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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18화 (31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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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늑대인간

1995년 3월 10일

상반기 사냥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사정이 어려운 3개국을 선정해 무료로 엘리트 레드몬을 잡아주기로 했다.

1.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인근 B급 쿠스쿠스 두 마리

2. 캄보디아 바탐방 인근 B급 아시아 코끼리와 가족

3. 인도 아삼 지방 도크모카 A급 외 코뿔소

4. 부탄 푸나카 인근 B급 벵골호랑이

5. 터키 가지안테프 인근 B급 줄무늬하이에나 두 마리

6. 독일 오베르스트 도르프 인근 B급 폴캣(긴털족제비) 세 마리

7.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인근 A급 오소리

8. 캐나다 누나부트 주 쿠글루크툭 인근 B급 북극 늑대와 가족

9. 미국 뉴멕시코주 링컨 국유림 A급 힐라 몬스터(미국 독도마뱀)

10.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 벨류 A급 재규어

11.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B급 로물루스 무리(회색늑대)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로 승급한 다음 상반기 사냥을 시작할 계획으로 차일피일 날짜를 미뤘지만, 승급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처럼 열심히 훈련하고, 사냥하고, 잘 멀고, 사랑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도통 승급할 기미가 없었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까지 총합 능력치 16을 남겨둔 게 4개월 전이었다. 그때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3개월간 고작 힘 4, 민첩 5, 체력 6이 올랐고, 그 이후론 능력치가 단 1도 오르지 않고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작년 같은 기간 20~30씩 오르던 것과 비교하면 퇴보까진 아니더라도 정체는 확실했다.

이 때문에 몸에 문제가 있는지 기감으로 꼼꼼히 살펴봤지만, 눈에 띄는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훈련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훈련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가 아픈지 알면 약을 쓰든 수술을 하든 고치면 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 바로 잡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처럼 병명도 모르고, 문제가 뭔지도 모르면 손쓸 수도 없어 속만 태우게 된다.

답답한 마음에 훈련 패턴도 바꿔보고, 훈련양도 2배 이상 늘렸다가, 절반으로 줄여도 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아내들이 걱정할까봐 내색할 수도 없어 혼자서만 끙끙 앓자 두통까지 생겨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렇게 4개월간 마음을 졸이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언젠간 되겠지 하며 마음을 놓아버리자 기다렸다는 듯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로 승급했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로 승급하고 나서야 4개월간 정체됐던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됐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바심과 얼마 안 된다고 생각했던 16이란 능력치가 사실은 엄청나게 높고, 두꺼운 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00m 육상 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0.01초 단축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해도 그걸 넘어서지 못해 선수 생활을 마감하듯, 남에겐 아무것도 아닌 0.01초가 본인에겐 깨뜨릴 수 없는 마의 벽이었다.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도 하나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사실은 깎아지른 듯한 높은 벽이 앞을 막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음은 그 벽을 금세 넘을 것 같지만, 다가가면 한없이 높아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상급, 최상급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 조만간 능력치가 전혀 오르지 않는 중급 능력자들이 무더기로 생길 게 확실했다.

아직은 능력자가 나타난 지 30년이 조금 넘어 전체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2세대가 나오는 10년 후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능력자가 부지기수일 것이었다.

아내들이 중급, 상급까지 막힘없이 오를 수 있었던 건 연리지주얼, 은행나무 열매, 익수영진고 등 체력을 뒷받침해줄 보물들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바탕이 되어 준 기감력과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스승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운동선수, 학생 등 많은 사람이 스승을 모시는 건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을 인도해줄 길잡이가 필요해서였다.

길잡이는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존재로 혼자선 가기 힘든 길을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안내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런 고마운 스승도 차이가 심해 뛰어난 스승을 모셔야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지, 어설픈 스승을 모셨다간 제자도 스승처럼 벽을 넘지 못한 채 좌절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뛰어난 스승을 모시기 위해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부모들이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좋은 스승은 절대 아니었다.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이론도 약해 훈련 방법도 내 생각대로 짜 맞춘 것뿐이었다.

대신 최상급 멘탈리스트, 최상급 피지컬리스트에 도달하며 몸으로 체득한 경험과 남들은 개발하지 못한 기감력 그리고 지독한 사랑이 있기에 아내들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로 승급했는데, 새로운 스킬 없어요?”

“당연히 있지.”

“뭔데요?”

“면역.”

“스킬 저항력? 아니면 상태 이상 저항력? 둘 중 어떤 거예요?”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그럼 뭐에요?”

“30초간 상태 이상 공격을 포함한 모든 물리, 스킬 공격을 100% 막아주는 스킬.”

“우아~”

새로 얻은 피해면역 스킬을 설명하자 상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해면역은 지속 시간이 달랑 30초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백 명, 천 명이 때려도 아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레드몬도 마찬가지로 등급에 상관없이 아주 평범한 공격부터 독, 결빙, 화염 등 어떠한 상태 이상 공격도, 심지어 핵폭발도 30초 동안은 100% 면역이었다.

사용 후 24시간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30초 시간 제약이 있었지만, 단 1초에 생명이 오가는 흉악한 전장에서 30초는 수백 수천 명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박지홍   : 힘-551 민첩-687 체력-765  총합-2,003 멘탈포스-1,177

염화주얼 : 힘-771 민첩-962 체력-1,071 총합-2,804 멘탈포스-1,648

능력치는 간신히 최상급 피지컬리스트을 통과했지만, 승급의 여파로 예기의 길이 3.5m에서 5m로 늘어나며 관통력도 크게 향상됐다.

참격 역시 발사 거리가 50m 늘어나며 5발에서 최대 10발을 한 번에 쏘아낼 수 있었다.

혈기탄도 조종 개수가 5개로 늘어났고, 포효의 성능도 향상돼 반경 100m 내에선 중급 레드몬도 포효에 노출되면 쇼크로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질 못했다.

살기투사 거리는 1km에서 1.5km로 늘어났고, 동시에 최대 60마리까지 살기를 투사할 수 있었다.

효과가 크게 향상돼 최하급 레드몬은 살기에 노출되는 순간 심장마비로 즉사했고, 하급은 극심한 공포와 경련으로 몸이 굳어져 순발력과 민첩성, 전투력이 90%까지 떨어졌다.

중급은 순발력과 민첩성, 전투력이 75%까지 하락했고, C급 엘리트 레드몬은 25%, B급은 10%까지 떨어졌지만, A급 엘리트 레드몬은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쉽게도 기감력, 바람, 파멸의 창은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궁극 스킬이라 할 수 있는 피해면역을 얻어 아쉬움 따위는 없었다.

“오빠!”

“응?”

“피해 면역 말이야. 내가 꼬집는 것도 방어돼?”

“컥!”

“그건 안 되지? 그렇지?”

“다.다.당연히 안 되지.”

“음하하하하~”

은비의 꼬집기는 필살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필살기로 무조건 꼬집혀야지 피하면 온종일 잔소리가 따라붙어 살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적중률 100%의 초필살기로 상급 레드몬을 상대로도 통할 것 같은 극악한 흉기였다.

그러나 진짜 무기는 따로 있었다. 아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눈물이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면 답이 없었다.

2위는 애교로 아내들이 애교를 부리면 근심걱정이 다 사라져 어떤 부탁이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은 육탄 돌격으로 예쁜 몸으로 덤벼들면 뼈와 살이 녹아내리며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사라져 아내들의 포로가 됐다.

‘여자는 요물이야. 은나라 주왕이 달기에 빠져 나라를 말아 먹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상아의 미소만 봐도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만 보이니... 서.서.설마? 상아가 달기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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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씨! 이고르 푸쉬카료프 시장 전화에요.”

“로물루스 쳐들어왔어?”

“네!”

“알았어. 즉시 출발한다고 전해.”

“알았어요.”

거하게 저녁을 먹고 훈련을 시작하려 터벅터벅 훈련장으로 걸어가는데, 푸쉬카료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한숙에게 SOS를 청했다.

북쪽은 아침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그래도 3월이라 놈들이 물러날 것으로 예상해 사냥도 가장 마지막에 잡았다.

“소연아! 준비 다 됐지?”

“응. 헬기장으로 가기만 하면 돼.”

“모두 들었지?”

“네에~”

“각자 방어구 챙겨서 5분 내로 현관 앞에 집합!”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인구 161,800명의 작은 도시 우수리스크(Ussuriysk)는 식품가공업, 신발·양말·의류 제조업 등 경공업이 발달한 도시로 러시아 횡단 열차가 지나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열차가 하바롭스크로 가기 위해선 우수리스크를 무조건 지나가야해 레드울프 무리의 공격에 도시가 사라지면 철도가 끊겨 블라디보스토크가 고립되게 된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지키기 위해 전담 블러디 나이트 부대를 편성하고, 철로 주위에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지배하는 상징성 이외에도 물자를 운반하는 아주 중요한 동맥이었다.

철도가 끊기면 비행기 이외에는 물자를 실어 나를 운송수단이 없었다. 차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건 레드몬이 들끓는 시베리아 벌판에 죽으러 가라는 것과 같았다.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건 한계가 있어 얼마 못가 물자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건 도시를 방어할 병력이 빠져나간다는 뜻으로, 군대를 파견하면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군대도 먹어야 도시를 지킬 수 있어, 보급이 끊기면 약탈자로 변해 피해만 키울 뿐이었다.

시베리아엔 많은 사람이 살진 않지만, 이들이 있으므로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할 수 있었다.

당장 사람이 살지 않아도 영토를 주장하는 나라는 없겠지만, 10년, 50년, 100년이 지나면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다른 나라에 뺏길 수도 있었다.

또한, 거점 도시가 모두 사라지면 레드몬이 더욱 들끓게 돼 다시 교두보를 세우는 일이 도시를 지키는 일보다 수십 배 힘겨웠다.

“규모는 얼마나 돼?”

“회색늑대 2,000여 마리에 중급 레드울프 220~230마리에요. 로물루스는 B급 엘리트 레드몬이고요.”

“다른 특별한 점은 없어?”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특이한 레드울프가 한 마리 있어요.”

“왜? 머리가 두 개야? 아니면 팔이 네 개야?”

“히히히히~ 그렇진 아니에요.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녀요.”

“늑대인간?”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발로 뛰어다니는 건 확실해요.”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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