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0 범종설(Panspermia) =========================================================================
340. 범종설(Panspermia)
“이번에 미국 가면 저희 집에 잠시 다녀갈 수 있어요?”
“왜?”
“아빠가 할 말이 있대요.”
“중요한 얘기야?”
“당연히 중요하죠. 하나밖에 없는 딸 혼사 얘기인데.”
“알았어.”
제니퍼가 존 록펠러 회장을 만나는 사이 상급 레드몬 매머드를 사냥하며, 내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한 것과 상급 레드몬을 사냥한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굳이 수준을 따지면 지역구 깡패를 때려잡는 현상금 사냥꾼에서, 전국구 깡패를 때려잡는 사냥꾼으로 올라선 것과 같았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이 한 지역을 망가뜨릴 수준이라면, 상급 레드몬은 국가를 무너뜨릴 존재로 비교 대상이 안 됐다.
존 록펠러 회장은 내가 매머드를 잡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더 빨리 전화를 걸어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제니퍼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열 번도 넘게 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잘 되면 다행, 안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무조건 잡아야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자 동맹을 제안하면 받아들일까?”
“그럼요. 딸까지 넘기는 마당에 지홍씨가 동맹을 제안하면 얼씨구 하고 받죠.”
“존 록펠러 회장과 여왕은 친한 사이라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옐친 대통령과는 내외하는 사이라 껄끄러워할 텐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사상적 대립 때문에 긴밀하게 협조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그렇죠, 서로 이익만 되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미국에서 가만있겠어?”
“록펠러 가문은 미국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그런 가문이 아니에요. 반대로 대통령이 눈치를 보면 봤지, 존 록펠러 회장이 클린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진 않죠.”
“그럼 다행이고. 근데 제니퍼를 데리고 오는데, 너무 사업적으로 결합하는 게 아닌지 그게 좀 마음에 걸리네.”
“그건 존 록펠러 회장 하기 나름이죠. 우리를 사업파트너로 생각하면 우리도 그 선에 맞추면 되고, 진심으로 대하면 우리도 진심으로 대하면 되죠.”
은하의 말이 정답이었다. 상대방이 우리를 이용할 계획이면 우리도 상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상대가 우리를 진심으로 대하면 우리도 마음을 열고 동맹이 아닌 가족으로 대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꼭 알아야할 것이 있었다. 상대방이 마음을 열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상대가 다가오지 않는다고 욕하는 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고 남 탓만 하는 못난 놈이 하는 짓이었다.
자기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상대를 이용하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다가서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까지 공개하는 게 좋겠어?”
“신기전만 공개하면 돼요. 그리고 선물로 레드독을 10여 마리 길들여주고, 집에 올 때마다 정화수와 은행 열매를 제공하면 아주 좋아할 거예요.”
정화수와 은행 열매, 레드독은 우리에게 아주 흔하디흔한 물건이지만, 사람들에겐 꼭 받고 싶은 선물이자 인생의 동반자로 삼고 싶은 수호신이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레드독의 인기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풍산개를 직접 타본 아이들은 풍산개를 사달라고 엄마와 아빠에게 매달려 졸라댔고, 심한 아이는 바닥에 엎드려 울며불며 악다구니를 놓았다.
이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은 한숙이 백호와 풍산개, 솔피, 해달을 형상화한 인형과 각종 기념품을 출시해 관광객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성공에 캐릭터를 등록하고 국내 판매와 함께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도 수출 중이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서두르며 일자리 창출, 나진시 홍보, 대한민국의 이미지 개선 등 판매 이익 외에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인기는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서 돈 많은 부호, 권력자, 레드몬 사냥팀도 레드독을 갖고 싶어 했다.
“길들여준다고 말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잖아.”
“조건에 맞는 레드독 새끼를 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4마리를 구해오면 1마리는 가져온 사람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우리가 갖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새끼를 더욱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걸 길들여 선물로 나눠주자?”
“그렇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풍산개와 진돗개를 분양해 최고의 명견으로 키우고 싶어. 다른 개를 길들여 분양하면 그게 안 되잖아.”
“그건 아이들 수가 늘어난 다음에 해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그리고 어떤 일이든 독점은 좋은 게 아니에요. 세상에 개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달랑 진돗개와 풍산개만 남기려고 하세요? 그건 다양성을 파괴하는 일이에요.”
은하 말이 맞았다. 내 것만 좋다고 우기는 건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한 아집이었다. 내 것이 좋으면 남의 것도 좋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또한, 각국을 대표하는 개가 있는데, 풍산개와 진돗개만 들이미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했다.
진짜 중요한 건 개가 아니라 개를 이용해 지배력을 높이고, 놈들의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단국 방송과 대한 일보, 단군 일보를 통해 누구든 레드독을 가져오면 길들여준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뉴스가 나간 지 일주일 만에 16마리가 나진시에 도착했다.
보스턴 테리어 8마리와 세인트버나드 8마리로 둘 다 태어난 지 한 달 미만으로 길들이기에 아주 적당한 상태였다.
보스턴 테리어(Boston Terrier)는 미국의 소형 애완견으로 1870년 미국 보스턴에서 불도그와 불테리어를 교배해 투견으로 만들었다.
이후 선택적 근친 교배와 프렌치 불도그와의 교배를 통해 전시용, 애완용으로 개량됐다.
성격이 얌전하고 다정하며, 영리하고 잘 짖는 개로 초기 품종은 매우 공격적이었지만, 개량을 통해 아주 온순한 개로 거듭나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애완견 중 하나였다.
스위스가 원산인 대형견 세인트버나드(Saint Bernard)는 목에 걸린 작은 포도주 통과 등산객 구조견으로 이름을 떨친 명견으로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해 가정견이나 구조견으로 많이 길렀다.
특히 아이들이 유독 좋아하는 개로 레드몬으로 진화하기 전부터 올라타고 놀 수 있어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랑받는 개였다.
“둘 중에 어떤 놈으로 할래?”
“제가 타고 다닐 레드독인가요?”
“아니. 너희 집에 보낼 거야.”
“그럼 저는 뭘 타고요?”
“더 좋은 놈으로 구해줄게.”
“정말이죠?”
“응!”
“그럼 얘들은 제 결혼지참금이네요?”
“하하하하~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으음... 제가 몸값이 꽤 비싸거든요. 12마리 다 주세요.”
“몽땅?”
“왜요? 제가 그 정도 값어치도 없어요? 개만도 못해요?”
“아니. 그 이상이야. 백 마리를 줘도 모자랄 만큼 멋진 여자야.”
“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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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정리(?)가 끝나자 인도네시아 뉴기니 섬, 리비아 주프라 주 사막, 사우디아라비아 알-아흐사 사막을 돌며 미스트 존을 조사했다.
두 곳은 사막 한가운데, 한 곳은 정글 깊숙한 곳에 있어 경호팀을 데리고 가기엔 위험부담이 커 아내들만 풍산개에 태워 독충과 레드몬이 우글거리는 정글과 태양이 내리쬐는 열사의 사막지대를 건넜다.
그래도 정글은 숲이라 오두막집을 짓고, 물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사막은 물도, 나무도 구할 수 없어, 씻지도 못한 채 텐트에서 지내야 해 아내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세 곳 모두 미스트 존 내부 환경과 주변 환경이 일치했고, 등급과 전투력에 +가 붙은 것도 같았다.
엘리트 레드몬의 숫자도 미스트 존 외부보다 몇 배나 많아 시베리아를 포함해 네 곳 모두 상황이 동일했다.
네 곳 모두 안쪽 깊은 곳을 볼 수 없어 가장 중요한 보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한 달 넘게 미스트 존을 관찰하며 단 한 번도 보스를 보지 못하며, 움직일 수 없는 레드몬일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갔다.
호랑이의 경우 먹이가 풍부한 지방에선 약 50㎢, 먹이가 부족한 지방에선 최대 3,000㎢의 세력 범위를 가졌다.
미스트 존은 사방 100km지만, 둥근 원형으로 100㎢에 못 미치는 넓이로 포식자가 아니어도 움직이는 동물이 보스라면, 100㎢는 결코 넓은 지역이 아니었다.
먹이가 풍부해 그럴 수도 있지만, 먹이를 잡으러 돌아다녀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한두 번은 구미호 눈에 띄었어야 정상이었다.
“식물형 레드몬 아니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겠는데.”
“외계인, 신, 악마 빼고 뭐가 더 있어?”
“상상력이 풍부한 네가 생각해봐.”
“얘기하면 지난번처럼 비웃으려고 그러지?”
“아니야.”
“시켜놓고 웃으면 죽어.”
“알았어.”
“으음.. 결계 자체가 레드몬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면 파멸의 창과 기감으로 구멍을 뚫고, 구미호를 들여보냈을 때 우리를 공격했어야지.”
“공격력이 없을 수도 있잖아. 아니면 문스톤처럼 일정 지역을 보호하는 돌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문스톤은 특이한 전파를 발사해 레드몬을 쫓아내는 것이지, 레드몬을 보호하는 기능은 없어.”
“내가 문스톤처럼이라고 했지, 문스톤과 같다고 했어? 아니잖아. 그리고 레드몬을 쫓아내는 몬스톤이 있으면, 반대로 레드몬을 보호하는 문스톤이 있을 수도 있잖아? 왜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숫자가 너무 적어. 지금까지 문스톤이 출토된 수와 비교하면 결계 13개는 말이 안 돼. 그리고 문스톤은 크기가 제각각인데, 왜 결계는 모두 똑같이 반경 100km야? 설명할 수 있어?”
“오빠가 상상력을 동원하라고 해서 말한 거야. 생각나는 대로 말한 건데, 그걸 설명하라고 하면 어쩌라는 거야?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미안!”
은비의 말은 허점투성이였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문스톤의 반대되는 돌이 있을 수도 있고, 문스톤이 레드몬을 만나 성질이 변할 수도 있었다.
그도 아니라면 거대 운석 고스트에서 떨어진 파편 중 결계를 만들 수 있는 돌이 있을 수도 있었다.
또한, 범종설에 따라 운석과 함께 날아온 미생물이 우리가 알 수 없는 작용으로 급격히 진화해 이와 같은 일을 벌일 수도 있었다.
외계 생명체 유입설인 범종설(Panspermia, 포자 가설)은 외계 생명체가 운석을 타고 지구로 들어와 지구 생명체의 근원이 됐다는 주장으로, 가능성이 아주 희박했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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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