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2 범종설(Panspermia) =========================================================================
342.
분신술을 사용해 허상을 정면으로 보내 놈의 시선을 잡아끌고 피해 면역과 철갑을 한꺼번에 사용한 채 바람 스킬을 이용해 번개같이 옆구리로 다가갔다.
허상을 나인 줄 착각하고 달려드는 틈에 옆으로 다가가 뇌전탄과 냉기탄을 각각 두 방씩 선사하고 뒤로 물러났다.
상급 레드몬도 충격을 받는 뇌전탄 두 발을 얻어맞고, 냉기탄까지 정통으로 옆구리에 틀어박히자 강대한 A급 엘리트 레드몬도 꼼짝을 못하고 얼음 속에 갇혀 10분 만에 숨이 끊어졌다.
“이제 엘리트 레드몬은 장난처럼 잡네.”
“상급 레드몬을 사냥하는데, A급 엘리트 레드몬은 쉽게 잡아야죠.”
“그냥 쉬운 게 아니라 최하급 레드몬 잡듯 잡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뭐가 아니야? 한 방에 끝냈는데.”
“최은비! 윤아영! 만담 그만하고 빨리 와.”
“한참 재미있었는데.”
“가요, 오빠~”
“너는 왜 매일 착한 아영이 끌고 다니면서 이상한 말만 해.”
“내가 언제 이상한 말을 했어?”
“내가 언제?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최하급 레드몬 잡듯 쉽게 잡는다고 말했잖아.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한 방에 잡은 거 맞잖아.”
“스킬을 몇 개나 쓰고 잡은 줄 알아? 한꺼번에 여섯 개나 쓰고 잡았어. 그것도 가장 강력한 것들로만.”
“정말?”
“네가 보기엔 손쉽게 잡은 것처럼 보였어도, 나는 놈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 네가 최하급 레드몬 잡듯 마구 때려잡는다고 얘기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
“으음... 잘난 체한다. 재수 없다. 그렇게 말하겠지.”
“그걸 알면서 그런 말을 해?”
“아영이랑 둘이 농담한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겐 그런 말 안 해.”
“둘이서 하는 걸 다른 사람이 들을 수도 있고, 그런 말이 입에 붙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올 수도 있어.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선 안 샐 것 같아? 제발 철 좀 들어라. 너도 이제 나이가 25살이야. 언제까지 애처럼 행동할래?”
“우쒸~”
죽은 붉은 여우에서 레드주얼을 꺼내며 구미호를 쳐다보자 뚫어질 듯 나를 바라봤다. 자기가 원하던 레드주얼이 있음을 구미호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슴뼈에 박힌 3cm 크기의 레드주얼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구미호가 다가와 날름 집어삼켰다.
레드주얼을 삼키자 구미호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1분간 지속된 밝은 빛이 서서히 잦아들자 달라진 구미호의 모습이 보였다.
몸길이 30cm, 꼬리 길이 30cm로 자란 구미호는 꼬리가 3개에서 5개로 늘어났고, 정찰 거리도 10km에서 20km로 두 배 길어졌다.
사거리는 1.5배 늘어나 3km 이내로 다가오는 물체는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었고, 발사속도와 위력도 두 배 향상해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로 평수를 이룰 만큼 강해졌다.
또한, 꼬리를 하나로 모아 발사하면 위력이 3배 증가해 상급 레드몬 중 가장 약체인 C급을 견제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종속 스킬이 생겨 부하를 둘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여우 계열의 중급 레드몬 세 마리를 부하로 거느려 수족처럼 부릴 수 있었다.
종속된 레드몬은 구미호의 완벽한 지배하에 있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구미호를 대신해 정찰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한 번에 최대 4곳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아쉬운 건 공중으론 100m 이상 올라가지 못했고,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무게도 최대 100kg이 한계로 전투와 정찰용으로밖엔 사용할 수 없었다.
“정답은 우리가 레드주얼을 사용할 게 아니라 소환수에게 몽땅 먹어야 하는 거네?”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소환수도 주인의 영향을 받아 주인이 약하면 아무것도 못해. 그리고 무기에 의존하면 무기를 잃어버렸을 때 나약한 인간이 될 수 있어.”
“죽도록 훈련하라는 얘기지?”
“죽도록 훈련하긴 했어?”
“당연하지. 매일 이를 악물고 뛰는데.”
“아직 안 죽었잖아. 그러면 죽도록 한 게 아니잖아.”
“내가 정말 죽길 바라는 거야?”
“죽도록 훈련했다고 말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왜 나한테 뭐라 그래?”
“오빠!”
“왜?”
“점점 말꼬리 잡는 횟수가 많아진다. 주변에 남자가 없으니까 점점 여성스러워지는 거 같아? 남자다워지게 남자들하고 살래? 그러고 싶어?”
“아니!”
“그럼 말꼬리 잡지 마. 한 번만 더 잡으면 오빠가 좋아~하는 남자들 틈바구니에 자게 한다.”
“알았어.“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은비를 놀리는 맛에 푹 빠져 어설프게 말꼬리를 잡다가 전세가 역전돼 독일 슈투트가르트까지 가는 동안 은비의 갈굼에 고혼이 될 뻔했다.
다시는 말꼬리를 잡지 않겠다는 다짐을 수천 번도 더한 끝에 슈투트가르트 공항(Flughafen Stuttgart)에 내릴 수 있었다.
헬무트 요제프 미하엘 콜(Helmut Josef Michael Kohl) 독일 총리의 따뜻한 환대 속에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다정히(?) 포즈를 취해준 후, 목적지인 프라이부르크(Freiburg im Breisgau) 시로 이동했다.
목표는 A급 엘리트 레드몬 북살무사(common European viper)로 서유럽과 동아시아에 걸쳐 매우 널리 서식하는 살무삿과의 독사였다.
A급 엘리트 레드몬 북살무사
전투력 : 8224
지 능 : 83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42,888
스 킬 : 알 수 없음
길이 14.15m, 무게 653kg의 북살무사는 출혈성 독을 품은 독사로 무색무취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을 내뿜어 사람과 동물, 레드몬까지 가리지 않고 죽였다.
다행히 프라이부르크에서 30km 떨어진 숲에서 활동하며 도시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북살무사가 언제 쳐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수백만 명이 매일 불안에 떨었다.
이것이 레드몬과 인간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 예로, 레드몬이 인간을 공격할 생각이 없어도 사람들은 주변에 레드몬이 있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타인 또는 제어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누구나 가진 특성으로 상대의 공격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갖게 되는 방어적인 본능이었다.
이런 심리로 인해 나와 다른 상대, 내 편이 아닌 상대를 인간은 수없이 죽였다. 그 안에는 동물도 있었지만, 인간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탐욕으로 인한 살인과 동물 학살이 더욱 많았다. 그런 면에서 인간이 레드몬보다 더 위험한 존재였다.
동물과 레드몬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지만, 인간은 물질과 재미를 위해 상대를 죽였다.
“앗싸~”
“에이~”
“이 반응은 뭐야? 비사가 먹으면 안 되는 거였어?”
“안된다고 말한 적 없다.”
“에이라고 했잖아.”
“감탄사도 내 마음대로 못해?”
“지난번에도 비사가 인랜드 타이판의 레드주얼을 먹었다고 뭐라고 했잖아.”
“나는 소환수가 레드주얼 먹는 걸 가장~ 원하고 바라는 사람이야. 지난번에도 잘됐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지, 절대 잘 못됐다는 의미에서 말한 거 아니다.”
“오빠! 거짓말 많이 늘었네?”
“가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선 뭔들 못 하겠어.”
“크크크크~”
아까운(?) 북살무사의 레드주얼을 홀딱 삼켜버린 비사는 구미호와 마찬가지로 1분간 빛에 휩싸였다가 모습을 드러내자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있었다.
길이가 50cm에서 70cm로 커졌고, 날개도 두 배로 커져 아스텍(Aztec)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뱀 케찰코아틀(Quetzalcoatl)를 연상케 했다.
아스텍 사람들은 케찰코아틀을 풍요와 평화의 신으로 생각해 인간에게 옥수수 키우는 법, 베를 짜는 법, 시간을 알아내는 법 등을 가르쳐줬다고 믿었다.
케찰코아틀의 재래를 믿은 아스텍 사람들은 스페인의 정복자 페르난도 코르테스(Fernando Cort?s)의 목에 걸린 십자가(케찰코아틀의 상징)를 보고 케찰코아틀의 재림으로 믿고 환영하다가 멸망하는 비운을 맞았다.
블랙맘바의 신경독과 북살무사의 출혈독이 합쳐진 비사의 맹독은 두 가지 작용을 동시에 일으켜 신경을 마비시키고, 세포조직을 파괴해 순식간에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발사 형태는 레이저의 주사식에서 원형의 독탄 형태로 바뀌었다. 독탄은 반투명한 색상으로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은밀하게 상대를 독살할 수 있었다.
발사속도와 위력이 2배로 향상하고, 사거리도 1.5km로 늘어난 비사는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로 강력한 큰 위력을 발휘했지만, 구미호보단 한 단계 아래로 상급 레드몬을 상대론 한참 부족했다.
또한, 여전히 은비 곁을 떠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아 소환수 중 가장 쓸모가 없었다.
“목도리로 사용하면 딱 알맞겠다.”
“아으~ 징그러워.”
“머리에 앉는 건 괜찮고?”
“당연하지.”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네.”
“오빠! 뱀 잡으러 가자.”
“왜?”
“비사도 종속 스킬 생겼잖아. 그러니 세 마리 부하로 삼아야지.”
“뱀 데리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참 좋아하겠다.”
“사람들이 기겁하는 모습 보면 재미겠다. 흐흐흐흐~”
“에휴~”
비사 역시 구미호처럼 종속 스킬이 생겨 뱀아목에 속하는 중급 레드바이퍼와 레드스네이크 세 마리를 부하로 거느릴 수 있었다.
종속된 뱀은 비사와 달리 비사의 통제가 가능한 반경 20km 내에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은비는 녀석들의 눈을 통해 주변을 정찰할 능력이 없어 눈먼 뱀 세 마리를 얻은 것에 불과했다.
영국 노리치 시로 넘어가 도시 아래에 미로 같은 땅굴을 뚫어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 B급 엘리트 레드몬 두더지를 가볍게 처리했다.
전 같으면 땅굴에 숨은 두더지를 잡는 일이 쉽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구미호의 능력이 크게 향상해 굴에 들어간 지 30분 만에 죽은 두더지를 끌어냈다.
두더지 사냥이 끝나자 목 빠지게 나를 기다리는 로라를 만나기 위해 런던으로 이동했다.
“오빠! 저도 데려가 주세요.”
“그렇게 힘들어?”
“미칠 것 같아요. 1분 1초도 그냥 내버려두질 않아요.”
“알았어.”
6월 30일 집을 떠나 런던으로 온 로라는 3개월 동안 많이 힘들고 괴로웠는지 초췌한 모습이었다.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고, 전화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버킹엄 궁전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여왕이 정한 시간표대로 움직였다.
24시간 감시 속에 영국과 여왕에 충성해야 한다는 내용만 강요당하며, 인질처럼 살았다.
여왕의 만류를 뿌리치고 비행기에 태우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그제야 활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빠! 저도 나진시에서 살면 안 돼요? 제니퍼 언니와 절대 싸우지 않을게요. 시키는 건 뭐든 할게요. 오빠 옆에 있게만 해주세요. 제발요.”
“조금만 더 참아. 몇 년 안에 그렇게 해줄게.”
“아까 보셨죠. 빨리 아기 낳으라고 하는 거. 아기 가지면 런던에 인질로 묶어두려는 속셈이에요.”
“그런 일 절대 없어.”
“정말이죠? 약속할 수 있죠.”
“응.”
불안에 떠는 로라를 상아에게 맡겨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게 하고 어찌할지 소연과 의견을 나눴다.
“사람 꼴이 말이 아니네.”
“2~3년만 더 고생시키자. 그럼 영국에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져 여왕에게 붙는 일도 없을 거고, 제니퍼와 싸워 시끄럽게 하는 일도 다시는 없을 거야.”
“이 기회에 정신 차리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가 여왕에게 넘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희망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어. 희망이 사라지면 바로 넘어가겠지만.”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