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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93화 (293/505)

00293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존 록펠러  =========================================================================

293.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존 록펠러

1994년 8월 20일

한숙이 박용규 공대장, 김태현 공대장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자 중대발표란 소식에 모여 있던 내외신 기자 300여 명이 웅성거렸다.

8월 15일 예정했던 하반기 원정이 무기한 연기되며 그에 대한 기자회견인줄 알고 있던 기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특종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테러 사건이 발생하며 하반기 원정이 무기한 연기되자 사냥이 예정됐던 인도, 터키, 수단, 에티오피아 등 10개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0개국 모두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심각해 하루빨리 레드몬을 처리해야 했지만, 괴한이 침입해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치고, 정화수까지 도난당한 상태에서 자기들 처지만 생각해 레드몬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발만 동동 굴렀다.

더군다나 올해 안에 원정 재개는 물 건너갔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자 나진시에 침입한 괴한들을 찾아내 우리 마음을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범인이 모두 동양인이라는 것만 알뿐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행방을 찾지 못해 속만 부글부글 끓여댔다.

“오늘부로 청사자 공대와 흑사자 공대가 나진시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청사자 공대는 대한민국 최강의 능력자 박용규 대장이 이끄는 최고의 공대입니다. 흑사자 공대도 그에 못지않은 김태현 공대장이 이끄는 최고의 공대로 청사자 공대와 흑사자 공대가 나진시에 합류함으로써 나진시는 더욱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미래 레드몬의 일원으로 나진시를 안전하게 지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저 역시 박지홍 회장님과 박용규 대장님을 도와 다시는 나진시에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숙이 박용규와 김태현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평소 성격대로 짧게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나진시의 친구이자 수호신인 솔피들이 바다를 지키는 한 이제 나진시에 몰래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 시간부로 허가 없이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접근하는 배는 모두 테러범으로 규정하고 공격하겠습니다. 이점 반드시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한숙의 기자회견이 생중계로 방송되자 대한당과 미래사랑 팬클럽 등 우리에게 우호적인 단체들은 앞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포스협회, 자유당, 조선애국회, 황국신민회, 오성, 광명, 대유, 현주 그룹 등 미래 레드몬 죽이기에 앞장섰던 단체와 기업들은 깜짝 놀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이유는 청사자 공대와 흑사자 공대의 영입이 잠능자 몇 명 선발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선두팀이 우승후보팀의 제1, 제2선발 투수 두 명을 한꺼번에 영입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즉시 전력감을 넘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존재들을 영입함으로써 미래 레드몬과 나진시는 불안감을 일시에 털어내고 안정과 함께 급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또한, 최상위권 레드몬 사냥팀을 끌어들임으로써 정부와 재벌의 입김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개인공대들이 향후 어떤 이합집산으로 뭉치게 될지 모를 불안한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미래 레드몬이 천문학적 금력을 사용해 개인공대를 유혹한다면 정부와 재벌도 이들의 영입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40%가 넘는 능력자가 미래 레드몬의 식구가 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1994년 대한민국 능력자는 총 2,508명으로 이중 40%는 재벌 소속 레드몬 사냥팀에 소속됐고, 35%는 개인공대, 10%는 국가, 나머지 15%는 비전투요원이었다.

비전투요원은 최하급 능력자와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멘탈리스트로 우리가 이들과 개인공대를 모두 끌이면 전체 능력자의 절반을 한 기업이 보유하는 것이었다.

“많이 놀랐나 보네. 독점이란 말까지 사용하며 나를 욕하는 걸 보면.”

“그동안 우리가 잠능자만 관심을 보여 개인공대는 크게 신경 쓰지 못하다가 제대로 한 방 맞은 셈이지.”

기자회견 다음 날 조일, 대동, 합동 일보는 청사자와 흑사자 공대의 미래 레드몬 영입은 시장 질서를 깨는 독과점적인 행동이자, 개인에게 힘이 지나치게 쏠리는 일이라며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규 대장과 김태현 대장은 돈에 팔려 공대원을 내게 팔아넘긴 파렴치한으로 모는 등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청사자, 흑사자 공대 영입을 계기로 우리와 성향이 맞는 공대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겠어. 경제적인 공격도 더욱 심화하고. 놈들의 하는 행태로 봤을 때 이대로 놔두면 두고두고 화근으로 남겠어.”

“경제만으로 될까?”

“내후년 총선도 생각하고 있어. 여당인 자유당과 정부의 세력을 꺾어 놓지 못하면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영원히 남의 나라 주구 노릇만 할 테니까.”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건 알지만, 그게 정치에도 영향을 끼칠까?”

“미래사랑 팬클럽 정식 회원만 100만 명이야. 회비를 내는 정식 회원이 아닌 회원까지 합하면 300만 명이 넘어.”

“그렇게 많아?”

“많기도 하지만 고작 1년 만에 모인 숫자라는 걸 생각하면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어.”

“그래봐야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 인기와 함께 떠날 사람들이잖아.”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들의 절반 이상은 직장인들이야. 이들은 아이돌 스타를 좋아해 철새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야. 그리고 30%는 나이가 든 지식층이야. 이런 사람들은 우리가 커다란 잘못을 하기 전엔 절대 빠져나가지 않아.”

“크게 잡고 500만 명이라고 해도 4,000만의 8분의 1밖에 안 돼. 그거로는 제1 야당도 어려워.”

“자유당 지지층이 콘크리트 바닥만큼 공고하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야. 일본의 벳푸 조약 파기로 동요가 심해 크게 균열이 일었어. 나진시 테러 때도 정부와 여당이 입을 꾹 닫고 있어 이탈세력이 줄을 잇고 있고.”

“지금은 그래도 투표장에 가면 생각이 바뀔 거야. 그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1번 아니면 안 찍는 사람들이니까.”

“이거 봐봐. 8월 1일 여론조사 결과야. 자유당 지지율이 21%, 민진당 13%, 대한당 58%. 전화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이 주로 노년층과 정부 지지자들이란 걸 고려하면 58%는 엄청난 지지율이야. 70~80%가 넘는다고 볼 수도 있어.”

“최근 여러 사태로 지지율이 잠시 오른 것뿐이야. 총선까지 앞으로 1년 7개월이나 남았어.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우리가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한 직후 대한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어.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뭐겠어?”

“레드몬.”

“바로 그거야. 선거 직전 엘리트 레드몬을 최대한 많이 잡아 분위기를 끌어올리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어.”

“그게 가능해?”

“은하 언니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95% 가능하다는 결론이야.”

“홍은하 소장이 그렇다면 맞겠지. 틀리는 게 없는 사람이니까.”

“하나 더 있어.”

“뭐?”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다음 해 열리는 15대 대선에 변병석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 드는 거야.”

“대통령까지?”

“우리나라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 대통령을 잡지 못하면 국회의원만으론 나라를 바꿀 수 없어.”

“겨우 10석을 가진 대한당으로 포부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우리가 처음 나진시에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봐. 그땐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지금 인구 5만의 소도시로 탈바꿈했어. 꿈을 갖고 열심히 키운 노력덕분이야. 이 나라도 마찬가지야. 바르게 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면 분명 달라질 거야.”

무언가를 깊이 바라고 쟁취하려는 사람의 눈에선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과 달리 맑은 빛이 났다.

그런 빛보다 수십 배는 강한 빛이 열정과 소망이 가득한 소연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다시 하면 되고, 다음에도 안 되면 그다음에 또 하면 돼.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우리가 바라고 꿈꾸던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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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경황이 없어 식사도 대접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는데 그럴 경황이 없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이번엔 제대로 한턱 내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양손녀인 안나 프릴(Anna Friel), 오펠리아 오몬드(Ophelia Ormond), 올리비아 바튼(Olivia Barton)을 데리고 지난달 장례식 참석에 이어 다시 나진시를 찾았다.

방문목적은 솔피와 해달을 보기 위해서였지만, 흑심은 따로 있었는지 미녀 세 명을 양쪽에 끼고, 3개월 된 웰시 코기(Welsh Corgi) 두 마리도 함께 데려왔다.

안나 프릴과 오펠리아 오몬드는 중급 멘탈리스트, 올리비아 바튼은 중급 피지컬리스트로 셋 다 영국을 대표하는 능력자로 A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여우를 무사히 사냥하자 여왕이 흑심을 품고 재색을 갖춘 여성 능력자 세 명을 양손녀로 받아들였다.

누가 봐도 내 환심을 사려는 행동으로 중국, 일본과 다른 건 대놓고 추파를 던지거나 유혹하진 않는다는 정도였다.

여왕은 양손녀들을 나와 아내들에게 소개해준 후 나와 이어주려 노력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눈이 맞기를 바라는 고수적인 행동으로 은근히 양손녀들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능력이 있었다.

‘오우~ 역시 외국산이 달라. 셋 다 가슴이 D컵이야. 처지지도 않고, 젖꼭지도 분홍색에 모양도 좋고, 엉덩이도 완벽해. 그럼 뭐해. 더 예쁜 마샤도 아직 손도 못댔는데. 젠장!’

3개월 된 웰시 코기 두 마리는 레드독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어린 시절부터 키운 웰시 코기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들이었다.

“3개월이면 길들이는 건 가능하지만, 여왕님을 주인으로 인정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게 다시 돌려줄 수 없다면 회장님이 키우셔도 돼요. 녀석들이 살 수 있게만 도와주세요.”

“여왕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최선을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친 조지 6세는 형인 에드워드 8세가 심프슨 부인과 사랑에 빠져 왕위를 걷어차며 영국의 왕이 됐다.

조지 6세는 아들이 없었다. 이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차기 왕위계승자가 되어 어린 나이부터 숨 쉴 틈 없는 바쁜 교육일정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런 여왕에게 유일한 취미는 말을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것으로 측근들에게 ‘내가 여왕이 되지 않았다면 시골에서 말과 개들을 키우며 지냈을 것이다.’라고 말할 만큼 개와 말을 좋아했다.

여왕은 18살에 웰시 코기 ‘수잔’을 선물 받은 후 한시도 수잔 곁을 떠나지 않을 만큼 사랑하고 아꼈다.

이런 여왕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수잔의 새끼 중 한 마리가 낳은 새끼 두 마리가 레드몬으로 변이하며 어미와 새끼를 모두 죽이는 일이 생겼다.

애완동물은 자연적으로 새끼를 낳을 수 없게 거세와 불임수술을 시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돈 많은 부호와 여왕 같은 권력자들이 이를 지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들은 법 위에 있었고, 법은 그들을 보호해주는 울타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정밀포스측정기를 사용해 동물들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여왕이 키우는 펨브로크 웰시 코기는 1,100년경 플랑드르의 직공이 웨일스로 들여온 개에서 유래한 것으로 키스혼드(Keeshond), 사모예드(Samoyed), 포메라니안(Pomeranian)을 생산했던 무리 중의 하나였다.

머리가 여우처럼 생겼고, 귀는 쫑긋 서 있으며, 다리는 짧은 웰시 코기는 굉장히 영리하고 활동량이 많은 개로 별명이 ‘해피 바이러스’라고 불릴 만큼 밝고 명랑해 주인의 사랑의 독차지하는 개였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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