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6 쇼타와 요코 =========================================================================
316. 쇼타와 요코
“완벽한 임시방편이네.”
“임시방편이라고 해도 궁지에 몰린 차오스 주석에겐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라고 해야지. 당분간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으니까.”
“나머지도 다 잡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청풍단과 흑풍단, 혈풍은 황풍단, 백풍단보다 한 단계 위니까. 특히 혈풍단은 차원이 다른 놈들이라 100% 실패할 거야.”
이틀 간격으로 청풍단, 흑풍단, 혈풍단과 전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과 완벽한 패배였다.
황풍단과 백풍단은 부두목이 각각 C급 엘리트 레드몬 두 마리였지만, 청풍단과 흑풍단은 B급과 C급이 각각 한 마리씩이었고, 혈풍단은 B급만 무려 세 마리로 큰 차이를 보였다.
더군다나 혈풍단은 회색늑대 5,000마리에 레드울프가 600마리로 황풍단과 백풍단보다 규모도 두 배로 커 같은 6만 병력을 배정한 차오스 주석의 용병술은 싸우기도 전에 실패한 작전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황풍단과 백풍단처럼 청풍단과 흑풍단도 무작정 달려들던 회색늑대와 레드울프가 우르르 쓰러졌다.
변칙 공격에 휘말려 초반 피해를 본 청풍과 흑풍이 상대의 작전을 알아채고 재빨리 부두목과 함께 전투에 가담하자 30분 만에 토벌대 6만 명이 모두 죽었다.
여세를 몰아 뒤에서 대기 중이던 선인까지 공격해 500명이나 목숨을 빼앗는 등 부하들의 죽음을 피 값으로 받아냈다.
그러나 청풍단과 흑풍단도 제법 피해가 커 회색늑대 2,000여 마리가 죽고, 레드울프도 140마리, 118마리 죽었다.
대미를 장식한 혈풍단과의 전투는 시작부터 부두목 세 마리가 곧바로 전투에 뛰어들며, 회색늑대 300여 마리가 죽고, 레드울프 23마리가 죽는 것으로 토벌대 6만 명을 남김없이 도륙했다.
또한, 인구 30만의 자오허시(蛟河市)를 습격해 15만 명을 죽이고,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등 혈풍은 부하들의 피 값을 톡톡히 받아갔다.
자오허시가 폐허가 되고, 선인 500명이 죽고, 토벌대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혈랑의 수를 크게 줄인 점을 높게 산 태자당이 차오스 주석의 손을 들어주며 공청단은 간신히 숨을 돌렸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도 없었다. 태자당이 상하이방과 수시로 접촉해 유방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어 언제 칼이 날아올지 모를 상황이었다.
화이 공대를 이용해 태자당과 상하이방을 쓸어버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화이 공대의 실제 주인은 막후 지배자 등소평이었다.
차오스 주석의 명령을 듣는 건 등소평의 허락이 있기에 가능한 일로 등소평의 말 한마디면 차오스 주석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길거리에 버려졌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황풍단, 백풍단, 청풍단, 흑풍단이 소규모 레드울프 무리와 회색늑대를 보이는 족족 무리에 합류시켜 몸집을 불렸다.
지난 10년간 외부 영입 없이 씨족으로 숫자를 늘리던 놈들이 위기에 처하자 기존의 혈족 노선을 버리고 마구잡이로 늑대를 받아들이며 약해진 힘을 보충하려 했다.
만주에는 5대단을 빼고도 가족 단위로 흩어져 생활하는 레드울프와 회색늑대 무리가 2만 마리가 넘었다.
2만 마리를 5대단이 모두 흡수하면 순식간에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 전투력은 좀 떨어지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로 외형적 규모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차오스 주석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급한 마음에 노무 부대에서 30만 명을 추려 모스키토Ⅱ를 주입한 후 3일간 94식 레드몬용 기관총 사격교육만 하고 황풍단, 백풍단, 청풍단, 흑풍단을 추격했다.
토벌대가 나타나면 악에 받쳐 달려들 것이란 생각은 여지없이 깨지며 놈들은 토벌대의 그림자만 보여도 꽁무니를 말고 달아났다.
놈들이 싸움을 회피하는 바람에 뒤꽁무니만 쫓다가 총 한번 못 쏴보고 30만을 잃을 지경에 처하자 급히 상대를 바꿔 혈풍단을 공격했다.
지난번보다 다섯 배나 많은 숫자로 승리는 못해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토벌대의 약점을 손바닥 꿰뚫듯 파악한 혈풍단은 빠른 주력을 이용해 토벌대를 질질 끌고 다니며 야간 기습을 통해 숫자를 줄여나갔다.
선양·베이징 공군의 폭격과 선양군구의 포격에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야간 기습으로 일주일 만에 30만 명을 모두 죽이고, 뒤따르던 노무 부대 30만 모두 도륙하며 혈랑 토벌대의 씨를 말렸다.
무려 60만 명이 죽는 동안 혈풍단이 입은 피해는 회색늑대 수백 마리와 레드울프 10여 마리가 죽은 게 전부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차오스 주석이 공격 헬기부대를 출동시켜 회색늑대만이라도 죽이려 했지만, A급 엘리트 레드몬 혈풍과 B급 부두목들의 화염탄 공격에 출동한 헬기 100여 대가 모조리 불타오르며 피해만 더 키웠다.
“꺼져가던 불씨를 겨우 살려놓더니 자기 손으로 찬물을 끼얹었네. 목숨이 간당간당하겠어.”
“무분별하게 서식지를 파괴해 도시로 혈랑을 불러들였어. 그 때문에 죽은 중국 국민이 수십만 명이 넘어.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야. 당장 쫓겨나도 할 말 없어.”
“그렇지. 그래도 사용할 방법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그게 최선이었는지도 모르지.”
“레드문 이전이었다면 서식지 파괴로 몽골이나 시베리아로 혈랑 무리를 쫓아낼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레드몬으로 진화한 녀석들이 동물일 때처럼 호락호락 인간의 뜻에 따라 움직일 거로 생각한 건 큰 오산이야. 아기 땐 부모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만, 머리가 크면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는 사람과 다를 게 없으니까.”
“길어야 2~3개월이겠지?”
“짧으면 한 달 이내가 될 수도 있어. 유방은 매우 치밀하고 음험한 사람이라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야.”
“차오스 주석이 죽든 말든, 유방이 권력이 잡든 말든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중국도 일본처럼 변종 모기 레드몬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진짜 문제지.”
“정말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고 있었네.”
“그러니까. 일본은 섬나라라 그나마 모기 레드몬이 밖으로 빠져나올 확률이 낮지만, 중국은 바로 위라 변종 모기 레드몬이 생기면 우리도 피해를 볼 수 있어.”
“레드몬 레이더로 방비할 수 있을까?”
“노력해봐야지.”
고래 등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중국과 혈랑 싸움에 재수 없으면 우리까지 피해를 볼 판이었다.
우리가 중국을 도와 혈랑 무리를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없을 수 있었지만,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한 언젠가는 쓰게 돼 있어 하루 빠르고 하루 늦는 차이일 뿐 우리 도움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이래서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최악인 것 같아.”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마찬가지야. 달라질 건 없어.”
“우리가 가장 심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은 누구나 해. 멕시코와 남미를 쑥대밭으로 만든 미국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헉! 양심 없는 놈들! 누구 때문에 남미와 멕시코가 그 지경이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해?”
“사람은 원래 자기가 한 짓은 기억하지 못하고, 피해 본 것만 기억하는 그런 존재잖아. 우리도 마찬가지고.”
소연의 말이 백번 옳았다. 유럽에 가든, 아프리카에 가든 좋은 이웃 따위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더군다나 글로벌 시대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시대로 숨을 곳도, 안전한 곳도 없었다.
결국, 힘을 키워 상대방을 밟고 큰소리치며 살든지 아니면 평생 남의 눈치만 보며 비루하게 살든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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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쇼타와 타베 요코가 정신을 차린 건 일주일 전으로 작년 6월 28일 공대원들을 이끌고 다이니치 산에 들어선 지 8개월 만이었다.
쇼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커다란 C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의 등에 올라타 흠뻑 피를 뒤집어쓴 채 사정없이 칼을 내려칠 때였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매우 위험한 상태란 건 알 수 있어 죽을힘을 다해 호그질라의 등에 칼을 쑤셔 박았다.
간신히 호그질라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자 죽은 공대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숫자를 세워보자 모두 9명으로 애인인 요코는 다행히 숨이 붙어 있었다.
급히 호그질라의 배를 갈라 심장과 쓸개를 입에 넣어주었다. 정신을 잃고 누워있던 요코는 심장과 쓸개가 입에 들어오자 맛있는 음식을 만난 듯 입맛까지 다시며 먹어 치웠다.
쇼타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며 커다란 호그질라를 굽지도 않고 날것으로 먹어치웠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홋카이도로 가자. 거기까진 아직 손이 미치지 않았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공항과 항만마다 우리를 찾는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있어. 레드스톤 에너지 측정기도 곳곳에 깔렸고. 그걸 뚫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홋카이도는 작은 배만 구하면 손쉽게 넘어갈 수 있어. 그곳에서 아군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우리 왕국을 건설해도 되고, 돈을 구해 미국으로 밀항해도 돼. 하지만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야.”
“한국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박지홍이 있는 한 한국은 가장 위험한 곳이야. 거긴 쳐다보지도 마. 넘어가는 순간 우린 파리 목숨이야.”
“미국은 안전해?”
“안전하기로 따지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가 훨씬 낫지.”
“그럼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에 작은 섬 하나를 차지하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일단 홋카이도로 넘어간 다음 생각하자. 지금 생각해봐야 아무 소용없어.”
“알았어.”
“요코!”
“응?”
“앞으로 넌 내가 하는 대로 따르면 돼. 그래야 살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았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 난 너만 믿을 거야.”
이와테 현 하야치네 산에서 내려온 쇼타와 요코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길로 아오모리 현 북쪽 끝 오마마치(大間町)로 이동했다.
변종 모스키토의 도움으로 상급 능력자에 육박하는 강력한 신체를 얻은 쇼타와 요코는 두려움 없이 홋카이도를 향해 나아갔다.
야마모토 쇼타는 키쿠리히메 공대 부공대장으로 중급 피지컬리스트를 목전에 둔 촉망받는 사무라이였다.
타베 요코는 체력형 하급 피지컬리스트로 야마모토 쇼타와는 소꿉친구로 20년을 함께한 연인이기도 했다.
쇼타 감염 전 : 힘-143 민첩-129 체력-110 총합-387 멘탈포스-18
쇼타 감염 후 : 힘-357 민첩-322 체력-67 총합-746 멘탈포스-22
요코 감염 전 : 힘-103 민첩-99 체력-135 총합-337 멘탈포스-20
요코 감염 후 : 힘-257 민첩-247 체력-88 총합-592 멘탈포스-25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지쳐, 수시로 레드몬과 동물을 잡아먹으며 이동해야 해 속도가 매우 느렸다.
“기억나?”
“뭘?”
“우리가 변한 날.”
“아니 기억 안 나. 다이니치 산에 들어간 첫날 사냥이 끝나고 베이스캠프에 돌아와 잠든 다음부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네가 호그질라를 잡고 나를 깨웠을 때 그때 정신을 차렸어.”
“사냥 갔다 돌아올 때 우리를 미행해 잠든 사이에 파고 들었거나, 베이스캠프 주변에 있다가 밤이 되자 우리 몸을 차지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이제와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인데.”
“하긴 내가 사람인지 레드몬인지 그것조차 분간이 안 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따져서 뭐하겠어. 하아~”
“살아남은 공대원이 있을까?”
“없어. 우리가 마지막이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새로운 종족의 시조가 되거나, 실험실의 박제가 되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런 말 하지 마. 무서워!”
“걱정하지 마. 절대 그럴 일 없어. 종족을 최대한 늘려 나라를 만들 거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런 강력한 나라를. 지금은 숨어 살지만, 힘을 갖추는 순간 일본을 집어삼키고 더 나아가 세계를 우리 발아래 둘 거야. 두고 봐. 그런 날이 꼭 올 테니까.”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