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5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존 록펠러 =========================================================================
295.
자기 멋대로 오빠라 부르는 제니퍼는 신장 175cm, 몸무게 52kg의 날씬한 체형에 어울리지 않게 75D컵의 빵빵한 가슴과 육감적인 엉덩이, 잘록한 허리, 쭉 뻗은 다리, 파란 눈, 오뚝한 코, 빨간 입술, 반짝이는 은발, 눈처럼 하얀 피부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홍염의 기사단의 두뇌인 아만다도 177cm, 54kg의 글래머였고, 급한 성격에 독설가인 캐서린도 175cm, 53kg의 글래머로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마샤의 아름다움과 비교하면 셋 다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군침이 절로 넘어가는 대단한 미인들로 기감을 사용해 몸 구석구석을 더듬고 음미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여왕님이 웰시 코기 두 마리를 맡겼다고 하던데 정말이에요?”
“그건 대답할 수 없습니다.”
“여왕님의 수행원들이 소문을 퍼뜨려 나진시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신문과 방송에도 특보로 나왔고요.”
“그렇다 해도 여왕님의 허락 없이 말할 순 없습니다.”
“그걸 알려는 게 아니라 저도 레드독 새끼를 구하면 오빠가 길들여줄 수 있는지 그걸 여쭤보고 싶었어요.”
“두 달이 넘지 않은 레드독 새끼면 가능합니다.”
“해주신다는 말이죠?”
“네.”
“그럼 꼭 구해올 테니 길들여주세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존 록펠러 회장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난 상아의 텔레파시의 도움을 받아 제니퍼와 이야기를 나눴다.
부잣집 딸이 착하기를 바라는 건 동자승이 득도하기 바라는 것 같은 것으로 드라마에선 아주 흔한 일이지만,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의 명문가 중에선 스스로 돈을 벌어 명문대학을 졸업해야, 가업을 잇게 하는 등 혹독한 교육을 통해 인성을 키우는 곳도 있지만, 그리 보편적인 일은 아니라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런 현실에서 세계 최고 부자인 록펠러 가문의 막내딸이 착하기를 바라는 건 제정신이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제니퍼 록펠러는 24살의 발랄하고 애교 많은 아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말하는 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우리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부잣집 딸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니퍼를 정말 착한 부잣집 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이런 모습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나, 가족에게만 하는 행동으로 내게 호감이 없었다면 사인은 고사하고 같이 앉아 밥을 먹는 것조차 불쾌했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언니들과 동생들 사진 자주 봤어요. 그때마다 정말 아름답고 매력이 넘친다고 느꼈어요.”
“고마워요.”
“인사말이 아니에요. 이렇게 만나서 뵈니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우세요. 그에 비하면 전 너무 초라한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제니퍼양이 저보다 훨씬 아름다워요. 찰랑찰랑한 머리카락, 신비한 파란 눈, 완벽한 몸매. 남자들이 좋아할 모든 것을 갖췄어요.”
“저는 언니의 검은 머리카락이 부러워요. 웃을 때 사람을 미소 짓게 하는 반달 눈도 부럽고, 갸름한 눈썹과 예쁜 입도 너무너무 부러워요. 그리고 상아씨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과 은은한 파란색 머리카락도 아름다워 눈을 못 떼겠어요.”
“그러다 진짜인줄 알겠어요.”
“정말이에요. 할 수만 있다면 저도 언니들과 동생들처럼 바꾸고 싶어요.”
(이 언니 사람 상대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상아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뜻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상대가 좋아하는 말을 골라하는 재주도 탁월하지만, 진심을 담아 말하는 능력이 있어 처음 만난 상대도 금방 호감을 느끼게 해요. 오빠가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요.)
‘헉! 귀신이 따로 없네.’
“먼 길 오시느라 많이 힘드시죠?”
“아니에요. 편하게 왔어요.”
“지난번에 이어 또다시 찾아주셨는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약소하지만, 3단계 정화수와 은행 열매를 준비했어요. 드시면 한결 몸이 편해질 거예요.”
“3단계 정화수도 있었나요?”
“2단계 정화수보다 효과가 두 배 이상 뛰어나지만, 생산량이 적어 사냥할 때 가끔 쓰는 거라 아직 공개하지 않았어요.”
상아의 설명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존 록펠러 회장이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정화수가 든 석영 용기를 잡아 입에 가져갔다.
목구멍을 타고 3단계 정화수가 넘어가자 맑고 싱그러운 숲에 들어온 것처럼 진한 풀 향기가 느껴지며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신비한 느낌에 여왕과 록펠러 회장이 눈이 동그래져 상아를 바라봤다. 효과는 느낌보다 더욱 강해 피곤하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활력이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어릴 적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느꼈던 개운함보다 더 상쾌하고 몸이 가뿐하네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다시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몸에 맞는다니 다행이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3단계 정화수의 효능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요?”
존 록펠러 회장의 질문에 상아가 텔레파시로 의견을 물어왔다. 고개를 끄덕여 알려주도록 했다.
“3단계 정화수는 2~3병이면 초기 암도 말끔히 치료할 수 있고,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과 수질도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어요. 또한, B급 엘리트 레드몬의 독과 각종 상태 이상 공격을 치료하고, 방어해줘요.”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할 때도 도움이 됩니까?”
“B급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치료와 방어 모두 웬만큼은 도움이 돼요.”
“C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할 수 있는 사냥팀에 3단계 정화수가 있다면 B급 엘리트 레드몬도 사냥할 수 있겠군요?”
“먼저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겠지만, 레드몬의 상태 이상 공격 때문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요.”
“정말 대단한 물건입니다. 만약 레드몬 사냥팀에 정화수가 공급되면 피해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사냥물은 두 배 이상 많아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레드몬의 위협도 크게 줄어들어 사람들의 삶도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박 회장이 그걸 모르진 않을 테고... 레드몬 사냥팀에 정화수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회장님도 이유를 아시잖아요.”
“생체병기 때문입니까?”
“네.”
“내가 생각엔 생체병기로 생겨날 위험보다 레드몬의 수가 줄어들어 사람들이 얻게 될 이익이 더 크다고 봅니다.”
“당장은 그렇겠죠. 하지만 정화수 때문에 생체병기 개발이 촉진되면 10년, 20년 후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거예요. 레드몬과 인간이 결합한 생체병기, 레드몬과 레드몬이 결합한 이형 생체병기 등 아주 다양한 생체무기들이 생겨나겠죠. 이런 무기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괴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하며 오직 좋은 목적만 생각했지만, 결과는 전쟁에 사용돼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앞으로도 계속 죽게 될 거예요. 오빠도 그걸 걱정해 정화수를 치료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거예요.”
상아의 설명에 존 록펠러 회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정화수가 공급되면 사람들은 질병에서 해방되고, 레드몬의 위험으로부터 보다 안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처럼 모든 물건은 양날의 검과 같아 쓰기에 따라 사람을 이롭게 하기도 하지만,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도 했다.
“치료와 사냥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저희도 그럴 생각이지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사람처럼 간사한 동물은 없으니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고민하면 방법이 있겠죠.”
청사자·흑사자 공대처럼 우리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레드몬 사냥팀엔 정화수를 제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100% 안전할 수 없었다. 돈, 여자, 쾌락 등 정화수를 빼낼 방법은 수천 가지가 넘었다.
그래도 약국이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보단 외부로 흘러나갈 염려가 적고, 매일 확인할 계획이라 많은 양이 외부로 유출될 확률도 작아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은행 열매도 드셔 보세요. 활력이 충만해질 거예요.”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란색 은행 두 알이 놓여있었다. 크기가 호두알만 하다는 걸 빼면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은행 열매 모습 그대로였다.
상아가 권하자 무언가 특별함이 있겠지 하는 표정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록펠러 회장이 포크로 은행을 찍어 입에 넣었다.
커다란 은행을 씹자 과즙 같은 달콤한 국물과 함께 쌉쌀한 맛이 나며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은행이 위장으로 내려가자 아랫배에서 야릇한 열기와 함께 잊고 있었던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대체 이게 뭡니까?”
“은행나무 레드몬의 열매에요.”
“이게 작년 6월에 사냥한 A급 엘리트 레드몬 은행나무에서 나온 열매란 말입니까?”
“그렇진 않아요.”
“그럼?”
“은행나무를 잡고 주위를 수색하던 중 묘목 두 그루를 발견했어요. 그걸 옮겨 심어 며칠 전 첫 열매를 수확했어요.”
1923년생으로 올해 71살인 존 록펠러 회장은 부자들이 그렇듯 좋은 것들을 밥처럼 먹어 겉으론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하지만 속 나이까지 그런 건 아니라서 3년 전부턴 텐트가 잘 쳐지지 않아 마음껏 욕망을 발산하지 못했다.
레드문의 영향으로 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1962년 12월 22일 이전 출생자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 혜택이 적었고, 시간이 거슬러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상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점잖을 떠는 것이지 남자들끼리 있었다면 불끈불끈 솟아는 나는 힘에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그건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마찬가지로 실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설레는 느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박 회장!”
“네.”
“은행 열매도 정화수처럼 미래 정화수 병원에서 치료 목적 이외에 사용하지 않는 겁니까?”
“은행은 치료제가 아니라 병원에서 사용할 계획이 없습니다.”
“판매는요?”
“글쎄요... 양이 많지 않아 당분간 판매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판매하지 않는다는 말에 록펠러 회장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건 여왕 역시 마찬가지로 차마 달라는 말을 못하고 고개만 미미하게 끄덕였다.
“판매는 하지 않지만 좋은 분들에게 나눠줄 양은 조금 있습니다.”
“그럼 우리에게도...”
“많이는 챙겨 드리지 못해도 돌아가실 때 30알씩 드리겠습니다.”
“허허허~ 고맙습니다.”
“뭘 그런 걸 다 챙겨주고... 고마워요.”
“아닙니다. 은행나무 열매는 비아그라보다 효과가 최소 3~4배 앞서고, 부작용은 전혀 없습니다. 필수영양소도 고루 갖췄고, 면역기능과 골다공증 예방, 혈관 질환 예방,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탁월합니다. 한 번에 한 알 이상 드시면 몸에 해로우니 일주일에 한 알씩, 익혀서 드시면 됩니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시면 몇 년 지나도 상하지 않을 겁니다.”
약효와 복용법, 보관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주자 여왕과 록펠러 회장의 얼굴에 나에 대한 호감지수가 쭉쭉 올라가는 게 보였다.
이들에게 은행과 3단계 정화수를 공짜로 나눠주는 건 물건의 가치를 높이는 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왕과 록펠러 회장이 마시고, 먹어본 후 감상을 전달하는 것만큼 큰 광고효과는 없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에 달하는 효과로 내일쯤 신문과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3단계 정화수와 은행 열매에 관한 내용이 보도될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