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1 늑대인간 =========================================================================
321.
러시아 우수리스크 구원을 계기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그전까진 단순히 다른 사냥팀보다 레드몬을 좀 더 잘 잡는 사냥팀, 희한한 물건을 많이 만들어내는 동양인, 돈을 많이 벌어 기부 좀 하는 졸부 정도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우리가 구원요청을 받자 주저 없이 출동해 우수리스크 주민과 군인 수십만 명을 구하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보통 이런 일은 의뢰비를 올리기 위해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 정석으로 전화를 받자 곧바로 출동해 레드몬을 사냥하고, 사냥한 레드몬까지 몽땅 다 나눠주고 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레드몬 사냥 계약에 따라 출동했다고 딴죽을 거는 나라도 있었지만, 계약서엔 반드시 최소 6개월 전 사냥할 레드몬의 정보와 함께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부득이한 경우 이번처럼 그런 부분을 다 생략할 수도 있지만, 사냥에 응할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우리 권한으로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다르게 보는 건 그런 조항을 무시하고 구조요청을 받자 10분 만에 출동했다는 것과 죽은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레드몬을 나눠준 것이었다.
또한, 중국과는 달리 추가 피해 없이 로물루스와 일당을 일망타진했다는 것도 우리를 더욱 좋게 보는 이유 중 하나였다.
바로 이웃 중국은 군인 90만 명과 능력자 5,000명을 동원하고도 5대단 중 겨우 황풍단과 백풍단의 전력 60%를 소진했을 뿐이었다.
가장 강력한 혈풍단은 피해가 거의 없었고, 피해를 당한 4개단도 이미 전력의 80% 이상을 복구해 별다른 소득 없이 사람만 무더기로 죽인 꼴이 됐다.
“추가로 계약해달라는 나라가 30개국이 넘어요. 계약금도 두 배로 올리고, 의뢰비와 사냥비용도 두 배로 올려준다고, 제발 계약만 해달라고 성화예요.”
“갑자기 왜”
“우수리스크 일 때문이죠.”
“우리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그런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보여?”
“설마요? 레드몬의 위험이 점점 가중되니까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뜻이겠죠.”
“계약만하면 위험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일 년 두 번이면 아주 쓸만한 보험을 들어놓는 거잖아요. 엘리트 레드몬의 피해를 생각하면 계약금과 사냥비용도 아주 저렴하고요.”
“갑작스러운 사냥 요구하는 건 언제든 거부할 수 있다는 거 몰라?”
“계약국가와는 사이가 좋아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주 엿장수 마음대로 생각하네.”
“어쩌실 거예요?”
“1년 내내 원정만 다닐 거야?”
“그럴 순 없죠. 그래도 사냥 속도가 빨라져 2~3개국 정도는 추가로 계약해도 작년과 크게 차이는 없을 거예요.”
“생각 좀 해보자.”
한숙의 말처럼 몇 개국 추가해도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은 아내들만 보내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고, 바쁘면 나 혼자 몇 개국 돌아도 됐다.
나진시도 청사자, 흑사자, 은하수, 발해, 홍염의 기사단이 버티고 있어, 우리가 사냥할 일도 없어 시간도 아주 널널한 편이었다.
하지만 아내들을 따로 보낼 순 없다. B급인 줄 알고 갔다가 A급일 수도 있었고, 정화수와 탐지 기술을 노리는 세력이 한둘이 아니라서 떨어지는 순간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외 원정의 목적은 영향력 확대였지, 지구를 구하자는 것도 아니었고, 인기를 얻자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상급 피지컬리스트로 올라서며 상급 레드몬 사냥을 준비해야 해 더는 시간을 빼길 순 없었다. 상급 레드몬에 도전해 성공한 후 원정 국가를 늘릴지 말지 결정하는 게 맞았다.
“끼고 다녀야 하나?”
“삼촌에게 맡기면 되잖아요?”
“안 돼.”
“왜요?”
“못 이겨.”
“이제 겨우 17살인데 막심 삼촌보다 강해요?”
“박용규 대장과 김태현 대장이 합세해도 어려워. 심연수 대장과 김남일 대장까지 합세해야 간신히 제압할 수 있어.”
“중급 듀얼리스트라고 들었는데. 제가 잘 못 알고 있었나요?”
“아니. 중급 맞아.”
“중급 혼자서 다섯 명과 싸울 수 있어요?”
“스킬 때문에 그래.”
“하울링요?”
“응.”
마샤의 놀람처럼 늑대 소년은 순간적으로 능력을 두 배 뻥튀기하는 사기적인 스킬을 사용했다.
사용시간이 10분이지만, 그 시간이면 자신과 평수를 이루던 막심과 김남일 공대장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자신보다 강했던 박용규와 김태현의 목숨도 위협할 수 있었다.
버서커 스킬을 사용하는 포베로미스와 벅스 버니, 하울링을 사용하는 갯과 레드몬 등 순간적으로 능력을 올리는 레드몬은 아주 많았다.
하지만 늑대 소년처럼 두 배를 올려주는 경우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1시간에 1번씩 연달아 3번 사용할 수 있고, 3시간 휴식 후 다시 스킬을 사용하는 사기적인 놈은 결단코 본적이 없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 로물루스 무리가 숲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 것도 늑대 소년의 스킬 재사용 시간 때문으로, 시간이 조금만 길었어도 우수리스크는 몇 배나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이외에도 두 자루 단검을 휘두르면 20~30개로 보이는 환영검을 구사했고, 빠른 발과 함께 추적술에도 능해 달아나려 하면 박용규 대장의 걸음걸이로는 잡을 수도 없었다.
“늑대 새끼 어떻게 하지? 완전히 혹이네.”
“오빠!”
“응?”
“이름을 불러주세요.”
“이름이 뭐였더라?”
“손시랑요.”
“아~ 맞다. 시랑!”
3일간 늑대 소년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어 다닌 상아는 갓난아기 때 버려져 레드울프의 손에 키워졌단 사실과 녀석이 사용하는 스킬 등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와 더불어 연민의 정이 더욱 많이 쌓여 늑대 소년을 자신의 동생이라 생각해 승냥이와 이리를 뜻하는 시랑(豺狼)과 자신의 성을 붙여 손시랑이라 이름 지었다.
시랑은 기억도 못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늑대들과 함께 살며 인간의 생활습관, 문명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걸 상아에게 의지해 젖먹이처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이 때문인지 상아를 엄마처럼 생각하며 졸졸 따라다녔다.
“시랑이 데려가도 말썽 안 부릴 거예요.”
“정말?”
“그럼요. 오빠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잖아요.”
시랑은 서열을 중시하는 늑대 무리에서 자라며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겐 꼬리를 내리고 머리를 조아렸다.
살기투사에 당한 충격에 녀석은 내 그림자만 봐도 바닥에 엎드려 개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벌벌 떨었다.
강력한 스킬과 함께 현무와 딩고를 지닌 소연, 은비도 몹시 두려워해 나만큼은 아니어도 고개를 푹 숙여 자기가 아래라는 걸 확실히 표현했다.
그러나 같은 상급 멘탈리스트인 아리와 마샤는 공격 스킬이 없다는 이유로 은근히 깔봤다.
상아를 뺀 나머지는 모두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해 거만한 눈으로 쳐다보다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은 다음부턴 아내들을 함부로 쳐다보지 못했다.
“알았어. 근데 이 녀석 널 언제까지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오빠! 얘는 제 동생이에요. 남자 아니에요.”
“웃기고 있네. 남자는 나 빼고 다 짐승이야.”
“오빠!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양심에 찔리고 그런 거 없어요?”
“뭐가 찔려?”
“하루에 최소 7~8번은 언니들을 괴롭히는 오빠가 다른 남자들을 짐승이라 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럼 내가 짐승이야?”
“헤헤헤헤~ 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오빠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뭐라고?”
“오빠! 그거 아세요?”
“뭘?”
“오빠가 언제 가장 귀여운지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정액 나올 때 표정이 가장 귀엽다는 거요. 몸을 부르르 떨 때 정말 귀여워 미치겠어요. 호호호호~”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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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20일
파푸아뉴기니의 B급 엘리트 레드몬 쿠스쿠스(Cuscus) 암수 두 마리를 시작으로, 캄보디아의 아시아 코끼리, 인도의 외 코뿔소, 부탄의 벵골호랑이, 터키의 줄무늬하이에나, 독일 폴캣까지 18일 만에 모조리 잡고 영국으로 넘어갔다.
원숭이와 비슷한 쿠스쿠스는 포유강 유대목으로 머리와 몸통을 합한 길이가 30~65㎝, 꼬리 길이 25~60㎝로 나뭇잎과 과일 등을 먹지만, 때론 조류나 도마뱀 등을 잡아먹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한 쿠스쿠스는 몸길이 2.5m에 전투력 6713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아주 순한 외모로 지녔다.
하지만 밤마다 마을에 내려와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무서운 놈으로 구미호와 현무, 딩고로 간단하게 마무리했다.
인도코뿔소, 갑옷코뿔소로 불리는 외코뿔소는 몸길이 4.3m, 어깨높이 2m, 몸무게 최대 5t까지 나가는 대형 포유류였다.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순간 최대속도 시속 40km로 매우 빨랐고, 수영도 잘하고, 냄새는 잘 맡았다. 하지만 시력은 아주 나빠 누가 누군지 잘 구분하지도 못했다.
인도에서 의뢰한 A급 엘리트 레드몬 인도코뿔소는 몸길이 16.6m, 무게 19.75ton으로 순간 450km로 돌진해 나무며, 돌이며 앞에 있는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때려 부쉈다.
또한, 갑주의 영향으로 가시창과 혈기탄까지 튕겨냈고, 두발 구르기로 강력한 충격파까지 날려 살짝 애를 먹였다.
피해 면역을 쓰고 다가가 파멸의 창으로 숨통을 끊고 체력을 30% 올려주는 레드주얼을 손에 넣었다.
코뿔소의 체력주얼은 딩고와 라이트닝 스톰을 함께 쓰며 힘들어하는 은비에게 줘 살짝 짐을 덜어줬다.
플리오세(533~258만 년)부터 서식한 줄무늬하이에나는 목덜미에 갈기 모양의 긴 털이 있는 것이 특징으로 하이에나 종류 중 작은 축에 속했다.
암컷이 수컷보다 큰 하이에나는 무리의 우두머리도 암컷으로 늑대처럼 철저하게 서열화되어 형제끼리도 싸우다 죽는 일이 빈번했다.
터키에서 의뢰한 B급 엘리트 레드몬 줄무늬하이에나는 중급 레드몬만 57마리로 무리의 수장인 암컷 두 마리는 전투력이 각각 7188, 7255로 지능은 114였다.
몸길이 4.8m, 몸무게 455kg 비교적 작은 체구의 줄무늬하이에나는 강철 체력과 강인한 생명력, 길고 날카로운 발톱, 이빨을 빼곤 이렇다 할 무기가 없어 소연과 은비, 서인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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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