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3 범종설(Panspermia) =========================================================================
343.
여덟 번째 원정지는 파라과이(Paraguay) 차고 지방으로 사냥감은 A급 엘리트 레드몬 재규어(Jaguar)였다.
공격성이 매우 강한 녀석으로 구미호가 다가가자 선제공격을 가해왔다. 구미호가 레이저로 재규어의 눈을 공격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재빨리 뒤로 돌아갔다.
철갑과 피해 면역을 동시에 사용하고 바람 스킬로 은밀하고 빠르게 다가가 파멸의 창을 등에 꽂아 넣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재규어
전투력 : 8885
지 능 : 123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48,333
스 킬 : 알 수 없음
몸길이 7.5m, 꼬리 길이 3.45m, 물게 1.15ton 흑재규어가 내 접근을 알아채고 피하려 했을 땐 이미 파멸의 창에 맞은 다음이었다.
희귀한 흑재규어를 잡고 구한 3cm 크기의 레드주얼은 기다렸다는 듯 설표가 다가와 먹어치웠다.
레드주얼을 삼킨 설표는 크기가 꼬리 포함 50cm로 늘어났고, 구미호, 비사와 마찬가지로 스킬 발사속도와 위력이 크게 증가해 A급 엘리트 레드몬과 평수를 이룰 만큼 강해졌다.
설표도 A급 엘리트 레드몬의 레드주얼을 흡수하자 고양잇과 중급 레드몬 세 마리를 종속해 부릴 수 있었다.
세 마리 모두 같은 현상으로 소환주 주얼의 등급이 A급 엘리트 레드몬의 전투력에 필적하면 모두 부하를 둘 수 있는 것 같았다.
“스텔라 언니~”
“그동안 잘 지냈어?”
“헤어진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그동안은 무슨. 남들이 들으면 이산가족 상봉한 줄 알겠네.”
“우린 몇 년 헤어졌다 만나는 것 같아.”
“왜?”
“모르겠어. 지홍씨가 옆에 없어서 그런지 시간도 안 가고,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오빠가 준 보약 안 챙겨 먹었어?”
“꼬박꼬박 먹고 짜준 계획표대로 훈련도 매일 했는데, 힘이 없어.”
“연리지주얼 때문인가?”
“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럼 혹시... 오빠 고추가 그리워서?”
“응!”
“하하하하~~~”
몇 년 헤어졌다가 간신히 다시 상봉한 가족처럼 호들갑을 떨어댄 후 쿠이아바 공항에 모인 환영인파를 간신히 뚫고 외곽에 준비한 안가로 들어갔다.
브라질 정부가 의뢰한 사냥감은 A급 엘리트 레드몬 부시마스터로 쿠이아바(Cuiaba) 시 외곽에 나타나 가축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어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인구 50만의 쿠이아바 시는 브라질 중서부의 마투그로수(Mato Grosso) 주의 주도로 파라과이 강의 지류 연안에 위치한 항구도시였다.
'거대한 숲'이라는 뜻의 마투그로수 주는 매우 울창한 밀림 지대로 아크레, 아마소나스, 아마파, 파라, 혼도니아 주와 함께 브라질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레드몬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주였다.
남아메리카의 브라질과 북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부시마스터(Bushmaster)는 길이 2.0m~3.5m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독사로, 매우 지독한 출혈성 독을 지니고 있어 물리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온몸이 까맣게 변한 채 죽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부시마스터
전투력 : 9288
지 능 : 91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52,885
스 킬 : 알 수 없음
길이 17.3m, 무게 553kg의 부시마스터는 숲에 동화된 채 몸을 숨기고 있다가 정찰 중인 딩고를 불시에 기습해 커다란 독아로 물어 죽였다.
기습이 장기인 부시마스터의 반응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상아의 딩고를 희생양으로 사용했다.
놈이 사냥에 성공했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설표가 놈을 향해 얼음수정을 발사했다.
얼음수정 십여 발을 맞은 부시마스터가 얼어붙어 움직임이 둔화되자 구미호가 꼬리 다섯 개를 하나로 모아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했다.
“피잉~”
얼음을 털어내려 몸부림치던 부시마스터의 이마에 구미호의 레이저가 정통으로 박히자 사납게 요동치던 몸부림이 멈추며 몸이 축 처졌다.
“뭐야? 한 방에 죽은 거야?”
“아니. 잠시 기절만 한 거야.”
“우와~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게 어디야. 역시 구미호가 짱이네.”
“레드주얼을 가장 많이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지.”
“처음에 두 개는 합쳐진 거지 먹은 건 아니잖아. 먹은 것만 치면 비사하고 같은 두 개야.”
“그런가?”
기절한 부시마스터의 이마에 구미호가 레이저를 두 방을 연달아 쏘자 머리에 구멍이 뚫리며 숨이 끊겼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잡아낸 구미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별거 아니란 듯이 거드름을 비웠다.
“설마 저런 행동을 내가 한 건 아니지?”
“왜 아니겠어? 그 주인에 그 소환수지.”
“그럼 네 머리 위에 있는 비사는 널 닮아서 하루 20시간 자고 4시간 조냐?”
“가끔 벌레도 잡는데 무슨 소리야.”
“잘났다.”
부시마스터를 잡고 얻은 레드주얼을 비사가 또 먹으면 어쩌나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팩 돌리고 은비 머리카락에 얼굴을 처박고 잠이 들었다.
성질 같아선 달려가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싶었지만, 주인이 누군지 생각하면 그나마 소환수가 하는 짓이 양호하다는 생각이 들어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마음을 턱 놓고 부시마스터의 입천장에서 레드주얼을 꺼내 확인하려는 순간 현무가 달려와 날름 레드주얼을 삼켰다.
“어! 거북이인 현무가 왜 뱀에서 나온 레드주얼을 먹지?”
“현무는 뱀과 거북이를 합쳐놓은 거잖아.”
“아 맞다.”
“미안해!”
“뭐가?”
“현무가 레드주얼을 먹었잖아.”
“억지로라도 먹여야 할 판에 무슨 소리야.”
“레드주얼이 소환수였을 수도 있잖아.”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소연의 말을 듣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수가 레드주얼을 가려서 먹는 이유가 자신과 맞는 소환수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거대화 스킬을 품은 일본원숭이의 레드주얼을 구미호가 먹은 것을 생각하면, 소환수는 자신에게 필요한 레드주얼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것 같았다.
“아닐 수도 있어.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서인 언니와 아리, 마샤, 소희는 아직 소환수가 없잖아.”
“없는 게 아니고 아직 자기와 맞는 걸 못 찾은 거야. 때가 되면 더 좋은 것을 얻게 될 테니 편하게 생각해.”
“그게 잘 안 돼.”
“하나에서 열까지 네가 다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 그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야. 배려심도 적당해야지 지나치면 독이야. 과유불급 몰라?”
“알았어. 조심할게.”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어 많은 일을 맡긴 내 책임이 가장 컸지만, 엄마와 같은 애정으로 모든 것을 품에 안으려 하는 소연의 성격도 문제가 있었다.
지나침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소연에게 가장 적당한 말로 지나친 관심과 보살핌은 소연에게도 심한 스트레스를 주지만, 아내들의 의존성을 키워 나약하게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것저것 주워 먹어 배탈도 나고, 체하기도 하고, 뛰어다니다 무릎도 다쳐야 미래에 닥쳐올 커다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듯, 아내들도 소연이 항상 보듬어 안아주면 온실 속 화초처럼 약해질 수 있었다.
이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아이가 걷기 위해 수천 번 넘어져야 하듯 아내들도 실수와 반성 속에 강해져야 했다.
부시마스터의 레드주얼을 먹고 30cm에서 50cm로 커진 현무는 정찰 거리가 10km로 늘어났고, 불꽃 탄환의 발사속도와 위력도 두 배 향상돼 A급 엘리트 레드몬과 평수를 이룰 만큼 성장했다.
앞서 성장한 소환수와 마찬가지로 현무도 종속 스킬이 생겨 중급 레드몬 세 마리를 부하로 거느릴 수 있었다.
비사와 다른 점은 현무는 뱀류·도마뱀류·악어류·거북류 등 파충류는 공룡까지 모두 수족으로 부릴 수 있었다.
“역시 비사가 문제야.”
“왜?”
“현무는 파충류 전체를 아우르는데, 비사는 달랑 뱀밖에 종속이 안 되잖아. 쓸모없는 놈!”
“우쒸~”
올해 마지막 원정은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인근에 나타난 A급 엘리트 레드몬 퓨마(Puma)로 쿠거(Cougar) 또는 팬서(Panther)라고도 불리는 대형 고양잇과 육식동물이었다.
몸길이 1.1~2m, 꼬리 길이 60~78cm, 몸무게 30~103kg으로 퓨마를 생각하면 온몸이 까만색만 떠올렸지만, 그건 유명 스포츠의류용품 업체의 광고 때문에 생긴 착각으로 서식지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아주 다양했다.
퓨마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라 호랑이를 연상해 매우 사납고 공격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질이 온순해 사람을 습격하는 일이 없었다.
고원, 평원, 사막, 열대우림 등 다양한 곳에 서식하는 퓨마는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캐나다 서부에서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까지 매우 넓은 곳에 분포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퓨마
전투력 : 9655
지 능 : 105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56,558
스 킬 : 알 수 없음
샬트 강가에서 마주친 몸길이 7.58m, 꼬리 길이 2.15m, 몸무게 927kg의 퓨마는 인간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우리를 보고도 그늘에 누워 일어나지 않은 채 늘어지게 잠을 잤다.
“이렇게 온순한 애를 왜 잡아 달라는 거죠?”
“대도시 인근에 있다는 게 이유겠지.”
“얘는 인간과 싸울 마음도, 다툴 마음도 없어요. 그냥 이대로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교감을 통해 퓨마의 마음을 읽은 상아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껏 우리가 사냥한 레드몬이 모두 인간을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 앞에 늘어지게 하품하며 잠든 퓨마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영위하며, 조용히 살던 레드몬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도 잔인하게 녀석들의 목숨을 빼앗는 건 독일의 북살무사와 마찬가지로 퓨마가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이럴 땐 억지로 이유를 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들을 죽일 때마다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녀석으로 인해 사람이 죽거나 다치게 될 거야. 그걸 방지하려면 어쩔 수 없어.”
“그건 미래에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사건을 단지 상대가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잖아요.”
“처벌이라는 건 인간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이야. 동물과 레드몬에겐 허용되지 않아.”
“우리보다 더 높은 지능을 지녔잖아요?”
“아이큐가 300이든, 500이든 지능과는 상관없어. 녀석들은 동물이고 우리는 인간이니까. 그리고 지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살려둘 수도 없어.”
“너무나 슬픈 현실이네요.”
상아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레드몬과 인간은 양립할 수 없는 존재로 지금은 놈들의 숫자가 적어 사냥당하지만, 같은 종류의 레드몬이 인간의 1,000분의 1만큼만 돼도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돼 인간이 사냥당할 수 있었다.
더구나 지능까지 높으면 언제든 인간을 위협할 수 있어 무조건 죽여야 했다. 인간과 유사인간,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은 영화와 소설 속 이야기였지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