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315화 (315/505)

00315  혈랑   =========================================================================

315.

1994년 12월 20일

차오스 주석의 명령으로 소수민족 강제동원령이 발동됐다. 18세부터 40세까지 남성 60만 명을 강제 징발해 신체 건강한 30만 명은 모스키토Ⅱ을 주입해 전투부대로 양성했고, 30만 명은 노무부대로 활용했다.

갑작스러운 강제동원에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족차별 정책을 없애고 자치권한을 늘려준다는 감언이설에 불만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사탕발림을 믿지 않은 신장과 티베트, 난닝 등에선 강제동원령을 거부하며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동아시아에 위치한 중국은 동서 약 5,000㎞, 남북 약 4,300㎞ 길이로 전 세계 육지면적의 15분의 1을 차지했다.

땅이 큰 만큼 다양한 민족이 사는 중국엔 56개의 민족이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구사하며 대륙 곳곳에 퍼져 살았다.

13억 인구 중 한족이 10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했고, 다음은 광시좡족으로 1,600만, 만주족 1,060만, 후이족(회족) 980만, 묘족 980만, 위구르족 840만, 투자족 800만, 이족 776만, 몽롤족 580만, 티베트족 540만, 조선족 190만 명 등 백만 명이 넘는 민족이 한족을 포함해 모두 15개에 이르렀다.

15개 민족은 국가를 건설해도 하등 문제가 없는 충분한 인구를 보유했지만, 중국의 분열정책과 탄압에 독립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한족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

그러나 독립의 열기가 사라지진 않아 신장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오늘도 피를 흘리며 싸웠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60만 명 이외에 유민 30만 명을 강제 연행해 노무 부대와 함께 후방 지원에 이용하다가 여차하면 모스키토Ⅱ를 투입해 혈랑 무리를 섬멸한다는 작전을 세웠다.

작전에 따라 10일 만에 90만 명을 동원해 전투부대 30만을 100개 부대로 쪼개 10일간 사격과 제식 등 기본 훈련을 마치고, 모스키토Ⅱ를 주입해 다시 5일간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그렇게 25일 만에 준비를 마친 혈랑 토벌 부대는 부대를 5개로 나눠 지린시, 바이청시, 무장단시, 선양시, 이춘시로 올라갔다.

또한, 화이공대 2,000명이 후방지원을 위해 동원됐고, 비 화이공대 소속 선인 3,000명도 동원해 혈랑 토벌 부대 바로 뒤에서 직접지원에 나섰다.

이외에도 인민해방군 육군 선양군구(瀋陽軍區)와 베이징군구(北京軍區), 인민해방군 선양 공군, 베이징 공군을 동원하는 등 혈랑 무리를 토벌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최대한 끌어모았다.

차오스 주석은 혈랑 무리를 꼭 소탕해야 기사회생할 수 있어 끌어올 수 있는 전력은 모두 끌어모으는 초강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홍천명 부장도 모스키토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걱정될 뿐 소수민족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작전이 시작되자 인정사정없이 토벌대를 혈랑의 아가리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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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월 25일

다사다난했던 1994년 갑술년(甲戌年)이 가고 1995년은 을해년(乙亥年) 돼지해가 밝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새해에는 더 많은 행복과 돈, 사랑, 건강, 무사안일을 기원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피바람이 그칠 줄 몰랐다.

1월 22일 중국 정부는 거하게 혈랑 토벌 부대 출정식을 하고 동북 3성으로 진격했다.

다분히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최근 실각설이 나도는 차오스 주석이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일인 국경절(???, 양력 10월 1일) 행사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출정식을 치렀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은 조용히 사무라이와 자위대를 총동원해 살아남은 키쿠리히메 공대원 15명을 찾기 위해 혼슈를 이 잡듯이 뒤졌다.

도시와 마을은 물론 평소 접근조차 하지 않던 깊은 숲까지 들쑤시며 인해전술로 레드몬을 사냥하며 키쿠리히메 공대원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덕분에 엄청난 수의 레드몬을 사냥하며 짭짤한 이익을 챙겼다. 대신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다고 인명피해가 상당해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이 요란을 떠는 사이 하와이 호놀룰루 섬과 미드웨이 섬 중간에 반경 100km짜리 새로운 미스트 존이 발견되며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동안 미스트 존의 존재를 숨겨왔던 미국과 각국 정부는 항로에 생긴 미스트 존을 숨길 수 없어 결국 총 12곳의 미스트 존을 공개했다.

한 곳도 아닌 12곳에 강력한 레드몬이 숨어 있단 사실이 알려지자 혼란은 더욱 커졌다.

기름에 불을 붓듯 전문가들도 미스트 존이 계속 늘어난다면 20년 안에 지구의 30%가 미스트 존이 될 수도 있다고 발표해 불안감을 더욱 부추겼다.

그러자 중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 일부 언론에서 우리가 미스트 존을 공략해야 한다고 떠들어 댔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뻔한 짓으로 우리를 높이 평가해 미스트 존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단 묏자리를 찾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조일, 대동, 합동 일보도 이들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세계 최고 레드몬 사냥팀이라면 당연히 미스트 존을 제거해 인류의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고 설레발을 쳤다.

“웬일로 조용하다 했어.”

“그렇게요. 한 달 가까이 조용해 모두 죽은 줄 알았어요.”

“모두 죽기를 바라지?”

“당연하죠. 언니는요?”

“난 편하게 죽는 거 반대. 믹서에 갈아 죽이거나, 심장을 숟가락으로 파서 죽이고 싶어. 아니면 오마분시, 능지처참 이런 거로 죽이든지.”

“헉!”

미래 보육원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온 은비와 아영이 신문을 들여다보며 살벌한 농담을 해댔다.

1시간 전 아이들과 해맑게 웃으며 놀아주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사악하다 못해 악귀 같은 표정이었다.

미래 아이 사랑 재단 산하 미래 보육원에서 개최한 국외 입양 반대 운동과 함께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국외로 입양되던 우리 아이들을 모두 미래 보육원에서 맡아 교육하기로 했다.

홀트아동복지회(Holt Children's Services Inc)는 1995년 미국인 해리 홀트(Herry Holt)와 베르사 홀트(Bertha Holt) 부부가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혼혈고아 8명을 입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부모 없는 아동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려 설립됐다.

초기에는 전쟁고아들의 양육 및 국외 입양을 전개하다가 1957년부터 국내 입양을 시작했고, 1965년부터 가정위탁양육제도를 도입해 아동들이 입양될 때까지 위탁가정에서 양육하도록 했다.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홀트 복지타운과 홀트 요양원을 운영하고, 뇌성마비 및 정신지체인을 위한 특수학교 홀트 학교도 운영 중이었고, 탁아·무료급식·무료진료·청소년공부방·취업교실·교양강좌 등 저소득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었다.

우린 홀트아동복지회의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해외입양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혈족 중심의 사회기반 속에 국내 입양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부득이하게 해외입양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십분 이해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빈국도 아니고,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나름 잘사는 나라라는 것을 생각하면 통탄할 일이었다.

아이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듯 입양당하는 꼴을 더는 볼 수 없어 해외입양에 반대해 미래 보육원에서 키우다 나진시에서 적당한 가족을 찾아주기로 했다.

“90만 명을 동원해?”

“응.”

“대한민국 군대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수를 고작 열흘 만에 동원해? 무시무시하네.”

“달랑 십오 일 훈련하고, 30만 명을 전투부대로 삼아 동북 3성으로 올려보냈어.”

“행동이 굼뜨고 느려터진 만만디가 웬일로 번갯불에 콩을 다 구워 먹었데?”

“그만큼 급박하다는 뜻이겠지.”

“발등에 불 떨어지면 언제나 느긋하다고 떠들어대던 짱꼴라도 별 수 없나 보네. 흐흐흐흐~ 어떻게 됐어?”

“24일 낮 2시 이춘시에 접근한 황풍단과 가장 먼저 전투가 벌어졌어. 토벌대 6만 명 중 4만 명 이상이 죽고, 황풍단도 회색늑대 3,000마리가 전멸하고, 혈랑 350마리 중 절반 이상이 죽었어.”

“다른 곳은?

“새벽에 전투가 벌어진 선양시 백풍단도 황풍단과 상황이 비슷해.”

“중급 레드울프를 상대로 일반인이나 다른 없는 당나라 부대가 그런 전투력을 발휘했다? 엘리트 레드몬이 세 마리나 포진해 있는데? 우리 몰래 핵무기라도 쓴 거야? 아니면 레드울프가 자살했거나.”

“그런 일 없었어.”

“그럼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있어?”

“모기 레드몬을 주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야.”

“강승원 국장이 그래?”

“응.”

“30만 명에게 모기 레드몬을 사용해? 정말 미쳤네. 아무리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30만 명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가 있지?”

“우리 기준으론 판단하면 답이 없어.”

“참 나~”

“여기 사진 봐봐.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왜?”

“6만 명 전원이 보병이야. 모두 중기관총을 들고 있는 알보병.”

“람보야? 기관총 들고 설치게.”

“모기 레드몬으로 신체가 강화되면 람보라고 할 수 있지. 더 황당한 건 팔다리가 잘려도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계속 레드울프를 공격했어.”

소연이 보여준 위성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다. 황풍단을 공격한 중국군은 좀비처럼 두려움 없이 레드울프에게 달려들어 자기 몸만 한 기관총을 쏴댔다.

팔다리가 잘려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레드울프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은 공포 영화 속 장면을 캡처한 것처럼 보일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가장 핵심인 A급 엘리트 레드몬 황풍과 백풍, 놈들의 새끼로 추정되는 C급 엘리트 레드몬을 모두 놓친 게 아쉽긴 하지만, 괴멸적 피해로 당분간 황풍단과 백풍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을 거야.”

“원한에 찬 놈들이 과연 조용히 있을까? 나라면 가만있지 않고 미쳐서 더욱 날뛸 텐데.”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전체적인 피해는 분명 줄어들 거야.”

“그럼 다행이고.”

소연과 조금 생각이 달랐지만,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우리끼리 설전을 벌일 이유가 입을 다물었다.

더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추정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생각만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기가 젖 달라고 떼쓰는 것과 같은 유치한 짓이었다.

“다음에도 이 작전이 먹힐까?”

“워낙 영리한 놈들이라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당하지 않을 거야.”

혈랑 토벌대는 황풍단과 백풍단을 둥그렇게 포위하며 빠르게 다가가 집중포화로 혈랑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하찮은 인간들이 달랑 기관총 한정을 들고 달려오자 황풍과 백풍은 코웃음을 치며 부하들을 내보냈다.

혈랑 토벌대는 달랑 모스키토Ⅱ만 준비한 게 아니었다. 기관총의 구경과 총탄의 크기를 키우고, 탄두를 본스틸 합금을 사용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선 중급 레드몬의 가죽도 뚫을 수 있게 개조한 93식 레드몬용 기관총도 함께 쥐여 보냈다.

중국이 개발한 94식 레드몬용 기관총은 웬만한 나라는 하나쯤 가지고 있는 무기로, 중기관총보다 관통력이 두 배로 높아 10m 거리에선 중급 레드몬의 질긴 가죽을 뚫을 수 있었다.

문제는 무게가 1.5배 무겁고, 발사속도는 절반 이하고, 반동이 너무 심해 물체를 맞추기보다 물체가 와서 맞기를 바라는 수준이었다.

그런 불량품 같은 무기였지만, 6만 명이 람보처럼 달려가며 쏘아대자 클러스터 폭탄(Cluster Bomb) 수백 발을 떨어뜨린 것보다 더한 위력을 발휘하며 황풍단과 백풍단을 휩쓸었다.

문제는 황풍과 백풍이 방심하다 당한 것으로 다시 같은 전술을 사용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황풍단과 백풍단이 다시 규모를 회복했을 때 다른 전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고, 원한을 가진 황풍과 백풍이 게릴라전으로 꾸준히 피해를 줄 수도 있어 따지고 들면 성공이 아니라 실패였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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