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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38화 (33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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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호사다마(好事多魔)

“기부도 많이 하고, 집 없는 아이들도 만 명 넘게 돌보는데 욕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죠?”

“상대적 빈곤과 부의 편중이 심해서 그래.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시기심도 있고.”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벌었잖아요. 그리고 국내엔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불우이웃과 일자리 창출에 쓰고 있어요.”

“우리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야.”

“시스템이요?”

“응. 국가가 평등사회를 지향하고 부를 골고루 국민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쓰면 상대적 빈곤과 소외계층이 줄어들어 사회적 불만도 낮아지지만, 우리나라처럼 재벌과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펴면 부의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사람들이 갖게 되는 박탈감도 더욱 커지지.”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요.”

“잘못은 아니지. 그러나 욕도 먹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야. 말했잖아. 시기심도 한몫한다고. 그러니 너무 기분 나빠 할 거 없어.”

매머드 사냥 후 더욱 많은 사람이 우리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우러러봤다. 그와는 반대로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를 싫어하고, 욕하고, 비난했다.

해외에서 우리를 욕하는 건 나라마다 사정이 있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대한민국 사람이 우리를 가장 심하게 욕하자 아영이 참았던 화가 폭발해 소연에게 하소연했다.

그런 아영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소연이 친동생보다 더 따뜻하게 아영을 보듬어 안고 달래줬다.

사실 이런 마음은 아영만 갖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내들 모두 섭섭했고,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는 소연도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미래 아이 사랑재단을 맡아 아내들 중 가장 많은 봉사활동을 하는 아영은 내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좋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베풀고 관심을 기울여도 상대가 좋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력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아영이 맡은 미래 아이 사랑 재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보육원으로, 소규모 보육원을 지원하고, 장학회까지 운영했다.

이외에도 상아는 문화체육진흥원 이사장으로 비인기 아마추어 스포츠 육성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고, 서인은 미래 재단 이사장으로 국내에 도서관과 대학을 설립해,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기회를 제공했다.

아리는 미래사랑 팬클럽 지원 단장으로 농·어촌봉사, 불우이웃 돕기, 의료 활동 지원 등 팬클럽 회원들을 활용해 소외되고, 낙후된 계층을 돕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었고, 소연은 미래 레드몬 이름으로 국제구호단체와 난민단체에 주기적으로 많은 성금을 기탁했다.

또한, 미래 정화수 병원과 미래 종합병원에선 전체 환자의 30%가 무료 환자로, 모두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한 영세민들이었다.

이외에도 엘리트 레드몬 무료 사냥과 해외에서 사냥한 레드몬을 불우한 현지 주민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등 나름 양심적으로 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돌려놓을 순 없었다. 이 때문에 섭섭하게 생각하는 아내들도 있었지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우리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로 우리와는 걷는 길, 생각, 사상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해 마을의 큰 우환을 제거해줘도 소란을 피운다고 욕했고, 대도시에 대학과 도서관을 짓고, 무료로 운용해도 특정인에게만 기회를 준다고 욕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무조건 욕하는 사람들로 대부분 나와 아내들의 출신을 문제 삼았다.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놈이 자수성가했다, 조부모가 독립운동을 했다, 잘난 척한다, 돈 많다고 지랄한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로 우리를 죽도록 미웠다.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0~15%로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보다 많은 수였다.

1995년 1월 미래사랑 팬클럽 정식회원은 300만 명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우리를 좋아하는 국민이 정말 많았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로 조용히 우리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국민을 생각하면 현저하게 낮은 숫자지만, 이들은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들처럼 적극적으로 우리를 비방하는 세력으로 여론을 악화하고, 흠집 내는 일에 앞장섰다.

그래서 생겨난 단체가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로 조선애국회 이지웅 회장의 측근 김두역이 회장을 맡아 우리를 비방하는 일로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았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렇습니다.”

“배후에 이지웅 회장 말고 또 누가 있습니까?”

“자유당 총재 김정무과 라운경 황국신민회 회장, 최문석 한국 포스협회 협회장, 조일 일보 변호재 사장, 대동 일보 고용호 사장, 합동 일보 민병섬 사장 등입니다.”

“광명 그룹 이완영 회장과 대유 그룹 문일권 회장, 현주 그룹 정성수 회장 이름이 빠졌군요.”

“셋 다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로 회장님과 심하게 척을 지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몰래 후원할 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습니다.”

“자기들 딴엔 그게 신경 쓴다고 쓴 거군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아~”

“현재 회원은 300만 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인원은 10만 명 내외입니다.”

“10만 명이라... 적은 수는 아니군요.”

“대부분 핵심세력의 측근과 직원들로 조직적으로 회장님과 사모님들을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주로 떠드는 내용이 뭡니까?”

“지난번 일본에서 유포한 회장님의 조부모님 얘기와 회장님이 해외에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강간한다고 소문내고 있습니다.”

“참 할 일 없는 놈들이군요. 그거야 어제오늘도 아니니 특별한 것도 없고, 다른 건 없습니까?”

“며칠 전부턴 사모님들의 과거와 현재를 날조해 헛소문을 내고 있습니다. 그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세요.”

아내들을 모함한다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자 강승원 국장이 말하기가 곤란한 내용인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서인 사모님과 아영 사모님, 아리 사모님은 과거 이력을 날조해 헛소문을 퍼트렸고, 소연 사모님과 은비 사모님은 최근 내연 남자가 있다고 소문을 내고 있습니다.”

“내연 남자? 허허허~”

“한숙 사모님과 은하 사모님은 미국 유학 중 미국 남성들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소문을 퍼뜨렸고, 다행히 상아 사모님과 마샤 사모님, 소희 사모님은 아직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하아~~~”

호사다마(好事多磨(魔)라고 상급 레드몬을 사냥하며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찰나에 옆구리에 섬뜩한 비수가 파고드는 것만큼 기분 더러운 일이 생겼다.

나와 부모, 조부모 욕으로도 부족했는지 놈들은 아내들까지 창녀로 몰았다. 내가 팔불출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아내들까지 욕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강승원 국장이 차마 입으로 할 수 없어 건네준 자료엔 시나리오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기승전결이 완벽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은하와 한숙은 하버드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시절 흑인과 백인을 가리지 않고 20명이 넘는 남자들과 사귀며 난교 파티를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열었다고 써놓았다.

구체적으로 사람 이름과 학교까지 거론해놓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홀딱 넘어갈 만큼 그럴싸했다.

하지만 모두 날조된 내용으로 강승원 국장이 하버드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 신원조회는 물론 미래 안전정보국 요원을 급파해 그런 남자들이 있는지 조사까지 했지만, 단 한 명도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소연은 미래 레드몬 남자 직원 다섯 명과 내연관계로 두 명은 간부, 두 명은 평사원, 한 명은 비서라고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은비는 매일 밤 술에 취해 시청 직원 중 혼자 사는 남자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같이 잔다고 소문냈다.

이 역시 이름과 나이, 사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해 진실인양 뜬소문을 냈지만, 그런 직원도 없었고, 그런 남자도 없었다.

아리는 오성 공대 김일권 공대장과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로 나 때문에 헤어졌고, 그전에도 만난 남자 3명과 동거하며 결혼까지 약속한 몰염치한 여자라고 적혀 있었다.

아리를 공대에 받아줄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리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어, 굳이 다시 알아보지 않아도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아영은 원산에 있을 때 술집에 나간 것과 동네에서 건든 사람이 수십 명이 넘는다고 떠들어댔다.

솔직히 말해 아영이 능력자가 되며 인물이 확 살아난 것이지, 처음 만났을 땐 키 작고, 못생긴 볼품없는 아이였다.

못 먹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성적 매력을 느낄 그럴만한 여자아이가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이도 한참 어렸고, 못 먹어 신체 나이는 더욱 어려 잘해야 국민학교 2~3학년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원산 빈민가가 성폭행이 만연한 곳으로 몹쓸 짓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그건 아영의 잘못이 아니었다.

성폭행을 당한 건 자기 뜻과 상관없는 것으로 상처받은 여성을 보듬어 안아주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하는 것이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놀리고 손가락질해선 절대 안 된다.

그건 상처받은 여성을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짓으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클지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그런 소리를 할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 서인은 문정수와의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보아 문정수의 측근 중에 입을 놀린 놈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살과 양념을 덕지덕지 발라 서인을 수백 명이 거쳐 간 창녀로 표현했다.

안 그래도 볼 때마다 살짝 주눅이 들어 있어 언제나 마음이 아팠는데, 이런 소문까지 들으면 크게 상심할 게 분명해 마음이 착착했다.

“이게 모두 미래 레드몬 추방본부에서 나온 겁니까?”

“열 중 여덟은 그곳에서 나왔고, 나머지는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놈들이 덩달아 지어낸 내용입니다.”

“증거는 있습니까?”

“입증할 증거는 모두 확보했지만, 법적으로 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사모님들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나도 법적으로 갈 생각 없습니다. 누가 조종했고, 누가 살포했는지 그것만 정확히 알아 오세요. 처리는 내가 알아서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런 문제를 법으로 처리한다는 건 당사자를 날카로운 칼로 수십 번 난도질하는 것과 같았다.

법원에 고소장이 들어가면 언론에서 냄새를 맡고 달려들 것이 뻔했고, 그렇게 되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을 거듭할 것이다.

특히 찌라시들은 월척을 낚은 기분으로 추측성 기사와 허위 사실을 마구 유포해 피해자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또한, 진실공방이라는 이름으로 놈들은 거짓 증언을 계속 쏟아낼 것이고, 법원과 정치 검찰은 아내들을 홀딱 벗기려 들 것이었다.

더구나 놈들과 한통속인 검찰이 사건을 질질 끌게 분명했고, 처벌 역시 솜방망이로 잘해야 1~2년 아니면 집행유예로 끝날 것이 확실했다.

내 문제는 욕을 하든 말든 대리인을 시켜 놈들이 죽을 때까지 계속 괴롭히면 그만이었지만, 아내들은 맞대응하면 대응할수록 상처만 커졌다.

헛소문은 없던 사실도 있는 사실로 바꿔놓는 잔인한 형벌로 소문의 중심에 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이런 일은 쥐도 새도 모르게 관련자 전원의 멱을 따야 차후 이와 같은 소문이 더는 생기지 않았다.

놈들이 죽으면 누가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한동안 말이 많겠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냄비 근성이 유독 강한 대한민국 국민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일제의 만행과 친일파의 악랄함조차 쉽게 잊을 만큼 과거를 빨리 잊는 민족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원칙에 따라 이번에도 아내들을 욕한 놈들을 내 손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나도 살인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놈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지장보살의 말씀처럼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가겠는가? 아내들을 위해서라면 지옥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곳도 갈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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