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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304화 (304/505)

00304  하반기 원정  =========================================================================

304.

“오빠!”

“응?”

“창피하지 않아요?”

“어쩌겠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쌩까야지.”

“저야 한두 번 본 게 아니니 이상할 게 없지만, 마샤, 스텔라, 셀리나, 루나 언니는 황당할 거 아니에요.”

“아까 표정 못 봤어?”

“무슨 표정요?”

“아무렇지도 않은 거.”

“정말요?”

“성문화 차이인지 몰라도 크게 당황하지 않던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아내들과 사랑을 나누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보지.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인 것도 있고.”

“혹시 반대 아닐까요?”

“부끄러워서 모른 체한다 이런 뜻이야?”

“네, 창피하면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못 본 척하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소희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내가 기감으로 살핀 마샤와 스텔라, 셀리나, 루나의 반응은 부부끼리 성관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애정 행위를 우리처럼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행위로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반응은 마샤보단 정열적인 브라질 미녀 스텔라, 셀리나, 루나가 더 심해 마샤가 좀 부끄러워하는데 반해 세쌍둥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더 개방적이야. 반쯤 물꼬까지 텄으니 이제 분위기만 잡으면... 흐흐흐흐~’

“왔다.”

“뭐가 와?”

“전기뱀장어!”

찐하게 회포를 푼 다음 날 새벽 기다리던 전기뱀장어가 드디어 나타났다. 구미호가 신호를 받자 재빨리 방어구를 입고 놈이 나타난 강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8km 밖에서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온 전기뱀장어를 발견한 구미호가 놈이 물속으로 사라지지 않게 약을 올리다가 내가 2km까지 접근하자 레이저로 눈을 공격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전기뱀장어

전투력 : 9551

지능 : 91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55,775

스킬 : 알 수 없음

“콰과쾅~”

전속력으로 접근해 강력한 살기를 투사하자 전기뱀장어의 기다란 뿔이 하얗게 빛나며 전기가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구미호의 알짱거림과 레이저에 잔뜩 화난 상태에서 적대감을 최대치로 올리는 살기투사까지 맞자 꼭지가 돈 전기뱀장어가 나를 죽이기 위해 전기를 마구 쏘아댔다.

먼저 놈을 물가로 끌어내기 위해 바람 스킬만 사용해 날아드는 전기를 피하며 살기만 계속 투사했다.

미꾸라지처럼 공격을 피하며 계속 약을 올리자 뚜껑이 열린 전기뱀장어가 물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놈을 유인하는 동안 구미호는 레이저로 놈의 눈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그러나 전기 보호막이 있는지 3m 근방에서 파란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길이 19.8m, 무게 1.95ton의 전기뱀장어는 유니콘처럼 1m 길이의 하얀 뿔이 삐죽이 돋아난 모습으로 작은 눈, 작은 콧구멍, 작은 지느러미가 달려 무섭다는 느낌보단 옆집 아저씨같이 친근한 모습이었다.

생긴 것처럼 온순한 성격으로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녀석도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매우 공격적으로 변해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존재는 이유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그런 사나운 놈이 뚜껑까지 열리자 전기를 마구 쏘아대 울창한 밀림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전기뱀장어가 얕은 물가로 나오자 수초처럼 물속에서 가시덩굴이 자라나 몸을 칭칭 감았다.

“쒸우웅~ 쒸우웅~”

가시창이 날아가 가시덩굴에 묶인 전기뱀장어의 머리를 연달아 때리자 파란 불꽃이 일며 가시창이 튕겨 나갔다.

“쾅쾅쾅!”

가시창이 통하지 않자 왼손으로 냉기탄을 날려 전기뱀장어가 달아날 수 없게 강을 얼려버렸다.

하지만 강력한 전기를 뿜어내자 강한 열이 발생하며 두꺼운 얼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펑펑펑!”

혈기탄을 연속으로 다섯 발을 날렸지만, 이 역시 전기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표면에서 터져버렸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전류에 가시덩굴도 타들어 가며 놈을 놓치기 직전이었다.

급한 마음에 가시창을 연달아 소환해 던졌지만, 보호막을 뚫지 못한 채 모두 튕겨 나왔다.

그때 곁에 다가온 소연과 은비, 서인이 데스 홀드와 벼락, 죽음의 비명을 사용해 전기뱀장어를 공격했다.

“삐이이~ 삐이이~”

데스 홀드와 벼락은 가볍게 막아낸 전기 보호막이 죽음의 비명은 막아내지 못하는지 전기뱀장어가 머리를 물에 처박고 괴로워했다.

“키이힉~ 키이힉~”

놈의 약점을 알아낸 서인이 온 힘을 다해 죽음의 비명을 시전하자 고통이 심한지 요동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우우우우웅~”

서인이 벌어준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파멸의 창을 소환했다.

창이 완성되자 놈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손을 떠난 창이 한줄기 빛이 되어 전기뱀장어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고통 속에서도 거대한 힘을 느낀 전기뱀장어가 고개를 쳐들고 날아오는 파멸의 창을 향해 전기를 쏘아댔다.

파멸의 창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 유니콘의 뿔처럼 하얗던 전기뱀장어의 뿔이 파랗게 변해 세상을 다 태울 듯 전기를 뿜어냈다.

그러나 파멸의 창은 파란 전기를 길잡이라 생각하는지 유연하게 타고 올라가 전기뱀장어의 이마를 뚫고 등을 뚫고 하늘로 날아갔다.

“키이이이힉~~~”

커다란 입을 찢어질 듯 벌린 채 질러대는 비명을 마지막으로 전기뱀장어가 숨을 거뒀다.

“오늘 사냥 일등 공신은 서인이야. 서인이가 아니었으면 놈을 잡을 수 없었어.”

“그렇지 않아요. 전 고작 죽음의 비명을 사용한 게 전부예요. 전기뱀장어를 잡은 건 오롯이 지홍씨의 힘이에요.”

“그러니까. 그 비명이 아니었다면 놈의 전기 방어막을 못 뚫었을 거야.”

“파멸의 창이면 충분히 뚫고도 남았어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뿔에서 쏘아낸 전기도 뚫고 들어갔잖아요.”

“뿔에서 쏘아낸 전기와 방어막은 용도가 달라. 전기 방어막은 상대의 공격을 중화시키는 힘이 있어 파멸의 창에 담긴 파동 에너지도 중화시킬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놈이 가시덩굴을 끊고 물속으로 달아났다면 다시는 잡을 수 없었을 거야.”

파멸의 창은 가시창처럼 순식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가 가진 포스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야 만들 수 있는 파멸의 창은 아무리 빨라도 10초는 걸렸다.

10초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조금 전 전투처럼 촌각을 다툴 때는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전기뱀장어에서 나온 지름 3cm의 레드주얼은 쥐들의 왕 포베로미스를 잡고 구한 레드주얼처럼 끊임없이 번개가 치는 모습이었다.

손에 쥐고 포스를 주입하자 원래 내 물건인 것처럼 오른손으로 스며들더니 번개주얼을 잡아먹었다.

“이마에 뿔이 안 돋네?”

“그게 무슨 소리야?”

“전기를 쏘아내려면 뿔이 있어야지.”

“컥!”

포베로미스의 번개주얼은 전류를 무기나 손에 싣는 것만 됐지만, 전기뱀장어의 레드주얼은 방어막처럼 몸에 두를 수도 있고, 냉기탄처럼 쏘아낼 수도 있었다.

나무를 향해 오른손을 뻗자 손바닥에서 골프공만 한 파란 구슬이 날아가 나무와 부딪쳤다.

그러자 반경 10m가 파랗게 물들며 요동을 치더니 소리도 없이 까만 제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통구이가 아니라 먼지가 되어 사라지네.”

“빵 터지는 것보다 조용해서 좋네.”

“방어막까지 끝내주는데. 완전 울트라 캡숑짱이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끝내준다는 말이야. 헤헤헤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994년 10월 20일

9월 10일 집을 떠난 지 40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이번 원정은 상반기 원정보다 기간도 짧고 더욱 알차 무려 6개의 레드주얼을 구했다.

그 중 하나는 소환주얼로 이런 속도로 레드주얼을 구한다면 2~3년 안에 미래 공대원 전원이 레드주얼을 2~3개씩은 보유할 수 있었다.

“내년 상반기 사냥도 될 수 있으면 A급 엘리트 레드몬만 잡아. 그래야 레드주얼을 더 많이 챙기지.”

“알았어요.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스텔라, 셀리나, 루나는?”

“별관 3층에 방을 정해줬어요.”

전기뱀장어 사냥이 끝나자 스텔라, 셀리나, 루나도 함께 나진시로 왔다. 그동안 수차례 방문 계획을 세웠지만, 레드몬으로 인해 약속이 무산되며 이제야 나진시에 오게 됐다.

“잘 다녀오셨어요?”

“덕분에 잘 다녀왔어.”

“전화 한 통 없어 걱정 많이 했어요.”

“전화?”

샤워를 마치고 백호를 보러 사육장으로 이동하는 중 제니퍼 록펠러, 아만다 사이프리드, 캐서린 헤이글을 만났다.

허락 없인 저택에 들어올 수 없지만, 제니퍼는 신분을 생각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렇다고 집안까지 함부로 들어올 순 없고, 정원과 수영장, 숲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했다.

“제 전화번호 잊으셨어요?”

“그게... 잊어버린 건 아닌데... 전화도 없고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어서...”

“히잉~ 전 매일 오빠 전화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단 말이에요. 너무해요.”

“미안해! 다음부턴 전화할게.”

“정말이죠?”

“응.”

“그럼 약속?”

손가락을 보고 어찌해야 할지 머뭇거리자 제니퍼가 손을 잡아 손가락을 걸고 흔들었다.

거칠고 투박한 내 손에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제니퍼의 손이 닿자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거렸다.

(오빠! 그만 정신 차리세요. 마샤가 울겠어요.)

상아의 말에 급히 마샤를 바라보자 커다란 눈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처럼 눈물이 고여 있었다.

급히 제니퍼의 손을 놓고 마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눈이 동그래지며 언제 눈물이 고였냐는 듯 눈이 팔자를 그리며 냉큼 손을 잡았다.

오른손으론 마샤의 손을 잡고 왼손으론 상아의 손을 꼭 쥐고 백호와 풍산을 보러 천천히 사육장으로 걸어가자 제니퍼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오빠! 저희도 백호 보러 가면 안 돼요?”

“괜찮아.”

“백호보고 뭐하실 거예요?”

“은행나무 보고 저녁 먹어야지.”

“저녁 먹고 가도 되죠?”

“그래.”

“고맙습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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