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290화 (2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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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솔피(率皮)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뭐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잖아요.”

“공대원 모집?”

“네, 작년에 지원자가 없었다면 올해 지원자가 없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작년 157명이 응시해 30명이 미래 2공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처우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오빠의 위상이 떨어지기는커녕 끝없이 오르는데,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누가 손을 썼나 보지.”

“잠능자를 선점하거나, 공대 지원을 막는 건 명백한 불법이잖아요?”

“그렇지.”

“그럼 신고해야죠.”

“증거도, 증인도 없는데 어떻게 신고해?”

“아이들은 알고 있잖아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응시하면 본인과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당했으니까. 하지만 말하지 않을 거야. 거대 재벌과 정부가 뒤에 버티고 있는데, 힘없는 아이들이 무슨 재주로 그런 사실을 증언하겠어.”

“오빠가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도움을 청해? 내가 그들에게 신뢰를 준 적이 있어? 없잖아. 설령 도와준다고 믿어도 감시받고 있어 그럴 수도 없어. 그리고 평생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내 이익을 얻자고 아이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그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니까.”

“최하급 능력자들을 뽑아 실력을 키워주는 건 우리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잖아요. 대한민국 전체를 이롭게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좋은 일을 왜 막는 거죠?”

“우리 세력이 커질까봐 두려운가 보지.”

“최하급 능력자를 영입한다고 미래 공대의 세력이 커진다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들이네요. 미래 2공대의 규모가 지금보다 열배 백배로 커진다 해도 그들 때문에 오빠의 힘이 세지는 게 아니라 오빠의 위명 때문에 그들이 덕을 보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최하급 능력자도 모이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이번 괴한 침입에도 도움이 됐잖아.”

“벙커가 없었다면 괴한들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요? 9개월간의 고된 훈련이 없었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을 거예요.”

“훈련과 벙커의 도움을 받았어도 도움이 된 건 사실이잖아.”

“그거야 그렇죠.”

“아영아!”

“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길 거야. 저들이 이런 얄팍한 수를 쓸 수 없게 힘을 키워야지, 화를 내는 것은 저들을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아니야. 사실 나도 너희 앞이라 폼 잡는다고 이렇게 말한 거지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어. 알잖아. 내 성격 밴댕이소갈딱지만큼 좁은 거.”

상아와 아영, 마샤, 풍산개들을 데리고 절벽을 따라 걸으며 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봤다.

올해 미래 2공대 모집은 작년보다 2배 많은 60명을 뽑기 위해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단 한 장의 원서도 접수되지 않았다. 나진시가 괴한의 공격을 받아 많은 사람이 죽어 그럴 수도 있지만, 광고가 나간 건 6월 말부터로, 원서 접수도 7월 1일부터 7월 25일까지였다.

나진시가 공격받은 건 7월 15일로 적어도 공격받기 이전엔 단 한 장의 원서라도 접수됐어야 했다.

5월 오성빌딩에서 KM 정근욱 회장을 뺀 10대 재벌 총수와 자유당 총재 김정무 의원, 라운경 의원, 최문석 한국포스협회 협회장, 조선애국회 이지웅 회장이 모여 나와 한숙을 씹어대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한해 그룹, 조한 그룹, 아삼 그룹이 이지웅 회장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고, 오성과 광명, 대유, 현주 그룹의 책임자들이 활발하게 만나 한숙의 파상공세에 맞설 방안을 구상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우리 힘을 꺾기 위해 한국포스협회에서 훼방을 놓을 거란 것도 알았다. 이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 안전보장국의 뛰어난 첩보능력이 아닌 그 자리에 참석한 회장 중 한 명이 우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기 때문이었다.

KM 그룹을 뺀 10대 재벌 전체와 내가 철천지원수처럼 싸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업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으로 이익에 따라 싸우기도 손을 잡기도 하는 것이 사업이었다.

물론 상대를 봐가며 손을 잡아야지 무턱대고 손을 잡았다간 뒤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질 수도 있어 손을 잡는 것도 함부로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손을 쓸 수 없었던 건 아베 마사히코 회장의 자금이 한해, 조한, 아삼 그룹으로 흘러들어 가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고, 아이들의 경우 아까 말한 것처럼 평생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끌어들일 만큼 뻔뻔하지도 못해서였다.

또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날이 7월 5일이라 손을 쓰기엔 너무 늦은 탓도 있었다.

덕분에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게 올해는 단 한 명의 공대원도 모집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합류했다는 게 좀 특이한 일이었다.

상급 멘탈리스트인 마샤가 7월 8일부로 미래 공대에 정식 합류했고, 막심도 괴한 침입을 계기로 미래 2공대에 가입했다.

또한, 지영과 연희, 민영, 희은, 은미, 선희, 진숙도 7월 17일부로 미래 2공대로 가입해 다음 날 아침 훈련에 합류했다.

“마샤는 지내는데 불편하지 않아?”

“불편한 게 아니라 행복해 꿈만 같아요.”

“정말?”

“네, 저를 끔찍이 아껴주는 친구들도 생겼고, 언니들과 동생들도 생겼잖아요.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도 생겼고요. 그리고... 절 걱정해주는 오빠도 생겼고요.”

(마샤는 오빠가 좋은가 봐요. 종일 오빠 얘기만 해요.)

상아의 텔레파시에 쾌재를 불렀다. 남자가 여자에게 잘해주는 건 오빠라서? 친구라서? 직장·학교 선배라서?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해보려고 그러는 것이었다. 남자는 아빠 빼고 다 도둑놈이라고 하는 건 머릿속에 오직 자빠뜨릴 궁리만 하기 때문이었다.

“난 네 걱정한적 한 번도 없어. 착각하지 마.”

“매일 세심하게 챙겨주면서 걱정한적 없다고요?”

“적응하지 못할까봐 그런 거야.”

“그게 걱정해주는 거 아니에요?”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도는 공대원이 있으면 내가 불편해 못 참아서 그래.”

“알았어요. 걱정이 아니라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할게요. 헤헤헤헤~”

(오빠 밀당도 하실 줄 아시네. 마샤 눈에 하트가 뽕뽕 날아가네요. 까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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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시에서 북동쪽으로 1,000km 떨어진 바니노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지방의 항구 도시로, 타타르 해협 건넌 사할린 섬과 마주 보고 있었다.

인구가 고작 만여 명으로 바로 아래 소베츠 카야가반과 함께 타타르 해협에 남아있는 두 도시 중 하나였다.

솔피 무리를 쫓아 바니노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북쪽으로 10km 올라가 바다로 삐죽이 튀어나온 해안 절벽에 다가갔다.

그곳에 동해를 호령하는 솔피 31마리가 아이들처럼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북대서양에는 총 세 무리의 비 이주성 범고래가 북미, 서유럽, 아프리카 지역을 분할해 살았다.

이중 북해, 아이슬란드, 켈트 해, 영국해협, 비스케이 만을 영역으로 삼은 범고래는 총 38마리로 무리의 우두머리인 암컷 한 마리와 수컷 한 마리는 A급, 26마리는 B급, 7마리는 C급 엘리트 레드몬이었고, 나머지 4마리는 새끼인 중급 레드몬으로 10년째 이 지역을 굳건히 지켜냈다.

그린란드 남부와 아이슬란드를 돌아 북해를 거쳐 켈트 해협으로 빠져나온 범고래 무리가 프랑스 서부 해안인 비스케이 만을 따라 내려오다 침입자를 감지한 건 지난해 6월이었다.

스페인 북부 항구도시 빌바오(Bilbao) 근처에서 A급 엘리트 레드몬 백상아리의 냄새를 맡은 범고래들은 넓게 포위망을 구축하고 침입자를 처단하기 위해 재빨리 다가갔다.

커다란 고래를 물어뜯으며 피 냄새에 정신을 빼앗긴 백상아리에 몰래 접근한 범고래 무리는 사정거리 안에 백상아리가 들어오자 젊은 수놈 8마리가 물살을 가르며 뛰쳐나갔다.

네 방향에서 접근한 B급 엘리트 레드몬 범고래들이 강력한 초음파로 공격하자 백상아리가 나무토막처럼 경직됐다.

A급 엘리트 레드몬답게 기절한 시간은 수초에 불과했지만, 성난 호랑이처럼 달려든 범고래들이 백상아리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데 걸린 시간도 10초를 넘기지 않았다.

수천 km 밖의 물체를 식별하고 서로 의사소통까지 하는 범고래의 초음파는 상대를 기절시키는 능력도 있었다.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더욱 강력해진 초음파를 무기로 범고래는 자신들보다 강력한 상대도 사방에서 에워싸 초음파로 무력화시킨 후 달려들어 순식간에 해치웠다.

범고래 사냥 모습은 빌바오 근처를 지나가던 화물선과 여객선의 선원과 승객들의 비디오카메라에 찍히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장면 하나로 죽음을 부르는 자 오르카(Orca)로 불렸던 범고래는 바다의 수호자( Protector of the Sea)로 불리게 됐다.

“범고래가 정말 바다의 수호자들일까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행동이지 다른 누군가를 도우려는 건 아니라고 봐야지”

“그럼 가장 위험한 인간은 왜 공격하지 않는 거죠? 인간이 가장 많은 고래를 죽였잖아요.”

기원전 6000년 전부터 시작된 고래잡이는 고기와 기름, 향수, 솔, 여성 코르셋 등 다양한 물건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 지속했다.

석유와 기름의 등장으로 고래 기름 소비가 줄어들고 레드문과 함께 사라졌지만, 가장 심한 1962년엔 한 해에만 7만 마리를 포경했다.

“1950년 미국 해군 제독이 어업을 방해했단 이유로 기관총과 폭뢰, 폭격기까지 동원해 범고래 수백 마리를 죽였어. 그 후 보복을 두려워한 범고래들이 인간을 해롭게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믿거나 말거나.”

“1950년에 일어난 일을 범고래들이 아직도 기억한다고요?”

“범고래는 평균 수명이 60년, 오래 사는 녀석은 100살도 넘게 살아. 녀석들이 자손들에게 그날 일을 알려줬을 수도 있지.”

“농담이시죠?”

“아이큐가 90으로 인간만큼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더구나 모계 사회니까 엄마가 자식에게 알려줬을 수도 있지. 인간과 싸우면 위험하다고. 이 역시 믿거나 말거나지만.”

상아가 솔피 무리의 우두머리인 암컷에게 서로 친구가 되자고 텔레파시를 보내는 동안 난 소희와 어깨동무를 한 채 지난해 있었던 일과 범고래의 습성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길이 33m, 무게 50ton의 우두머리 암컷은 상아가 말을 걸자 처음엔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살짝 놀란 눈으로 상아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나에게 고정한 채 눈을 떼지 않았다.

살기를 투사해 암컷의 능력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녀석이 A급 엘리트 레드몬이란 것과 영국의 붉은여우, 브라질의 야쿠마마만큼 강한 상대란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동해의 솔피 무리는 A급으로 추정되는 우두머리 암컷과 B급인 20마리, 갓 엘리트 레드몬 된 C급 6마리, 아직 어린 새끼인 중급 4마리로 구성됐다.

이렇듯 많은 수의 엘리트 레드몬이 모여 사는 경우는 바다에선 범고래가 유일했고, 육지에선 30~40마리씩 몰려다니는 코끼리가 유일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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