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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87화 (287/505)

00287  침탈(侵奪)  =========================================================================

287.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대원들이 죽고, 다치고, 자식과 남편, 부모를 잃은 가족들은 슬픔에 빠졌는데, 난 그들의 슬픔을 외면하기라도 하듯 상급 멘탈리스트로 진화했다.

염화주얼 사용 전 : 힘-532 민첩-663 체력-741 총합-1,936 멘탈포스-1,098

염화주얼 사용 후 : 힘-692 민첩-862 체력-963 총합-2,517 멘탈포스-1,297

상급 멘탈리스트로 진화하며 피지컬 수치도 영향을 크게 받아, 최상급 피지컬리스트도 목전에 두게 됐다.

상급 멘탈리스트로 진화하며 기감이 미치는 범위가 1.5km에서 2.0km로 늘어났고, 땅속도 20m, 물속도 60m까지 기가 도달했다.

스킬 저항력도 한 단계 향상해 A급 엘리트 레드몬의 상태 이상 공격을 90%까지 저항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의 상태 이상 공격을 90% 저항하는 것은 상급 멘탈리스트의 상태 이상 공격도 90% 저항한다는 것으로, 그 아래 중급 멘탈리스트의 각종 상태 이상 유발 스킬에 걸릴 확률은 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킬 생긴 건 없어요?”

“있어.”

“뭔데요?”

“창.”

“오빠가 쓰고 있는 은행나무창의 그 창이요?”

“응.”

“그거 피지컬리스트 스킬 아니에요?”

“창에 스킬을 싣는 게 아니라 포스로 창을 만들어 던지는 거야. 은행나무창과 똑같은 형태의 창을.”

“그럼 이제 창이 필요 없겠네요?”

“그렇진 않아.”

“왜요?”

“포스 소모가 너무 많아.”

지난번 붉은여우 주얼이 블링크를 흡수해 이동 스킬 바람을 만들 것처럼 이번에도 파동주얼이 녹아 흡수되며 창 스킬로 바뀌었다.

새로 생긴 창 스킬은 관통 효과가 추가돼 물체를 뚫고 지나가며 강력한 진동을 발생해 물체를 가루로 만들었다.

위력이 뛰어나 A급 엘리트 레드몬 중 중소형은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스킬로, 포스 소모가 워낙 커 창 한 자루를 만들어내면 포스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대신 흡기 스킬의 효과가 향상돼 나무나 레드몬과 같은 생명체가 아닌 공기 중에서도 포스를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포스가 소모가 심해 공기 중에서 포스를 채우려면 30분 이상 걸려 나무나 레드몬, 레드스톤으로 채워야 빠르게 채울 수 있었다.

“물체를 따라다니기도 하나요?”

“응.”

“그럼 한 자루만 만들어도 충분하겠네요.”

“그렇긴 하지.”

“이름은 지으셨어요?”

“아직. 상아가 지어줘.”

“음... 파멸의 창! 어때요? 뚫고 지나가면서 모든 걸 가루로 만들잖아요.”

“이쑤시개 창이라고 지어도 상아가 지어주면 난 무조건 오케이야.”

“까르르르르~”

* * * * * * * * * * * * * * * * * * * * * * * * * * *

“꿀꺽꿀꺽~ 캬하~”

“오호호~ 몸에 힘이 솟고 피로가 쫙 풀리게 소문보다 효과가 더 좋군. 아주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살아남은 놈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모두 죽여 고기밥으로 던져줬습니다.”

“잠수함과 승무원들은 어찌됐나?”

“그들도 섀도우 헌터(Shadow Hunter)를 보내 모두 죽인 후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혀 흔적을 깨끗이 지웠습니다.”

“자넨 언제나 일 처리가 깔끔해서 마음에 들어.”

“감사합니다.”

“2단계 정화수 500병을 중급 피지컬리스트 4명과 하급 피지컬리스트 21명, 소형 잠수함 1대, 승조원 28명과 바꾼 것은 좀 손해인 것 같군. 비서실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500병이면 회장님을 10년은 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시면 두 배가 든다고 해도 크게 남는 장사입니다.”

“역시 세르쥬는 생각하는 게 매우 정확해. 하하하하~”

엘리트 레드몬 가죽으로 만든 최고급 소파에 기대어 2단계 정화수를 음료수처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에드먼드 드 로스차일드 그룹의 회장이자 파리 분가 중 강경파의 수장인 벤저민 로스차일드와 그의 오른팔이자 비서실장인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였다.

7월 15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나선시 습격 사건은 벤저민 로스차일드 회장의 심복 세르쥬 갱스부르의 작품이었다.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은 미래 정화수 병원을 통해 2단계 정화수의 효능이 알려지자 자신의 주인을 위해 계책을 세웠고, 벤저민 회장은 젊어진다는 말 한마디에 흔쾌히 수락했다.

능력자 25명과 승조원 28명을 희생해 정화수를 빼내온 목적이 생체병기 개발도 아닌 벤저민 회장 한 명의 건강을 위해서란 게 알려진다면, 일반인들은 경악을 넘어 게거품을 물고 졸도할 일이지만, 가진 게 돈과 권력밖에 없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헝가리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바토리 가문의 안주인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쇄 살인마 중 하나이자 후세 흡혈귀 전설의 모델이 된 ‘피의 백작부인’이었다.

젊은 처녀의 피로 목욕을 하면 젊어질 수 있다고 굳게 믿은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여성 1,568명을 죽여 그 피를 마시고, 그 피로 몸을 씻었다.

그녀는 더 많은 피를 뽑아내기 위해 칼날이 달린 형틀에 알몸의 젊은 여성을 넣고 쥐어짜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고 뽑아냈다.

“병사 37명 죽었다고 피의 복수를 다짐하다니...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너무 감정적이야.”

“큰일을 도모하다 보면 부하들 죽는 건 다반사입니다. 희생 없이 어찌 대업을 완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수만 명 죽었다면 모를까 고작 37명 죽은 거로 그 난리를 치다니 실망이야.”

“그릇이 작아서 그렇습니다. 위대한 영웅들은 제국을 건설하고 가문을 부흥하기 위해 수십만, 수백만 명의 피를 밟고 일어섰습니다. 가족을 모두 희생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영웅들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절대 큰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희생 없는 열매는 없다.”

“맞습니다. 희생이 클수록 더 크고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희생 없는 열매는 없다는 말은 요한복음 12장에 나오는 말로 자기희생을 통해 남을 이롭게 하거나,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좋은 뜻이지만, 위정자가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기도 했다.

벤저민 로스차일드와 세르쥬 갱스부르 비서실장의 말은 후자로 전형적인 자기합리화와 특권의식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이 말은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과 같은 것으로 다수의 희생을 통해 소수가 모든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30일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고 하던데... 하루에 스무 병씩 마실 수도 없고, 큰일이군.”

“병의 재질에 따라 보관 기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루비나 다이아몬드로 병으로 교체하면 세 배인 90일은 갈 겁니다.”

“일반인이 건강을 위해 하루 세 병 이상 마시는 건 소용이 없다고 했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그럼 절반밖에 못 먹고 버려야 하겠군.”

부자와 권력자 중에는 자신이 입고, 먹고, 마시는 걸 아랫사람에게 주는 걸 극히 혐오하는 부류도 있었다.

이유는 버릇없어진다는 것과 부정 탄다는 것으로 벌레만도 못한 아랫것들과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옷을 입는 걸 참지 못하는 차별주의적 발상과 아랫것이 자기 물건을 쓰면 자신도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될 수도 있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남는 건 다윗 공대의 하워드와 아이작, 엘리자베스에게 나눠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왜?”

“2단계 정화수는 중급 레드몬에 입은 상처 회복에 도움을 주고, 마신 상태에서 레드몬을 상대하면 30분간 상태 이상 공격의 저항력을 높여줍니다.”

“남는 찌꺼기를 넘겨주고 더 많은 크리스털 볼을 구해오라고 하면 되겠군?”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B급 엘리트 레드몬 아이벡스를 잡고 크리스털 볼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벤저민 회장은 지독하리만큼 엘리트 레드몬 사냥을 독려했다.

덕분에 화염구, 이동속도 20% 향상, 방어력 30% 향상의 B급 크리스털 볼 3개를 손에 넣었다.

크리스털 볼을 얻기 위해 하급 능력자 98명이 죽고, 281명이 크게 다쳤지만, 벤저민 회장에게 그런 건 관심 밖이었다.

오직 자기에게 맞는 크리스털 볼을 구하고, 볼수록 아름다운 크리스털 볼을 수집하는 것만 눈에 보일 뿐 사병들의 죽음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최근 드미트리예프 박사한테서 연락 온 거 없었나?”

“두 달 전에 연락 온 게 마지막입니다.”

“헤니 테슬라 박사는 키메라Ⅱ보다 성능이 향상된 키메라Ⅲ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이 영감탱이는 연구소에 처박혀 돈만 써댈 줄 알았지 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드리트리예프 박사도 크리스털 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무게가 50kg이나 나가는 조끼를 입고 크리스털 볼을 사용하라고? 내가 나이트라도 된 줄 알고 있나 보지? 아니면 내가 쓰러져 죽길 바라거나.”

“아직은 크기가 크고 무겁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기는 차차 개선될 것입니다.”

“흥! 어느 세월에?”

“아무도 못한 일을 드미트리예프 박사가 해냈습니다. 따끔한 채찍이 필요하지만, 때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아랫것들을 더 많이 부려 먹을 수 있는 채찍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 부려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휴우~”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알았네. 점심 먹고 3시 넘어서 연락하게.”

“감사합니다.”

“아까 말한 대로 내가 마실 것 빼고 나머지는 다윗 공대에 내려보내게. 입단속 잘하고.”

“알겠습니다.”

“자네도 고생했으니 몇 병 챙기게. 한 병만 마셔도 최소 일주일은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네.”

“감사합니다.”

벤저민 회장과 세르쥬 비서실장이 편안한 소파에 기대 노가리를 푸는 동안에도 하워드 슐츠와 아이작 스턴,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다윗 공대원과 함께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에서 B급 엘리트 레드몬 오릭스와 중급 오릭스 38마리를 잡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오릭스(Oryx)는 영양류의 일종으로 길이가 1.6m~2.35m, 무게는 100kg~200kg 사이로 아프리카,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이나 건조한 평야에서 무리 지어 살았다.

총 4종류로 남부 아프리카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는 오릭스는 뿔 두 개가 창처럼 곧게 뻗은 형태였고, 북부 아프리카에 사는 오릭스는 뿔이 삼쉬르(Samshir)처럼 곡선으로 휘어진 형태였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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