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2 조약파기(條約破棄) =========================================================================
282.
“지난번 후쿠시마 모기 사태는 완전히 종식된 거야?”
“후쿠시마 시에선 끝났어. 대신 후쿠시마에서 동쪽으로 18km 떨어진 로졘 산으로 모기 레드몬이 옮겨갔어.”
“모기에 감염된 사람들이 도시를 탈출했어?”
“응.”
“몇 명이나?”
“서른 명 내외.”
“숲으로 도망갔으면 일이 더 커진 거잖아?”
“그렇지.”
“박멸하지 못하고 산으로 옮겨갔다는 건 결국 번식에 성공했다는 거네?”
“그렇긴 한데... 번식에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좀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
“번식에 성공했다면 모기의 특성상 수가 왕창 늘어나야 하는데, 늘어나지 않고 잡히는 수만큼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최정준 박사님 말론 죽기 직전 분신을 생산하거나, 단세포 동물인 아메바, 짚신벌레, 유글레나처럼 이분법에 의한 생식으로 후손을 남겨 많은 수를 생산하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셨어.”
“이분법이면 숫자가 두 개로 늘어나는 거잖아. 그럼 잡힌다고 해도 계속 분화하면 수가 늘어나야지 줄어드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잡히는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몰라 둘 중 어떤 것인지 확신할 순 없어. 어찌됐든 모기 레드몬이 단명으로 끝나지 않고 새끼를 낳는 건 분명해. 지금까지 알아낸 건 그게 전부야.”
“숲에 들어간 이상 모기가 레드몬으로 옮겨가면 피해가 더 커질 텐데?”
“그 일로 일본 정부가 능력자 1,000명을 동원해 로졘 산을 한 달 넘게 포위해 레드몬과 동물을 모조리 죽이고 있어.”
“다 잡았어?”
“아직도 포위를 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완벽히 처리하지 못한 것 같아.”
“서른 마리 잡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글쎄?”
하급 능력자를 중급 능력자로 끌어올리는 모기 레드몬의 특성상 레드몬에 침투하면 중급 레드몬이 엘리트 레드몬으로 둔갑하게 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생명력도 레드몬이 인간보다 강해 생존 기간이 훨씬 길어 일본은 모기 레드몬 퇴치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모기 레드몬을 사용해 엘리트 레드몬을 잡을 방법을 찾았다면 로젠 산으로 달아난 모기 레드몬은 이미 퇴치했어야 하잖아?”
“모기 레드몬 활용방법이 완벽하지 않거나, 개발한지 얼마 안 돼 시험 중일 수도 있잖아.”
“완벽하지 않다는 건 생존 기간이 짧다는 뜻이지?”
“최정준 박사님의 연구가 맞는다면 일반인은 일주일, 하급 능력자도 길어야 한 달밖에 못 버티잖아. 생존 기간을 열 배로 늘려도 길어야 일 년이야. 능력자의 가치를 생각하면 정말 큰 일이 아니면 사용하기 어려울 거야.”
소연의 말이 맞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도 아니고 한 달짜리 배터리를 4~5개월 만에 10년, 20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수명을 늘릴 순 없었다.
신의 기술을 훔쳐 10년, 20년으로 사용 기간을 늘렸어도 100년, 200년을 살아갈 능력자의 수명을 고려하면 모기 레드몬은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생물병기였다.
10년, 20년 후에 그 능력자가 상급 능력자가 될 수도 있고, 최상급·특급이 될 수 있는데, 고작 10분의 1도 안 되는 기간을 사용하기 위해 귀중한 능력자의 몸에 모기 레드몬을 주입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하급 능력자가 10년, 20년 후에 모두 상급, 최상급 능력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중급은 충분히 가능해도 상급 능력자까지 올라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급 능력자만 되어도 쓰임새는 무궁무진해 아깝게 단기간에 쓰고 버릴 그런 가벼운 존재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나 체제, 상황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이라 얼마든지 소모품으로 사용하다 버릴 수 있었다.
한국 전쟁 당시 우리 정부는 징집연령 18살보다 한참 어린 13살, 14살 어린 학도병까지 동원해 북한 인민군에 대항했다.
나라를 잃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다급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장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라의 동량인 학생들에게 달랑 소총 한 자루 쥐여주고 죽으라고 끌고 간 것이었다.
이건 어린 학생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동시에, 조국의 미래를 사라지게 하는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죽은 학도병 중에는 아인슈타인보다 더 위대한 과학자가 나올 수도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빌 게이츠 같은 대단한 인물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런 엄청난 가능성을 애국이란 이름으로 위정자들이 짓밟은 것이다. 더구나 어린 학생들이 영화에서처럼 인민군을 상대로 멋지게 싸웠을 거라 생각하는가?
자기 키만 한 소총을 든 어린아이가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첫 전투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10%도 안 됐다.
결국,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아이들을 끔찍한 전쟁터로 끌고 가 살해한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런 일이 학생과 일반 시민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힘이 좀 센 능력자도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에게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아, 얼마든지 목적을 위해 사용하다 버릴 수 있었다.
“하루를 살다 죽든, 1년을 살다 죽든 일본 입장에선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할 방법을 찾았다는 게 중요한 거겠지.”
“그렇지. 앞으로 우리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큰일이네.”
“당장은 잠능자를 최대한 많이 뽑아 실력을 키워 대비하는 것 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상아의 능력이 상급 멘탈리스트에 도달해 미세한 레드몬을 찾아낼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상아의 멘탈포스는 3월보다 83이나 오른 917로 빠르면 올해 안에 상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상급 멘탈리스트가 된다고 모기 레드몬처럼 전투력이 100 이하인 최최하급 레드몬을 찾아낸다는 보장은 없었다.
텔레파시와 진실의 눈처럼 탐지 스킬과는 전혀 상관없는 스킬이 나올 수도 있었고, 탐지 거리만 늘어날 수도 있었다.
“그럼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공대원을 뽑아야겠네?”
“안 그래도 어제 광고 냈어.”
“언제 면접인데?”
“7월 25일까지 서류 받아서 30일까지 1차 서류 전형 합격자 발표하고, 다음달 5일 면접 볼 계획이야.”
“몇 명이나 뽑지?”
“60명까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학교를 막 졸업한 최하급 능력자를 데려다 하급 능력자로 키우는데도 최소 2~3년은 걸렸다.
더군다나 자신의 몫을 다하는 능력자로 성장하려면 적어도 4~5년은 실력을 갈고닦아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미래2공대원을 모집해 교육하는 건 나무를 심어 10년, 20년 후에 과실을 따려는 농부의 마음과 같은 것이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실익만 쫓으면 미래가 없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투자와 참고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이 벳푸 조약을 파기한 이상 무역보복을 해올 텐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 생각해. 갑자기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수입 계약을 파기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우리 통제 속에 있는 회사는 모두 일본과 거래를 끊고 기계류와 부품 수입처를 미국과 러시아,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바꾸는 거야. 일본에서 수입하던 기계류와 부품 모두 그들도 생산하고, 성능과 가격도 차이가 거의 없어 거래처를 바꿔도 큰 문제는 없어. 수출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낮은 편이라 그렇게 하면 피해는 일본이 더 클 거야.”
“특사들의 협조를 구해봐. 한두 업체도 아니고 몇백 개 업체가 부품 수입처를 바꾸면 특사들도 아주 좋아할 거야.”
“알았어. 그런데 농어민들은 어떻게 하지? 우리가 거래를 끊으면 일본도 농수산물 수입을 중단할 거야.”
“도서관과 보육원에서 최대한 소비하고, 나머지는 미래사랑 팬클럽에 도움을 요청해. 그래도 안 되면 수출할 곳이 있는지 알아봐 주고. 피해가 생긴 건 당분간 우리가 보상해줘.”
“알았어.”
“이 기회에 일본에 종속됐던 경제 문제도 해결해 보자. 그래야 놈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지.”
“그럼 해외 투자 일정을 앞당기자. 그래야 좀 더 유리한 상태에서 시작하지.”
“그거 괜찮은 방법이네. 얼마나 투자하기로 했어?”
“미국과 러시아는 100억 불, 인도·터키·브라질은 50억 불, 영국·독일은 30억 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엔 총 200억 불을 투자할 계획이야.”
“610억 불이면 우리 돈으로 얼마야?”
“환율이 810원 이니까... 49조 4,100억 원이네.”
“헉!”
“뭘 그것 가지고 놀라?”
“안 놀라게 생겼어. 서울 떠날 때 주머니에 30만 원 있었어. 근데 1억, 2억도 아니고 무려 50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는데, 안 놀라면 그게 이상하지.”
“우리가 지하 금고에 가지고 있는 현금만 얼만지 알아?”
“당연히 모르지.”
“300조 원이 넘어. 레드스톤 빼고.”
“뭐어? 300조 원.”
“문스톤 팔아서 200조 원 벌었고, 벽사목 팔아서 200조 원 벌었어. 나머지 절반까지 팔면 200조 원 더 마련할 수도 있고.”
“그동안 많이 쓰지 않았어?”
“주식과 땅, 나진시 개발, 미래 레드포스 무기 사는데도 100조 원 넘게 썼어.”
“근데 왜 300조 원이 남아?”
“레드몬 사냥해서 꾸준히 벌고 있잖아. 미래 레드몬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도 적지 않고, 작년부터 인수한 기업들도 이윤이 꽤 돼서 미래 레드포스와 미래 연구소, 나진시 개발에 돈이 많이 들지만, 충당하고도 돈이 계속 쌓이고 있어.”
“못해도 재산이 500조 원은 되겠네?”
“가치도 따지면 1,000조 원도 넘지.”
“1,000조 원?”
“네 가치가 얼만지나 알아?”
“그런 거 빼고.”
“가진 돈과 기업, 나진시 가치만 쳐도 600조 원은 넘을 거야.”
“그럼 우리가 세계 최고의 갑부네?”
“부자들이 숨겨둔 재산까지 모두 계산하면 100위 안에도 못 들어.”
“정말?”
“로스차일드 가문이 가진 재산이 우리 돈으로 5경이 넘어. 록펠러도 1경 2,000조 원이고, 연방준비은행의 지분을 가진 JP모건도 만만치 않지. 네가 할머니라 생각하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3경을 가졌다는 얘기가 있어. 사우디왕가의 재산도 천문학적이고, 석유와 광물을 가진 부자들도 한둘이 아니야. 유럽엔 전통적인 부호들이 수도 없이 많고. 600조 원이 상상을 불허하는 돈이지만, 그들과 비교하면 큰 돈이라고 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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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