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297화 (29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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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하반기 원정

“딸애가 저렇게 원하니 당분간 나진시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박 회장이 좀 도와주십시오.”

“나진시는 언제 괴한이 침입할지 모를 위험한 곳입니다. 또한, 엘리트 레드몬도 수시로 출몰하는 아주 위험한 곳입니다.”

“직업이 레드몬 사냥꾼인데 어딘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능력자가 국외로 빠져나가는 걸 미국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 힘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돌아가는 즉시 처리할 테니 받아만 주세요.”

“흐음... 그렇게 원한다면 알겠습니다. 대신 특별대우는 없습니다. 다른 공대와 같은 조건으로 대우하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오빠! 고마워요. 호호호호~”

다음 날 아침 록펠러 회장이 같이 점심이나 하자며 전화를 걸어와 미래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제니퍼, 상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잠시 시간을 끌던 록펠러 회장이 홍염의 기사단 전원을 나진시에 받아줄 것을 부탁했다.

간밤에 큰 변화가 있었는지 록펠러 회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전날 절대 안 된다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딸아이를 부탁하는 가녀린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신해 내게 살랑거렸다.

(잘됐네요. 힘들게 붙잡지 않아도 되고.)

전날 무슨 일이 있어도 제니퍼를 잡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아내들이 별관 은하의 침실로 찾아왔다.

상아와 아영이 기감으로 내가 은하와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걸 알고 있던 아내들은 작업(?)이 끝나고 은하를 씻겨 침대에 눕히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정화와 치유로 고통에 떨고 있던 은하를 꿈나라로 보냈다.

“눈만 돌리면 여자를 후리네. 자기가 무슨 카사노바야?”

“은비 언니! 오빠에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은하 언니가 먼저 좋다고 그런 거예요.”

“상아 말이 맞아요.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

“누군 좋겠다. 여자가 먼저 달려들고, 사고 쳐도 무조건 편드는 아내들이 있어서.”

은비의 비꼬는 말을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럴 땐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으로 떠들어 봐야 나만 괴로웠다.

은비도 책망할 생각이 없었는지 그 말 이후론 더는 말이 없었다. 오히려 한숙, 아리, 아영과 함께 밤새 은하 옆을 지키며 간호했다.

홍염의 기사단이 나선시에 가세하고 이틀 후 국내 랭킹 15위 은하수 공대와 랭킹 18위 발해 공대도 나진시에 합류했다.

공대원 22명을 보유한 은하수 공대는 중급 멘탈리스트 심연수가 공대장이었고, 발해 공대는 중급 피지컬리스트인 김남일이 공대장으로 21명의 공대원을 보유했다.

심연수 : 힘-35  민첩-35  체력-69  총합-139 멘탈포스-615

김남일 : 힘-190 민첩-179 체력-178 총합-547 멘탈포스-25

둘 다 평판이 좋고 성격이 원만하며 양심적인 인물로 같이해도 큰 문제가 없는 인물들로 소연의 설득에 나진시로 사냥터를 옮기게 됐다.

열흘 만에 5개 공대 148명의 능력자가 나진시에 합류하자 너도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신청한 공대를 모두 받아들여 세계 10대 공대만큼 규모를 키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 있는 건 100만 대군을 맞아 싸우는 것보다 더욱 위험한 일이었다.

분열만큼 위험한 일은 없어 아직 북부가 모두 개발되지 않아 사냥터가 모자란다는 이유를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

“지금 보시는 지도는 레드몬이 어디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무슨 레드몬인지,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 자세하게 보여주는 레드몬 지도예요.”

“미래 레드몬 사냥팀은 레드몬이 어디 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고 하더니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지도가 있을 수 있습니까?”

9월 5일 숙소와 공대별 사냥터 배분이 끝나자 미래 레드몬 본사 강당에 청사자, 흑사자, 은하수, 발해, 홍염의 기사단을 모두 모였다.

9월 10일 하반기 원정을 시작하기 전 레드몬 지도와 정화수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단 생각에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모았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대단한 능력은 없어요. 레드몬 지도는 미래 레드몬 사냥팀이 헬기를 이용해 돌아다니며 작성한 거예요.”

“눈으로 보고 작성하는 겁니까?”

“그렇진 않아요. 헬기를 타고 다니면 탐지 스킬을 이용해 작성해요.”

“그것만 해도 놀랄 노잡니다. 저희는 레드몬이 바로 옆에 있어도 모르는데, 헬기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며 레드몬의 숫자와 등급까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니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별말씀을요. 여러분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요. 지도는 참고 사항일 뿐 실제 레드몬과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계속 업데이트해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시간 차이가 있어 지도를 맹신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점 잊으시면 안 돼요.”

“지도는 언제 갱신합니까?”

“6개월에 한 번씩 갱신해요.”

6개월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레드몬 서식지는 천재지변이나, 환경변화가 없는 한 쉽게 변하지 않았다.

레드몬도 동물의 일종이라 오랜 세월 길들여진 환경을 떠나려 하지 않아 동물들과 서식지가 같았다.

새로운 포식자가 나타나거나, 강력한 레드몬의 출현을 걱정해 6개월에 한 번씩 지도를 갱신하는 것이지 큰 변화가 있어 그러는 게 아니었다.

“모레부터 정화수를 지원해드릴 거예요.”

“정화수요?”

“네.”

“저희가 알고 있는 그 정화수가 맞습니까?”

“네, 맞아요.”

“우와~~~”

정화수를 나눠준단 소리에 강당에 모인 148명의 입이 모두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기준으로 2단계 정화수 일곱 병과 1단계 정화수 스물한 병을 나눠드릴 계획이에요.”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남인가요?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많이 섭섭하네요.”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김태현 공대장의 질문에 한숙이 삐진 것처럼 말하자 회의에 참석한 능력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집, 공대 사무실, 훈련장, 사냥터, 도시를 지켜주는 대가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너무 많아 배가 터질 지경인데, 생각도 못한 레드몬 지도와 정화수까지 제공했다.

이건 혜택이 아니라 파격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과분한 대우로 헌신적인 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화수는 절대 외부로 유출해선 안 돼요. 매일 사냥이 끝나면 정화수 사용 내용을 보고하고, 남은 정화수를 반납 후 다음 날 다시 받아가야 해요. 이러는 이유는 정화수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끔찍한 생체병기 개발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박지홍 회장님이 여러분께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에요. 첫째 나진시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 둘째 정화수를 빼돌리지 말 것. 이 두 가지에요. 이를 어길 시 평생 함께할 동료에서 적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박지홍 회장님은 친구와 동료, 부하에겐 한없이 관대하지만, 적에겐 무자비하신 분이에요. 여러분을 겁주고 억압하려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와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에서 간곡히 부탁하는 거예요. 제 이야기를 가슴 속 깊이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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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10일

계획보다 25일이나 늦게 하반기 원정을 시작했다. 늦어도 11월까지 사냥을 끝내고 내년 2월까지 집에서 뭉그적거리며 게으름을 피울 생각이었는데, 테러 사건으로 계획이 엉망이 돼버렸다.

그래도 올해 안에 원정이 어려울 거란 예상을 깨고 단시간에 나진시를 안정시키고 원정길에 오르자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남보다 레드몬을 잘 잡는 상급 능력자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세력도 키울 줄 아는 무서운 신진세력이란 이미지를 심어줬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우리를 경계하는 국가와 세력이 최소 세 배 이상 늘어났고, 일본과 중국이 바라보는 시선도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됐다.

“잘해주겠지?”

“그들도 프로야. 명예가 걸린 일이라 절대 소홀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네.”

“천석지기는 천 가지 고민이 있고, 만석지기는 만 가지 고민이 있다고 했어. 가진 게 많을수록 고민도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어. 최대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 노력하는 길만이 고민을 줄이는 길이야.”

“그럼 고민 줄어들게 즐겁게 해줘.”

“아침에 했는데 또 하고 싶어?”

“소연아! 넌 내가 종일 섹스만 생각한다고 생각해?”

“응!”

“헉!”

우리가 없는 동안 공대를 두 개 조로 나눠 한 조가 사냥하는 동안 나머지 한 조는 무조건 나진시를 지키게 했다.

청사자, 흑사자, 은하수 공대를 1조로 편성했고, 홍염의 기사단과 발해 공대를 2조로 편성했다.

홍염의 기사단이 다른 공대와 비교해 수준도 규모도 두 배라 가장 약체인 발해 공대와 묶었다.

“제니퍼와 홍염의 기사단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제니퍼만 놓고 보면 해가 되진 않겠지만, 존 록펠러 회장을 생각하면 어찌될지 알 수 없어.”

홍염의 기사단은 제니퍼의 개인 기사단이기도 했지만, 록펠러 가문의 가장 강력한 레드몬 사냥팀이기도 했다.

“록펠러 회장이 적대적이라 생각하는 거야?”

“그렇진 않아. 아폴로 공대를 소유한 록펠러 회장이 너에 대한 가치를 모를 수가 없으니까. 오히려 제니퍼와 잘되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하룻밤 사이에 태도를 바꾸진 않았을 테니까.”

“그럼 뭐가 문제야?”

“록펠러 가문의 탐욕!”

창업주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 1세는 비밀 카르텔 형성과 수송업계의 리베이트 제공, 정치권 매수, 경쟁업체 협박 등을 통해 1881년 미국에서 생산하는 석유 95%를 독점해 세계 최고 갑주가 됐다.

독점, 문어발식 확장, 중소기업 죽이기, 주가 조작 등 오늘날 대한민국 재벌이 사용한 방법은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장기 중 하나였다.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이 ‘그 부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선행을 하든지 간에 그 부를 쌓으며 저지른 악행을 보상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말년에 기부도 많이 했고, 아들과 손자는 좀 달라졌잖아.”

“기부는 자신이 저질렀던 수많은 악행을 덮기 위한 쇼이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일부 나눠준 것에 불과해.”

“록펠러 회장은 너무 걱정하지 마. 휘둘리지 않을 거니까.”

“네 약점이 뭔지 알아?‘

“글쎄? 뭔데?”

“넌 사랑하는 여자에게 유독 약해. 그게 가장 큰 약점이야.”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 사랑하는데.”

“그래도 휘둘리면 안 돼. 그럼 모두가 불행해져. 네가 중심을 잡아야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알았어. 가슴 깊~이 새길게.”

소연의 말이 백번 지당했다. 내가 표리부동(表裏不同)하고, 한쪽에 치우치면 8명이나 되는 아내를 건사할 수 없었다.

그건 집안을 폭삭 말아먹는 일로 안주인인 소연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잘되는 집안은 여자만 잘한다고, 남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서로 손을 맞춰 협심해야 집안이 잘 돌아갔다.

그래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를 이룰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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