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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10화 (3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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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남녀는 육체관계를 통해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 있다. 육체로 나누는 언어는 국경과 민족을 경계를 초월하는 위대한 힘으로 백번 입으로 떠드는 것보다 한 번의 키스, 한 번의 잠자리가 어색한 남녀 사이를 연인으로, 부부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것도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한쪽은 목적을 갖고 접근했고, 한쪽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가까워지는 건 애당초 글러 먹은 일이었다.

그녀들은 내게 관심이 있어 접근한 게 아니었다. 여왕과 거래를 통해 커다란 보상을 노리고 거짓 웃음을 파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관심도 없는 나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열성을 보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콧대 높은 영국 여자 안나와 오펠리아, 올리비아는 중급 능력자에 남작 작위까지 받은 특권자들로 웬만한 남성은 발가락의 때만도 못하게 생각했다.

몸매면 몸매, 얼굴이면 얼굴, 능력이면 능력, 무엇 하나 빠질게 없는 그녀들이 이름조차 모르는 작은 동양 나라, 동양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건 지구가 거꾸로 돌기는 바라는 것과 같았다.

그녀들만 내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아내들과 일부 한국 여성들이 날 열성적으로 좋아했지, 미국과 유럽 여성들은 내 이름도 몰랐다.

상급 능력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래봐야 1년도 안 된 얘기로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신문과 방송에서 몇 번 들어본 이름 정도였다.

내가 아폴로 윌리엄스처럼 금발에 하얀 피부의 핸섬한 백인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눈 작고 코 낮은 동양 남자 따위를 좋아할 서양 여성은 손에 꼽을 만큼 희박했다.

결국, 피부색과 외모 때문에 활약과 비교해 인지도와 관심이 낮다는 뜻으로 이 또한 오랜 세월 뿌리 깊게 박힌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동양인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가 흔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백인이 절대다수라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이 다민족 국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심각한 차별이었다.

기회의 균등이 보장된 나라, 누구나 능력을 발휘해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나라라 떠들어대는 미국이 단지 피부색만으로 인종차별을 한다는 건 다민족 국가가 아니라 백인국가라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는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일명 KKK단으로 1865년 흑인의 정치진출을 막고, 백인과 같이 지내지 못하도록 따로 격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반대되는 자들을 테러, 폭력, 협박 등의 수단을 사용해 위협하고 죽인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현재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수백만 명의 회원이 버젓이 활동 중이었다.

그나마 동양 여성의 인기가 남성보단 조금 나았다. 이건 실력이 아니라 남자란 동물이 여자면 다 좋아하는 특성 때문으로, 백인 여성은 동양인 남성에 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여성은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강한 남성을 택하는 동물로 서양 여성은 오랜 기간 식민 지배를 받은 동양 남성을 저급하게 보는 시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서양 여성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마샤와 제니퍼처럼 특이하게 못생긴 동양 남자를 좋아하는 백인 여성도 간혹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 좀 더 많은 쪽을 염두에 둔 이야기로 인종차별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인정하기 싫을 만큼 냉혹했다.

“저희도 스텔라, 셀리나, 루나처럼 신뢰를 쌓을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기회를 준다고 신뢰가 쌓이는 게 아닙니다.”

“그럼 방법을 알려주세요. 지홍씨가 알려주면 그대로 따를게요.”

신뢰라는 단어의 뜻은 알고 말하는 것인지 안나는 물러서지 않고 제멋대로 팔짱까지 끼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다.

옆에 있던 소연과 은비, 서인, 아리, 상아의 인상이 일제히 찡그려지는 것을 보고도 동양 여자가 화를 낸 관심 없다는 듯 나만 바라봤다.

“팔은 놓고 말씀하시죠.”

“제가 싫으세요?”

“우리가 싫다 좋다 말할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회장님 아내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저 이래 봬도 인기 많은 여자예요.”

안나의 안하무인격인 행동도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했다. 아내들을 모두 합쳐도 자기가 훨씬 아름답다는 착각, 백인이 동양인보다 아름답다는 착각, 내가 넘어가는 순간 아내들은 찬밥이라는 착각까지 수많은 착각이 더해진 우월주의에 빠져 예의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

그런 생각은 안나 혼자만은 아니었는지 오펠리아와 올리비아도 당연하다는 듯 내 옆에 바짝 붙어 아내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셋 다 영국에선 여왕만큼 인기가 높은 능력자들로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

콧대만큼 인물도 몸매도 뛰어나 구애하는 남성들이 줄을 이었다. 그녀들이 지금까지 사귄 남자들은 유럽의 유명한 가문, 부호, 스포츠 스타들로 숱한 염문과 화제를 뿌렸다.

회복력과 재생력이 워낙 뛰어나 기감만으론 남자 경험이 있다는 것만 알뿐 몇 명이나 배에 태웠는지 알 순 없었지만, 강승원 국장이 알아본 바론 최소 1개 중대 병력이 노를 저었다.

과거가 어떻든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만난 남자를 모두 사랑할 수도 있어 문란한 성생활을 욕할 것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내가 데리고 살 여자도 아니라서 따질 것도 없었고, 관심도 없어 10분 전에 딴 놈하고 신나게 떡을 치고 왔다고 해도 기분 나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내들에게 이따위로 구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살기를 투사하는 건 여왕의 양손녀라는 걸 생각해 참기로 하고 모욕을 주는 것으로 거지 같은 년들을 떼어 놓기로 했다.

“버릇없고, 예의 없고, 상대방을 존중할지 모르고, 이 남자 저 남자 옮겨 다니며 노는 여자는 딱 질색입니다.”

“뭐라고요?”

“그러니 다음부터 얼굴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말이 지나친 게 뭔지 아직 모르나 본데 알게 해줄까?”

“.......”

“꺼져!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한 번만 더 나타나면 너희 때문에 짜증나서 다시는 영국 땅을 밟지 않겠다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말할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지금 전화해 볼까?”

“아니 그.그.그러실 것까지는...”

“안 꺼져? 셋 셀 동안 안 꺼지면 책임 못 진다. 하나! 둘!”

둘 소리와 함께 얼굴이 벌게진 안나와 오펠리아, 올리비아가 황급히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만찬장을 떠났다.

가슴이 다 파진 드레스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 뛰다시피 걷자 가슴과 엉덩이가 출렁거리는 모습이 아주 육감적이었다.

‘남자들이 목을 맬 만한 훌륭한 몸매야. 하지만 향기가 진한 장미는 독가시를 품고 있지. 멍청하게 얼굴과 몸매만 보고 데리고 살다간 재산을 탕진하는 건 기본이고, 정기까지 몽땅 빨려 복상사하기 딱 알맞지. 쯔쯔쯔쯔~’

“마음엔 들지 않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쫓아내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안나와 오펠리아, 올리비아는 그렇다 쳐도 여왕은 어쩌려고.”

“한숙이 전화하고 있잖아.”

소연과 대화하는 사이 한숙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심지어 내가 어떤 식으로 말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사실대로 정확히 말했다.

폴 존 키팅 호주 연방총리를 비롯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리처드 코트 총리와 상원의원, 하원의원 30명이 참석한 만찬이라 거짓말을 해봐야 내 꼴만 우스워졌다.

이럴 땐 상대의 잘못을 부각하며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런 사람을 양손녀로 삼은 당신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표현하는 게 해결책이었다.

물론 그럴만한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하룻강아지가 그렇게 나불대다간 맞아 죽기 십상이었다.

안나와 오펠리아, 올리비아 덕분에 만찬은 1시간 만에 끝이 났다. 키팅 연방총리와 코트 총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애썼지만, 아내들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여왕이 정말 미안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은 많이 상했겠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니까요.”

“은행 열매 100개 보내줘. 성격이 지랄 맞아 욱했다는 말도 함께.”

“알았어요.”

불순한 목적으로 여자들을 붙인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해(利害)에 따라 손을 잡아야 하는 상대라 살짝 열 받는 건 감수해야 했다.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이런 수모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진정한 승자는 9회 말 투아웃이 아니라 스리아웃으로 경기가 끝났을 때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였다.

“상아야!”

“네.”

“오빠 관리 좀 해. 파리가 너무 꼬인다.”

“알았어요.”

“아니다. 넌 너무 착해 오빠에게 휘둘려서 안 되겠다. 아영이도 마찬가지고... 마샤야!”

“네?”

“네가 오빠 좀 관리해.”

“제가요?”

“그래도 셋 중에선 내가 가장 똑 부러지잖아.”

“하지만...”

“저런 애 계속 꼬이면 좋아?”

“아니요.”

“그럼 책임지고 오빠 곁을 사수해. 알겠어?”

“네에~”

고추를 만지다 가족이 된 마샤는 첫날 한숙, 은하, 소연, 은비, 아리, 서인, 상아, 아영과 모두 한 침대에 뒹구는 충격적인 모습에 넋이 나갔다.

한숙과 은하까지 새롭게 가족이 된 마샤를 위해 한 침대에 뒹굴며 질펀하게 놀자 충격에 말을 잃었다.

19년 동안 상상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색정적인 장면에 넋이 나간 마샤는 이틀간 밥도 못 먹고 멍한 눈으로 나와 아내들만 번갈아 쳐다봤다.

그래도 3일째가 되자 아내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정신을 차렸고, 일주일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적응해 내 품에 안겨 잠이 들면 밤새 고추를 조몰락거리며 잤다.

상아와 아영처럼 아직 성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침을 바른 상태라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만의 것이었다.

미국이든, 러시아든, 로스차일드든, 누구든 내게서 마샤를 뺏어가려 한다면 나를 죽이기 전엔 절대 데려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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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토끼 뮤턴트래빗 사냥은 퍼스 외각을 시작으로 남부로 내려가며 곡창 지대인 골드 필드, 그레이트 사우던, 사우스 웨스트까지 아주 폭넓게 진행됐다.

“이번 사냥은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겠어. 구미호, 현무, 딩고, 비사만 있어도 모두 처리하고도 남겠어.”

“지홍씨처럼 포스가 많으면 온종일 사냥해도 괜찮지만, 포스가 딸리는 소연과 상아, 은비는 몇 시간 버티지 못해. 그래서 아리와 아영, 마샤가 뒤에서 계속 도와주고 있는 거야.”

“포스 소모가 많아?”

“응, 한두 번 전투는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오늘처럼 아침부터 쉬지 않고 계속 사냥하는 건 아주 고역이야.”

“지홍씨도 알겠네?”

“그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쉬게 하지 않는 거야?”

“지홍씨는 한계를 느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훈련이나 사냥 땐 한계까지 밀어붙여.”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자기 몸보다 우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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