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4 미스트 존 =========================================================================
334.
홋카이도에 미스트 존이 나타나며 일본만 불안에 떠는 게 아니었다. 전 세계가 자기 집 앞마당에 미스트 존이 생길까 전전긍긍했다.
도시 주변에 강력한 레드몬이 나타날 확률은 밀림과 초원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레드몬 사냥팀이 수시로 도시 주변을 청소하고, 숲이 우거지 않게 주기적으로 제거해 최하급 레드몬도 서식하기 어려웠다.
특히, 문스톤으로 보호받는 대도시는 중요성이 더욱 높아 반경 10km 내에선 레드몬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미스트 존이 생기면 반경 100km에 달하는 지역을 모두 차지해 서울 같은 거대 도시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레드몬이 나타나면 큰 피해를 보더라도 잡으면 됐지만, 미스트 존은 도시 근처에 생기는 순간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켜 피해 규모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 때문에 엠코사의 무인정찰기 ‘레드몬 킬러’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5월 1일 출시한 레드몬 킬러는 헬리캠과 같은 프로펠러가 4개 달린 기체로 길이 5.3m, 무게 350kg, 최대 탐지거리는 500m로 100m 상공에서 레드몬을 찾아냈다.
가격은 대당 50억 원으로 탐지 거리 300m에 100억 원에 판매한 기체보다 크기와 가격, 성능까지 대폭 개선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그러다 일본에 미스트 존이 생기며,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지난 후쿠시마 사태에 이어 또다시 엄청난 대박을 쳤다.
“신기전에 사용할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헬기에 장착해 우리나라만이라도 위험한 레드몬이 있는지 수색하는 게 어떨까요?”
“오~ 좋은 생각인데. 그런데 레이더가 벌써 개발됐어?”
“지난달에 성능 테스트했어요.”
“조진호 박사가 말한 것처럼 5km까지 탐지할 수 있어?”
“5km는 도달했어요. 현재 추적 장치가 원하는 만큼 성능이 안 따라줘 개선작업 중이에요.”
“그러면 올해 안에 신기전을 볼 수도 있겠네?”
“가능은 한데 조진호 박사님 마음에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올해는 힘들 거예요.”
“만들어 놓고 성능을 개선해도 되는데 그걸 한 번에 다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있으니... 정말 깐깐하다.”
엔지니어들이 다 그렇듯 조진호 박사는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으로, 자부심만큼 매우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였다.
도자기를 빚는 도공처럼 자기 마음에 차지 않으면 개발품을 폐기할지언정 세상에 내놓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년 모기 탐지 레이더도 박사 마음에 미흡한 걸 억지로 설득해 설치한 것으로, 자기가 정한 기준안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발명품도 책상 서랍 속에 처박아둘 위인이었다.
“항공기에 장착해도 탐지할 수 있어?”
“시속 150km 이내면 가능해요. 그 이상 속도면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오류가 발생한대요.”
최대 탐지거리가 500m인 레드몬 킬러와 신기전 레이더를 비교하면 무려 10배 차이로, 두 제품은 탐지 거리뿐만 아니라 성능 차이도 컸다.
레드몬 킬러는 에너지를 표시하는 게 고작이지만, 신기전 레이더는 레드몬의 크기와 형태까지 정확히 알려줘 어떤 레드몬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또한, 신기전은 추적과 공격까지 한꺼번에 가능한 무기로 단순하게 레드몬만 탐지하며 거창하게 레드몬 킬러라는 이름은 단 엠코사 제품과는 격이 달랐다.
아직 추적 장치의 성능이 떨어져 빠르게 움직이는 레드몬을 확실하게 탐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 부분도 올해 안에 수정할 수 있어 둘을 비교하는 것은 신기전을 모욕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말하면 조진호 박사가 많이 부담스러워 해. 나보단 네가 말하는 게 낫겠다.”
“알았어요. 지금 만나보고 올게요.”
“그래.”
“갔다 오는 동안 오빠는 로라 언니 좀 다독여주세요. 런던으로 돌아가야 해 마음이 많이 안 좋을 거예요.”
“알았어.”
상아가 아영과 마샤를 데리고 조진호 박사를 만나러 미래 연구소로 가자 로라가 머무는 별관으로 향했다.
시베리아에서 돌아오자 하루가 멀다고 여왕이 로라를 런던으로 보내라고 한숙에게 전화를 걸어댔다.
우리와 함께 계속 있으면 힘들게 붙여준 보람이 없다는 것과 나를 자주자주 런던으로 불러들일 속셈으로 로라를 보내라고 한숙을 아주 귀찮게 했다.
“로라야!”
“네?”
“런던에서 혼자 있다고 딴 놈하고 바람피우다 걸리면 죽는다.”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세상에 그런 여자 아닌 여자가 어디 있어? 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딴 놈에게 빠져드는 거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남자 품에 안겨 있는 거지. 처음부터 바람피우려고 작정한 여자가 몇 명이나 되겠어.”
“절대 그런 일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걱정되면 런던에 보내지 않으면 되잖아요.”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여왕이 계속 보내라고 하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
“줬으면 그만이지 다시 빼앗는 건 무슨 심보래요?”
“그러게 말이다. 장난감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절 아주 사육하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그래서 네가 잘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살아.”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넘어가는 일 없어요. 죽을 때까지 오빠만 바라보고 살 거예요. 그러니 저 자주자주 불러주세요. 알았죠?”
“알았어.”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한낮 로라의 작은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침대에 누워 찐한 정사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바롭스크에서 돌아온 저녁 로라를 품에 안았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아내들에게 미안해 로라를 별관에 데려다 놓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내버려뒀다.
워낙 많은 여자를 찝쩍거려 아내들은 신경도 안 썼지만, 내가 양심에 찔려 눈치를 보며 로라만 힘들게 했다.
“이제 겨우 맛을 알았는데, 돌아가야 한다니 말도 안 돼요.”
“무슨 맛?”
“섹스의 쾌락요. 호호호호~”
“열 번 밖에 안 했는데, 벌써 오르가슴을 느꼈어?”
“열 번이라 아니라 열흘이에요. 횟수로 따지면 서른 번도 넘고요.”
“그랬나?”
“세상에 날짜로 섹스 횟수를 세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루에 몇 번씩 하는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피지컬리스트들이 정욕이 넘친다는 말은 들었지만, 오빠처럼 강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해도 해도 고추가 작아지지 않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비정상적으로 큰 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한두 번 하면 꺾여야 하는데, 얘는 발기한 게 기본 사이즈인지 줄어들지를 않네요.”
“정력에 좋은 걸 많이 먹어서 그래. 아내들이 엄청나게 많이 먹이거든.”
“보약 먹는다고 다 세지는 게 아니에요. 이런 건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거예요.”
“나는 타고난 사람은 아니야. 비실비실했어.”
“그거야 잘 못 먹어서 그렇게 느낀 것이고, 원래는 강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가?”
“그럼요. 보약으로 해결되면, 고개 숙인 남자가 왜 있겠어요?”
약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한방에서 몸을 보호하는 약부터 먹이고, 독한 약을 나중에 먹이는 이유가 체력이 안 되면 약을 흡수하지도, 이겨내지도 못하기 때문이었다.
기이한 산삼도 일반인이 먹으면 죽을 만큼 매우 독한 약이었다. 화기(火氣)가 엄청나 일반인은 감당할 수 없었다.
능력자라 아무 탈 없이 흡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모든 능력자가 흡수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전부터 먹어온 독초와 독사가 보탬이 됐고, 기감력과 꾸준한 훈련도 살아남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로라의 말처럼 타고난 튼튼한 몸 덕분에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컸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 최동수와 패거리에게 매일 얻어맞고도 다음날 멀쩡히 학교에 갔고, 생활하는데도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먹는 것도 형편없이 부실했고, 잠자리·집안환경·아버지의 폭력 등 모든 것이 열악했다.
그런 곳에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잔병치레조차 없었던 게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로라의 말을 듣기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들도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해 단 한 번도 내 몸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이유가 뭐지? 각성 준비단계라는 것도 있나?’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네.”
“그렇죠?”
“응. 나는 능력자로 각성해 몸이 튼튼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튼튼했었네. 그것도 아주 많이.”
“그것 봐요. 이런 건 후천적인 도움을 일부 받을 순 있지만, 선천적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될 수 없어요. 능력자들이 모두 오빠와 같을 거란 생각은 버리세요.”
“고마워. 덕분에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어.”
“제가 도움된 거죠?”
“응. 아주 많이 됐어.”
“그럼 상주세요.”
“상?”
“네!”
“으음... 알았어. 엎드려.”
“네에?”
“상 달라며. 엎드려. 찐하게 해줄게.”
“뒤에서 덮치는 게 상이에요?”
“그럼 서서 할래? 나는 서서 하는 것도 기분이 좋은데.”
“히잉~”
로라를 안고 침대를 내려와 벽을 짚고 서게 했다. 조금 전 정사 후 성기를 빼지 않아 로라의 꽃잎 속에 정액이 가득했다.
그 상태 그대로 허리를 살짝 뒤로 빼게 한 후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정액이 빠져나와 로라의 예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흑~ 나 버리는 거 아니죠?”
“한 번 내 여자는 영원히 내 여자야. 다른 건 다 버려도 내 여자는 절대 안 버려.”
“흐응~ 늦어도 3개월에 한 번은 꼭 불러야 해요.”
“알았어.”
“아응~ 하~ 하~ 오빠!”
“응?”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말은 참 오묘하다. 뱉으면 다시는 주워담을 수도 없어, 한 적이 없다고 우길 순 있어도, 말한 사실이 없어지진 않았다.
또한, 같은 말을 반복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와 같이 행동하게 된다. 말을 조심하라고 하는 건 이 때문으로 말 속에 뜻이 담겨 있어 나쁜 말을 반복하면 나쁜 행동을 하게 됐다.
반대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정말 사랑하게 됐다. 자기 암시와 최면이 짙게 깔린 행동이었지만, 로라를 사랑한다고 말하자 애틋한 감정이 솟아났다.
조금 전까지 목적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섹스였다면, 애틋한 감정이 생긴 후부턴 상처입지 않을까 걱정이 돼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아흑~ 오빠!”
“응?”
“하악~ 하악~ 하악~ 제가 좋아졌죠?”
“응.”
“느껴져요.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더 좋아요. 사랑해요!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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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