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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44화 (34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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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사자동맹(四者同盟)

“교감 스킬이 생긴 후부터 상아 마음이 많이 약해졌네?”

“그러게요. 전엔 레드몬을 원수로 생각했는데, 풍산개, 백호, 솔피와 어울리며 교감하다 보니 이젠 레드몬이 친구처럼 느껴져요.”

“인간보다 믿음이 더 가지?”

“그건 모르겠어요.”

“인간처럼 속이지도 않고, 음모를 꾸미지도 않는데, 왜 몰라?”

“제 주변엔 그런 사람 없잖아요.”

“아~ 그렇지.”

“우리를 욕하는 사람이 많지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곁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욕하는 사람보다 수천, 수만 배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사람이 더 좋아요.”

상아 말이 옳았다.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것이 동경일 수도 있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사람들 전체를 미워할 순 없었다. 평생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가 받은 사랑은 과분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힘들 만큼 엄청났다.

우리와 다툴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퓨마에게 다가가 파멸의 창으로 목숨을 빼앗다.

그렇게 비정하게 죽은 퓨마는 세상에 자신의 분신을 남기고 싶었는지, 옅은 황색의 퓨마를 아리에게 남기고 사라졌다.

바위에 서서 지평선을 바라보는 모습의 구슬에서 나온 옅은 황색의 퓨마는 크기가 30cm로 날래고 민첩했지만, 날지는 못했다.

정찰 거리는 최대 3km로 상대를 물고 후려치는 것 외에 대상을 공포에 빠뜨려 전투력과 이동속도를 떨어뜨리는 악몽의 씨앗이란 특별한 스킬을 사용했다.

퓨마가 입에서 뱉어낸 검은 씨앗에 달라붙은 상대는 전투력과 이동속도가 최하급의 경우 90%까지 하락했고, 하급은 70%, 중급 50%, C급 엘리트 레드몬 20%, B급 엘리트 레드몬도 10%나 하락했다.

물리 공격력도 C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할 만큼 강력해 은비의 머리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비사보다 100배는 쓸모가 있었다.

“고마워!”

“뭐가?”

“예쁜 아이를 줘서.”

“불쌍한 아이니까 잘 키워.”

“알았어. 나에게 온 걸 후회하지 않게 듬뿍듬뿍 사랑할게.”

“그래.”

죽은 퓨마와 아리의 품에 안긴 퓨마는 몸과 인격체 모두 전혀 별개였지만, 우리 마음속엔 같은 녀석으로 보였다.

‘제발 좋은 곳으로 가라.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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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9월 27일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에 발을 내딛자 제니퍼와 아만다, 캐서린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우리가 존 록펠러 회장의 초대로 뉴욕에 가는 건 원정을 떠나기 전부터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소문의 출처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것으로 존 록펠러 회장은 이 기회를 빌려 나와 제니퍼의 관계를 공고히 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내 값어치가 높아졌다는 뜻이자, 필요하다는 뜻으로 나도 존 록펠러 회장의 힘이 필요해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달려온 제니퍼를 꼭 끌어안자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다. 제니퍼는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찐한 키스로 나와의 관계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켰다.

아만다, 캐서린과도 포옹과 미국식 인사(?)로 멋진 사진을 남겨준 후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간신히 공항을 벗어났다.

커다란 문을 통과해 숲길을 따라 들어가자 아름다운 정원이 나왔다. 아름다운 조각이 즐비한 정원을 따라 쭉 들어가자 분수와 함께 덩굴에 뒤덮인 고풍스러운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 록펠러 회장과 반갑게 손을 맞잡고 웃음 띤 얼굴로 인사를 나눈 후 잠깐 응접실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진짜 이야기는 저녁에 나누기로 하고 별채로 이동해 짐을 풀었다. 우리가 온다고 부산을 떨었는지 집 안에 먼지 한 톨 없었다.

사단장이 일선 부대를 스치듯 방문해도 장병들은 부대장의 출세를 위해 훈련은 내팽개치고 일주일 내내 청소만 했다.

하녀들도 우리의 방문에 허리가 부러지도록 걸레질을 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사단장이 그렇듯 나 역시 그런 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은 채 모르는 사람, 새로운 집에 대한 불편함으로 인상이 찌그러졌다.

“이런 만남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아.”

“사람 만나는 일은 다들 힘들어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안 만나고 살 순 없을까?”

“그러면 새로운 여자를 만날 수 없는데, 그래도 괜찮아?”

“.......”

소연의 뼈 있는 말에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재빨리 제니퍼를 불러 저택을 구경했다.

500만 평의 대지 위에 지어진 록펠러 저택은 허드슨 강이 굽이치는 멋진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1883년 존 데이비드 록펠러가 토지를 구매해 나무로 지은 집이 1902년 화재로 사라지자, 1913년에 빅토리아 양식의 3층 저택으로 집을 다시 지었다.

그러나 안주인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1913년 대대적인 보수로 죠지안 양식의 4층 저택으로 탈바꿈했다.

집안에 들어서면 응접실에 록펠러 가문의 시조인 존 데이비드 록펠러 회장과 부인 애비 올드리치 록펠러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그 아래로 부통령을 지낸 넬슨 록펠러의 초상화가 있었다.

서재엔 에이브러햄 링컨과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있고, 중국 도자기와 고풍스러운 가구로 가득했다.

예술품 수집에 열광한 록펠러 회장은 중국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는지, 집안 곳곳을 값비싼 도자기로 장식했다.

그와는 반대로 부통령을 지낸 넬슨 록펠러는 현대 미술에 관심이 많아 지하에 화랑을 차려놓았다.

집안보다 더 화사한 정원은 세대별로 유명한 정원사를 초빙해 다양한 양식의 정원을 꾸며놓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록펠러 저택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것만 팔아도 몇 대가 호의호식하겠다.”

“부자들의 취미생활이라 생각하세요.”

“나는 그런 취미 없는데.”

“오빠가 아주 특이한 거예요. 세계적인 부호가 스포츠 구단 하나 없고, 골프 같은 취미 생활도 하는 게 없고, 골동품과 미술품은 물론 자동차·비행기·요트를 수집하지도 않잖아요. 하는 거라곤 허구한 날 훈련과 사냥밖에 없어요.”

“능력자가 골프는 왜 쳐? 재미없게.”

“골프가 아니더라도 취미 생활은 즐길 수 있잖아요.”

“내 취미는 아내들과 노닥거리는 거야. 나는 그게 가장 좋아.”

“노닥거리는 게 아니라 그거 하는 거겠죠.”

“커험~”

“사람들이 오빠를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몰라.”

“일만 하는 일벌레래요.”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해?”

“그렇지는 않죠. 하지만 훈련은 정말 열심히 하죠. 또 하나 있다면 여자도 참 열심히 모으죠.”

“컥!”

제니퍼에게 제대로 한방 얻어맞고 기운 빠진 모습으로 돌아오자 은하가 서류를 잔뜩 내밀었다.

록펠러 방문에 맞춰 미국으로 날아온 은하는 나처럼 일만 하러 왔는지, 가방에 서류만 잔뜩 싸들고 왔다.

다른 아내들은 수영복과 예쁜 옷으로 가방을 채우는데, 은하의 가방 속엔 속옷과 양말, 칫솔, 운동복 등 아주 기본적인 물품을 빼면 서류가 전부였다.

“너도 나처럼 일만하러 왔구나?”

“네?”

“아니야. 여기 적힌 명단은 뭐야?”

“절대 친해지면 안 될 사람들과 무조건 친해져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뭐가 이렇게 많아?”

“그것도 추리고 추린 거예요.”

“이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야?”

“네!”

은하는 건네준 서류 중 이름이 적힌 A4용지에는 독재자, 마약왕, 사이비 교주 등 가까이해선 안 될 사람들의 이름과 로스차일드, 록펠러, 모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교황, 사우디 국왕 등 친해지거나 싸워선 안 될 사람의 이름이 100여 명가량 적혀있었다.

재미있는 건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영국 총리, 중국 국가 주석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최고 거물들의 이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국가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당연히 미국이었고, 미국을 이끄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클린턴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한 생각에 서류를 뒤집어도 보고, 옆으로도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 이름이 없네?”

“그 사람 몇 년 후엔 사라질 사람이에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정도면 족하지 동맹을 맺을 수준은 아니에요.”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인데?”

“설마 미국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럼 대통령을 뽑은 미국 국민이 최고 권력자야?”

“하하하하~~~”

미국을 국빈 방문한 각국 수상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보다 먼저 만나거나,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나와 아내들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푸근한 웃음을 보이는 존 록펠러 회장이었다.

미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r Bank)을 비롯해 수많은 회사를 거느린 존 록펠러 회장은 미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암중 지배자 중 한 명으로 얼굴마담인 클린턴 대통령과는 질적으로 신분이 달랐다.

미국 대통령이 엄청나게 큰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록펠러와 모건 등 돈을 움켜쥔 부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들이 ‘No’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 정책이 미국 국민 모두를 이롭게 하는 뛰어난 정책이라고 해도 서랍에 들어가 영영 빛을 볼 수 없었다.

“여기 적힌 가문은 뭐야?”

“세계적인 은행 가문이에요. 세계의 부를 꽉 움켜쥐고 있는 부자들이죠.”

첫손가락은 당연히 200년 동안 국제 금융계를 쥐락펴락한 보스 중의 보스 로스차일드 가문이었고, 다음은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심복이자 베를린의 은행가인 블라이흐뢰더 가문이었다.

독일의 오펜하임 가문, 바르부르크 가문, 셀리그먼 가문, 시프 가문, 슈뢰더 가문, 슈파이어 가문, 멘델스존 가문, 영국 베어링 가문, 네덜란드 호프 가문, 프랑스 풀드 가문, 말레 가문, 페레르 가문, 스위스 미라보 가문 그리고 록펠러와 모건까지 총 17 가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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