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8 인공각성 =========================================================================
328.
전날 +160짜리 씨앗을 하나씩 먹은 난쟁이 원숭이들은 24시간째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나지 않았다.
각성과 승급 후엔 깊은 잠에 빠져드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걱정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었다.
난쟁이 원숭이는 몸길이 14~16cm, 몸무게 120~140g으로 손바닥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한숙과 비교하면 신장은 150배, 몸무게는 300배가 작아 적당한 실험재료라고 하기엔 부적당했다.
그래도 인간과 거의 흡사한 신체구조로 인공 각성 메커니즘을 관찰하는 용도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빠! 깨어나려고 해요.”
상아의 외침에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난쟁이 원숭이들의 가녀린 몸을 기감으로 세세히 살폈다.
세 마리 모두 아영과 같이 고열에 피부는 붉다 못해 빨갛게 익는 증상을 보였지만, 씨앗의 에너지양이 작았는지 각성엔 실패했다.
“어쩌죠?”
“오늘 하루 쉬고 내일 씨앗을 다시 먹여보자.”
“더 먹이면 실험이 성공할까요?”
“고열 반응과 세포 활성화로 봤을 때 실험에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해.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난쟁이 원숭이를 몇 마리는 더 구해놔야겠다.”
“왜요?”
“씨앗을 여러 번 나눠 먹이면 인공 각성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아!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소연 언니에게 제가 말할게요.”
“그래.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모두 수고했어.”
“오빠도 고생하셨어요.”
상아, 아영, 마샤를 양옆에 끼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평소 같으면 셋 다 쉬지 않고 조잘대며 웃고 떠들었을 텐데, 오늘은 실험에 실패하며 모두 말없이 땅만 보고 걸었다.
씨앗을 먹은 난쟁이 원숭이는 전보다 세포의 생명력이 크게 활성화됐다. 그러나 그게 꼭 인공 각성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을 순 없었다.
씨앗 에너지의 영향으로 세포가 일시적으로 활성화한 것일 수도 있어, 실험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실패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었다. 활성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각성을 위한 중간 단계일 수도 있었다.
현재 상황은 성공과 실패 확률이 정확히 반반으로 실망할 단계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초초해지자 부정적인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한 번 포스 샤워로 세포를 활성화한 후 +160짜리 열매를 하나씩 추가로 먹였다.
그제에 이어 열매를 하나씩 더 먹은 난쟁이 원숭이들은 열매가 녹아내리자 또다시 온몸이 불덩이로 변하며 열에 취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은 그제와 달리 열매를 먹는 순간 아영과 마샤가 정화와 힐링 스킬을 소낙비처럼 퍼부었다.
첫날은 정화 스킬과 힐링 스킬이 인공 각성에 방해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녀석들이 잠든 사이 정화와 힐링 스킬을 사용해본 결과 세포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오늘은 각성 실험을 시작하는 순간 정화 스킬과 힐링 스킬을 함께 사용하게 했다.
3시간 넘게 지속된 고열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세포 활성화 수준이 전날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 한껏 기대에 부풀었지만, 씨앗의 에너지양이 아직도 모자랐는지 또다시 각성 실험에 실패했다.
“뭐가 문제죠?”
“아무 문제없어. 잘됐어.”
“잘 되다니요? 각성에 실패했잖아요.”
“내가 놓친 게 있어서 그래.”
“뭘 놓쳤는데요?”
“씨앗과 내 조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너무도 안일한 형편없는 생각이었어. 인공 각성에 꼭 필요한 사람이 옆에 있는데, 그걸 모르고 다른 곳에서 방법을 찾았으니... 나도 참 멍청한 것 같아.”
“혹시... 아영이를 말하는 거예요?”
“맞아.”
“저요?”
“그래. 바로 너.”
아영은 중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하며 정화 스킬이 4단계로 발돋움해 죽은 지 얼마 안 된 세포를 다시 살려내고, 썩은 상처도 치료했다.
장기간 복용하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늙고 병든 육체를 다시 젊고 싱싱한 육체로 되돌릴 수 있어 신의 권능이라고까지 불렸다.
하지만 멘탈포스양이 725라 멘탈포스 250이 소모되는 4단계 정화수는 하루 생산량이 고작 2병이었다.
가시덩굴주얼의 도움을 받아도 4병이 최대라 사냥용으로 사용하기도 턱없이 모자랐다.
단독으로 일반인을 능력자로 탈바꿈시킬 능력은 없지만, 신의 권능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아, 각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또한, 마샤의 힐링 스킬도 생명력을 크게 북돋아 정화 스킬과 함께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됐다.
“첫날 너와 마샤의 도움을 받았으면 벌써 레드몬으로 진화했어.”
“제가 그런 능력이 있나요?”
“그런 능력이 아니라, 엄청난 능력이야.”
“엄청난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빠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제 능력은 모두 오빠가 주신 거니까요.”
“내가 준 게 아니라 네가 노력해서 얻은 거야.”
“그렇지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오빠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오빠가 없었으면 전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멍청이로 살다 죽었을 거예요.”
“그래그래, 알았어.”
똑똑하고, 침착하고, 재기발랄하고, 예쁘고, 착해 완벽할 것 같은 아영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건 나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었다. 신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믿음이 강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었고, 태양을 보고 달이라고 해도 믿었다.
이러다 보니 의존성이 강해져 내가 옆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눈에 띌 정도로 컸다.
내가 옆에 있으면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폈지만, 내가 없으면 몹시 불안해해 언니들이 붙어 있어야 간신히 사무를 볼 지경이었다.
이는 상아와 서인도 마찬가지로 셋 다 죽음과 직면했을 때 나를 만나 마음속 깊이 내가 보호자로 각인돼 이처럼 행동했다.
수차례 고쳐보려 노력해봤지만, 화인처럼 깊숙이 각인된 생각은 인위적으론 바꿀 수 없다.
더구나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증상이 더욱 심해져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황당한 건 소희와 마샤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소희는 엄마와 언니의 원수를 갚아주며 점점 나를 의지하는 마음이 커졌고, 마샤는 미국과 아폴로의 마수에서 구해주며 그런 마음이 커졌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서인, 상아, 아영, 마샤, 소희 모두 내 아내가 되지 않았다면 나에 대한 의존성이 이처럼 높진 않았을 것이다.
항상 나만 바라보고 살을 맞대고 살자 그런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결국, 미치도록 좋아해도 옆에 끼고 살아야 내 여자였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자연스럽게 남이 되는 것이었다.
“농담 아니죠?”
“농담이었으면 좋겠어?”
“그건 아니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요.”
“그럼 믿지 마.”
“그런 뜻이 아니라 꿈꾸던 일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와서 그래요. 너무 좋아 뭐라고 표현할 수도 없고요.”
“실패할 수도 있어. 미리 좋아하지 마.”
“저 정말 무섭고 떨린단 말이에요. 겁주지 마요.”
“무조건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그럼 잘 될 거야.”
“알았어요.”
옷을 모두 벗은 한숙이 침대에 눕자 나도 모르게 고추가 발랑 섰다. 열심히 운동해 쫙 빠진 늘씬한 몸매로 변한 한숙은 피부까지 아기처럼 반들반들해 겉모습은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오빠!”
“미안!”
은비의 잔소리에 고추가 고개를 숙이자 정신을 집중하고 손에 포스를 가득 담아 한숙의 몸을 정성껏 애무(?)했다.
포스 샤워로 세포에 활력이 돌자 +1534짜리 씨앗 하나와 +160~+178짜리 씨앗 49개를 모두 한숙의 입에 넣어주었다.
에너지양이 총 10,009로 +160짜리 세 개를 먹은 난쟁이 원숭이와 비교하면 고작 21배에 지나지 않아 비율 면에서 한참 모자랐다.
그러나 이를 만회해줄 비장의 카드로 아영의 4단계 정화수 20병을 준비해 전날 10병을 마시고, 오늘 나머지 10병을 마셔 체질을 확 바꿔놓은 상태에서 씨앗을 먹여 효과를 극대화했다.
사탕을 받아먹듯 한숙이 씨앗을 모두 먹자 75B컵의 예쁜 가슴을 움켜쥐고 포스를 운용해 씨앗 에너지가 세포에 골고루 스며들도록 했다.
포스의 인도로 씨앗 에너지가 세포에 스며들자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며 빨갛게 변했다.
“지금이야.”
신호를 주자 옆에서 초조하게 대기하던 아리와 마샤, 아영이 힐링 스킬과 정화 스킬을 한숙의 몸에 퍼부었다.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서 한숙이 어떻게 변하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아영이가 각성할 때와 마찬가지로 온몸을 태울 것 같은 열기가 점점 더해가자 몸속의 노폐물이 땀처럼 흘러내렸다.
36년간 몸에 쌓이고 쌓인 노폐물이 모공을 통해 흘러나오자 방안은 심한 악취로 숨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악취에 코를 잡는 사람이 없었다.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은비도 온 신경을 한숙에 쏟고 있어 냄새를 맡지도 못했다.
3시간 넘게 불가마처럼 펄펄 끓던 한숙의 몸이 서서히 식자 공기 중에 떠돌던 포스가 한숙을 향해 몰려들었다.
“성공한 거지?”
“응.”
“흑~”
“왜 울어?”
“너무 기뻐서.”
소연이 눈물을 떨구자 서인과 아리, 은비, 상아, 아영, 마샤 소희 그리고 은하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능력자가 아니라서 사냥엔 동참할 수 없지만, 한숙은 아내 중 가장 많은 일을, 그것도 가장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동생들을 위해 방도 따로 쓰고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와 아내들을 돌보는 한숙은 성격이 지랄 맞아 KM의 여마두라 불렸지만, 우리에게만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그런 한숙이 능력자가 되어 오래오래 함께 살기를 바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아내들은 항상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한숙이 깨어난 건 그로부터 꼬박 3일 후인 5월 30일로 씨앗의 영향인지 잠능자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최하급 멘탈리스트가 됐다.
정한숙 : 힘-23 민첩-25 체력-32 총합-80 멘탈포스-92
스킬도 비전투계열인 카리스마로 평소 사람을 휘어잡는 능력이 탁월한 한숙이 카리스마(Charisma) 스킬을 얻자 아랫사람들이 더욱 어려워하며 설설 기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