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5 침탈(侵奪) =========================================================================
285. 침탈(侵奪)
“그럼 간도는? 간도도 연해주와 마찬가지야?”
“간도는 달라. 일본이 만주 철도부설권과 석탄채굴권을 얻는 대가로 1909년 9월 4일 청·일간 간도협약(間島協約)을 맺어 청국에 팔아넘긴 거니까.”
“어떻게 우리 땅을 일본 쪽발이 멋대로 팔아넘겨?”
“1905년 제2차 한·일 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제가 불법적으로 강탈한 상태라 우리나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간도는 연해주와 다르다는 거야. 우리가 판 것도, 전쟁에서 져서 잃어버린 것도 아닌 도둑놈이 장물로 팔아넘긴 거니까.”
“물자와 사람 죽인 것도 모자라 남의 나라 땅까지 팔아먹고, 이젠 독도까지 빼앗으려 해? 이런 XX새끼들!”
간도는 압록강과 송화강의 상류 지방인 백두산 일대의 서간도와 훈춘·왕청·연길·화룡 네 개 현으로 나누어진 두만강 북부의 만주 땅인 동간도를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1962년 10월 12일 북한과 중국이 조·중 변계조약을 체결해 백두산과 두만강 상류의 국경선을 획정하고, 두만강 이북 지역에 대한 영토권이 중국에 있음을 인정해 사실상 다시 넘겨받는 건 물 건너갔어.”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북한이 뭐라고 자기들 멋대로 공동 소유인 간도를 넘겨?”
“1945년 일제가 패망하며 일제가 체결한 조약인 간도협약도 무효가 됐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북한과 중국이 비밀협약을 맺은 게 조·중 변계조약이야. 확증할 수 있는 문서가 없어 단정할 순 없지만,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북한이 중국의 요구와 한국전쟁 참전 대가로 간도 영유권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커. 이 때문에 백두산 천지도 절반이 중국으로 넘어갔어.”
“가지가지들 한다. 한쪽에선 아직도 일본에 매달려 충성을 다하고, 사라진 한쪽은 중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걸했고. 대체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야? 일본? 중국? 그것도 아니면 미국?”
5일간 레드마우스 11,800마리를 잡아 폐허가 된 작은 마을 18개를 청소하고, 하급 레드몬 1,950마리, 중급 레드몬 730마리를 잡아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단 5일 만에 블라디보스토크의 북부 도시 아르듐, 동쪽의 바다 건너 볼쇼이카멘, 서쪽의 해안 마을을 레드몬의 위험으로부터 완벽하게 구해내자 이고르 푸쉬카료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레드몬의 씨를 말려 도시를 안전하게 하고, 14,480마리의 레드몬을 잡아 5억 달러어치의 레드몬을 공급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한숙이 블라디보스토크에 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하자 다 큰 어른이 좋아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앞으로 푸쉬카료프 시장님만 믿을게요.”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어떤 일이든 마다치 않고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역시 시장님은 소문대로 남자답고 듬직해 딱 제 스타일이에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한숙의 띄워주는 말에 이고르 푸쉬카료프 시장이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뻔한 립서비스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이 바로 앞에서 자기 스타일이라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 남자가 없었다.
‘이 여자가 정말... 아무리 일이지만, 딴 남자를 자기 스타일이라 그래? 둘 다 확 묻어버릴까?’
푸쉬카료프 시장이 감사의 의미로 저녁을 함께하자고 사정사정해 참석한 만찬은 자정이 훨씬 넘은 새벽 2시간 넘어서 끝이 났다.
러시아 전통 요리부터 한식까지 50가지가 넘는 다양한 요리를 준비했고, 요리사 솜씨도 아주 뛰어나 음식은 마음에 쏙 들었다.
문제는 유리 니콜라예비치 야쿠보프 러시아 극동군관구 사령관을 포함해 별을 주렁주렁 달고 나타난 장성들과 고위 공무원이 20명이나 참석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도나도 따라주는 독한 위스키를 물 마시듯 홀짝홀짝 받아 마시며 무려 7시간을 버틴 후에야 간신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는 초대에 응하지 않을 거야. 맛대가리 없는 술만 잔뜩 먹었잖아.”
“기분 상했어?”
“짜증 나.”
“내가 풀어줄게. 들어와.”
“흐흐흐흐~”
“오빠!”
“왜?”
“김도형 대장님 전화에요.”
“이 밤중에?”
“네, 급한 일이래요.”
따뜻한 욕조에 누워 은비와 아리, 서인의 예쁜 입에 고추를 맡겨 살짝 재미를 보고, 본격적으로 욕정을 풀려는 찰나 아영이 전화기를 들고 욕실로 들어왔다.
새벽 3시에 나를 찾는 것만 해도 큰일이 분명한데, 급하다고 말할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택과 미래 정화수 병원, 미래 레드포스 본부, 미래 연구소, 정화수 공장이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레드포스 대원 37명이 죽고, 198명이 다쳤습니다. 다행히 막심님과 작은 사모님들, 미래 2공대 대원들이 급히 출동해 괴한들을 물리쳐 민간인 피해는 없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영아!”
“네, 오빠!”
“김가은 경호팀장에게 지금 즉시 돌아간다고 말해.”
“네!”
“오빠! 무슨 일인데 그래?”
“괴한이 침입해 레드포스 대원 37명이 죽었어.”
“.......”
“짐 챙겨. 집에 가자.”
“알았어.”
새벽 3시 35분, 전화를 받은 지 10분 만에 출동 나온 대원이 전원 장비를 챙겨 각자 타고 온 MI-26 헤일로에 탑승했다.
갑자기 떠난다는 소식에 자다 말고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푸쉬카료프 시장과 야쿠보프 사령관이 멀어져 가는 헬기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CCTV에 찍힌 괴한은 총 25명으로 모두 검은 옷과 모자를 쓰고 있어 눈 빼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5명씩 5개 조로 침입한 괴인들은 나진시를 완벽하게 숙지했는지 정확히 목표물을 향해 이동했다.
첫 번째 목표는 우리 집으로 1조가 담장을 넘는 동시에 정화수 병원, 레드포스 본부, 정화수 공장, 미래 연구소로 나머지 괴한들이 들어쳤다.
숨겨진 CCTV와 동작감지기가 아니었다면 침입한 사실을 모르고 당했을 만큼 나진시에 침입한 괴한들은 침투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요원들이었다.
저택에 경보음이 울리자 나진시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고, 막심과 나진시민으로 귀화한 김지영·이연희·황민영·이희은·박은미·김선희·최진숙이 쏜살같이 달려가 저택에 침입한 괴한들을 상대했다.
“피해가 가장 많이 난 곳이 어디입니까?”
“연구소와 병원은 조은영 미래 2공대장이 공대원을 절반으로 나눠 신속 대응해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레드포스 본부와 정화수 공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벙커에서 괴한들을 상대하는 사이 급히 출동한 대원들이 지정된 엄폐물에 숨기도 전에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어찌 김도형 대장 탓이겠습니까? 좀 더 세밀하게 대책을 못 세운 내 탓이죠.”
“아닙니다. 나진시 방어를 책임지는 책임자로서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제게 책임이 있습니다. 사태가 마무리되면 그에 합당한 엄한 벌을 받겠습니다.”
“정 마음이 그러면 나랑 같이 받읍시다. 김도형 대장을 책임자로 앉힌 건 납니다. 당연히 책임도 같이 져야죠.”
“하지만...”
“그 일은 사태가 마무리된 후 다시 논의합시다. 지금은 죽은 대원들과 다친 대원들을 보살피고, 배후가 누군지 밝혀낼 때입니다.”
“알겠습니다.”
모기 레드몬을 방비하고자 만든 반원형 벙커(Bunker)는 중급 레드몬의 본스틸과 텅스텐을 1:1로 혼합해 만든 합금으로 아주 두껍고 튼튼해 C급 엘리트 레드몬의 공격도 너끈히 버틸 수 있었다.
나조차 한방에 깨기가 어려울 만큼 단단한 벙커는 상부에 근접방어시스템인 러시아의 카쉬탄(Kashtan)을 장착했고, 좌우 구멍엔 20mm 6배럴 개틀링포 M61 벌컨포 두 대를 배치해 화력을 극대화했다.
카쉬탄은 대공포와 미사일을 혼합한 근접방어무기체계로 포탑 중앙에 레이더 2기와 전자 광학 장치 1기를 설치해 자동으로 적을 찾아내고, 포탑의 좌우 양측에는 6연장 Gsh-6-30K 30mm 개틀링포가 1문씩 총 2문이 장착됐다.
기관포 위쪽엔 3M311(SA-N-11) 대공 미사일 8기가 탑재돼 최대 8km 밖의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분당 6,000발을 쏘아대는 기관포도 사거리가 최대 4,000m로 네덜란드 골키퍼보다 성능이 3배나 뛰어나다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무기였다.
이런 벙커를 지난달 1일까지 중요 건물과 요충지에 각각 한 개씩 총 30개 설치했다.
덕분에 25명 중 9명을 사살하고, 3명을 생포했다. 하지만 생포한 3명은 잡힌 순간 이빨에 낀 독약을 깨물어 자살해 지리산 때와 마찬가지로 동양인이라는 걸 빼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달아난 놈들의 행방은 찾아냈습니까?”
“타란툴급 미사일 고속정이 해안을 샅샅이 뒤지고, KA-50 호컴 헬기로 공중을 정찰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잠수함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자고로 지키는 사람이 열 명 있어도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고 했습니다. 준비가 철저한 도둑은 막을 수가 없는 법입니다.”
“죄송합니다.”
“도난당한 물건은 없습니까?”
“공장에 보관 중이던 2단계 정화수 500병을 도난당했습니다.”
“정화수 탈취가 목적이었군요?”
“저택과 정화수 공장에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 두 곳이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막심님과 작은 사모님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중급 능력자가 최소 2명은 포함돼 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도형 대장과 강승원 국장은 김지영·이연희·황민영·이희은·박은미·김선희·최진숙을 작은 사모님이라 불렀다.
언젠가 때가 되면 풀어줄 여자들이지만, 김도형과 강승원은 나와의 인연을 생각해 함부로 할 수 없는지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존중했다.
이런 행동을 아내들도 묵인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남편과 살을 섞은 여자들로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하면 불쌍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자주 왕래만 없을 뿐 만나면 살갑게 굴었다.
“정화수 공장은 저택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 있어 밖에 두는 건 위험합니다. 벙커도 더 늘리는 게 좋겠습니다. 벙커가 없었다면 피해가 더욱 컸을 겁니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김도형 대장의 말대로 정화수 공장은 저택 안으로 옮겨 지하에 만들기로 했다. 벙커도 효과가 입증된 만큼 추가로 70개를 만들어 외부 공격에 대비하기로 했다.
“강승원 국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생김새는 동양 삼국이 확실하지만, 중국과 일본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아직 증거도 없고, 정화수를 노리는 곳은 그들 말고도 아주 많습니다. 생체병기를 개발하는 곳은 모두 정화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범인의 폭을 넓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전 세계가 정화수를 노리는데 일본과 중국만 용의 선상에 올리는 건 아주 어리석은 짓이었다.
내가 삼자라도 일본과 중국을 배후로 지목할 것으로 예상하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었다.
비정한 세상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행동하는 미국, 러시아, 영국, 브라질, 터키, 인도 등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내 등에 비수를 꽂아 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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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