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9 호사다마(好事多魔) =========================================================================
339.
“지홍씨!”
“왜?”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니 손에 피 묻히지 마세요.”
“너는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안 그래.”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요.”
“진실만 말했다면 나도 깔끔하게 인정했어. 가슴 아프지만 과거니까 가슴에 묻고, 더 많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니까.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잖아. 그리고 너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고.”
“제 얘기 빼고는 다 가짜니까 모른 척 넘어가도 되잖아요. 우리를 비방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요.”
“서인아!”
“네!”
“네 얘기도 99%는 가짜야. 그리고 1%도 네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잖아. 그리고 우리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놈들을 내버려 두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나게 돼. 악의 고리는 최대한 빨리 끊는 게 피해를 줄이는 거야.”
자기 때문에 손에 피를 묻힌다고 생각한 서인이 품에 매달려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놈들은 잡지와 인터넷, 쪽지 신문까지 만들어 길거리에 뿌리며 아내들을 망신주려 악착같이 노력했다.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만큼 수십만 장을 길거리에 뿌려 아내들을 창녀로 몰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한 번 읽고 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에는 믿는 사람도, 의심의 눈으로 아내들을 바라보는 사람도 생겼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언론들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건 날조된 사실이란 것을 알고 있고, 우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모두 입을 굳게 다문 것에 불과했다.
사태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놈들을 그냥 두면 2탄, 3탄 시리즈로 아내들을 욕보이고,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으면 만화와 동영상까지 만들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거슬리던 놈들이었어. 손보려고 생각하던 차에 아주 잘 됐어.”
“말린다고 듣지도 않을 테니 조심해서 다녀오란 말밖에 못 하겠다.”
“미안해.”
“아니야. 우리 때문에 네가 고생이지.”
“이런 고생은 백 번, 천 번도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고마워!”
소연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내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다음 마샤에게 빌린 변신주얼로 모습을 바꿨다.
본 모습보다 더욱 평범하고, 살짝 살찐 체형으로 바꾼 후 밤 배를 타고 속초항으로 들어갔다.
속초에서 서울까지 350km를 1시간 만에 주파해 북한산으로 들어가 하급 레드몬 고라니 한 마리 잡아 허기진 배를 채우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목표물이 어디에 사는지 이미 숙지한 상태로 작전의 성패는 놈들이 얌전히 집에 있어 주는 것이었다.
목표물이 갑자기 지방이나 해외로 달아나면 처단할 방법이 없었다. 요원들을 보내 죽여도 되지만, 그럼 흔적이 남을 확률이 높았고, 나의 사사로운 복수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건 옳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한 번에 모두 처리하지 못하면 목표물이 숨거나, 수시로 위치를 바꿀 수 있었다.
또한, 경찰과 언론이 주목해 한동안은 손을 쓸 수 없었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같은 날 심장마비로 죽으면 자연사가 확실해도 의심의 눈을 거둘 순 없었다.
자정이 되자 한남동 이지웅의 집으로 들어갔다. 1926년생으로 올해 70살인 이지웅 조선애국회 회장은 겉모습은 잘해야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몸에 좋은 걸 많이도 처먹었는지 피부까지 반들반들하고, 윤기가 잘잘 흐르는 게 죄짓고 못산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뼈저리게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이지웅은 나이 70에도 고추가 잘 서는지 23~24살로 보이는 제법 반반한 여성을 품에 안고 흐뭇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홀딱 벗은 여성의 가슴을 꽉 움켜쥐고 자는 모습을 보자 산 채로 포를 떠 죽이고 싶었다.
아내들은 화병에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사건의 배후자인 이지웅은 태평하게 계집을 끼고 편하게 자빠져 자고 있었다.
흔적을 남기면 안 돼 끓어오르는 살기를 간신히 억누르고 심장을 살기로 살살 어루만졌다.
살기에 침습 당한 심장이 놀라 빠르게 뛰자 충격에 이지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공중에 손을 뻗으며 입을 뻐끔댔지만, 강한 살기에 심장이 멈추며 눈을 부릅뜬 채 숨을 거뒀다.
애첩은 늙은 서방이 죽은 지도 모른 채 젊은 놈과 뜨겁게 육체를 불사르는 꿈이라도 꾸는지 몸을 비꼬고, 침까지 질질 흘리며 깊은 잠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지웅을 처리하고 지하실로 내려가 바닥을 뜯어내고 숨겨진 비밀 금고를 열었다.
기감으로 찾아낸 비밀 금고엔 재계 8위, 9위, 10위였다가 이지웅에게 잡아먹힌 한해 그룹, 조한 그룹, 아삼 그룹의 채권과 무기명 통장 30개, 다이아몬드 100여 개, 미화와 엔화, 현금 등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딱 봐도 정치인과 검찰에 살포한 것으로 보이는 상납장부도 함께 모셔져 있었다.
모두 자루에 쓸어 담아 가볍게 등에 울러 메고 집을 빠져나와 남산을 넘어 장충동으로 이동했다.
기다리고 있던 미래 안전보장국 직원에게 자루를 넘기고 다음 표적인 김두역 미래 레드몬 추방 본부장을 찾아갔다.
대치동 개나리 아파트에 사는 김두역은 재작년 마누라가 죽고 혼자 산다고 알려졌는데, 집에 가보니 옆에 젊은 계집을 끼고 잠들어 있었다.
술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도 모를 만큼 둘 다 만취해 인사불성이었다.
김두역은 술 덕분에 죽는 고통도 모른 채 이지웅의 곁으로 갔다. 상대적으로 너무 편안한 죽음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짜증이 났지만, 한 번 죽인 놈을 두 번 죽일 수 없어 밀려드는 짜증을 참아내야 했다.
세 번째 목표인 최문석 한국포스협회 협회장은 룸살롱에서 미성년자를 끌어안고 흥청망청 놀고 있었다.
누가 봐도 미성년자로 보이는 어린 소녀의 작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젖꼭지를 빨며 손으로 음부를 더듬으며 쾌락을 마음껏 느끼고 있었다.
최문석과 함께 있는 놈들은 서울 포스 전문학교 교직원들과 포스협회 직원들로 한두 번 같이 놀아본 게 아닌지 거리낌 없이 신나게 떡을 치며 놀았다.
나이 어린 파트너를 자빠뜨리고 올라탄 놈부터 무릎 위에 앉히고 엉덩이를 붙자고 오입질을 하는 놈까지 제대로 노는(?) 놈들이었다.
어린 소녀를 떡 주무르듯 주물러 대던 최문석이 바지를 내려 조그마한 고추를 꺼내 젖은 소녀의 음부에 밀어 넣었다.
“아흑~”
얼굴은 분명 10대인데, 밑은 경험이 어찌나 많은지 꽃잎이 연분홍과는 거리가 먼 까만색이었다.
닳고 닳은 노류장화보다 더한 소녀가 거짓 비음으로 기분을 맞추자 신이 난 최문석이 사정이 허리를 흔들었다.
사정이 순간이 왔는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마지막 발악을 하는 순간 살기가 심장을 터뜨리듯 움켜쥐었다.
“컥!”
입과 눈이 크게 벌어진 최문석이 어린 창녀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자 서비스로 최문석을 바로 앉히고 입으로 쪼그라든 고추를 빨았다.
정액이 묻어있지 않아 조금 이상했지만, 나이가 있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어린 창녀가 고추를 입에 물고 ‘나 잘하죠!’ 라는 눈으로 최문석을 바라봤다.
“아아악~~~”
순간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죽은 채문석을 발견하고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러댔다.
‘한번 한 다음 죽일 걸 그랬나? 야박하다고 원귀 돼서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연속 세 놈을 가볍게 처리하며 나머지 놈들도 쉽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었는지, 다섯 명 모두 놓치고 말았다.
조일 일보 변호재는 젊은 여자를 끼고 부산으로 줄행랑을 쳐 질긴 목숨을 연명했고, 대동 일보 고용호는 사전 약속도 없이 밤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떠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됐다.
합동 일보 민병섬은 도박을 즐기러 갑자기 강원도로 빠지며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자유당 총재 김정무는 국회의사당을 빠져나온 후 모습을 감춰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고, 라운경은 일왕의 부름이라도 받았는지 황급히 일본 도쿄로 달려가며 질긴 목숨을 이어갔다.
8명 중 달랑 3명만 죽이고 돌아가기는 너무 억울해 서울역에 있는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로 잠입해 금고를 몽땅 털었다.
불을 질러 깡그리 태우고 싶었지만, 빌딩에 놈들 사무실만 있는 게 아니라서 비밀 장부와 자금만 모두 훔쳐 안전보장국 직원에게 넘긴 후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핵심인 이지웅과 김두역이 죽고, 상납장부와 비리장부가 언론과 검찰에 들어가며,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는 이름만 남긴 채 사실상 조직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입니다.”
“글을 써준 변호재와 고용호, 민병섬이 살아 있는데, 이대로 끝나겠습니까?”
“그들이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놈들도 추측하고 있어 더는 나서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돼도 다행인데...”
“약삭빠른 놈들이라 당분간 죽어지낼 겁니다.”
강승원 국장의 말처럼 이지웅과 김두역, 최문석이 같은 날 심장마비로 죽자,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의 업무가 올 스톱됐다.
명령권자가 모두 죽고, 자금마저 끊기자 500명이 넘던 직원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며 간판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변호재와 고용호, 민병섬, 김정무, 라운경이 나섰다면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를 재건하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이들도 머리가 비상해 다시 나서는 순간 죽는다는 걸 알고 있어 다섯 명 모두 해외로 줄행랑을 쳐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측근 한두 명에게만 위치를 알려줄 뿐 가족에게도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꼭꼭 숨었다.
하는 짓으로 봐선 내가 나진시를 떠나는 하반기 원정까진 돌아오지 않을 게 확실했다.
언론도 이들의 죽음을 짧게 기사화했지, 누가 죽였는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사인이 심장마비로 밝혀진 마당에 나를 의심하는 추측성 기사를 내는 건 우리와 영원히 결별하겠다는 뜻으로 기삿거리에 목말라 있는 기자들이 특종을 수시로 제공하는 우리와 결별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론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추측은 모두 나를 향했다. 하지만 확실한 알리바이와 사망원인 등 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워낙 많아 소주를 기울이며 의심하는 정도였지, 나를 범인이라고 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 때문에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이미지 그런 거 관심도 없고, 좋아지는 것도 싫어. 그냥 지금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껄끄러워하면 좋겠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싫어요?”
“싫어.”
“왜요?”
“진심이 아니니까.”
“정말 지홍씨 좋아하는 사람 많아요. 미래사랑 팬클럽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살면서 친구 세 명만 얻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했어. 왜 그럴 것 같아?”
“끝까지 믿고 어려움을 같이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그렇겠죠.”
“바로 그거야. 인기는 물거품과 같아. 인기가 사라지는 순간 팬클럽도, 우리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떠들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져.”
“지홍씨는 우리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응! 나는 그거면 족해.”
“하아~ 지홍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성격이 많이 삐뚤어지긴 했지만요.”
“뭐가 삐뚤어져?”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나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야. 레드몬이 나진시에 쳐들어오지 않을까 하루에 열 번밖에 걱정하지 않고, 사냥 중에 뒤치기를 당하지 않을까 하루 스무 번밖에 고민하지 않아.”
“정말 긍정적이네요. 전 하루에 백번은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겨우 열 번 스무 번이라니. 호호호호~”
“컥!”
서인이 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넘기며 환하게 웃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온종일 품에 안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왜 그토록 아프게 한단 말인가?
이토록 아름답게 웃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뜨거운 사랑까지 아낌없이 베푸는 여자를 왜 괴롭힌단 말인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사랑을 듬뿍 받은 생명은 밝은 빛을 내뿜으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천하에 알리지만, 사랑을 받지 못한 생명은 빛을 잃고 시들어 결국 죽게 된다.
예쁘다고 느낀다면 그건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랑받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태양만큼 밝게 빛나는 서인의 모습에서 지난날의 아픔을 이겨낸 것 같아 마음이 흡족했다.
‘그래! 이게 내가 원하는 모습이야. 아내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는 거. 그것만 있으면 돼.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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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