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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99화 (29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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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블랙맘바를 잡고 비사를 얻은 다음 날 아침 1,600km 떨어진 에티오피아 베일 마운틴스 국립공원으로 이동해 A급 수사자와 C급 암사자 두 마리, 중급 암사자 19마리, 새끼 7마리를 잡았다.

백수의 왕 사자가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도착한 초원엔 전쟁을 치른 듯 커다란 웅덩이와 파헤쳐진 땅, 부서진 바위가 사방에 널려있었다.

황새와 조개가 다투는 틈을 타 어부가 둘 다 잡았다는 어부지리(漁夫之利)처럼 우리도 배에 구멍이 뻥 뚫린 채 피를 줄줄 흘리는 수사자와 죽기 직전인 암사자 두 마리를 주워담았다.

덤으로 죽은 A급 엘리트 레드몬 하마 수놈 한 마리와 C급 암놈 한 마리도 날름 삼키며 레드주얼도 두 개나 챙겼다.

수많은 왕가와 유서 깊은 가문의 상징이기도 한 백수의 왕 사자는 수컷이 몸길이 2.6~3.3m, 꼬리 길이 0.7m~1.05m, 몸무게 160~250kg였고, 암컷은 수컷보다 작아 몸길이 1.9~2.6m, 꼬리 길이 0.3~0.7m, 몸무게 100~182kg이 나갔다.

많을 경우 30마리 이상이 한 구성원으로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자는 행동반경이 40~50㎢로 매우 넓었다.

사냥은 암컷의 몫으로 물소나 기린 같은 큰 동물을 사냥할 때 가끔 수컷도 동참하지만 대부분 암컷이 사냥한 먹이를 먹으며 하루 20시간을 잠으로 허비했다.

웃기는 건 하이에나가 사냥한 먹이를 가로채는데 선수로 초원의 청소부로 알려진 하이에나가 사자보다 사냥 실력이 월등했다.

하루 18시간을 물속에서 지내는 하마는 늪지나 강 부근에 서식하는 동물로 몸길이 3.7~4.6m, 몸무게 암컷 1.5~2.7ton, 수컷 2.2~4.5ton으로 코끼리, 코뿔소 다음으로 육중한 동물이다.

물속에서 천천히 헤엄쳐 늘릴 것 같지만, 시속 40km까지 달릴 수 있는 하마는 외견상 순해 보이지만 성질이 아주 더럽고 매우 공격적인 동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였다.

사건경위는 어미에게서 잠시 떨어진 하마 새끼를 수사자가 재빨리 물어 죽인 후 자신의 새끼들에게 먹이로 가져다주며 일어났다.

수사자는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어 향후 가족을 위협할 하마 새끼를 죽여 위험을 덜고자 했다.

하지만 사라진 새끼를 미친 듯이 찾아 헤매던 하마 어미들이 자신의 새끼를 맛있게 뜯어먹고 있는 사자무리를 발견하며 결국 양쪽 모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태로 번지고 말았다.

사자무리와 하마 가족에겐 매우 슬픈 비극이었지만, 에티오피아 정부는 위험한 엘리트 레드몬이 다섯 마리나 사라지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우리는 생색과 함께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며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흐뭇한 마음으로 독일로 이동해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Land Mecklenburg-Vorpommern) 노이브란덴부르크(Neubrandenburg) 시 남쪽 톨렌제 호수에서 A급 엘리트 레드몬 유럽살쾡이를 사냥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유럽살쾡이

전투력 : 9009

지능 : 128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50,883

스킬 : 알 수 없음

몸길이 7.5m, 꼬리 길이 3.2m, 무게 855kg의 유럽살쾡이는 보호색을 사용해 몸을 숨기는 아주 특이한 능력을 갖춘 레드몬으로 주변과 동화되면 상아의 탐지 스킬로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기감은 속일 수 없어 밤에 등 뒤로 살금살금 접근하다 여우 채찍에 머리가 뚫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었다.

6월 말쯤 땅에서 솟듯 갑자기 나타난 유럽살쾡이로 인해 노이브란덴부르크 시민 98명이 죽자 놈을 잡기 위해 독일 정부는 토르(Thor) 공대를 파견했다.

토르 공대는 오딘(Odin) 공대 다음으로 독일에선 강력한 레드몬 사냥팀으로 중급 능력자 7명을 포함해 378명의 공대원을 거느린 대규모 공대였다.

레드몬을 본 사람이 없다는 진술에 따라 토르 공대 전체가 톨렌제 호수로 몰려가 넓게 포위망을 구축한 채 놈을 찾았다.

사흘 동안 숲을 이 잡듯이 훑고도 놈을 찾을 수 없자 토르 공대는 낙담한 채 노이브란덴부르크로 돌아왔다.

그날 밤 토르 공대를 뒤따라온 유럽살쾡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39명이 죽고, 109명이 다치며 간신히 얻어낸 정보가 놈의 에너지양과 주변 물체와 동화해 육안으론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한숙과 소연, 은비가 크게 반대했지만, 기감력과 구미호를 믿고 사냥 의뢰를 받아들였다.

톨렌제 호수를 돌며 한바탕 난리블루스를 춘 다음 날이 어두워지자 아내들은 가시덩굴에 들어가 있게 하고 구미호와 함께 50m쯤 떨어져 모닥불을 피고 놈을 유인했다.

새벽 3시가 넘자 검은 숲에서 놈이 나타났다. 고양잇과 동물답게 발걸음소리도 없이 살금살금 접근했다.

7.5m에 달하는 커다란 덩치가 풀을 밟아도 미세한 소리조차 나지 않았고, 풀조차 눌리지 않아 청각이 예민한 능력자도 놈의 접근을 알아챌 수 없었다.

여우 채찍을 손에 쥐고 모로 누워 놈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기습에 실패한 적이 없는지 거침없이 다가온 놈이 기다란 발톱으로 등을 찍으려 했다.

“으아악~~~”

고함과 함께 투사된 살기에 놈이 흠칫하는 사이 여우 채찍이 미간을 뚫고 들어가 뇌를 휘저었다.

놈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순 없지만, 놈은 오랫동안 적수다운 적수를 찾지 못하며 상대를 깔보고, 장난치듯 죽이며, 살인을 일삼았다.

그 때문에 동화(同化)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도 허무하게 생명을 잃었다. 호랑이는 작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놈은 호랑이보다 더 강대한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하며 초심을 잃었고, 그 대가는 죽음이었다.

놈을 통해 자만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다시 한 번 여실히 느끼며 상대를 깔보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김질했다.

영국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친히 공항까지 나오는 극진한 대접 속에 하룻밤을 버킹엄 궁전에서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웨일스(Wales) 주 스노우도니아 국립공원(Snowdonia National Park)으로 이동해 B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 사슴을 사냥했다.

좀 더 머물다 가라는 여왕의 간곡한 부탁을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로 물리치고 캐나다로 넘어갔다.

캐나다에서 의뢰한 사냥물은 B급 회색곰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주 프린스 조지(Prince George) 시 인근을 배회하며 사람과 건물을 마구 공격해 큰 피해를 준 레드몬이었다.

몸무게가 최대 700kg인 회색곰은 불곰의 아종으로 아메리카흑곰을 능가하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커다란 덩치로 쿵쿵거리며 걸어 다녀 굼뜰 것 같지만, 전속력으로 달리면 시속 50km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신장 9.2m, 몸무게 2.75ton의 회색곰이 겁도 없이 달려들자 소연과 은비, 서인이 현무, 딩고, 비사의 도움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비사의 가세로 방어력이 한층 탄탄해진 아내들은 현무와 딩고의 몸통박치기와 중력장을 이용해 회색곰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데스 홀드와 벼락, 죽음의 비명으로 놈을 30분 만에 해치웠다.

“아주 잘했어.”

“이 정도야 이제 기본이지. 하하하하~~~”

“벌써 자만하는 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자만은 무슨? 우리가 그럴만한 처지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매일 대련이란 이름을 빙자해 마누라를 물씬 두들겨 패는 남편이 있는데 자만을 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지.”

“그동안 훈련을 잘 따라와 강도를 좀 줄일까 생각했는데... 네 말처럼 자만심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좀 더 강하게 다뤄야겠네. 대련 횟수도 두 배로 늘리고, 시간도 두 배로 늘려야겠어.”

“헉!”

“지홍아! 은비가 농담한 거야. 너도 알잖아. 은비가 농담 잘하는 거.”

“아리 언니 말이 맞아요. 대련이 아니더라도 저흰 절대 자만하지 않아요. 겨우 이따위 실력으로 자만하다니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에요.”

은비의 말을 받아치자 아리와 소희가 팔에 달라붙어 변명과 함께 가슴을 팔에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

소연과 서인, 상아, 아영은 눈에 힘을 주고 은비를 째려봤고,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역적으로 몰린 은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인처럼 울상을 짓고 있었다.

“소연아! 네 생각은 어때?”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이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해. 네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를 거야.”

“오오~ 역시 안방마님다워. 이래서 내가 소연이가 하는 말은 무조건 믿고 따르는 거야.”

“사랑하는 남편을 믿고 따르는 여필종부는 여자의 당연한 숙명 아니겠어?”

“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소연이 손을 가슴에 모으고 반달눈과 함께 애교가 철철 넘치는 말로 내 마음을 돌리려 했다.

“은비! 넌 어떻게 생각해?”

“나.나.나도 오빠가 생각이 모두 맞는다고 생각해.”

“정말?”

“응!”

“10분만 지나도 까맣게 잊는 거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 달라.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 죽을 때까지 오빠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르겠습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믿어줘야겠지?”

“고마워.”

“하늘에 맹세까지 했는데,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돌아가는 즉시 대련 시간과 횟수를 두 배로 늘려 절대 나태해지지 않게 단련시켜 줄게. 고맙지? 원하는 대로 해줘서.”

“헉!”

10월 1일 8번째 사냥 국가인 미국 시애틀에 도착했다. 원정 20일 만에 7개국을 돌며 엘리트 레드몬만 12마리(5마리는 불로소득)를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하자 매스컴이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최하급 레드몬을 사냥하듯 거침없이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하자 ‘엘리트 레드몬 학살자’ ‘지구 특공대’ ‘신의 사자’ 등 다양한 이름을 붙이며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매스컴이 상업적으로 우리를 이용하고자 만들어낸 이름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름이었지만, 미국인들은 마음이 드는지 플래카드를 잔뜩 만들어 우리를 반겼다.

덕분엔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Seattle Tacoma International Airport)에서 20km 떨어진 숙소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대원들이 모두 지쳤어요. 며칠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계획보다 사냥을 빨리 끝내며 경호대와 사체운반팀, 도우미, 승무원들까지 많이 힘들어해요. 일정이 빡빡하지 않으니 이삼일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야 연리지주얼과 타고난 신체 덕분에 피로회복 속도가 빨라 다음날이면 거뜬하게 일어났지만, 수행원들까지 그렇진 못했다.

1단계 정화수를 하루에 한 병씩 나눠주고 있지만, 피로가 쌓이고 쌓이면 정화수로도 감당할 수 없었다.

따라다니는 게 뭐가 힘드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은 우리보다 수행원들이 더 많았다.

우린 레드몬만 사냥하면 끝나지만 숙소·차량·비행기 경비, 음식수발, 세탁, 잔심부름에 비행기 정비와 청소 등 온종일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 해 힘이 곱절로 들었다.

“알았어. 삼일 쉬고 호저 잡고 아르헨티나로 넘어가자.”

“네!”

한숙의 말처럼 계획보다 레드몬을 빨리 잡아 시간이 많이 남았다. 7개국에서 의뢰한 레드몬은 야쿠마마처럼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하는 레드몬이 아닌 위치가 드러난 레드몬이라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일주일씩만 잡아도 최소 49일을 걸릴 일정을 절반도 안 되는 20일 만에 끝낼 만큼 이번 사냥은 아주 순조로웠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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