의 100분의 1도 팔리지 않을 겁니다. 그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로스차일드의 다비드 회장이 이걸 보면 책상을 내려치겠군요. 하하하하~”
록펠러 회장의 말은 너무도 당연한 말로 서울에서 뉴욕까지 1시간에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있는데, 10시간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갈 바보는 세상에 없었다.
10시간 걸리는 비행기가 사람들을 잡아끌 아주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면 모를까 좁은 비행기 안에서 불편을 참고 느리게 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외 판매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공급해드리겠습니다. 예쁜 제니퍼를 제게 주시는데, 해드릴게 이것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고뭉치 딸을 데려가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로 내가 감사의 선물을 해야 하는데, 받기만 하는군요.”
“아닙니다. 아름다운 딸을 주시는데, 선물이 매우 보잘것없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존칭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될까?”
“네!”
“하하하하~ 알았네.”
말을 놓으라고 하자 기분이 좋은지 록펠러 회장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말을 놓는다는 것은 서먹한 남남에서 장인과 사위의 진짜 가족이 된다는 뜻으로 록펠러 회장이 가장 바라던 일이었다.
“사자동맹이라... 우리 넷만으론 쉽지 않을 텐데?”
“장인어른이 나서시면 더 많은 사람이 사자동맹에 가입할 겁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다들 얽히고설켜 쉽게 넘어오지 않을 것이네. 그리고 미국에선 내 입김이 먹혀도 유럽은 어림도 없는 소리지. 로스차일드 가문은 200년간 세계를 지배한 가문이네.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힘이 더욱 막강하지. 유력가문과 정치인들은 그걸 잘 알고 있어 함부로 반대편에 서지 않으려 할 것이네.”
“저는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을 뿐입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자네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이 한둘이 아니네. 중국과 일본, 프랑스는 물론 암중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가문과 세력들 대다수가 자네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어.”
“저는 그들을 위협한 적이 없습니다. 재산을 빼앗을 적도 없고요. 또한, 그들을 도발한 적도 없습니다.”
“그건 자네 생각이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21세기를 이끌어갈 산업 동력은 레드몬이네. 레드스톤을 비롯해 본스틸과 가죽, 각종 부산물 등 엄청난 고부가가치 상품이 레드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어. 그중에서도 엘리트 레드몬은 한 마리만 잡아도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금맥이나 다름없지. 그런데 갑자기 자네가 나타나며 시장이 엉망으로 변했네. 그러니 그들이 자네를 좋은 눈을 바라볼 수가 없지.”
“저 때문에 그들이 손해를 본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제가 지금까지 사냥한 레드몬은 주인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각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레드몬을 사냥한 것뿐인데 손해를 본다... 이해하기 어렵군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현재만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이익도 모두 자기들 것으로 생각하지. 자네가 없었다면 언제가 자기들이 엘리트 레드몬을 잡아 큰 이득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해, 자네가 자기들 이익을 가로챘다고 생각하지.”
“미래에 일어날 이익을 제가 가로챘다? 하하하하~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그뿐만이 아니네. 호주와 러시아에서 레드몬을 대량으로 잡아 싼값에 공급하자 일시적이긴 했지만, 시세가 떨어져 몇몇은 큰 손해를 봤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으로 레드몬을 독점해 큰 이익을 남기려는 그들로선 자네가 하는 일은 무조건 나쁘게 볼 수밖에 없지.”
“제가 투기를 방해했군요?”
“자네도 잘 알다시피 제2의 화폐가 금과 석유에서 레드스톤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네. 현재 레드스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로스차일드를 비롯한 유대 자본들로 전체의 8할을 그들이 가지고 있지. 그건 금본위제에서 석유본위제로 넘어간 달러의 가치가 이제 레드스톤본위제로 넘어간 걸 뜻하네.”
금본위제(金本位制)는 화폐의 가치를 황금의 가치로 나타낸 것으로 화폐 가치의 안정화를 위해 1819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월남전 수렁에 빠진 미국이 급격히 증가하는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자 1971년 달러-금본위제를 폐지하고 그 대신 석유-달러본위제로 바꾸며 석유 결제는 반드시 달러만 결제하게 했다.
또한, 하락하는 달러를 방어하기 위해 1973년 석유 공급을 제한하고 석유 가격을 인상했다.
그 후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농간에 중동전쟁이 일어나자 중동국가들의 석유 금수조처를 유도했다.
석유가격이 하루 아침에 400% 인상되자 그동안 타산이 맞지 않아 파산 직전이었던 영국의 북해와 알래스카 유전에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유가 폭등으로 돈벼락을 맞은 산유국들의 달러는 다시 재순환돼 채권 형식으로 미국의 주요 은행으로 되돌아와 미국의 재정적자에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유가 폭등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경제를 후퇴시켰지만, 뉴욕과 런던의 주요 은행들과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다른 나라의 경제를 파탄 내고 지배하는 것이네. 요약해서 말하면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거품을 만든 후 급격한 자금회수로 경제위기를 유발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게 한 다음 주요 산업을 지배해 끊임없이 경제를 약탈하는 것이네. 그걸 자네가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여기서 그들 중 나도 포함돼 있었네. 하지만 이젠 같은 배를 탄 처지라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네.”
비용 대 효율 면에서 석유보다 최소 10배 이상 앞서는 레드스톤 전기발전이 개발된 건 1985년이었다.
이를 상용화해 본격적으로 발전기를 가동한 건 1990년으로 운반비가 거의 들지 않고, 발전시설도 비교적 간단해 한두 달이면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995년 1월 기준 전 세계 전기발전량 중 레드스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1%도 안 되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기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추가비용 없이 생산단가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많은 국가가 레드스톤 발전시설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막강한 오일 머니와 기득권 세력의 방해로 몇몇 선진국에서만 레드스톤 발전시설이 늘어날 뿐 저개발 국가는 여전히 석유와 석탄, 수력 발전에 의지한 채 비싼 전기료를 물었다.
그런데도 레드스톤 가격은 매년 최소 20% 이상 꾸준히 올라 에너지 1몬당 무려 30만 원까지 치솟았다.
대부분 유대 자본과 오일 머니가 흡수한 것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 전기 발전시설의 30% 이상이 레드스톤 발전소로 전환할 것을 알고 황금알을 선점해 차후 막대한 이익을 남기려는 속셈이었다.
물건값이 오를 것을 예상해 특정 상품을 한꺼번에 사들여 차후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불공정 거래인 매점매석(買占賣惜)이었지만, 단속할 주체도 없었고, 단속할 힘도 없었다.
그럼 레드몬 사냥팀이 팔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능력자는 그럴만한 돈이 없었다.
일부 돈을 가진 능력자가 우리처럼 레드스톤을 팔지 않고, 사들이기도 했지만, 양은 매우 적은 편이라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스톤과 벽사목을 팔아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자금을 활용해 한숙이 사들이는 레드스톤양은 실로 막대해 독점을 원하던 그들로선 큰 손해를 본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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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가문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른 소설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