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7 인공각성 =========================================================================
327. 인공 각성
재규어를 잡고 획득한 레드주얼은 밀림 속을 어슬렁거리는 재규어가 여러 마리로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드는 모습이 반복되는 형태로 딱 보는 순간 무슨 스킬인지 알아차렸다.
“이놈의 새끼가 사람 갖고 장난치나?”
“왜 그러세요?”
“자기는 다섯으로 분신하면서, 나는 달랑 둘밖에 안 되잖아.”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오빠가 참으세요. 원래 레드주얼이 다 그렇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소 셋은 분신할 수 있는 걸 줘야 할 거 아니야. 그게 최소한의 양심적인 행동이지. 안 그래?”
“맞아요. 원래 능력보다 낮게 나온다고 해도 정도가 있는 거죠.”
“그거 봐.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네. 정말 생각할수록 나쁜 놈이네요.”
기대했던 분신술이 나오며 한껏 들떴던 기분은 절반도 안 되는 달랑 하나밖에 분신할 수 없다는 것에 분노로 바뀌었다.
레드몬이 사용하던 스킬보다 레드주얼의 성능이 항상 크게 떨어져 마음을 비운 지 오래였다.
그런데 오늘은 기대하던 분신술 스킬이 나오며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고, 욕심만큼 충족이 안 되자 열이 받아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려 했다.
짜증난 내 마음을 읽은 아영이가 기분을 맞춰주자 금세 마음이 풀렸다. 아영이가 팔에 매달려 기분을 풀어주는 동안 아내들은 옆에 서서 고개만 끄덕이며 동조할 뿐 말을 거들진 않았다.
맞장구도 어느 정도 쳐야 효과가 있지, 너무 심하게 부추기면 진정되는 게 아니라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았다.
속속들이 나를 꿰뚫고 있는 아내들은 조정하듯 이런 식으로 돌아가며 나를 아이처럼 어르고 달랬다.
나 또한 그런 아내들의 마음을 알아 모른 척 장단에 맞춰줬다. 부부 사이도 게임처럼 규칙이 있었다.
서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적당히 속아주는 센스까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공부를 잘했다고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집안이 화목하다는 보장도 없듯이, 똑똑하고 많이 안다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 표를 끊은 것과 같았다.
때로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바보인 척 행동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가족을 웃게 하는 것이 가장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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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5월 1일
상반기 원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기도 전에 접한 첫 번째 소식은 중국 차오스 주석의 실각이었다.
한 달을 못 버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원정을 떠나기 전까지 굳건한 모습을 보여 몇 년 더 해먹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소리소문없이 지난달 숙청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차오스 주석의 실각과 함께 탕자쉬안 국가부주석, 홍천명 국가안전부 부장 등 공청단 핵심 구성원들을 부정부패와 내란죄 죄목으로 모두 숙청당했다.
공청단을 모두 정리한 5월 5일 상하이방의 유방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와 중화인민공화국 제3대 주석 자리를 차지하며 등소평에 이어 이인자로 등극했다.
국가 부주석엔 오른팔인 장칭리(張慶黎)가 임명됐고, 정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부 부장엔 왼팔인 장윈촨(張雲川)이 임명됐다.
숙청 1순위로 예상했던 화이 공대 덩차오 단장은 굳건히 자리를 유지한 채 건재를 과시했다.
화이 공대는 중국 공산당을 지탱하는 버팀목 중 하나로 공대원 5,255명을 총괄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였다.
그동안 덩차오 단장이 차오스 주석의 오른팔이란 소문이 자자해 모두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등소평의 오랜 측근으로 잠시 차오스 주석의 사람인 척 행동한 것뿐이었다.
이외에도 왕수영 나진시 특사도 교체 없이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덩차오 단장과 달리 왕수영 특사는 든든한 배경이 있어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
나진시의 중요성을 아주 낮게 본 유방 국가주석의 성격 탓에 간신히 목숨을 연명했다.
5월 1일 중국 국가주석에 임명된 유방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내 이름도, 미래 레드몬도, 나진시도 거론하지 않았다.
최근 1년간 새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과 총리가 축하 인사에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은 미래 레드몬 사냥팀에 최대한 많은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공약이었다.
미스트 존까지 공개되며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레드몬을 잡아줄 레드몬 사냥팀과 좋은 관계를 맺겠다는 공약은 국민에게 큰 점수를 딸 수 있는 일로 말치레라도 한 번쯤 해주고 지나갔다.
그런 건 차치하더라도 왕수영 특사가 찾아와 정권이 바뀌었다는 말은 한 번쯤 할 법도 한데, 상하이방으로 정권이 바뀌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은 채 숙소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 옐친 대통령과는 형·동생으로 사이좋게 지내며 수시로 도와주는데, 상국인 자신들은 나 몰라라 하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겠죠.”
“그 오랜 세월 상국이란 이름으로 수탈한 건 생각 안 해?”
“임진왜란을 비롯해 우리를 끝없이 도와줬다고 생각할걸요.”
“지랄 쌈 싸먹기를 하고 있네.”
“역사는 상대적인 거예요. 빼앗은 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빼앗긴 자는 이빨을 부득부득 가는 게 역사에요.”
“일본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양심이 너무 없어. 적어도 잘잘못은 가릴 줄 알아야 하잖아.”
“개인도 이권이 개입되면 양심을 찾기 힘든데, 국가는 오죽하겠어요?”
“힘 약한 게 죄라는 말이네?”
“빙고!”
힘이 약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은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법이 어떻고, 도덕이 어떻고, 군자의 도리가 어떻게 떠들어대지만, 돈 앞에 서면 그런 건 공자 왈 맹자 왈 떠드는 케케묵은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떨 것 같아?”
“딱 이 수준이라고 보시면 돼요.”
“소 닭 보듯 하는 거?”
“네, 유방은 철저한 중화사상 신봉자로 모든 중심에 중국이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에요.”
중화사상(中華思想)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다고 믿는 중국 민족 사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문명화한 민족이란 뜻에서 '중화'라는 말을 썼다.
과거 황허 강 유역엔 한족 말고도 여러 민족이 살았다. 한족은 다른 민족들과 접촉해 문화를 발달시켰고, 서주시대(西周時代)에 이르러 문화적 우월의식으로 선민이라고 믿으며 중화사상을 갖게 됐다.
“중화사상은 이민족을 천시하는 관념을 지녀 화이사상이라고도 해요. 화이는 중국 민족과 그 주변의 오랑캐를 뜻하는 말로 우리도 동이라고 부르며 오랑캐로 취급했죠.”
“자기들 밥 먹을 때 우리는 풀뿌리 캐 먹고, 지렁이 잡아먹었어? 왜 우리는 오랑캐고 자기들만 사람이야?”
“유학의 발달과 함께 이민족을 성인의 도에서 벗어난 금수로 취급해서 그래요. 한 마디로 한족이 아니면 다 금수라는 뜻이죠. 그래서 자신들도 공자의 도를 아는 사람이라고 소중화(小中華)라 칭하는 어리석은 조상들도 있었죠.”
“어느 시대나 매국노는 꼭 있네. 미국도 있을까?”
“그럼요. 매국노의 특징은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 만능자석 같은 존재로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있죠.”
“바퀴벌레보다 생명력이 더 강한 것 같아. 잘 죽지도 않고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다시 나타나 사람을 괴롭히잖아.”
“호호호호~ 정확한 표현이네요.”
내 얘기가 재미있는지 은하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어댔다. 내 여자가 된 이후로 날카로운 눈빛 대신 웃음이 많아진 은하는 실없는 농담에도 까르르 웃어댔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사랑에 눈이 멀자 작은 행동, 작은 몸짓에도 좋아 죽으려고 했다.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생각하고, 우리 역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거예요.”
“공격해올 가능성도 있겠네?”
“차오스 주석 때보다 최소 한 단계는 높아졌다고 봐야죠.”
“하아~ 평화를 사랑하는 이웃은 없는 거야?”
“로마 시대에 유명한 전략가 베제티우스가 한 말 모르세요?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전쟁하라고?”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호호호호~”
캐나다에서 사냥한 북극 늑대는 B급 엘리트 레드몬을 빼고도 중급이 55마리로, +1534짜리 씨앗 하나와 +160~+178짜리 씨앗도 58개를 구했다.
소연이 구한 피그미 마모셋(Cebuella Pygmaea), 일명 난쟁이 원숭이 세 마리를 이틀간 총 12번 전신을 포스로 마사지한 후 어제 +155짜리 중급 씨앗을 하나씩 먹였다.
포스를 사용해 씨앗 에너지가 세포에 골고루 퍼지도록 돕자, 아영이 때처럼 심한 열이 발생하며 셋 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난쟁이 원숭이를 실험용으로 택한 건 영장류 중 가장 작기 때문이었다. 한숙의 인공 각성을 위해 씨앗 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간과 같은 크기의 영장류를 실험용으로 사용할 순 없었다.
또한, 씨앗을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있다면 한숙과 덩치가 비슷한 영장류를 쓰겠지만, 언제 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씨앗을 낭비할 순 없었다.
“한숙 언니에겐 언제 말할 거야?”
“가능성 100% 일 때.”
“난쟁이 원숭이 한숙 언니가 구해준 거야.”
“얘기한 사람 없지?”
“네가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언니 눈치가 백 단이라 대충은 눈치챘을 거야.”
“그럴 것이라는 추측과 그렇다는 확신은 전혀 달라. 믿고 있다가 실패하면 충격이 더 크다는 거 알지? 절대 말하면 안 돼.”
“알았어.”
다시 한 번 소연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난쟁이 원숭이를 가둬둔 지하 실험실로 들어갔다.
실험은 의료기구와 각종 측정 장비가 완비된 미래 레드몬 지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상아는 녀석들이 깨어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잘 살펴봐.”
“네.”
“마샤와 아영이는 조금이라도 불안한 기색이 보이면 내게 말하지 말고 지체 없이 힐링과 정화를 넣어주고. 알았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너희만 믿는다.”
상아와 아영, 마샤까지 동원해 인공 각성 실험을 진행했다. 녀석들이 죽는 건 내 알 바 아니지만, 실험이 실패하면 인공 각성의 꿈도 한참 뒤로 밀리게 된다.
기감력을 터득하는 방법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그 역시 언제 터득할지 모르는 일이라 낙관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실험을 성공해 기대에 부푼 한숙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또한, 희망에 가득 차 있는 아내들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한숙이 능력자가 되는 건 나와 한숙만 바라는 게 아니었다. 아내들 모두가 바라는 꿈이었다.
또한, 인공 각성이 성공하면 소연의 아버지, 은비의 할아버지, 한숙의 아버지와 오빠, 서인의 두 동생, 아리의 부모님과 오빠·언니, 아영의 동생인 아정·아솔·아림, 소희의 아빠 차영철 소장, 은하와 여동생 등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다.
인공 각성의 성공 여부는 이토록 많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로, 노하우가 쌓이고 쌓이면 인류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인류가 잠깐 지구에 존재하다 사라지는 동물이 아닌 지구와 함께하는 진정한 주인이 될 수도 있었다.
**********레드몬 등급 요청 내용***********
등 급 전투력 지능 방어력(일반 화약무기 기준) 파괴력(균질압연강판 기준)
최최하급 100이하 ? 권총으로 사살 가능
최 하 급 500이하 70이하 12.7mm 바렛 저격총 20mm
하 급 1,000이하 90이하 대전차 로켓포 RPG-7 200mm
중 급 2,000이하 120이하 날개안정분리철갑탄 M1A1 Abrams 이상
엘 리 트10,000이하 150이하 레일건 5,000mm 이상
상 급100,000이하 200이하 수소폭탄
엘리트 레드몬 전투력
A급:전투력8,001~10,000 에너지양 40,001~60,000몬
B급:전투력5,001~8,000 에지지양 20,001~40,000몬
C급:전투력2,001~5,000 에너지양 5,001~20,000몬
상급 레드몬 전투력
SS급:전투력80,001~100,000 에너지양 800,001~1,000,000몬
S급:전투력60,001~80,000 에너지양 600,001~800,000몬
A급:전투력40,001~60,000 에너지양 400,001~600,000몬
B급:전투력20,001~40,000 에너지양 200,001~400,000몬
C급:전투력10,001~20,000 에너지양 60,001~200,000몬
중급 이하는 전투력과 레드스톤 에너지량 동일
*레드몬마다 특성이 달라 표와 맞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