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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05화 (305/505)

00305  김종서함(金宗瑞艦)과 신기전(神機箭)  =========================================================================

305. 김종서함(金宗瑞艦)과 신기전(神機箭)

생각보다 얼굴이 두꺼운지 저녁까지 먹고 가겠다며 제니퍼와 아만다, 캐서린이 등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제니퍼가 나진시에 합류하자 록펠러 가문과 내가 전략적 제휴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기사부터 조만간 결혼한다는 기사까지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전략적 제휴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삿거리라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결혼은 매우 민감한 문제로 함부로 입에 담을 얘기는 아니었다.

더구나 일반인도 아닌 막강한 힘을 소유한 존 록펠러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의 혼삿길을 막을 수도 있는 일이라 함부로 기사화할 순 없었다.

존 록펠러 회장이 화를 내면 기사를 쓴 기자는 물론 신문사까지 파산과 감옥을 동시에 경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와 제너퍼에 대한 기사는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달달한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이건 록펠러 가문에서 기사를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리가 나도 수백 번은 났을 일이었다.

그렇다고 존 록펠러 회장이 입을 열어 나와 제니퍼의 관계에 관해 공식적으로 말한 적도 없었다.

사귀라는 뜻인지, 이 정도 상태가 좋다는 뜻인지 아주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언론의 궁금증만 증폭시켰다.

이 때문에 난 제니퍼에게 다가서는 게 부담스러웠다. 아내들과 사랑으로 맺어진 것과 달리 제니퍼와 맺어지는 건 록펠러 가문과 미래 레드몬이 맺어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려면 록펠러 같은 든든한 배경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배경이 아니라 내 여자였다.

배경은 언제든 상황에 따라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 내가 힘이 있으면 배경은 든든한 우군이 되지만, 내가 궁지에 몰리면 배경은 칼이 되어 내 등을 노릴 수도 있었다.

‘여필종부 하면 내 여자고, 집안을 위해 노력하면 남이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제니퍼와 친구들이 저녁까지 먹고 가겠다는 소리에 청사자 박용규 대장과 흑사자 김태형 대장, 은하수 심연수, 발해 김남일 대장을 집으로 초대했다.

평소 먹던 것에 숟가락만 일곱 개 더 얹은 것으로 특별할 것 없는 저녁이었지만, 미인들에 둘러싸여 저녁을 먹자 몇 가지 없는 반찬도 진수성찬처럼 느껴지는지 모두 맛나게 먹었다.

“정화수는 혁신이자 혁명이에요. 정화수만 있으면 레드몬의 스킬 따위 겁낼 이유가 없어요.”

“맞습니다. 정화수는 사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정화수가 어떠냐고 물어보자 제니퍼와 심연수가 침을 튀기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용규와 김태형, 김남일, 아만다, 캐서린도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여 제니퍼와 심연수의 말에 200% 공감함을 표현했다.

“마음 같아선 정화수를 풀어 레드몬의 피해를 줄이고 싶지만, 그럴 경우 더 큰 피해가 돌아올 게 확실해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무엇을 그리 깊이 걱정하시는 겁니까?”

“지난번 정한숙 단장이 말한 것처럼 생체병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순 없습니까? 저희도 알아야 방비를 할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아영아!”

“네, 오빠!”

“밥 먹고 모기 레드몬 보러 갈 거니까 최정준 박사님께 20명 정도 간다고 미리 연락드려.”

“알겠어요.”

박용규 대장이 눈을 마주치며 생체병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하반기 원정 전 모기 레드몬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 이들을 완벽히 믿을 수 없고, 많은 사람이 알수록 위험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두 달간 강승원 국장이 면밀히 지켜본 결과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어 완전히 믿을 순 없어도 작게나마 나름대로 신뢰를 쌓았다.

더 큰 이유는 지난달 27일 니가타 시 키쿠리히메 공대 사건이 터지며 모기 레드몬에 대해 각국 정보부가 모두 알게 된 마당에 더는 숨길 이유가 없어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말로 백번 떠드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한 번 보는 게 나을 겁니다.”

“회장님도 생체병기를 연구하시는 겁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연구실은 왜 가는 겁니까?”

“지난해 지리산 테러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예, 기억합니다. 회장님과 사모님들이 지리산에서 괴한에게 피습당한 사건으로 배후가 누군지 밝히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테러범들이 사용한 생체무기가 조금 후 보게 될 모기 레드몬입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미래 연구소 지하 연구소로 몰려가 특수 유리에 갇힌 모기 레드몬을 보여줬다.

처음엔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그리고 설명이 이어지자 우려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모기 레드몬을 바라봤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모기 레드몬을 사용하는 능력자의 침입이었다. 하급 능력자의 몸에 모기 레드몬을 주입하면 중급 능력자만큼 강해진다는 사실에 경악을 넘어 호기심까지 보였지만, 길어야 한 달 밖에 못산다는 말엔 모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니가타 시 키쿠리히메 공대 사건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려주자 내가 왜 정화수를 풀지 않는지 확실히 이해했다.

“모기 레드몬은 우리가 아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 말고도 레드몬을 이용한 생체무기 연구가 국가와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 중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정화수가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정체됐던 연구가 탄력을 받고, 생체무기의 수명도 급상승하겠죠. 위력도 더욱 강해질 거고요.”

“바로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분에게 정화수를 절대 외부로 반출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겁니다. 정화수는 치료와 레드몬 사냥 이외엔 사용해선 안 됩니다. 사람들이 정화수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전 신을 믿지 않아 그 말을 믿진 않지만, 설령 신이 주셨다고 해도 쓰는 사람에 따라 인류를 구원할 성수가 될 수도 있고, 인류를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기 레드몬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공대장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나진시가 생체무기의 공격을 받은 적은 아직 없지만, 지난번 침입도 정화수를 노린 것이라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보여준 게 잘한 일일까?”

“생체무기가 무서워 도망칠 사람들이라면 미리 솎아내는 게 정답이야. 일이 터졌을 때 달아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테니까.”

소연의 말이 백번 옳았다. 철석같이 믿고 있다 달아나 버리면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일이라도 못하겠다고, 겁난다고 손들고 나가버리면 벙커와 무기로 그 자리를 메꾸든, 다른 공대와 접촉해 인원을 채우든 대안을 마련할 시간이 있지만, 전투 중 달아나면 그럴 시간도 없었다.

모기 레드몬 공개 후 빠져나가는 공대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화수와 레드몬 지도의 유혹이 컸는지, 아니면 신의 있는 공대를 뽑아서 그런 것인지 별다른 동요 없이 지나갔다.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는 일이라 달랑 신의만으로 남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한번 맺은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는 행동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소홀함이 없게 잘 챙겨줘.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니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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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1일 용상동 우주센터 지하기지

내년 1월 15일 예정됐던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2개월이나 앞당겨 정찰위성 3기를 연속으로 발사했다.

오늘 하루 발사한 정찰위성은 서울 상공에 한기, 만주와 연해주를 감시할 허강 시 상공에 한기, 일본을 감시할 도쿄 상공에 한기를 발사했다.

이름은 미래 1, 2, 3호기로 러시아의 최신기술을 모조리 쏟아 부은 군사정찰위성이었다.

정찰위성(偵察衛星)은 광학 기기 및 전파 등을 이용하는 군사위성으로 저고도로 목적지 상공을 선회하며 사진을 촬영해 데이터를 전송했다.

정찰 외에도 적외선탐지, 전자정찰, 군사통신, 기상관측 등도 가능한 위성으로 해상도는 50cm였다.

“미래 5호는 혼슈 북부, 미래 6호 규슈, 미래 7호 산둥반도, 미래 8호 상해, 미래 9호 선양, 미래 10호 제주도 상공에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언제 마무리됩니까?”

“미래 10호까진 올해 안에 모두 쏘아올리고, 내년 상반기 중에 러시아,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통신위성은요?”

“통신위성은 1월, 과학·기후관측 위성은 2월 예정입니다.”

“오늘 쏘아올린 위성은 모두 무사히 안착한 겁니까?”

“발사는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내일까지 기다려봐야 궤도에 안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잘돼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분리도 성공적이었고, 궤도 진입도 아주 순조로워 이변이 없는 한 무사히 안착할 겁니다.”

강승원 국장의 말처럼 발사, 분리, 속도 등 모든 것이 순조로워 자리를 잘 잡을 것으로 확신했지만, 첫 위성 발사 성공률은 27.2%로 매우 낮아 낙관할 수만은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 위성은 우리별 1호로 1989년 인공위성 기술이 전혀 없던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생과 연구원을 영국 서리(Surrey)대학 위성공학과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게 해 인공위성을 개발하게 했다.

무게 48.6kg, 크기는 352×356×670mm인 우리별 1호는 사진관측 실험을 위한 지표면 촬영장치, 아마추어 무선중계를 위한 VHF/UHF 중계기, 우주선(cosmic ray)측정을 위한 센서, 데이터 축적·전송 실험을 위한 장치, 3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 등을 탑재했다.

1992년 8월 11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로켓(Arianne Rocket) 4호에 실려 발사되어, 고도 1,300km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우리별 1호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22번째 인공위성 보유국이자, 자체적으로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우주로 쏘아 올릴 로켓 기술 부재로 남의 손을 빌려 인공위성을 발사해야 했다.

이는 위성에 실린 고급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커 로켓 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우리 역시 발사체 기술이 없어 러시아에서 소유즈 로켓(Soyuz Rocket)을 사들여 자체 발사했다.

소유스 로켓은 소련의 R-7 세묘르카(대륙간 탄도 미사일) 계열의 소모성 우주 발사체(ELS)로 1957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된 ICBM이자 인공위성 발사체였던 R-7의 후속작이었다.

“김종서함과 우달로이급 구축함은 언제 들어옵니까?”

“11월 10일 새벽 3시 알섬 비밀기지에 들어옵니다. 솔피들이 바다를 지켜주기로 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피복작업은 언제 시작합니까?”

“입항 후 다음 날부터 중급 레드몬 가죽을 선체 외부에 덮어씌우는 피복 작업이 진행합니다.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라 늦어도 3개월이면 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완전히 돈 덩어리군요.”

“그만한 값어치를 할 것입니다.”

키로프급 순양함은 배수량 24,000t(만재 시 28,000t), 전장 252m, 선폭 28.5m, 홀수 9.1m, 순항속도 18knot(순항), 최고속도 30knot,?승조원 710명으로 미국의 이지함에 버금가는 대잠수함방어와 대공방어 시스템을 갖춘 최강의 방패이자 창으로 러시아의 해군의 자존심이었다.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중거리 방공망이라면,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은 반경 500km를 탐지할 수 있는 장거리 방공망으로 나진시와 한반도 북부를 지키는 수호신이 될 무기였다.

이 때문에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의 이름을  ‘북방의 호랑이’ 대호(大虎) 김종서함으로 명명했다.

단종을 지키다 수양대군(首陽大君)에게 죽임을 당한 김종서(金宗瑞) 장군은 함경북도 종성·회령·경원·경흥·온성·부령의 6진(六鎭)을 개척해 국토를 확장하고, 여진족을 토벌하는 등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이징옥(李澄玉) 장군을 비롯해 불세출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북방을 호령했던 조선의 큰 기둥이었다.

만약 1번 함인 김종서함에 이어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을 추가로 구매한다면, 2번 함은 이징옥함, 3번 함은 김좌진(金佐鎭)함, 5번 함은 김동삼(金東三)함, 6번 함은 유관순(柳寬順)함으로 명명할 생각이었다.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로 나라를 지키려다, 나라를 되찾으려다 순국하신 열사들이셨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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