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8 하반기 원정 =========================================================================
298.
첫 번째 사냥은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Karnataka) 주에서 마을 20여 개를 폐허로 만든 A급 엘리트 레드몬 킹코브라(King Cobra)였다.
킹코브라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독사로 동남아시아에서 인도까지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주로 뱀을 잡아먹고 살았다.
신경독을 사용하는 킹코브라는 치사율이 75%에 이르는 무서운 독사로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한 놈은 길이 26.8m, 무게 1.57ton의 대형 레드몬이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 킹코브라
전투력 : 8389
지능 : 89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42,916
스킬 : 알 수 없음
구미호와 현무, 딩고가 놈의 시선을 빼앗는 사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잡은 사막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방패로 몸을 가리며 바람처럼 다가가 참격과 찌르기로 놈의 몸을 난자했다.
킹코브라의 눈에서 발사된 붉은 레이저는 집채만 한 바위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을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갖췄지만, 푸른 포스를 잔뜩 머금은 사막거북의 단단한 등껍질은 뚫지 못했다.
킹코브라는 빠른 움직임과 신경독, 레이저, 강인한 체력까지 밸런스가 아주 훌륭한 놈으로 1시간 가까이 파상 공세를 버텨냈다.
하지만 맞으며 버티는 것이 최선의 방어는 될 수 없어 결국 참격에 목이 잘려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킹코브라에서 나온 레드주얼은 색깔이 없는 무색으로 손에 쥐고 포스를 주입하자 눈이 녹듯 스르륵 녹아 염화주얼에 흡수됐다.
흡수된 킹코브라주얼은 시베리아 호랑이를 잡고 얻은 염화주얼만큼 대단한 능력은 없어 힘, 민첩, 체력, 멘탈포스를 10% 향상해줬다.
“오빠!”
“응?”
“염화주얼은 흡수가 안 되는 거야?”
“레드주얼 흡수는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
“파동주얼과 바람주얼처럼 염화주얼도 흡수하면 바로 최상급 능력자가 될 수 있잖아.”
“최상급은 염화주얼 아니라도 두세 달이면 될 거야.”
“40% 오르면 능력치 얼마나 돼?”
염화주얼 사용 전 : 힘-532 민첩-663 체력-741 총합-1,936 멘탈포스-1,098
염화주얼 사용 후 : 힘-745 민첩-928 체력-1,037 총합-2,710 멘탈포스-1,537
“흡수해도 특급에는 못 미치네.”
“한참 멀었지.”
<세계포스협회 특급 능력자 기준>
피지컬리스트 최상급 : 힘-400이상 민첩-400이상 체력-400이상 총합-2000이상
피지컬리스트 특 급 : 힘-800이상 민첩-800이상 체력-800이상 총합-4000이상
멘탈리스트 최상급 : 멘탈포스-3000이상
멘탈리스트 특 급 : 멘탈포스-6000이상
나를 의식한 탓인지 1월 1일 세계포스협회에서 특급 능력자 수치를 발표했다. 최상급보다 정확히 두 배로 염화주얼을 흡수해도 총합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재미있는 건 세계포스협회에서 발표한 능력자 기준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뛰어난 예언자가 세계포스협회에 소속됐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세계포스협회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특급에 못 미쳐도 흡수하면 능력치가 크게 올라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니까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
“당장은 그렇지.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큰 손해지.”
“왜?”
“40% 능력치 향상 효과가 사라지잖아.”
“아~ 맞다. 흡수되면 능력치가 올라도 더는 효과를 볼 수 없구나.”
염화주얼처럼 능력치를 %로 올려주는 레드주얼은 절대 흡수해선 안 된다. 흡수하면 온전히 자기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수련과 사냥을 통해 향상하는 능력치 외엔 더는 % 상승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염화주얼이 흡수될까 걱정해 자주 몸 밖으로 빼냈다가 다시 흡수하는 등 방지책을 찾고 있지만, 레드주얼이 흡수되는 메커니즘을 알 수 없어 불안하기만 했다.
다음 사냥은 터키 마르딘(Mardin) 주의 주도 마르딘 시 인근으로 B급 엘리트 레드몬 당나귀 부부와 가족이었다.
현생 당나귀는 아프리카야생당나귀의 자손으로 말보다 느리지만 거친 지형에서도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어 기원전 4,000년경부터 사역용과 운반용으로 이용됐다.
체질이 강하고 거친 음식도 잘 먹고, 수분이 적고 냉혹한 지역에도 잘 적응하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높고, 체격에 비해 힘이 세고 지구력이 강해 아직도 많은 수가 트럭과 수레를 대신해 노동력을 제공했다.
잘못된 상식 중 하나가 당나귀와 노새를 같은 동물로 아는 것이었다. 노새는 당나귀와 말 사이에서 태어난 일대 잡종으로 새끼를 낳지 못했다.
덩치는 당나귀보다 훨씬 크고, 힘도 무척 세며, 성격도 지랄 맞아, 재갈과 굴레가 없으면 끌고 다닐 수가 없었다.
고집 센 사람을 노새 같다고 할 만큼 성격이 제멋대로라 우화나 동화에 자주 등장해 나쁜 역할을 도맡아 했다.
전투력 6758의 수놈은 몸길이 8.6m, 몸무게 1.55ton였고, 전투력 6398의 암놈은 몸길이 8.1m, 몸무게 1.41ton으로 둘 다 강력한 발차기와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비명을 사용했다.
하지만 서인의 침묵에 걸려 비명은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소연과 은비, 구미호, 현무, 딩고의 합공에 맥없이 쓰러졌다.
두 마리 모두 꽝이라 레드스톤과 사체만 챙긴 후 다음 날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흑인들의 땅’ 수단 공화국 북쿠르두판 주 엘오베이드에서 B급 엘리트 레드몬 블랙맘바와 마주 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뱀이자, 가장 위험한 독사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한 번에 성인 10~15명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뿜어내는 독사로 평균 2~3m, 무게 1.5~2kg으로 아주 큰놈은 4.5m가 넘었다.
먹잇감 외에는 공격하지 않는 야생동물과 달리 자기 영역 안에 들어오면 모두 물어 죽이는 흉포한 놈으로 밤에 마을에 내려가 사람들을 다 물어 죽였다는 실화 같은 괴담도 전해졌다.
평균 시속 8~11km, 최고 속도 시속 20km로 단거리에선 사람보다 빨라 놈을 발견한 순간 꽁지가 빠지라 달려도 살아남기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한 블랙맘바는 독을 빼면 전투력은 별 볼일이 없었지만, 소문대로 엄청나게 빨라 바람 스킬로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B급 엘리트 레드몬 : 블랙맘바
전투력 : 7877
지능 : 85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37,994
스킬 : 알 수 없음
처음 자기 영역을 침입한 나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다 머리를 호되게 맞은 블랙맘바는 나를 피해 아내들을 노렸다.
성질만 더러운 줄 알았더니 영악하기까지 한 놈은 번개 같은 속도와 치명적인 신경독 덴드로톡신(dendrotoxins)을 이용해 아내들을 물어 죽이려 했다.
가시덩굴을 뚫으려는 놈을 구미호, 현무, 딩고가 전력을 다해 쫓아다녔지만, 나만큼 빨라 잡질 못했다.
“무슨 B급이 A급 딩고보다 더 빨라. 이거 반칙 아니야?”
“그러게 너무 빨라 맞출 수가 없어. 죽음의 비명을 사용하려면 블랙맘바를 시선 안에 둬야 하는데, 너무 빨라 눈으론 따라갈 수가 없어.”
“저도 그래요. 시선이 따라가지 못해 데스 홀드가 계속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요.”
은비, 서인, 소연만 그런 게 아니라 나 역시 마찬가지로 빠른데다 지그재그로 움직여 어디로 움직일지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 혈기탄, 냉기탄, 은행나무창이 엉뚱한 곳에 날아가 터졌다.
배낭에서 둘둘 말린 하얀 털을 꺼냈다. 영국에서 사냥한 붉은여우의 꼬리 다섯 가닥을 하나로 연결해 끝에 야쿠마마의 작은 이빨을 달아놓은 것으로 포스를 주입하면 15m짜리 여우 채찍이 최대 100m까지 늘어났다.
“쾅!”
가시덩굴을 머리로 들이받고 뒤로 물러나는 블랙맘바를 향해 전력으로 다가서며 여우 채찍을 날렸다.
길이가 쭉 늘어난 여우 채찍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놀란 블랙맘바가 급히 고개를 틀었다.
“캬하학~~~”
눈이 달린 것처럼 방향을 튼 여우 채찍이 블랙맘바의 목을 파고들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단한 블랙맘바의 목을 파고들어 간 여우 채찍이 반대편으로 뚫고 나와 목을 칭칭 감고 졸랐다.
여우채찍이 목을 조르자 블랙맘바가 지렁이처럼 마구 몸을 꿈틀거리며 땅바닥을 굴렀다.
줄을 끊고 달아나기 위해 요동쳤지만, 신축성과 강도가 뛰어나 참격도 튕겨내는 여우채찍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목을 파고들며 놈의 숨통을 조였다. 숨이 막혀 입을 크게 벌린 블랙맘바가 사력을 다해 몸부림칠수록 여우 채찍은 목을 더욱 파고들었고, 결국 날카로운 칼날에 잘리듯 목이 잘려 죽고 말았다.
“이젠 글라디우스가 필요 없겠어요. 여우 채찍 하나면 칼, 창, 채찍, 밧줄 등 모든 무기를 대신할 수 있어 투창만 가지고 다니면 될 것 같아요.”
“유성추는 어때?”
“부드럽고 신축성도 좋고 질겨서 마음에 쏙 들어요. 관통력도 훨씬 좋아져 포스 소모도 줄어들었고요.”
“다음에 더 좋은 거로 바꿔줄게.”
“네! 헤헤헤헤~”
아영의 유성추도 붉은여우의 꼬리털과 야쿠마마의 이빨을 사용해 새롭게 만들었다.
꼬리만큼은 아니어도 신축성이 뛰어나 최대 30m까지 늘어났고, 야쿠마마의 이빨로 관통력이 높아져 중급 레드몬의 단단한 머리도 단번에 꿰뚫었다.
“앗싸! 나도 이제 소환수 생겼다. 으하하하하~~~”
소환수 노래를 부르던 은비가 꿈에 그리던 소환수를 손에 넣었다. 원하던 토끼나 스라소니 같은 포유류가 아닌 까만 블랙맘바라 싫어할 줄 알았는데,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고 품에 안고 예뻐 어쩔 줄 몰라 했다.
블랙맘바를 잡고 얻은 레드주얼은 크기가 2cm로 사막에 작은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기는 죽어도 뱀이 싫다며 가장 마지막에 손에 쥔 은비는 막상 뱀이 나오자 좋아서 방방 뛰었다.
소환수 블랙맘바는 원주인과 달리 박쥐 같은 작은 날개가 달린 형태로 생김새도 블랙맘바처럼 흉측하진 않고 귀여운 편이었다.
이 때문에 뱀이라면 질색이던 은비가 품에 안고 예뻐 뽀뽀까지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이한 건 다른 소환수와 달리 은비 주변 30m를 벗어나지 않은 채 신경독 덴드로톡신을 레이저처럼 발사해 적을 공격했다.
멀리 벗어나지 못하는 대신 공격력은 강한 편으로 B급 레드주얼에서 나온 소환수가 C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로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이러면 안 되는데.”
“뭐가”
“오빠 따라다니며 감시해야 하는데, 곁을 떠나지 않아 그럴 수가 없잖아. 날개 달려서 좋아했는데. 우쒸!”
“나 감시해서 뭐하게?”
“우리 몰래 딴 년이랑 놀아나는지, 다른 여자들에게 히히거리고 다니지는 않는지, 숨겨놓은 애인은 없는지 감시하려고.”
“24시간 붙어 다니는데 그럴 틈이 어디 있어?”
“그럴 틈이 없어서 은하 언니를 자빠뜨렸어?”
“전부터 은하가 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좋아하면 다 자빠뜨려도 되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라... 으음... 은하는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살았잖아.”
“같은 집에 살면 자빠뜨려도 되는 거야? 그걸 변명이라고 해?”
“미안!”
“은하 언니 자빠뜨린 걸 뭐라 하는 게 아니야. 좋아하는 거 알면 분위기도 잡고, 선물도 주고 그리고 자빠뜨려야지 무조건 들이대 어떡해. 여자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
“다음부터 조심할게.”
“다시는 이런 일 없을게란 말은 죽어도 안 하네. 아우 얄미워!”
“흐흐흐흐~”
“여자는 질그릇과 같다고 했어. 깨지지 않게 살살 다뤄. 한번 깨지면 상처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특히 한숙 언니와 은하 언니는 능력자가 아니라서 더욱 신경 써야 해. 오빠 욕심대로 고추 휘두르면 크게 다친단 말이야. 알았어?”
“넵! 명심하겠습니다.”
“잘해줘. 착한 언니야.”
“알았어. 고마워!”
“고마운 거 알면 나한테도 잘해.”
“응!”
“하여간 말은 청산유수야. 얄미워 죽겠어.”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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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