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2 하반기 원정 =========================================================================
302.
“내가 엘리트를 공격하면 아리는 중급 바다사자가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덩굴로 가둬.”
“알았어.”
B급 엘리트 레드몬 스텔라 바다사자
전투력 : 7732
지능 : 114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37,895
스킬 : 알 수 없음
낮잠을 즐기던 몸길이 15.3m, 무게 9.55ton의 거대한 스텔라 바다사자에게 가시창 다섯 개가 연속으로 날아가 꽂히자 B급 엘리트 레드몬이란 이름이 아까울 만큼 반항도 못 해보고 숨이 끊어졌다.
바다에선 물 찬 제비만큼 빠르고 강맹한 스텔라 바다사자도 육지에선 느려터진 굼벵이나 다름없었다.
몸길이 6.8m, 무게 3.46ton에 이르는 중급 바다사자도 가시덩굴에 갇혀 허둥거리다가 한 마리도 빠져나지 못한 채 모두 목숨을 잃었다.
“오빠!”
“응?”
“1,059마리 중 수놈이 439마리야.”
“그런데?”
“그런데 라니? 무슨 뜻인지 몰라?”
“당연히 모르지.”
“해구신! 남자 정력에 최고라는 해구신이 439개라고.”
“설마 바다사자 고추를 먹으라는 뜻은 아니지? 그걸 어떻게 먹어. 징그럽게.”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심장은 맛있게 아작아작 잘만 씹어 먹으면서.”
“심장은 포스 때문에 먹는 거잖아. 그리고 그거 없어도 정력이 뻗쳐 매일 서너 번씩 하는데 해구신을 뭐하러 먹어?”
“마누라가 늘었잖아.”
“해구신 없이도 충분히 만족시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른 사람 줘. 익수영진고와 은행 열매만 해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데 해구신은 무슨. 그리고 해구신 아무런 약효도 없는 거 몰라?”
“무슨 소리야. 최고의 강장제라고 엄청나게 비싸게 팔리는데.”
“그게 다 플라세보(placebo)효과야. 정말 고추가 정력제였으면, 사람 것부터 잘라먹었을 거야.”
“헉!”
중급 스텔라 바다사자 수컷의 해구신은 내 팔뚝보다 더 굵고, 팔보다 길었다. 정력에 좋다는 속설을 맹신하는 사람이 많아 개당 5억 원에 팔아도 없어서 못 팔 만큼 잘 팔렸다.
‘내 것보다 크네. 젠장!’
전기뱀장어(Electric Eel)는 몸길이가 최대 2.75m, 무게는 22kg까지 자라는 잉어목 물고기로 생김새는 뱀장어와 매우 흡사했다.
피부는 연하고 비늘이 없는 녹갈색으로 전기를 사용해 물속에 있는 물체를 탐지하고, 다른 전기뱀장어에게 신호를 보내며, 먹이를 기절시켜 잡아먹었다.
최대 850V의 전기를 발생하는 전기뱀장어는 사람을 기절시키고, 악어까지 죽이는 등 매우 강력한 전기를 뿜어냈다.
“마나우스 인근에 전기뱀장어가 나타난 건 2년 전으로 고의로 사람을 공격하진 않지만, 먹이를 잡거나 자기 영역을 침범당하면 전기를 발사해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목숨을 잃었어.”
“배에 타고 있는데도 감전돼요?”
“응, 워낙 강력해 전기를 내뿜으면 반경 500m 이내엔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해. 설령 감전되지 않아도 20m에 가까운 커다란 몸으로 배를 들이받아 살아남을 수가 없어.”
“강으론 다가가지도 못하겠네요?”
“배를 타고 잡으러 가는 것도 위험하지만, 헬기도 안전하진 않아.”
“왜요?”
“전기를 방출해 주변을 공격하는 스킬 빼고도 이마에 달린 뿔에서 전기를 쏘는 스킬도 있어. 사거리는 대략 1.5km로 파괴력은 광역공격보다 두 배 이상 강해.”
“잡으려면 물 밖으로 유인하는 길밖에 없겠네요?”
“영악해서 숨 쉴 때를 빼면 수면으로 올라오지도 않아.”
“뱀장어는 최소 15분마다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한다고 하던데, 이 녀석은 아닌가요?”
“올 초 조사팀이 삼 개월에 걸쳐 확인한 결과 하루에 한 번 또는 두 번 숨을 쉰다는 걸 알아냈어. 조사팀도 황토물이 가득한 아마존 강에서 놈이 숨을 쉬는 모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조심성이 대단한 놈이야.”
스텔라와 상아의 얘기를 들으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아마존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레드문 이전에도 괴물과 독충, 독사가 지천으로 깔려 죽는 사람이 속출했지만, 사람이 못살 정도는 아니었다.
수많은 부족이 자신들만의 풍습을 지키며 아마존 밀림에 수백 수천 년간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하지만 레드문이 나타난 이후 많은 부족이 밀림을 등지고 도시로 옮겨갔고, 개중에는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제 아마존 정글에는 극소수의 원시 부족만이 독특한 방법을 사용해 레드몬과 독충, 독사의 공격을 간신히 버텨내며 살고 있을 뿐이었다.
“스텔라 언니!”
“응?”
“뭐하나만 물어볼게요.”
“뭐가 궁금한데?”
“아마조나스 주의 안개 숲에 관해 아는 게 있나요? 사방 100km가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하던데.”
“아아~ 그거. 우리도 아직 아는 게 없어. 식물형 레드몬의 소행이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어.”
“작년에 오빠가 잡은 은행나무 같은 거요?”
“어떤 나무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종류라고 생각해.”
일명 미스트 존이라 불리는 곳으로 브라질의 아마조나스 주, 콩고, 인도네시아의 밀림에 사방 100km가 안개에 쌓인 지역이 있었다.
밀림에만 이런 미스트 존이 있는 건 아니었다.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의 신장웨이우얼 사막에도 있었다.
또한, 시베리아의 냉대림과 그린란드, 남극의 동토 그리고 바다에도 짙은 안개에 휩싸인 지역이 있었다.
육지에 9곳, 바다에 2곳으로 미스트 존이 생긴 건 10년 전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작년부터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있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모르다가 작년에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되며 관심을 끈 미스트 존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각국은 미스트 존의 비밀을 풀기 위해 탐험대, 헬리콥터, 비행기 등을 밀어 넣었지만, 미스트 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통신이 끊기고,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추락하는 등 보내는 족족 사라졌다.
1년 가까이 무인기체와 무인 로봇을 밀어 넣은 미국이 손을 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미스트 존은 버뮤다 삼각지처럼 인간이 다가가면 안 되는 공포의 땅으로 인식된 체 금지로 선포됐다.
강력한 식물형 레드몬이나, 모래 괴물, 바다 괴물 등이 이 지역을 장악한 채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으로 각국 수뇌부만 추측할 뿐 일반인은 이런 지역이 있는 것조차 까맣게 몰랐다.
“미스트 존은 왜?”
“미스트 존 사냥 의뢰가 들어와서 그래요.”
“절대 받아들이지 마.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들어가면 소식이 끊기는 아주 위험한 곳이야. 절대 들어가면 안 돼.”
“저희도 들어갈 생각 없어요.”
“그럼 다행이고. 근데 대체 누가 그런 파렴치한 의뢰를 한 거야?”
“중국과 리비아요.”
“정말 양심도 없다. 일각에서 상급 레드몬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그런 위험한 곳을 달랑 수천만 달러에 처리해 달라고 의뢰를 해? 정말 양심도 없다.”
“그러게요.”
6월 1일 내년 추가 사냥할 5개국 선정에 들어가자 일주일 만에 100건이 넘는 의뢰가 쏟아졌다.
작년과 달리 C급 엘리트 레드몬 의뢰는 단 한 건도 없이 모두 B급과 A급 엘리트 레드몬 의뢰였고, 개중에는 두 마리, 세 마리, 심지어 네 마리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황당한 건 해상 레드몬과 미스트 존 의뢰로 물개나 펭귄처럼 육지에 올라오는 레드몬은 스텔라 바다사자처럼 의뢰를 받아줄 수도 있지만, 상어와 청새치, 산갈치, 향유고래 등 대양에서 사는 어류를 잡아달라는 의뢰도 30건이 넘어 헛웃음을 짓게 했다.
이보다 더한 미스트 존 의뢰는 멍청하게 우리가 걸려들길 바라며 헛소리만 잔뜩 써놓은 글로 애들 장난이거나, 걸려들어 죽길 바라는 마음 같았다.
엘리트 레드몬 사냥 의뢰의 기본 원칙은 레드몬에 관해 최대한 성심성의껏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스트 존 의뢰는 그것이 하나의 레드몬인지, 은행나무처럼 식물형 레드몬인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의뢰한 것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선 아주 불쾌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멍청하게 걸려들어 죽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난치듯 의뢰했을지도 모르죠.”
“정말 그렇다면 그 국가는 다시는 상종하면 안 돼. 모르고 했어도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국가는 절대 도와줘서도 안 되고.”
“네에~”
마나우스(Manaus)는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 주의 주도이자 인구 100만의 큰 도시로 아마존 강의 지류 네그루 강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였다.
아마존 분지의 열대우림에 있지만, 훌륭한 문화 시설을 갖춘 아마존 분지의 중심지로 고층빌딩은 거의 없지만, 잘 갖춰진 항구와 체육, 문화시설이 자리 잡아 마카파와는 질적으로 다른 도시였다.
“아마존 정글 한복판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도시가 정말 잘 갖춰져 있네요?”
“그래서 더욱 마나우스가 중요한 거야. 이곳을 잃으면 아마조나스 주 전체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마조나스 주면 면적이 1,558,927㎢로 한반도 면적 223,348㎢의 7배나 되는 넓은 땅이잖아요.”
“맞아. 온통 밀림과 레드몬이 우글대는 지역이라 그렇지 무수히 많은 자원이 묻힌 자원의 보고야. 그리고 조상이 물려준 값진 땅이고, 희생이 따르더라도 기필코 지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브라질의 소중한 땅이야.”
마나우스에 도착한 다음 날 헬기를 타고 동쪽 아마존 강과 삼각주처럼 펼쳐진 지름 35km의 넓은 늪지대를 돌았다.
전기뱀잠어가 뿔에서 쏘아내는 전기 사거리가 최대 1.5km라 안전을 위해 고도를 2,000m로 올린 후 탐지하자 어디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에 한두 번 숨을 쉬러 올라오지만, 헬기 체공시간이 3시간을 넘기지 못해 헬기로 놈을 찾는 건 애당초 글러 먹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야쿠마마처럼 먹이로 유인하자니 아마존 강 속에 넘쳐나는 게 싱싱한 물고기라 죽은 물고기로 유인하는 것도 시간 낭비였다.
“놈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 삼각주 같은 이곳 늪지대라고 했지?”
“네, 스텔라 언니가 그곳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했어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 늪지대에 들어가 텐트 치고 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겠다.”
“레드몬과 독충, 독사가 우글거리는데 거기서 자려고요.”
“그럼 어떡해? 다른 방법이 없잖아.”
“저야 상관없지만, 언니들이 힘들어할 텐데요.”
“괜찮아.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늪지대로 들어가 구미호, 현무, 딩고를 이용해 전기뱀장어를 찾기로 했다. 정찰 거리가 가장 긴 구미호도 10km가 한계라 마나우스에 앉아선 놈을 찾을 수 없었다.
소연과 은비, 서인, 아리는 야영이 잦아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고, 상아와 아영은 오랫동안 힘든 삶을 살아 어떤 환경에 데려다 놔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샤와 소희가 야영 경험이 없는 게 문제였지만, 언니들과 내가 있어 겁을 내기보단 설레는 마음이 커 야영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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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