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4 조약파기(條約破棄) =========================================================================
284.
“그에 비하면 록펠러 가문은 거의 하나나 다름없어 얘기가 틀리죠.”
“록펠러 가문은 누가 수장이야?”
“존 록펠러요. 남북전쟁 때 군수물자 운반과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존 데이비스 록펠러 회장의 3대 후손이에요.”
존 데이비스 록펠러 회장(John D(avison) Rockefeller)은 ‘타인에게 결코 이익을 나눠주지 말 것’이란 철칙을 세울 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미국 최초의 대규모 트러스트 회사인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해 미국 석유시장의 95%, 유럽 석유시장의 75%를 독점해 큰돈을 벌었다.
그렇게 욕심이 하늘을 찌르던 존 데이비스 록펠러도 말년에 병을 얻자 자선사업에 전념해 5억 달러를 기부했고, 1955년까지 아들의 기부금을 합해 총 25억 달러를 사회에 환원했다.
현재 엑손, 모빌, 셰브런, 인디애나 스탠더드 등 석유회사와 AT&T, GE, 이스트먼 코닥, 제너럴 후드 등 미국 대기업 50개를 지배했고, 금융 분야에선 시티뱅크와 체이스맨해튼, 생명보험회사는 메트로폴리탄과 Equitable 라이프, 뉴욕 라이프 등을 소유한 초거대 재벌이었다.
“뭔 회사를 그렇게 많이 거느려. 머리 복잡하게.”
“지홍씨!”
“응?”
“지홍씨는 200개가 넘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어요.”
“내가? 언제?”
“주식 시장에서 사들였잖아요.”
“그거야 주식 팔면 그만이지.”
“그건 록펠러도 마찬가지예요.”
“그런가? 어쨌든 난 실감이 안나.”
“본적도 없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러시아 사냥 끝나고 인사 한 번 받으실래요?”
“됐어. 그런 거 딱 질색이야. 악수하고 인사하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지껄이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짓이야. 그 시간에 낮잠을 자던, 수련하던 다른 일을 하는 게 백번 나아.”
“그래도 자기 회사에 누가 사장으로 있는지는 알아야 하잖아요.”
“그건 너하고 소연이가 알면 돼. 난 이대로 얼굴 없는 존재로 영원히 살 거야.”
“사람들에게 얼굴 보여주는 게 그렇게 싫으세요?”
“응.”
“왜요?”
“못생겼으니까.”
“헐~”
제 눈에 안경이라고 아내들은 내가 정말 잘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지독한 이기주의로 누가 봐도 난 멋대가리 없는 동양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크기는 대략 7.0m 정도로 무게는 1.0~1.3ton, 뿔 길이는 1.5m 정도에요. 수놈인 B급 엘리트 레드몬 외에 암컷인 중급 산양 네 마리가 함께 있어요.”
1,000m 이상의 침엽수림에서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바위나 동굴 등에 2~5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산양은 몸길이가 1.15~1.3m, 꼬리 길이 11~15cm, 어깨높이 65cm 정도로 절벽과 바위 위를 평지처럼 뛰어다녔다.
울음소리는 염소와 비슷했지만, 다치거나 위험하면 까치처럼 찢어지게 우는 것이 특징으로 바위 이끼, 잡초, 진달래, 철쭉 등 독이 없는 식물은 가리지 않고 먹었다.
“외딴 바위산에 사는 놈은 왜 잡아달라는 거야? 그냥 살게 내버려두지.”
“기차를 공격해서 그래요.”
“기차를 왜 공격해?”
“진동과 소음에 민감한지 산 아래 기차가 지나가면 바위산을 내려와 기차를 공격해 지금까지 9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요.”
“최대한 속도를 줄여 조용히 다니면 되잖아.”
“작년까진 조용히 다니면 공격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욱 예민해져 기차가 나타나기만 해도 뛰어 내려와 철도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물자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항구도 있겠다, 바다로 다니면 되잖아.”
“그러려고 했는데, 산양의 행동반경이 점점 넓어져 이대로 두면 늦어도 1년 안에 나홋카까지 공격받을 수 있어 잡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암놈이 네 마리나 있어 발정기라도 충분히 만족할 텐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동안 새끼가 없다가 올해 새끼를 낳아 예민해진 것 같아요.”
“부정이 화를 불렀네. 젠장!”
“그러니까요.”
새끼를 지키려는 부정이 놈과 가족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불쌍하고 가련했지만, 놈과 새끼를 위해 10만 명이 넘는 나홋카 시민을 죽으라고 할 순 없었다.
“발 디딜 곳 없는 기암절벽이라고 했지?”
“네.”
“거긴 또 어떻게 올라가냐?”
“왜 올라가요?”
“잡으려면 올라가야지.”
“불러내면 되잖아요.”
“어떻게?”
“소음과 진동에 민감하다고 했잖아요.”
“이런 바보 멍청이!”
은행나무창으로 철로를 두드리자 5분도 지나지 않아 뾰족한 창 두 자루를 머리에 붙인 7.5m짜리 거대한 산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에에에에~~~”
기다란 뿔을 앞세워 들이받을 것처럼 씩씩대던 놈이 100m 앞까지 다가와 큰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놈이 울어대자 음파대포(Sound Cannon)처럼 윙윙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며 뒷골이 지근거렸다.
“서인아! 침묵!”
“네!”
서인이 야쿠마마의 레드주얼에 담긴 힘을 끌어내 침묵 스킬을 사용하자 산양의 울음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놈의 음파는 두통을 불러올 만큼 위력이 대단했지만, 사거리가 짧아 300m 떨어진 일행에겐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했다.
“쾅!”
상아의 딩고가 재빨리 다가가 거대한 중력으로 내리누르자 놀란 산양이 펄쩍 뛰어올라 공중으로 피했다.
뒤로 대기하고 있던 소연의 현무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날아가 들이받자 충격을 받은 산양이 바닥에 떨어졌다.
“피용피용~ 피용피용~”
구미호가 레이저로 쏘아대자 놈이 뿔을 휘둘러 레이저를 막아냈다. 그러자 딩고와 현무가 달려들어 중력장과 몸통박치기로 놈을 괴롭혔다.
가시덩굴에 숨어 있던 소연과 은비, 서인이 밖으로 나와 데스 홀드와 벼락, 죽음의 비명으로 공격하자 15분 만에 뿔이 부러진 B급 엘리트 레드몬 산양이 숨을 거두었다.
“이젠 나 없이 사냥 다녀도 되겠다. 완벽해!”
“우리가 잡은 게 아니야. 소환수들이 잡은 거지.”
“소환수는 공기 먹고 뛰어다녀? 소환수는 알아서 튀어나와? 주인이 있어야 소환수도 있고, 포스를 공급해야 레드몬을 잡지.”
“그래도 온전한 실력으로 잡았다고 할 수 없잖아.”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마찬가지야. 구미호와 함께 사냥하잖아.”
“구미호는 보조고 메인은 너잖아. 하지만 우리 뒤에서 보조만 했어.”
“멘탈리스트들이 붙어서 치고받고 싸우려고 했어?”
“그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상대를 제압했냐. 이게 핵심이야. 너희는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사용해 B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했어. 자랑스러워해도 절대 부끄럽지 않아.”
소환수의 도움을 받아 B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한 게 반칙이라 생각했는지 소연과 아내들이 C급을 잡았을 때와는 다르게 의기소침했다.
전투의 70%를 소환수가 담당하고, 나머지 30%만 자신들이 책임졌다는 게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아주 잘못된 생각으로 칼 들고 싸우던 삼국시대 때나 통용되던 생각이었다.
현대전은 사람의 능력보다 무기의 성능이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시대였다. 우수한 전차, 전투기, 전함, 미사일 등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특수훈련을 받은 뛰어난 병사 몇 명이 람보처럼 적진에 뛰어들어 기관총으로 적군을 쓸어버리고 판세를 뒤집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병사는 우수한 무기를 통해 상대를 제압했지, 칼 들고 뛰어다니며 상대를 무찌르는 게 아니었다.
레드몬 사냥도 현대전과 마찬가지로 좀 더 효율적인 무기, 강한 무기, 단단한 방어구를 착용하고 레드몬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아내들이 소환수의 도움을 받아 B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한 건 우수한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현대전과 같았다.
상대는 칼을 쓰는데 난 총을 써서 이긴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영웅주의와 폼만 잔뜩 잡는 영화, 소설, 드라마에 길들여진 탓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총이 아니라 대포, 미사일이라도 동원해야 했다. 이기고 지는데 비겁한 건 없었다.
단, 능력자는 포스가 에너지원이라 신체와 정신을 수련해 더욱 강력한 힘을 갖춰야한다는 것이 현대 무기와 다른 점이었다.
은비의 간절한 소망에도 소환수 산양은 고사하고 레드주얼도 나오지 않았다. 실망한 은비를 진한 키스로 달래주고 놈이 내려온 바위산으로 올라갔다.
새끼들을 내버려둘 경우 2~3년 안에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해 나홋카를 위협할 수도 있어 가엽지만 죽여야 했다.
구미호를 먼저 올려보내 암컷 4마리와 새끼 8마리를 모두 죽인 후 MI-26 헤일로를 불러 그물에 담아 보냈다.
“이럴 땐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면 기분이 좀 나아지질 텐데, 담배도 못 배워서 그러지도 못하네.”
“담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도 마음은 좀 덜 무겁겠지.”
“이럴 땐 제 촉촉한 입술이 마음에 위로가 될 거예요.”
1,500m 바위산 정상에서 상아를 시작으로 아내들과 돌아가며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
소희까지 가볍게 입을 맞추고 마샤를 바라보자 민망한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허둥거렸다.
‘마샤는 뽀뽀가 기본 인사잖아. 남자들하고 뽀뽀 많이 했을 텐데 왜 허둥대? 자기도 해달라는 건가?’
산양을 처리하고 곧바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넘어가 레드몬을 사냥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선 레드마우스를, 숲에선 토끼와 붉은 사슴, 족제비, 곰, 스라소니, 늑대, 표범, 호랑이 등 수많은 레드몬을 사냥했다.
한반도의 28배인 러시아 극동지역에 배치된 블러디 나이트는 고작 1,000명으로 그나마 가장 중요한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유즈노사할린스크,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100명씩 배치됐지만, 이 숫자로는 도시를 지키며 불어나는 레드몬을 상대하기 버거웠다.
이 때문에 1962년 천재지변으로 폐허가 된 마을과 작은 도시는 버려진 채 레드마우스와 각종 레드몬의 서식지가 되어 주변 도시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연해주가 정말 러시아 땅이야?”
“역사적으로 보면 러시아 땅이라고 할 순 없어. 한때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고,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의 지배를 받은 땅이니까.”
“어쩌다가 러시아 땅이 된 거야?”
“러시아의 동진정책으로 서로 다투다가 휴전하며 1685년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어 청나라 영토가 됐어. 하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러시아가 제2차 아편전쟁을 중재하며 대가로 연해주를 요구했고, 1860년 베이징 조약이 체결돼 러시아 영토가 됐어.”
“우리 영토라고 우기긴 좀 그렇겠네?”
“한때 우리 영토였다고 지금도 우리 땅이라고 우기면 수천 년이 지나 팔레스타인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빼앗은 이스라엘의 파렴치한 행동과 다를 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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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