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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24화 (324/505)

00324  블랙스톤과 씨앗  =========================================================================

324. 블랙스톤과 씨앗

드라이브를 끝내고 궁전으로 돌아와 스포츠 의류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로라 아버지 회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다정히 팔짱을 낀 모습으로 거사(?)를 무사히 치렀다는 걸 보여줬지만, 긴가민가하며 바라보던 여왕의 눈빛이 시종장이 다가와 1억 달러를 투자를 투자했다는 말에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100% 믿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다 캐나다, 미국, 브라질 사냥에 로라를 데리고 간다고 하자 그제야 100% 믿는지 입이 귀에 걸렸다.

나와 끈을 공고히 하자는 의미에서 로라를 내게 보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나와 아내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빼내는 것도 로라의 임무였다.

문제는 임무에 충실해야 할 로라가 내게 홀딱 넘어가 여왕을 배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이중스파이로 로라 역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영국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24시간 감시가 따라붙을 것이 확실했다.

로라에겐 안 된 일이지만, 로라는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내게 접근했다. 소연, 은비, 한숙, 은하, 서인, 아리, 상아, 아영, 소희처럼 서로 사랑해서 맺어진 인연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똑같이 사랑받길 원해선 안 된다. 설령 정말 나를 좋아해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 해도 목적이 불순해 사랑이라 말할 순 없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런던 시민들의 환송을 뒤로 한 채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른 A300-300이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Nunavut) 쿠글루크툭(Kugluktuk)로 기수를 틀었다.

누나부트 준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준주로 면적 무려 2,093,190㎢로 한반도의 9.4배나 됐지만, 인구는 3만 명이 안 됐다.

1㎢당 982명이 사는 방글라데시와 비교하면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땅으로, 온종일 차를 타고 달려도 사람을 볼 수 없을 만큼 적막한 곳이었다.

이런 한적함과 고요함을 마음껏 즐길 요량으로 쉬지 않고 사냥했는데, 여왕에게 붙잡혀 쉬지도 못하고 혹까지 하나 달았다.

“언니! 편하게 있으세요. 그러다 허리 부러지겠어요.”

“네.”

전용기에 탄 로라는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숨도 크게 못 쉬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 아내들과 잠깐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얼굴 한번 쳐다본 게 전부라 불편한 건 여전했다.

나라도 옆에 있었다면 조금 덜 했겠지만, 나는 한숙, 소연, 은비와 함께 나진시 문제로 토론 중이라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더욱 불안해했다.

“런던이 집이라고 했죠?”

“네.”

“저보다 언니잖아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돼요?”

“그럼요.”

불안해하는 모습이 매우 안쓰러웠는지 상아가 옆에 다가가 말을 걸자 멀리서 바라만 보던 아영과 마샤, 소희도 로라 곁으로 이동했다.

“오빠가 막 대했죠?”

“아니.”

“뭐가 아니에요. 자기 여자 아니면 말도 함부로 하고, 매너도 없이 행동하는 거 저희는 다 알아요.”

“정말 아니야. 감동할 만큼 친절했어.”

소희가 내 욕을 하자 로라가 손을 내저으며 그렇지 않다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희는 재차 내 험담을 해댔다.

“그럴 리가요. 제가 오빠를 몇 년째 보고 있는데, 절대 그럴 사람 아니에요.”

“진짜야. 아빠 도와준 것도 지홍씨가 생각한 거야. 너무 고마워서 어젯밤 밤새 잠도 못 잤어.”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하던데. 혹시... 우리가 물어보면 대답 잘하라고 오빠가 협박했어요?”

“아니야. 그런 거 없었어.”

상아와 소희가 물꼬를 트자 10분도 지나지 않아 아영과 마샤도 대화에 끼어들며 웃음꽃을 피웠다.

얘기 중 절반은 내 험담으로 공통 주제로 그만큼 좋은 소재도 없었고, 원래 없는 사람 욕해야 금방 친해졌다.

“여우 너무 예쁘다.”

“나쁜 놈이니까 조심하세요.”

“놈이면 수놈이겠네?”

“맞아요. 아주 음흉한 놈이에요.”

“얘도 지홍씨처럼 거느린 암놈이 많은가 보지?”

“주인 닮아서 똑같아요.”

“지홍씨가 주인이야?”

“네.”

“지홍씨 닮아서 그런지 정말 잘 생겼다.”

“언니도 병이네요.”

“히히히히~”

아주 평범한 하급 멘탈리스트인 로사는 얼음 화살을 소환해 상대를 공격하는 냉기계열로 타격력은 하급 레드몬이 한계였다.

1995.04. 23 : 힘-29 민첩-27 체력-38 총합-94 멘탈포스-256

아내들과 비교하면 평범하다 못해 일반인처럼 느껴지는 수준으로 주눅이 든 원인 중 하나는 실력 차이 때문이었다.

능력자도 칼 밥을 먹고 사는 싸움꾼으로 격차가 심하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기에 눌리게 됐다.

그것이 바로 기세(氣勢)로 권투나 태권도, 레슬링 등 격투기 경기에서 해설자가 상대를 제압하려면 기세를 잡아야 한다고 자주 떠들어댈 만큼 승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기세에 밀린 선수가 상대를 이기는 일이 없다고 할 만큼 중요한 것으로, 주눅 들고 겁먹은 사람이 자기 능력을 100% 발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눈 늑대(Snow Wolf), 흰색 늑대(White Wolf)로도 불리는 북극 늑대(Arctic Wolf)는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그린란드 북부에 서식하는 회색늑대의 아종으로 이름처럼 흰색의 털로 뒤덮여 있다.

워낙 외진 곳에 살아 서식지가 변하지 않은 유일한 늑대로 주로 순록과 사향소를 사냥했고, 북극 토끼, 물개, 나그네쥐, 물새 등도 잡아먹었다.

“혈풍보다 더 큰 것 같은데?”

“북극 늑대가 현존하는 늑대 중 가장 커서 그래. 전투력은 더 낮아.”

“허우대만 멀쩡한 거야?”

“혈랑 무리가 일반 레드울프보다 강해서 그렇지, 저놈들이 정상이야. 그놈들이 비정상이고.”

“하얀 털이 풍비랑 진짜 비슷하다.”

“가죽 벗겨서 침대 밑에 깔아줄까?”

“싫어~ 나 이래 봬도 동물 애호가야.”

“동물 애호가가 레드몬을 사냥해? 북극 늑대가 웃겠다.”

“우쒸~”

몸길이 9.55m, 꼬리 길이 3.27m, 몸무게 1.85ton의 B급 엘리트 레드몬 북극 늑대는 혈풍단의 보스 혈풍보다 더 컸고, 털도 하얗다 못해 빛이나 멀리서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항구 도시인 쿠글루크툭에서 북극 늑대가 나타난 건 지난해 중순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놈들은 다짜고짜 방어벽을 넘어와 사람을 죽이고 집을 부쉈다.

그 일로 마을에 있던 주민 800여 명이 떼 몰살을 당해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로 변했다.

누나부트 준주에서 쿠글루크툭은 굉장히 큰 도시로, 쿠글루크툭가 사라지면 사방 300km 안에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오빠도 느끼셨죠?”

“뭘?”

“요사스러운 느낌요.”

“너도 느껴져?”

“네, 이질적인 느낌과 함께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일어요.”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상아도 북극 늑대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요사함을 느꼈다. 부서진 쿠글루크툭 외곽을 어슬렁거리는 북극 늑대 무리를 1시간째 지켜만 봤다.

찝찝하다고 해야 하는지, 눈에 거슬린다고 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나쁘다고 해야 하는지 느낌이 이상야릇해 놈들을 계속 관찰했다.

하지만 기감으로도 신경을 건드리는 이유를 알아낼 수 없어 몸으로 직접 부딪혀보기로 했다.

“현무와 딩고만 보조하고, 모두 아리의 보호막 안에서 대기해.”

“혼자 사냥하게?”

“느낌 좋지 않아.”

“중급 북극 늑대는 우리가 잡아도 되잖아.”

“놈들은 현무와 딩고로 잡으면 돼.”

돕고 싶은 마음에 소연이 채근했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지 알 수 없어 보호막에서 기다리게 했다.

구미호, 현무, 딩고, 비사는 죽으면 다시 소환하면 되지만, 사람은 죽으면 살릴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소환수가 나오길 희망했다. 그래야 아내들이 안전했고, 아내들이 살아야 나도 살 수 있었다.

아리가 지킴이와 가시덩굴을 불러내 보호막을 이중으로 치자, 현무와 딩고가 중급 북극 늑대를 공격했다.

“쾅~~~”

바람처럼 날아간 딩고가 어슬렁거리던 수놈 세 마리를 돌파 스킬로 들이받아 날려버리곤, 다섯 마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해 강력한 압력을 이용해 내리누르자 폭탄이 터지듯 폭발음이 일었다.

“펑펑~ 펑펑~”

“깨갱 깨갱~ 깨갱 깨갱~”

자주포처럼 네 발을 고정한 현무가 쌍두에서 번갈아 화염탄을 쏘아대자 몸에 불이 붙은 북극 늑대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눈밭을 굴렸다.

그러나 웬만해선 꺼지지 않는 백린이라 눈만 녹을 뿐 불길이 번져 온몸을 까맣게 태웠다.

“피용피용~ 피용피용~”

100m 상공에서 B급 엘리트 레드몬을 향해 구미호가 꼬리를 바짝 쳐들고 기관총처럼 레이저를 쏘아댔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구미호의 레이저가 폭우가 쏟아지듯 날아들자 북극 늑대의 하얀 털이 까맣게 변했다.

털이 까맣게 변하자 몸이 커지듯 털이 1m쯤 자라나 전신을 덮었다. 까만 털 위로 쏟아진 레이저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레이저가 털에 흡수되며 포스까지 보태줬는지, 북극 늑대의 털이 더욱 까맣게 빛났다.

구미호의 레이저론 놈을 처리하는 건 고사하고, 아까운 포스만 상납하는 꼴이라 중급 레드몬을 처리하게 뒤로 돌리고, 가시창을 연속으로 던지며 놈에게 다가섰다.

“쒸우웅~ 쒸우웅~”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간 가시창 다섯 자루를 놈이 재빨리 옆으로 물러나며 피했다.

B급치곤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고, 스킬도 만만치 않았다. 여우 채찍을 꺼내 들며 왼손으로 냉기탄을 날렸다.

빠르게 날아간 냉기탄 세 발이 놈을 가운데 두고 터지자 반경 50m가 두꺼운 얼음에 둘러싸였다.

바람 스킬로 순식간에 다가가 여우 채찍으로 놈의 이마를 찔렀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재빨리 얼음을 녹인 북극 늑대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채찍을 피했다.

B+급 엘리트 레드몬 북극 늑대

전투력 : 7671+1534

지능 : 118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10% 하락

에너지양 : 36,994

스킬 : 알 수 없음

그 짧은 시간에 B급 엘리트 레드몬이 냉기탄으로 만든 두꺼운 얼음을 녹이고 몸을 빼는 것에 확실히 뭔가 있는 놈이란 건 예상했지만, 등급에 B+와 전투력에 +1534란 내용이 망막에 투영됐을 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출 수 없어 혈기탄 20발을 쏘아 달아나지 못하게 꽁꽁 묶은 후 뇌전탄을 발사했다.

“지지지지직~~~”

발아래 떨어진 뇌전탄이 쫙 퍼지며 전류를 발산하자,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강아지와 같은 비명을 질러댔다.

“깨갱 깨갱~~~”

검게 변한 털로도 뇌전탄의 강력한 전류는 막을 수 없는지, 바닥에 쓰러져 부르르 몸을 떨어댔다.

연기를 솔솔 피워대는 북극 늑대에게 재빨리 다가가 이마에 여우 채찍을 찔러 넣었다.

파란 예기가 뇌를 파고들자 고통에 몸부림치던 육체가 멈추며 편안한 안식을 맞았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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