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9 인공각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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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가 된 기분이 어때?”
“꿈만 같고, 고맙고, 미안해요.”
“꿈만 같고, 고마운 건 알겠는데, 미안한 건 뭐야?”
“그동안 지홍씨와 동생들을 마음고생 시킨 게 정말 미안하고, 친구 은하에게도 매우 미안해요.”
“은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내가 능력자로 만들 거니까.”
“이번에 어렵게 구한 씨앗이 미스트 존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곳은 상급 레드몬이 지배하는 영역이잖아요.”
“상급 레드몬 안 잡아도 씨앗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조사단 중에는 중급 능력자도 여럿 있었어요. 그들과 지홍씨를 비교할 순 없지만, 한 명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건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긴 어렵다는 뜻이잖아요. 그들뿐만 아니라 무인정찰기도 들어간 순간 통신두절과 함께 사라졌어요. 미스트 존에 다른 차원은 아니라도 과학자들이 말한 결계가 있어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을 게 분명해요.”
“당장 뛰어 들어갈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충분히 준비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그때 들어갈 거야.”
“그 말 사실이죠?”
“응.”
“은하에겐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제가 말할게요. 미안하지만, 지홍씨와 동생들을 잃을 순 없어요.”
“안 그래도 은하랑 요트타고 잠깐 나갔다 올 생각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몸조리나 잘해.”
“알았어요.”
능력자로 각성하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한숙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 후 이불을 덮어주고 별관으로 갔다.
출근 준비에 한창인 은하는 내가 방에 들어왔는지도 모른 채 가방에 서류를 챙기고, 옷을 갈아입고, 루주를 바르고, 머리를 빗는 등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은하가 매일 출근하는 미래 전략연구소는 미래 레드포스 본부 바로 옆 건물로 연구 인력만 170명에 달했다.
이곳이 미래 레드몬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구로 국내외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해 정치·경제·문화·금융 등의 흐름을 파악해 미래 레드몬의 나아갈 길,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도록 했다.
이런 어려운 일을 책임진 사람이 홍은하로 평소 털털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과는 달리 매우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천재였다.
하지만 집은 언제나 엉망으로 가끔 방에 들를 때마다 돼지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밖에선 언제나 깔끔한 모습을 보여 한편으로 신기하고, 한편으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많이 바빠?”
“어? 언제 왔어요?”
“10분 전.”
“왔으면 왔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뒤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구경했어.”
“짓궂기는...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
“보고 싶어서 왔지?”
“거짓말하지 말고요.”
“표시나?”
“네, 엄청나게 표시나요.”
“흐흐흐흐~”
어설픈 농담으로 은하의 기분을 살짝 풀어줬다. 한숙이 각성한 날 가장 많이 울고, 웃은 사람이 은하였다.
남자로 따지면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한숙과 은하는 힘들 때 언제나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 친구였다.
그런 친구의 각성에 은하는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기뻐하며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흘렸다.
“오늘 바쁘지 않으면 나랑 바람이나 쐬러 가자.”
“바람요?”
“응.”
“갑자기 왜요.”
“남편이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면 돼. 새우잡이 어선에 팔아넘기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 출근해야 하는데.”
“그 회사 회장이 나야. 쉬어.”
“호호호호~ 회장님을 남편으로 둔 보람이 있네요.”
납치하듯 은하의 손목을 잡아끌고 집 아래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항구까지 오가는 게 불편해 절벽 아래 슈퍼요트와 모터보트 두 척을 정박할 수 있는 작은 선착장을 만들었다.
“엄마야~~~”
품에 안고 100m 절벽을 단번에 뛰어내리자 은하의 입에 돌아가신 장모님을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말하고 뛰어내려야지 갑자기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애 떨어질 뻔했잖아요.”
“아기 들었어?”
“아니요.”
“근데 왜 아기 타령이야.”
“갖고 싶으니까 그렇죠.”
“나이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수명이 길어져 50·60대도 애 낳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여자 나이 36살이면 많이 늦은 거예요.”
“못 살아도 300살까진 너끈하게 살게 해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어떻게요?”
“한숙이 각성한 거 못 봤어?”
“봤죠.”
“봤으면서 왜 물어봐?”
“씨앗을 또 언제 구할 줄 알고 그래요. 그거 기다리다가 할망구 되면 영영 아기도 못 낳고 죽어요. 저 그냥 지홍씨 닮은 아기 한 명만 낳게 해주세요. 전 그거면 만족해요.”
“누가 못 구한대?”
“북극 늑대가 미스트 존에서 나왔을 확률이 높다고 들었어요.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홍씨를 보낼 순 없어요. 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최상급 피지컬리스트에 상급 멘탈리스트인 듀얼리스트를 우습게 보는 사람이 세상이 어디 있어요? 화나면 혼자서 일본도 때려 부술 수 있는 괴물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괴물이 씨앗을 구해올 테니까.”
“지홍씨!”
“응?”
“저 아기 없어도 돼요. 이렇게 늙어 죽어도 지홍씨 옆에만 있으면 돼요. 그러니 미스트 존에 들어가지 마세요.”
“너 늙어 죽을 때까지 겨우 이 수준에 머물라고? 나는 그럴 생각 없는데. 나는 특급을 넘어 특특급까지 오를 건데.”
“그럼 그때 들어가세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은하를 품에 안고 등을 어루만졌다. 내 여자로 만든 게 즉흥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자였다.
소연만큼 배려심도 깊고, 성격도 털털해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아주고, 센스와 유머를 겸비해 옆에 있으면 언제나 유쾌했다.
“올해 안에 상급 레드몬을 공략할 거야. 상급 레드몬 잡고 늦어도 내후년쯤 미스트 존도 공략할 거고. 힘들어도 그때까지만 참아.”
“지홍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 거야. 위험한 행동도 하지 않을 거고. 그리고 상급 레드몬 공략에 실패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능력이 크게 향상될 때까지 참고 기다릴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진짜죠?”
“그럼. 너 꼬부랑 할머니 돼서 틀니 할 때까지 질질 시간 끌 거야.”
“아무리 농담이지만, 너무 하네요. 제가 할머니 되면 좋아요?”
“아니.”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정화수 먹여서 할머니 안 되게 하면 되지.”
“아우~ 나이가 들수록 점점 고약해지는 것 같아. 정말 못됐어.”
“못된 게 뭔지 보여줘?”
“아침부터 뭐하는 거예요? 아악~”
뒤에서 우악스럽게 안아 들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던지자 비명을 질렀다. 재빨리 다가가 입을 맞추며 가슴을 더듬자 강하게 입술을 빨아대며 품을 파고들었다.
“진짜 위험한 행동 하지 않을 거죠?”
“손가락이라도 걸어줘?”
“네. 하는 김에 도장도 찍어주세요.”
“이제 됐어?”
원하는 대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까지 찍어줬지만,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장 찍었잖아.”
“도장은 거기에 찍는 게 아니에요. 여기에 찍는 게 진짜죠.”
“헉!”
은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체액이 흘러나와 반들반들 빛을 발하는 핑크빛 꽃잎이었다.
“뭐해요? 도장 안 찍어요?”
“찍어! 찍어! 백 번이라도 찍어~”
“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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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도 내일 하바롭스크 갈 때 따라가면 안 돼요?”
“거긴 왜?”
“왜긴요? 오빠 가니까 가는 거죠.”
“사냥 안 해?”
“매일 쉬지 않고 했어요.”
“휴가 가는 거 아닌데? 휴가를 가려면 집에 갔다 와.”
“집엔 지난달에 갔다 왔어요.”
“그럼 숙소에서 쉬든지 아니면 하와이나 유럽으로 여행 갔다 오든지 해.”
“로라는 캐나다, 미국, 브라질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저는 데리고 다니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데리고 다니면 누가 욕해요?”
“그런 건 아닌데...”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 홀딱 벗는 수가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오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동네방네 소문 다 나서 이제 다른 곳으론 시집도 못가요. 지난달에 집에 갔더니 아빠가 왜 혼자 왔냐고 뭐라고 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죠?”
“친구들 같이 안 갔어?”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거죠? 제가 못할 것 같아요?”
말을 돌리자 화가 많이 났는지 제니퍼가 얇은 티셔츠를 위로 올렸다. 다행히(?) 브래지어를 차고 있어 찌찌가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어안이 벙벙했다.
월요일 아침 일 때문에 아내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제니퍼가 서재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났다.
영국에서 로라 김을 데리고 캐나다로 가자 기자들이 나와 로라가 드라이브한 것과 여왕이 우리를 연결해준 것을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기사화하며 한바탕 소란을 떨었다.
전략적 결합이란 제목과 함께 내가 로라와 손을 잡은 사진, 같이 웃는 모습, 차에서 다정히 내리는 모습 등 누가 제공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진까지 수십 장을 실으며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떠들어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스텔라, 셀리나, 루나와 찐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까지 한 달 가까이 언론에 단골 뉴스로 오르며 제니퍼의 심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제니퍼가 나진시에 있는 건 여왕처럼 존 록펠러 회장도 딸을 이용하려는 속셈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나를 좋아하는 제니퍼의 행동이 존 록펠러 회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홍염의 기사단을 나진시에 유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순정 하나로 먼 동양의 작은 나라 산골 마을에 처박혀 있는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다른 여자들과 놀아났으니 제니퍼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제니퍼는 내가 집에 돌아오자 따지러 여러 번 집에 찾아왔지만, 인공 각성 실험으로 미래 연구소 지하에 처박혀 있어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르자 소극적인 방법으론 영영 내게 다가갈 수 없다고 느낀 제니퍼는 아내들이 줄줄이 저택을 나선 틈을 노려 앙탈과 육탄공세로 나를 점령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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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