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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37화 (337/505)

00337  상급 레드몬 매머드(Mammoth)  =========================================================================

337.

“전투력과 에너지를 보면 상급 레드몬 중에서도 이놈이 가장 약체인 C급이잖아?”

“그렇죠.”

“가장 약체인 놈이 심장이 으스러졌는데, 죽지도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주요 장기가 모두 부서졌으면 죽는 게 당연한데, 죽지도 않고 다시 살아나려 힐링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어요.”

“호러 영화에 나오는 좀비 같지 않아?”

“뇌를 부서뜨리기 전엔 죽지 않는 괴물요?”

“응.”

“걔들은 이미 죽은 상태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다가 물어뜯는 게 고작이지만, 매머드는 힘, 속도, 스킬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지상 최강의 생물이잖아요.”

“그런가?”

“은비 언니!”

“응?”

“상황에 맞는 말을 하세요. 이러니 오빠가 언니와 저를 덤 앤 더머라고 놀리죠.”

“아영이 너까지...”

죽은 매머드의 주위를 돌며 은비와 아영이 놈의 끈질긴 생명력을 영화 속 좀비를 빗대어 말했다.

귀를 막고 싶을 만큼 한심한 소리로 수수깡보다 약한 좀비와 상급 레드몬을 비교하다니... 아영이가 아니었으면 달려가 엎어놓고 볼기짝을 때렸을 것이다.

‘은비야! 제발 공부 좀 해라. 나보다 더 무식한 거 너 밖에 없어.’

매머드는 파멸의 창을 두 방이나 맞고도, 30분 넘게 숨이 붙어있었다. 첫 번째는 허벅지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두 번째 파멸의 창은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 심장, 간, 허파, 콩밭 등 주요 장기를 모두 부서뜨렸다.

상급 레드몬도 토끼나 다람쥐처럼 숨을 쉬며 사는 동물로 심장이 파괴되면, 혈액과 산소 공급이 끊겨 죽는 게 당연했다.

심장을 다른 곳에 하나 더 숨겨놨다면 모를까 매머드는 나와 같이 심장이 딱 하나였다.

심장만 부서진 것도 아니고 주요 장기가 몰려 있는 몸통은 세포가 모두 파괴돼 살래야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매머드는 죽지 않고 힐링 스킬로 몸을 치료했다. 지렁이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매머드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비참하기보단 박수를 칠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그게 영화나 남의 이야기라면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겠지만, 내가 기필코 죽여야 하는 놈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눈살이 찌푸려지며 덜컥 겁이 난다.

놈의 살려는 강력한 의지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간신히 참고 급히 아리와 아영, 마샤를 불러 바닥난 포스를 채우며 뇌전탄을 20발이나 쏘아 힐링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방해했다.

쇠심줄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매머드도 스킬을 사용할 수 없자 결국 초점이 흐려지며 정신이 잃고 5분 후 숨이 멎었다.

상급 레드몬을 잡았다는 환희와 함께 어떤 레드주얼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머리뼈에 박혀있던 레드주얼을 뽑아냈다.

매머드의 레드주얼은 이제껏 본 것 중에 가장 큰 4cm로 검은 코끼리가 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그 중 유독 덩치가 큰 놈이 무리를 이탈해 사자무리를 향해 달려가 크게 울부짖자, 주위가 빨갛게 변하며 사자들의 몸이 급격히 쪼그라들어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오빠가 말한 철벽 방어와 피의 저주 같은데요.”

“그러길 바라자.”

“꼭 그럴 거예요.”

상아의 기원을 등에 업고 매머드주얼을 양손에 꼭 쥐고 포스를 주입했다. 크기가 큰 만큼 포스도 몇 배나 많이 먹은 매머드주얼은 내가 가진 멘탈포스의 3분의 1을 먹은 다음에야 밝게 빛났다.

빛과 함께 가슴으로 스며든 매머드주얼은 타오를 듯 강한 빛을 발하며 포스와 함께 피를 빨아들였다.

포스만 받아들이던 엘리트 레드주얼과 다르게 피까지 빨아들여 나를 주인으로 각인한 매머드 주얼이 사자주얼과 하마주얼을 흡수했다.

A급 엘리트 주얼 두 개를 흡수한 매머드주얼이 더욱 강한 빛을 내뿜자 나 역시 밝은 전구처럼 빛을 뿜어냈다.

“괜찮아?”

“응.”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매머드와 싸우느라 포스를 과도하게 사용해 힘들었는데, 피곤하지도 않고 몸에 활력이 넘쳐.”

“다행이다.”

소연을 필두로 아내들이 모두 다가와 입을 맞추어주며 무사함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몸에서 빛이 나고 바로 눈을 뜬 줄 알았는데, 무려 48시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급히 경호대를 불러 차에 싣고 집으로 옮긴 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매머드와 코끼리 사체를 모두 수거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침착할 수 있었고, 내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어떤 꼴을 당할지 잘 알고 있는 아내들은 걱정은 됐지만, 별 탈 없을 거라고 서로 위로하며 내가 깨어나기만 기다렸다.

“배고파.”

“하하하하~~~”

“호호호호~~~”

배고프다는 소리가 왜 웃긴지 알 수 없었지만, 아내들이 일제히 웃자 나도 따라 웃었다.

한 달은 굶은 것처럼 커다란 물소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은 다음에야 간신히 허기를 면했다.

“흡수된 거야?”

“응.”

“스킬이 바뀌었겠네?”

“조금 바뀌었어.”

“궁금해 빨리 말해줘.”

“알았어.”

팔에 달라붙어 채근하는 아리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어준 다음 새로 얻은 스킬과 변화된 스킬을 알려줬다.

매머드의 피의 저주는 흡기와 합쳐져 반경 100m 내에 있는 모든 생체에서 생명력을 갈취할 수 있었다.

생명체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떠도는 포스와 생명력도 함께 흡수할 수 있어 효율이 3배로 높아졌다.

또한, 피의 저주를 사용하며 다른 스킬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나무가 듬성듬성한 초원에서 사용해도 파멸의 창을 두 개까지 만들 수 있었다.

공격 스킬로 사용해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피의 저주는 선별적으로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어 아내들이 옆에 있어도 피해가 전혀 없었다.

유일한 단점은 피의 저주를 사용하고 나면 과도한 생명력 흡수로 참을 수 없는 욕화가 생겨 여자를 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별 이상한 스킬이 다 있네.”

“좀 이상하긴 하지?”

“좀 아니라 많이 이상하지. 변태 스킬이야.”

“걱정하지 마. 언제 어디서든 변태 스킬을 너에게 사용해줄 테니까.”

“우쒸~”

매머드가 두 번에 걸쳐 사용했던 방어력 향상 스킬은 사자주얼과 하마주얼을 흡수하며, 방어력 향상과 상태 이상 저항력 증가, 이동속도 증가 이렇게 세 가지를 한꺼번에 사용하게 됐다.

‘철갑’이라 이름 지은 광역 스킬은 공대원 전체 몸에 갑주 모양의 방어막을 씌워주는 형태로, 매머드가 마지막에 사용한 철벽 방어만큼 강력하진 못해도 B급 엘리트 레드몬의 공격을 최대 3번, A급은 1번 완벽히 방어했다.

상태 이상 저항력도 30%에서 40%로 향상했지만, 이동 속도는 매머드가 느려서 그런지 30%에서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광역 스킬과 달리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최대 15명까지 지정해 걸어주는 스킬로, 나와 멀리 떨어져도 30분간 효과가 지속됐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좀 아쉽네요.”

“뭐가 아쉬워?”

“상급 레드몬이라 한 방에 산 하나는 깔끔히 날려버릴 그런 스킬이 담긴 레드주얼을 줄지 알았거든요.”

“하하하하~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당장 그런 걸 얻고 싶은 마음은 없어.”

“왜요? 더 좋은 걸 얻으면 그만큼 강해지잖아요.”

“그야 그렇지. 그러나 이것부터 생각해야지. 그런 신적인 스킬을 가진 놈을 상대할 수 있는지.”

“아!”

“갖고는 싶지만, 그런 놈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왜냐고? 오래오래 마샤 괴롭히며 살고 싶으니까.”

“괴롭히는 거예요? 아니면 사랑하는 거예요?”

“알아서 생각해.”

“히잉~ 잘 나가다가 꼭 저런다니까.”

“히히히~”

내가 깨어난 다음날 한숙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좋은 뉴스거리란 말에 매머드를 떠올린 기자들이 벌떼같이 아프리카의 빈국 짐바브웨로 몰려들었다.

3,000명이 넘는 기자와 100대 넘는 ENG 카메라 앞에 선 한숙이 먼 곳까지 찾아와준 기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커다란 천막을 걷게 했다.

몸길이 35.55m,무게 36.9ton의 매머드가 공개되자 비명과 함께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레드스톤이 매머드를 잡고 나온 거예요. 크기는 12cm로 에너지양은 96,596몬이에요.”

“우와~”

“값을 따지면 1몬당 30만 원이니까... 2,608억 원이네요. 여기에 두 번째로 잡힌 상급 레드몬이란 프리미엄이 붙으면 최소 4,000억 원은 넘겠네요.”

“웅성웅성~~”

“하지만 진짜 값어치는 매머드의 사체죠. 가죽과 본스틸만 해도 1조 원은 가볍게 넘을 것이고, 연구 자료까지 감안하면 수 조원은 너끈히 나가겠죠. 그렇죠?”

“그럼요.”

“부르는 게 값입니다.”

한숙이 매머드의 가격을 기자들에게 말하며 능수능란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사람들은 레드몬이 크다, 세다, 위험하다는 말보단 얼마짜리인지 그걸 알고 싶어 했다.

어느 학교 다니세요? 집은 어디에요? 회사는 어디 다니세요? 이런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돈 많아? 이거였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상급 레드몬을 누가 잡았냐는 것이죠. 바로 박지홍 회장님과 미래 레드몬 사냥팀이 잡았습니다. 어떻게? 아무런 피해 없이 완벽하게.”

한숙의 원맨쇼로 진행된 특별 기자회견은 전 세계 45억 인구 중 무려 10억 명 이상이 생중계로 시청했다.

시청률로 따지면 역대 최대치로 TV를 가진 사람 절반 이상이 상급 레드몬 매머드의 사체를 TV를 통해 본 것이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매머드 사체가 공개되자 아내들의 위성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려 됐다.

가족을 시작으로 각국 수상과 고위급 관료들, 친분이 전혀 없는 대기업 사장들까지 일주일 동안 수만 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를 없애든지 해야지 시끄러워서 못살겠네.”

“무슨 전화인데 그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기부하라는 사람부터 돈 꿔달라는 사람까지 온종일 전화를 걸어와 아주 미치겠어.”

“통신사에 전화해봤어?”

“직원들이 전화했는데,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래.”

“네 전화번호 누구누구 아는데?”

“할아버지와 가족들, 시청 직원들 몇 명만 알지.”

“그 사람들이 알려준 거 아니야?”

“혹시나 해서 알아봤는데, 그건 아니야. 통신회사가 알려준 게 분명해. 한두 명도 아니고 하루에 500통도 넘게 걸어온단 말이야. 이건 개인이 전파해서 될 일이 아니야. 조직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돼.”

“그럼 전화기 바꿔.”

“바꾸면 뭐해? 또 알려줄 텐데.”

많은 사람이 알아본다는 건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피곤한 일일 수도 있었다.

전화 외에도 팬레터와 선물 등 다양한 소포가 집으로 배달됐다. 대다수는 미래사랑 팬클럽과 아내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보내준 선물이지만, 개중에는 죽은 쥐, 바퀴벌레, 오물, 정액 등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선물(?)과 폭발물까지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들이 보낸 소포까지 있었다.

처음에 모두 선물인줄 알고 열어보다가 이런 일이 반복되자 우리 앞으로 오는 모든 편지와 소포는 경호팀을 거쳐 안전하고 멀쩡한 것만 받았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열거할 수조차 없다. 상급 레드몬 매머드를 잡자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는지, 아내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욕을 하는 사람과 폭발물, 혐오성 소포 등이 세 배로 늘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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