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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32화 (33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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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미스트 존

시베리아에 있는 미스트 존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 북쪽 타이미르 반도(Taymyr Peninsula) 중앙에 있었다.

타이미르 반도는 시베리아 중북부에 있는 유라시아 대륙 최북단으로 40만㎢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였다.

타이미르 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랑가 산맥 북쪽과 남쪽은 선류 이끼, 지의류, 작은 초본류, 키 작은 관목과 바위, 맨땅이 끝없이 펼쳐진 툰드라 저지대로 여우·늑대·산토끼·족제비·사향소·순록·레밍쥐 등이 서식했다.

하바롭스크에서 돌아온 다음 날 타이미르 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차탄가(Хатанга)까지 전용기로 이동한 다음 미스트 존까진 헬기를 이용해 이동했다.

나진시에서 차탄가까지 3,600km, 다시 미스트 존까지 230km를 이동해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미스트 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약속한 대로 가까이 다가가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아야 해. 알았지?”

“알았어.”

“네 행동 하나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렸다는 걸 절대 잊지 마.”

“명심할게.”

한 달 넘게 소연과 아내들을 졸라 간신히 허락을 맡았다. 사진으론 미스트 존의 실체를 알 수 없어 직접 보고, 기감해 실체를 알고자 했다.

“저는 1cm도 뚫을 수가 없네요.”

“상아야! 나는 0cm야.”

“은비 언니! 저도 말이 1cm지 0cm에요. 전혀 뚫을 수가 없어요.””

“뭐 이런 게 다 있어? 안개 맞아?”

“아닌 것 같아요. 진짜 안개면 이럴 수가 없죠. 오빠는 보이세요?”

“나도 100m가 한계야.”

“100m면 안을 보셨겠네요?”

“아니. 뿌연 안개밖에 못 봤어.”

상아, 아영, 소연, 은비, 아리, 서인은 나처럼 기감력을 사용해 안개 너머를 보려 했지만, 단 1cm도 뚫지 못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로 기감력을 한 곳에 집중해 100m 가까이 뚫었지만, 보이는 건 뿌연 안개뿐이었다.

돌을 던져보고, 커다란 바위도 던져보고, 가시창과 냉기탄, 뇌전탄까지 날렸지만, 깊은 연못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사라져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멸의 창을 던지자 순간적으로 지름 10m의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살짝 안을 보여줬지만, 안개가 몰려들어 순식간에 구멍을 메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구미호를 보냈지만, 통신이 두절되듯 연락이 끊기고 30분 후 역소환됐다.

녀석에게 무엇을 봤는지 말하라고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구미호는 내 분신이자 눈으로 생각할 능력도, 기억할 능력도 없어 한숨만 짓게 했다.

“아영아! 4단계 정화 스킬 부탁해.”

“네.”

“아리와 마샤도 힐링 좀 해줘.”

“알았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 기감력을 한 점으로 만들었다. 심력과 포스 소모가 극심했지만, 아영과 아리, 마샤의 도움을 받자 바늘처럼 얇고 날카롭게 기감을 모을 수 있었다.

송곳보다 더 가늘고 날카로워진 기감으로 안개를 뚫었다. 아까는 100m가 한계였지만, 힘을 집중하자 100m를 넘어 더 깊숙이 들어갔다.

“보인다.”

“뭐가 보여요?”

“황량한 툰드라.”

“그게 전부에요?”

“3.5m짜리 여우 레드몬도 한 마리 보여.”

“북극 늑대와 같은 종류에요?”

“잠시만 기다려봐. 살기를 투사해볼게.”

+B급 엘리트 레드몬 북극여우

전투력 : 7777+1555

지  능 : 123

상  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  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10% 하락

에너지 : 37,633

스  킬 : 알 수 없음

기감이 뚫어 놓은 티끌 같은 통로를 통해 살기를 투사하자 적대감이 최대치로 상승한 북극여우가 나를 향해 곧장 달려왔다.

하지만 안개 지대에 들어서자 방향 감각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다가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서너 번 같은 짓을 한 북극여우는 안개를 벗어날 방법이 없자, 체념하고 황량한 툰드라 지대로 터덜터덜 걸어 들어갔다.

“안 나온 게 아니라 못 나온 거네요.”

“그러네.”

“지난번 북극 늑대 일행은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비상구처럼 빠져나오는 길이 있나 보지.”

“길이 있어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나 봐요. 그렇지 않다면 주변에 몇 마리는 어슬렁거려야 하잖아요.”

“그렇지.”

“들어가서 잡기 전엔 씨앗을 구할 방법이 없겠죠?”

“그런 것 같다.”

상아의 말처럼 씨앗을 구하려면 미스트 존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B급 엘리트 레드몬이 미스트 존의 가장 바깥 지역을 어슬렁거릴 정도면 중앙엔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무턱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중앙에 상급 레드몬이 있을 수도 있고, 그보다 더한 존재가 있을 수도 있었다. 최악엔 결계를 친 존재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이럴 경운 미스트 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결계를 친 강대한 존재와 대면할 수도 있었다.

가장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로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부터는 개체마다 독특한 스킬을 갖고 있어 만만하게 보다간 한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레드몬 공대가 엘리트 레드몬을 두려워하는 건 높은 방어력과 공격력이 주요 원인이지만, 각종 상태 이상 스킬과 독특한 스킬도 큰 몫을 차지했다.

또한, 미스트 존에 들어가는 건 언제든 가능하지만, 나오는 방법을 못 찾아 영원히 갇혀 있을 수도 있었다.

결계 친 놈을 처리해 결계가 사라지면 다행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결계 자체를 파괴하거나, 결계석을 찾아 파괴해야 할 수도 있었다.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일단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어요.”

상아의 말처럼 정확한 정보도 없이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생각만으로 고민에 고민을 키우는 것은 못난 짓이었다.

이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시험 끝나고 틀린 답을 맞춰보는 것과 같은 우매한 행동으로 틀린 답을 갖고 맞다, 틀리다 싸우는 것과 다름없었다.

상아의 조언에 따라 더 많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 미스트 존 근처에 일주일간 머물며 다양한 방법으로 미스트 존을 탐색했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방법은 파멸의 창으로 안개를 뚫고 구미호를 들여보낸 방법으로 안개가 다시 메워지기 전 빠르게 안개 지대를 통과한 구미호가 10km까지 전진해 미스트 존 내부를 보여줬다.

북극여우가 제자리를 맴돌다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간 것과 달리 밖에서 들어가면 미로 속에서 헤매듯 정처 없이 떠돌다 어디로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첫날 구미호가 30분 만에 역소환된 건 결계로 인해 포스 공급이 끊기며 레드몬에게 맞아 죽은 것이었다.

안개는 시야만 가리는 게 아니라 전파, 기, 포스, 등 외부로부터의 침입은 모두 차단했다.

파멸의 창으로 안개를 뚫어 원하는 장소에 구미호를 보내 놓고, 기감으로 뚫은 바늘구멍을 통해 포스를 공급해 미스트 존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이나마 알게 됐다.

이런 식으로 주변을 돌며 총 열 곳의 구멍을 뚫어 미스트 존 외곽을 샅샅이 훑었다.

시베리아 미스트 존은 원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툰드라 모습 그대로로 다른 것이 있다면 엘리트 레드몬이 엄청나게 많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미스트 존은 반경 100km로 서울에서 청주, 홍천 거리에 해당해 구미호를 통해 둘러본 곳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열흘 동안 발견한 엘리트 레드몬만 20마리가 넘어. 이런 식이면 100마리도 넘겠어.”

“외부와 성장 속도가 달라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 반경 100km가 매우 넓은 지역이지만, 레드몬의 활동 반경을 생각하면 결코 넓다고 할 순 없어.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야.”

“레드몬이 많다는 건 그만큼 씨앗도 많다는 거니까 나쁘게 볼 건 없잖아.”

“많은 것도 좋지만, 처리할 수 있느냐가 문제지.”

“추가 공격력이 붙어도 B급 엘리트 레드몬이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한 건 아니잖아. A급도 상급 레드몬은 아니고.”

열흘 동안 툰드라 지대와 레드몬만 구경한 게 아니었다. 녀석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고, 잡아먹는 모습도 수십 번을 봤다.

미스트 존에 있다고 그 안에 갇혀 있는 놈들이 같은 편은 아니었다. 밖과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의 세계로 피가 난무하는 곳이었다.

다른 점은 미스트 존의 레드몬이 밖에 있는 레드몬보다 더욱 강하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하  급 레드몬 : +5% 전투력 추가 상승

중  급 레드몬 : +10% 전투력 추가 상승

C급 엘리트 레드몬 : +15% 전투력 추가 상승

B급 엘리트 레드몬 : +20% 전투력 추가 상승

A급 엘리트 레드몬 : +30% 전투력 추가 상승

걱정이 가득한 소연을 품에 안고 미스트 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지금은 들어갈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은하와 아내들의 가족을 능력자로 각성시킬 씨앗이 있었다. 또한, 이제껏 본적 없는 강대한 레드주얼이 있었다.

‘현실에 만족하는 순간 모든 걸 잃게 돼. 미스트 존을 공략하려 준비 중인  레드몬 사냥팀이 한둘이 아니야. 그들은 내가 받을 수 없는 수많은 지원을 등에 업고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그래야 아내들을 지킬 수 있어. 절대 뺏기지 않을 거야. 절대 뺏길 수 없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절대 뺏기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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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미스트 존이 생겨?”

“그렇다고 하네요.”

“어디에?”

“오호츠크 해안에 있는 사로마 호가 중심이래요.”

사로마 호(Saroma Lake)는 바다의 일부가 외해와 분리돼 호수가 된 석호로 면적 151.7㎢, 둘레 72㎞, 최대수심 19.6m로 일본에서 비와 호와 가스미가우라 호 다음으로 큰 호수였다.

“어류형 레드몬인가?”

“글쎄요?”

“일본 난리 났겠네?”

“말도 못해요. 홋카이도를 떠나는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르고, 이민 떠나는 사람까지 생겼어요.”

“난장판이네. 흐흐흐흐~”

타이미르 반도에서 돌아오자 뜻밖에 낭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미스트 존을 확인하러 떠난 다음 날 땅에서 솟아나듯 홋카이도에 미스트 존이 생겼다.

오호츠크 해안에 접한 사로마 호가 기점이라 운 좋게 인구 40만의 아사히카와(Asahikawa) 시는 간신히 미스트 존에 들어가는 것을 모면했다.

하지만 갑자기 생겨난 거대한 안개 지대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됐다. 창문만 열어도 보이는 미스트 존을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는 강심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사히카와 시민들이 삿포로, 도마코마이, 하코다테로 거주지를 옮기고, 일부는 혼슈로 달아나자 불안 심리가 촉발돼, 후카가와·다키카와·후라노·오비히로 등 미스트 존이 보이는 도시는 하나도 빠짐없이 짐을 싸 더 먼 곳으로 달아났다.

혼란은 공포를 먹고 자라는 괴물로 공포가 확산되자 시로마 호에서 235km 떨어진 홋카이도 제1도시 삿포로 시민들까지 혼슈로 달아났고, 일부는 해외로 도피하는 등 일본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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