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1 땅따먹기 =========================================================================
311.
서인과 셀리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딩고가 몰아온 변종 토끼, 윔뱃, 캥거루 등은 구미호와 현무, 비사의 공격에 떼죽음을 당했다.
몸길이 70~120cm, 무게 22~40kg의 윔뱃(Wombat)은 꼬리가 없는 유대류로 캥거루처럼 육아낭에서 새끼를 키웠다.
야행성으로 잡초와 나무껍질, 관목의 뿌리를 먹고 사는 초식동물로 땅굴을 파 경작지와 목장을 훼손하고, 토끼 굴을 제공하는 등 호주 정부의 골머리를 썩이는 동물 중 하나였다.
캥거루는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섬, 태즈메이니아 섬에 서식하는 유대류로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는 신장 2.0~3.0m, 꼬리 길이 70~110cm, 몸무게는 20~85kg의 캥거루는 초원, 숲, 덤불 등에 서식하는 붉은 캥거루와 왕 캥거루로 황무지에 사는 왈라비는 캥거루보다 크기가 작았다.
시속 64km의 스프린터인 붉은 캥거루는 한 번에 최대 13m를 뛰고, 4m 높이의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레드몬으로 진화한 웜뱃은 몸길이 3m, 무게 200kg 정도로 전투력 600~650, 지능은 70~75사이였다.
중급 레드몬인 왈라비는 몸길이 2.6m, 꼬리 길이 1.45m, 무게 150kg으로 전투력 1250~1350, 지능 90~95사이였고, 캥거루는 몸길이 6m, 꼬리 길이 2.5m, 무게 750kg으로 전투력 1550~1700, 지능 90~95사이로 왈라비보다 크기와 전투력 모두 월등히 앞섰다.
“오빠! 좌측 18km 지점에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추정되는 붉은 캥거루가 있어요. 그리고 우측 19km 지점에도 보스 레드몬인 자이언트버니 두 마리 있고요.”
“먼저 캥거루 잡고, 자이언트버니 잡자.”
“네.”
서부 곡창지대는 호주 레드몬 사냥팀이 꾸준히 사냥한 탓인지 생각만큼 레드몬이 많진 않았다.
3일째 퍼스 시에서 동쪽으로 370km 떨어진 파커 레인지(Parker Range)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아침 일찍 사냥을 시작하자 엘리트 레드몬을 비롯해 변종 토끼가 쏟아져 나왔다.
B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 캥거루
전투력 : 2571
지능 : 105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28,966
스킬 : 알 수 없음
몸길이 10.5m, 꼬리 길이 4.45m, 무게 4.55ton의 붉은 캥거루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전설적 복서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처럼 빠른 발과 높은 점프력을 이용해 치고 빠지며 딩고와 현무를 괴롭혔다.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복서인 캥거루는 사이드스텝을 밟으며 좌우로 현란하게 움직였고, 공격할 땐 껑충껑충 뛰어 순식간에 다가와 주먹과 발을 동시에 날렸다.
또한, 잽을 날리듯 가볍고 빠르게 뻗어내는 주먹에선 황색 예기가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캥거루를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던 딩고와 현무가 황색 예기에 얻어터져 땅바닥을 구르자 소연과 은비, 서인이 일제히 캥거루를 공격했다.
소연이 데스 홀드로 놈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자, 은비가 머리에 벼락을 연속으로 떨어뜨려 정신을 쏙 빼놨다.
그러자 서인이 고동 스킬로 심박수를 느리게 해 산소 공급을 막자 엘리트 레드몬인 붉은 캥거루도 반항할 힘이 없는지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이라 고동 스킬의 효과가 30%밖에 발휘되지 않았지만, 소연의 데스 홀드에 피의 흐름이 느려지며 효과가 중첩돼 10분 만에 질식사했다.
“은비와 서인처럼 서로 도움이 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 효과가 중첩되면 실제 위력보다 30%에서 50%, 운이 좋다면 100%까지 향상하니까.”
“네!”
보스 레드몬 벅스 버니
전투력 : 1555
지능 : 119
상태 : 심한 공포로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짐,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50% 하락
에너지양 : 1,555
스킬 : 알 수 없음
C급 엘리트 레드몬 자이언트 버니
전투력 : 2518
지능 : 90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순발력·민첩성·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7,214
스킬 : 알 수 없음
벅스 버니는 변종 토끼의 두목으로 신장 2.1m, 귀 길이 0.8m, 무게 150kg였고, 엘리트 레드몬 자이언트 버니는 신장 3.5m, 귀 길이 1.5m, 무게 300kg으로 귀여운 토끼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보디빌더처럼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타이탄을 연상케 했다.
벅스 버니(Bugs Bunny)와 자이언트 버니(giant Bunny) 모두 은비가 지은 이름으로, 벅스 버니는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한 코미디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 툰(Looney Tunes)의 간판 캐릭터로 장난기와 꾀가 많고, 능청스러운 토끼였다.
재미있는 건 자이언트 버니가 덩치와 전투력이 월등했지만, 두목은 벅스 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능이 높고 영리한 벅스 버니는 상아의 텔레파시와 포베로미스의 버서커 스킬을 사용해 변종 토끼들을 조종했다.
“자이언트 버니는 벅스 버니를 지키는 호위장이라고 봐야겠네요?”
“그렇지.”
“힘센 동물이 왕 노릇하는데, 얘들은 좀 특이하네요.”
“동물 무리는 그렇지. 그러나 인간처럼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 그때부턴 개인의 힘보단 무기의 성능과 작전이 승패를 결정하니까, 아무래도 머리 좋은 사람이 부대를 통솔하는 게 났다고 봐야지.”
“조잡하지만 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 변종 토끼도 인간처럼 사회를 꾸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확신할 순 없지만, 부족 사회로 발전하는 단계라고 봐야지.”
베이스캠프에서 동쪽으로 90km 떨어진 존스턴 호숫가에서 만난 변종 토끼 무리는 조잡하지만, 나무창을 무기로 사용했다.
녹슨 칼을 사용하는 포베로미스와 돌멩이를 던지는 토끼와 쥐, 다람쥐 등은 여러 번 봤지만, 직접 무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레드몬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창날에 쇠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나무가 아주 단단해 동물을 잡거나, 연약한 인간과 싸울 땐 아주 유용한 무기였다.
호주 정부가 무기를 사용하는 변종 토끼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놈들의 존재를 모르는 게 확실했다.
변종 토끼를 사냥하면 자연히 알 수 있는 일이라 멍청하게 속일 이유가 없었다. 또한, 속인다고 그들이 얻을 이익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5,000마리가 넘는 변종 토끼가 일제히 나무창을 던지자 먹구름이 몰려오듯 하늘이 까맣게 변했다.
오금이 저릴 만큼 매우 위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일반인이나 중·하위권 레드몬 사냥팀을 상대로 통할 공격으로 구미호와 현무, 딩고에겐 이쑤시개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무와 딩고가 양 떼 속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변종 토끼들을 학살하자 전열에 있던 1,000마리가 순식간에 죽었다.
부하들이 떼거리로 죽자 화가 난 벅스 버니가 버서커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이 발동하자 변종 토끼들의 눈이 빨간 백열등처럼 빛나며 공격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
또한, 단순하게 창을 던지며 각각 대항하던 모습에서 100마리 단위로 방진을 구성해 무리에 뛰어든 현무와 딩고에 조직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100m 상공에서 기관총처럼 레이저를 쏘아대는 구미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며 변종 토끼의 부족 국가 건설의 원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대충 끝이 보이자 혈기탄을 연속으로 발사해 자이언트 버니와 벅스 버니를 잡았다.
자이언트 버니는 C급 엘리트 레드몬이지만, 힘만 센 근육질 토끼에 지나지 않았고, 벅스 버니는 지능은 높아도 전투력은 딱 중급 레드몬이라 세 마리 모두 혈기탄을 피하지 못했다.
“호주 정부에 놈들이 부족 국가로 발전 중이었다고 알려줘야겠지?”
“그래야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이 시끄러워지겠다.”
“이미 예상한 일이라 충격이 크진 않을 거야. 그리고 안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잖아.”
우려하던 일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지만, 소연의 말처럼 레드몬의 진화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라면 레드몬이 부족 국가로 나아갈 수 없게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사냥밖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포식자들은 대단위로 번식하지 않아 사회를 이룰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었다.
대단위로 번식하는 레드몬은 주로 최하급과 하급 레드몬으로 사냥이 용이하다는 것도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혈랑 같이 무리를 점점 늘리는 레드몬도 있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밀림에는 수많은 영장류가 살고 있어 안심할 순 없었다.
“어? 이놈도 포베로미스처럼 레드주얼을 주네.”
“정말?”
“응.”
“아싸! 드디어 토끼를 얻을 수 있겠다.!”
“약해빠진 토끼 구해서 뭐하려고? 있어봐야 도움도 안 되는데.”
“예쁘잖아.”
“컥!”
은비의 염원을 무참하게 깨버린 벅스 버니의 레드주얼은 통신기기처럼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상아의 텔레파시 같은 대단한 기능은 없었지만, 소리 없이 뜻을 전할 수 있어 효용성은 매우 높았다.
단, 쌍방향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한 쌍을 구하기 전까진 대화를 주고받을 순 없었다. 그래도 통신 거리가 10km로 전투 중 사용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우리가 사용할 만큼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번거롭게 무전기 쓸 일도 없고, 소리를 내서 레드몬에게 걸릴 일도 없어 좋겠지만, 과연 일곱 개를 구할 수 있을까?”
“당연히 쉽지 않지. 잡는 족족 나오면 보물이라 할 수 없지.”
“아오~ 레드주얼 구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
“배부른 소리한다. 남들은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구하질 못하는데, 소환수까지 있으면서 힘들다는 말이 나와?”
“히히히히~ 원래 있는 사람이 더 한 거야.”
“너 잘났다.”
“우씌!”
베이스캠프 이동 후 첫날 기분 좋게 엘리트 레드몬 3마리와 벅스 버니 한 마리를 잡아 통신주얼을 손에 넣으며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은비의 저주 때문인지 5일간 엘리트 레드몬 8마리, 벅스 버니 2마리를 잡고도 레드주얼은 구경도 못했다.
“몇 마리나 잡았어?”
“엘리트 레드몬 10마리, 중급 레드몬 1,852마리, 하급 레드몬 3,355마리, 최하급 레드몬 37,983마리요.”
“얼마나 벌었어?”
“엘리트 레드몬과 레드스톤을 빼고 중급은 9,260억 원, 하급은 1,777억 원, 최하급은 3,798억 원이에요. 모두 합해 1조 4,835억 원이요.”
“생각보다 많네.”
“8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잡았으니까요.”
“운반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겠는데?”
“초대형 덤프트럭 50대를 이용해서 운반은 어렵지 않았어요. 이걸 어떻게 다 가져가느냐 그게 문제죠.”
“팔면 되잖아.”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엘리트 레드몬과 레드스톤를 뺀 전부를 호주 정부에 넘기는 조건으로 토지 상환비율을 좀 더 유리하게 갱신하는 게 이익일 것 같아요.”
“그렇게 해.”
호주에서 나진시까지 최하급 레드몬을 실어가는 건 정말 미련한 짓이었다. 운송비가 사체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파는 게 훨씬 이익이었다.
안토노프 An-225로 직접 실어 나르면 비용을 조금 줄일 수 있지만, 러시아에서 만든 기체답게 기름을 엄청나게 잡아먹어 항공물류업체에 맡기는 게 속 편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