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5 상급 레드몬 매머드(Mammoth) =========================================================================
335. 상급 레드몬 매머드(Mammoth)
1995년 7월 1일
로사가 떠난 다음 날 짐바브웨(Zimbabwe) 수도 하라레(Harare)로 날아갔다.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날아간 건 인얀가 국립공원에 있는 상급 레드몬 매머드를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대통령에게 중·하급 레드몬 1,000마리를 사냥해 절반은 무상으로 넘겨주고, 나머지 절반은 저렴한 가격에 파는 조건으로 우리가 입국한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했다.
그래봐야 일주일도 못 갈 얘기지만, 길어야 3~4일이면 끝날 일이었고, 사냥에 성공하면 한숙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 며칠만 입 다물고 있어 주면 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4월 짐바브웨가 건국되며 총리를 맡아 실권을 쥔 후, 1987년 총리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이 돼 현재까지 16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였다.
짐바브웨 공화국(Republic of Zimbabwe)은 1967년에 영국과 남아공으로부터 독립한 로디지아 공화국(The Republic of Rodhesia)이 1980년 이름을 바꾼 것으로, 해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경제사정이 아주 나빠 아프리카에서도 못 사는 국가 중 하나였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육상동물 중 가장 크고 무거운 동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 널리 분포했다.
몸길이 5.4~7.5m, 몸높이 3.2~4.0m, 몸무게 6.0~7.0ton으로 암수 모두 상아가 있었다.
레드문 이전까지 아프리카코끼리는 한해 수만 마리가 밀렵으로 희생됐다. 모두 상아를 얻기 위한 것으로 잔인한 밀렵꾼들은 새끼까지 모두 죽이고 달랑 상아만 뽑아갔다.
“야쿠마마와 비교하면 한참 작은데, 상급 레드몬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커 보이네.”
“김종서함을 보는 느낌이랄까? 실제 크기보다 더 커 보이네요.”
“상급 레드몬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나는 거대한 산을 보는 것 같아.”
“젠장! 소환수가 있어도 매머드를 볼 수가 없네.”
“예쁘다며?”
“예뻐! 무지무지 예뻐~ 하지만 지금은 짜증 나.”
“흐흐흐흐~”
“지금 웃음이 나와? 나는 열 받아 죽겠는데.”
“그럼 울어야 하는 거야?”
“아~ 울고 싶었어? 눈물 쏙 빼게 해줄까?”
“미안!”
구미호와 현무, 딩고가 매머드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동안 비사는 은비의 머리에 앉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방어용으론 나무랄 곳이 없는 녀석이지만,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아 정찰 능력은 전혀 없었다.
그 때문에 매머드를 직접 볼 수 없어 짜증이 왕창 난 은비가 죄 없는 나만 못살게 했다.
‘만만한 게 나야?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핑곗거리가 있어야 볼기를 때리지. 아오~ 찰싹 소리 나게 한 대 갈기고 싶네.’
몸길이 35.55m, 엄니 17.95m, 무게 36.9ton의 매머드는 옆에 선 B급 엘리트 레드몬 암컷과 덩치 차이가 두 배로 어른과 새끼처럼 보였다.
상급 레드몬 아프리카코끼리 수놈
전투력 : 12614
지 능 : 163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 : 96,596
스 킬 : 알 수 없음
어제 저녁 혼자 매머드에 접근해 살기를 투사해 정보를 알아냈다. 예상대로 확실한 상급 레드몬이었지만, 생각만큼 전투력이 높진 않았다.
녀석의 상태를 확인한 후 사냥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아내들과 약속해 직접적인 전투를 벌이는 대신 바람 스킬을 이용해 1시간쯤 끌고 다니며 스킬과 속도만 알아냈다.
그 결과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놈이 사용하는 스킬은 마샤와 같은 광역 힐링 스킬, 일정시간 자신의 방어력을 높이는 방어력 강화, 반경 500m에 체력을 급속도로 떨어뜨리는 피의 저주 이렇게 세 가지였다.
이외에도 다른 스킬이 있을 수 있지만, 어젯밤 놈이 사용한 스킬은 그것이 전부였고, 결정적으로 속도와 순발력이 낮아 사냥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순간 속도는 최대 300km까지 나왔지만, 그 속도론 바람을 따라올 수 없었고,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면 체중이 이기지 못해 멀찍이 원을 그리며 따라와 순발력·반응속도 둘 다 꽝이었다.
레드몬 사냥은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사냥은 결투가 아니다.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도망가는 게 현명한 행동이었다.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사냥꾼의 자질이 없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사냥감을 잘 잡으면 그만이었다. 멋있고, 우아하고, 세련되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일과는 거리가 먼 직업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다면, 프로 스포츠인 World knight Combat Games에서 활동해야 했다.
그곳은 쇼맨십이 판치는 곳으로 피와 살이 튈지 몰라도 스포츠에 지나지 않아 생명의 위협을 느끼진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걸고 싸우는데 비겁한 행동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얘기하듯 살아남은 자가 강자였지,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미스트 존을 상급 레드몬이 친 결계라고 하잖아요?”
“응.”
“매머드는 왜 결계가 없죠?”
“매머드가 상급치고 약한 존재라 그럴 수도 있고, 레드몬마다 스킬이 다르듯 결계를 칠 수 있는 놈도 있을 거고 없는 놈도 있겠지. 그리고 상급 레드몬이 아닌 다른 존재가 친 것일 수도 있고.”
“앞에 두 가지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존재라면 정말 골치 아프겠네요.”
“그렇지. 그러면 정말 머리 아프지.”
마샤의 질문에 그동안 생각했던 미스트 존의 주인에 대해 말해줬다. 하지만 마지막에 말한 다른 존재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레드몬이 아닌 다른 존재는 외계인, 신, 악마를 뜻하는 것으로, 외계인이라면 결계를 치고 있을 턱이 없었다.
지구 정복이 목적이라면 우주 전함을 앞세워 도시를 공격하고 지원을 약탈해야지, 여행 온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에 결계치고 레드몬과 놀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신과 악마 역시 외계인과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로 나올 생각이 있다면 예전에 나와 지구를 정복하고 인간을 노예로 삼든, 다 죽였어야 했다.
지금까지 무엇하고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단 말인가? 고스톱 치다가 광 팔고 시간이 남아 강림이라도 한 것인가?
결국, 남는 건 상급 레드몬으로 매머드보다 강한 놈이 결계를 쳤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결계가 왜 모두 반경 100km냐는 것과 그 안에 있는 레드몬은 왜 밖에 있는 레드몬보다 전투력이 뛰어나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매머드 사냥이 끝나면 미스트 존을 모두 돌아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바다 3곳과 중국, 일본은 제외했다. 바다는 북태평양·남태평양· 인도양 바다 한가운데로 해양 레드몬이 득실거려 갈 수 없었고, 중국과 일본은 나를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길가에 돌멩이처럼 많아 갈 수 없었다.
미스트 존 : 1995년 7월 7일 현재 총 13곳(육지 10곳, 바다 3곳)
1. 브라질 : 아마조나스(Amazonas) 주 밀림
2. 콩고민주공화국 : 살롱가 국립공원(Parc National de la Salonga) 속 밀림
3. 인도네시아 : 뉴기니(New Guinea) 섬 좌측 밀림
4. 리비아 : 주프라 주 사막
5. 사우디아라비아 : 알-아흐사(Al-Ahsa) 사막
6. 중국 :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Takla Makan Desert)
7. 시베리아 :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 북쪽 타이미르 반도(Taymyr Peninsula)
8. 덴마크령 그린란드 : 북부 빙하지대
9. 남극 : 남극점(남위 90°)
10. 일본 : 홋카이도 사로미 석호
11. 북태평양 : 호놀룰루 섬과 미드웨이 섬 가운데
12. 남태평양 : 영국령 핏케언 섬(Pitcairn Island) 남쪽 467km 지점
13. 인도양 : 오스트레일리아 허드 맥도널드 제도(HIMI) 동쪽 981km 지점
“매머드를 끌고 동쪽으로 10km 끌고 갈 거야. 그사이 무리를 정리해. 한 마리도 살려두면 안 돼. 새끼 중에 상급 레드몬이 있을 수도 있어.”
“알았어.”
매머드가 속한 무리는 총 48마리로 새끼 8마리, 중급 레드몬 30마리, C급 엘리트 레드몬 7마리, B급 엘리트 레드몬 3마리로 솔피를 빼곤 가장 강력한 레드몬 무리였다.
전투를 시작하면 먼저 가시창과 뇌전탄으로 C급과 B급 엘리트 레드몬을 5~6마리 줄인 다음 매머드를 유인해 따로 사냥할 계획이었다.
매머드를 빼가도 엘리트 레드몬이 4~5마리 남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구미호는 남겨두기로 했다.
상급을 상대로 구미호는 아직 도움이 안 됐다. 레드주얼을 하나 더 먹이면 견제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입이 까다로워 아무거나 주워 먹지 않아 뜻대로 키울 수도 없었다.
그건 현무와 딩고, 비사도 마찬가지로 소환수를 얻기도 힘들지만, 키우기는 몇 배 더 힘들었다.
이 상태로 멈추면 애완동물에 지나지 않아 녀석들을 키울 방법을 찾았지만, 아직은 해답을 찾지 못했다.
“오빠!”
“응?”
“B급 엘리트 레드스톤 챙겼지?”
“챙겼어.”
“4단계 정화수는?
“그것도 세 병 챙겼어.”
“조심해야 해? 위험하면 바로 텔레파시 치고.”
“알았어.”
은비의 걱정 가득한 얼굴에 입을 맞추어준 후 가시창 열 자루를 소환해 바닥에 일렬로 꽂았다.
준비가 끝나자 소연에게 고개를 끄덕여 시작을 알리고 4단계 정화수를 마신 후 사자주얼에 내장된 포효 스킬을 사용했다.
“아자~”
공대원 전체의 저항력을 두 배 높여주는 포효 스킬은 각종 상태 이상 공격을 방어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지속 시간이 30분밖에 안 됐지만, 그 시간이면 대다수 전투는 끝이 났다. 달아나는 상대를 쫓거나, 방어형 레드몬이 아니면 30분 이상 치열하게 싸우는 전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라도 치열하게 싸우면 금세 포스가 바닥났다. 흡기와 정화수가 있어 남들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몇 날 며칠을 치고받고 싸우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로 일반인이든, 능력자든 100m를 전력으로 뛰고 나면 둘 다 거친 숨을 토해내는 건 같았다.
속도 차이만 있을 뿐 전력을 다하면 누구든 지치기 마련이었다. 능력자가 일반인보다 힘, 민첩, 체력이 월등할 뿐, 연료만 있으면 온종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만도 못했다.
“쒸우웅~ 쒸우웅~”
“쾅쾅쾅~~~”
가시창 열 자루와 뇌전탄 3발이 날아가 한가로이 나뭇잎을 뜯어먹던 엘리트 레드몬 6마리와 중급 레드몬 8마리의 목숨을 빼앗았다.
최근 3년간 매머드 무리엔 경쟁자가 없었다. 매머드가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자 사방 수백km 내에 매머드 무리의 그림자만 보여도 모든 레드몬이 멀찍이 물러났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자연히 경계심이 줄었고, 오랜만에 어제 저녁 도전자가 나타났지만, 그마저도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며 더욱 기고만장해져 있었다.
방심의 대가로 14마리가 죽고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다음이었다.
매머드에게 연속으로 살기투사를 날리자 가족의 죽음에 광분한 놈이 젖 먹던 힘까지 총동원해 먼지를 일으키며 날듯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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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