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1 앙숙(怏宿) =========================================================================
331.
“둘 다 내 말 잘 들어. 나는 다른 건 다 용서해도 집안의 평화를 깨는 일은 절대 용서 못 해. 그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짓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네! 이해했어요.”
“둘이 친하게 지내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단, 우리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다시는 보여주지 마. 그럴 경우 나도 너희를 받아줄 수 없어.”
“언니! 미안해요.”
“죄송해요.”
제니퍼와 로라를 집 밖으로 불러낸 소연은 평소 온화하고 자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싸늘한 표정으로 짧고 간결하게 필요한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윽박지르지도, 큰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지만, 조곤조곤 말하는 소연의 목소리엔 상대를 주눅 들게 하는 기운이 가득해 듣는 사람의 심장을 싸늘하게 얼려버렸다.
사랑으로 언니들과 동생들을 대하는 소연은 살짝 화내는 모습도 보기가 어려울 만큼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 소연이 분노하자 시베리아 한풍보다 더 싸늘한 기운이 마당을 가득 메웠다. 숨어서 몰래 엿본 아내들도 몸을 부르르 떨며 겁먹을 만큼 소연은 분노했다.
집안을 책임진 소연은 세 가지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첫째 집안의 평화를 깨는 일, 둘째 다른 남자와 놀아나는 일, 셋째 가장을 무시하는 일이었다.
이중 가장을 무시하는 일은 타인이 있을 때 나를 욕하거나 바보로 만드는 것을 말했다.
이런 일은 은비 빼고는 할 사람도 없지만, 은비도 사랑하는 남편을 사람들 앞에서 바보를 만드는 멍청이는 아니라서 한 번도 이 때문에 큰 소리가 난적은 없었다.
소연은 우리끼리 있을 때 격의 없이 나누는 대화는 권장했다. 은비가 살짝 지나쳐 문제가 되긴 했지만, 언니·동생들이 나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권위주의적인 남편보다, 친한 친구, 자상한 오빠 같은 남편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둘째 다른 남자와 놀아나는 일은 아직 없었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소연이 나서지 않아도 내 손에 맞아 죽어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집안의 평화는 아내들끼리 질투하고, 시기하고, 싸우지 않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아주 잘 지켜졌다.
은비와 한숙을 빼곤 모두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누굴 시기하고 타박할 상황도 아니었고, 무리를 짓고 남과 싸우는 성격도 아니라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은비도 말이 살짝 과격하긴 했지만, 사람을 워낙 좋아하고 동생들과 언니들도 은비를 좋아해 옷이나 액세서리로 가끔 토닥거릴 뿐 싸우진 않았다.
맏언니인 한숙은 언제나 동생들 위주로 모든 걸 생각하고 행동해, 밖에서 어떨지 몰라도 집에서만큼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집안이 평안할 수 있는 이유는 소연의 노력으로 치우침도 소홀함도 없이 언제나 중심을 잡고 언니들과 동생들을 보살핀 덕분이었다.
그런 평화가 깨지려 하자 소연이 봉인됐던 분노를 끄집어내 제니퍼와 로라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짧고도 강렬한 경고를 남긴 소연이 자리를 떠난 지 30분이 지났지만, 제니퍼와 로라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겁에 질린 아이처럼 멍하니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달려가 제니퍼와 로라를 품에 안고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애써 바로 잡은 기강이 흐트러져 못 본 척 침실로 들어갔다.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내가 뭘?”
“오빠가 예쁘다고 다 받아주니까 애들이 방자하게 구는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아니야?”
“하아~ 그렇다면 내가 바뀌어야 하는 거네?”
“당연하지.”
“알았어. 바꿀게. 이리와.”
“왜?”
“너만큼 방자한 사람은 본적이 없어. 바꾸라고 했으니까 좀 맞자. 바뀔 때까지. 찰싹~ 찰싹~ 찰싹~ ”
“아얏! 아파~”
은비를 무릎에 엎어뜨리고 미니스커트를 위로 올린 다음 손바닥으로 가볍게 엉덩이를 어루만지자 찰진 소리가 났다.
G스트링 팬티라 간신히 음부만 가려 때리는 맛이 기가 막혔다. 아프다고 앙탈(?)을 부리는 은비의 엉덩이가 빨갛게 익을 때까지 때려준 다음 좌우를 둘러보자 침실엔 나와 은비밖에 없었다.
“계속 맞을래? 아니면 너 다음으로 방자하게 구는 사람 잡아올래?”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알긴 아는구나. 너 빼곤 아무도 없다는 거.”
“우씌~”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더 맞을래?”
“아니야. 난 정신 차렸어. 이것 봐. 오빠를 향한 내 사랑이 가슴을 뚫고 나오려고 하잖아.”
“하하하하~”
은비가 양손으로 가슴을 눌러 하트를 만들어 보여줬다. 성격은 좀 지랄 맞아도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은 은비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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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엘리트 레드몬 회색늑대 레무스
전투력 : 7680
지능 : 108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10% 하락
에너지양 : 36,111
스킬 : 알 수 없음
아내들과 소환수, 백호가 레무스와 레드울프를 잡는 사이 상아와 마샤, 소희를 데리고 녀석들의 소굴로 들어가 새끼들을 찾았다.
태어난 지 석 달이 안 된 새끼 109마리 중 레드몬은 12마리로, 6개월이 안 된 녀석들까지 합치면 30마리가 넘었다.
하지만 3개월 넘은 녀석들은 근처에만 가도 이빨을 드러낸 채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 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도 포기했다.
늑대는 공격성이 강해 아주 어린 새끼가 아니면 살기투사와 소희의 암시를 사용해도 길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길들여도 야생의 본능이 언제 다시 표출될지 알 수 없는 매우 위험한 레드몬이었다.
“안될 것 같은데요.”
“왜?”
“늑대는 개와 달리 공격성이 강해 이제 한 달이 지난 녀석들도 오빠와 저를 적으로 인식해요.”
“아직 한 달 안 된 녀석들은 어때?”
“얘들도 불안해요. 태어나 눈뜨기 전에 데려오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요.”
갓 태어난 회색 늑대 새끼는 몸무게가 300~500g으로 9~12일이 지나야 눈을 떴고, 송곳니는 한 달 후 자라났다.
처음 3주 동안은 동굴에서 지내며, 1달 반이 지나면 위험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을 만큼 재빠르게 움직였다.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무게가 30배 증가하는 늑대는, 3주가 지나면 싸우는 연습을 시작했고, 5~8주 후부턴 치열한 서열 싸움을 시작했다.
늑대는 개보다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동물로, 약한 자극에도 사냥 본능을 발휘해 언제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었다.
또한, 길들인 늑대는 낯선 사람과 자신의 무리(주인과 가족)가 접촉하면 심각한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증) 현상을 일으켜 심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개는 새끼 때 최대 10주까지 사회화할 수 있지만, 늑대는 19일만 지나도 사회화가 거의 불가능해요, 더구나 번식기에는 공격본능이 매우 강해져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요.”
“이 녀석들보다 더한 백호는 문제없잖아.”
“백호는 어미의 영향인지 아주 특이한 경우라고 보셔야 해요. 레드타이거 새끼를 구해 길들여보면 알겠지만, 백호처럼 되진 않을 거예요. 오빠가 힘으로 제압하면 일시적으론 통제가 되지만, 오빠가 없으면 사고가 날 가능성 커요.”
상아가 교감을 통해 알아본 레드울프 새끼들은 우리에게 강한 적대감을 느끼고 있어 힘들게 길들여도 언제든 인간을 공격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 좀 더 우호적인 레드독을 구하거나, 풍산개를 생식하는 방법밖에 없겠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안전하죠.”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레드울프 부대 창설은 늑대 새끼들의 상태를 확인한 순간 완전히 물 건너갔다.
이제 기댈 곳은 소연이 추진 중인 진돗개 목장에서 레드독이 태어나는 것과 풍산개들을 족쳐 최대한 빨리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시킨 후 생식하는 길뿐이었다.
“다음번 호주 갈 땐 저도 사냥에 동참시켜 주세요.”
“널 어떻게 믿고?”
“저 오빠만 보고 여기 있는 거예요.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빠가 닦달해도 절대 말하지 않을 거예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어.”
“저만 가족 있는 거 아니에요. 언니들과 동생들도 가족 있어요.”
“천하의 록펠러 가문하고 비교해? 비교할 걸 비교해. 차이가 나도 너무 나잖아. 이쪽은 평범함 그 자체야.”
“스텔라, 셀리나, 루나 언니는요? 그 언니들은 오빠랑 같이 살지도 않고, 정식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는데, 항상 함께 사냥하잖아요.”
“셋은 목숨을 걸고 맹세했어.”
“저도 그럴 수 있어요.”
“넌 사이비 신도잖아. 세쌍둥이는 착~실한 크리스천이야. 신께 한 맹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저도 지킬 수 있어요.”
“휴우~ 제니퍼!”
“네!”
“솔직히 말할게. 너는 믿어. 하지만 네 아버지는 믿을 수 없어. 네 아버지 존 록펠러 회장은 너에겐 둘도 없는 자상한 아버지이자 천사지만, 록펠러 가문의 이익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비정하고 잔인한 사업가야. 너도 알잖아.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그것도 옛날 말이에요. 지금은 안 그래요.”
“이 철없는 아가씨야.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저를 끝까지 받아주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하아~ 모르겠다. 나도 고민 중이다.”
“결혼하고 아빠와 인연을 끊으면 되잖아요.”
“천륜을 무슨 재주로 끊어? 그리고 나 때문에 딸과 아버지가 갈라서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뭐라고 남의 가족을 파탄을 내? 사양하겠어.”
제니퍼와 아만다, 캐서린, 로라를 하바롭스크에 데리고 갔지만, 사냥엔 동참시키지 않았다.
4명 모두 확실한 내 편이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냥에 동참시키면 비밀이 새나갈 수 있었다.
기감력과 소연의 독심술, 상아의 진실의 눈으로 네 명 모두 우릴 배신할 생각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사람 마음은 간사하기가 이를 때가 없어 자국으로 돌아가면 손바닥을 뒤집듯 마음이 바뀔 수 있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내가 아는 사람은 생각과 사상이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대다수는 크게 변하지 않아 이걸 잘못이라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용가치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달라질 수 있었고, 욕망에 따라 언제든 우리를 배신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중이처럼 수시로 변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는 사람도 있었다.
“저 뉴욕 좀 갔다 올게요.”
“왜?”
“아빠 만나서 담판 지어야겠어요.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
“무슨 담판?”
“지홍씨랑 같은 편이 되든지, 아니면 딸과 영영 인연을 끊던지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할 거예요.”
‘빙고~’
그동안 제니퍼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마신다고 존 록펠러 회장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옐친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내진 않았다.
딸과 잘되면 이용해 먹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제니퍼에게 매달리는 건 도움이 안 됐다.
사람들은 동맹이 평등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와 미국이 맺은 동맹만 봐도 말만 동맹이지 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처럼 멍청하게 다 퍼주는 그런 바보 같은 동맹이 아닌 진정한 평등관계의 동맹을 원했다.
그렇지 못하면 굳이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었다. 그건 동맹이 아니라 종속이나 다름없었다.
순정을 다 바친 제니퍼에겐 미안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부모를 둔 죄라고 밖엔 할 말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