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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80화 (280/505)

00280  마샤 구출  =========================================================================

280.

바람을 타고 뒤로 물러나며 혈기탄을 쏘아 보내자 딩고의 두툼한 꼬리가 그물처럼 펼쳐져 몸을 감쌌다.

“펑펑펑!”

혈기탄이 꼬리털에 막혀 파고들지 못하고 터지자 전류가 가득 담긴 은행나무창을 힘껏 던졌다.

“찌지지지직~~~”

창은 관통력이 높아 얇은 꼬리 그물로는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딩고가 펄쩍 뛰어오르며 앞발로 창을 쳐냈다.

그러자 강력한 전류가 앞발을 타고 딩고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전기 저항력이 거의 없는지 전류에 휩싸인 딩고가 바닥을 굴렀다.

“깨갱~ 깨깽~”

생전 처음 당한 전류 공격에 놀란 놈이 바닥에 떨어져 몸을 벌벌 떨어대자 재빨리 창을 던졌다.

4.5m의 날카로운 예기가 길게 자란 은행나무창이 얼굴로 날아들자 놈이 사력을 다해 괴성을 질렀다.

“캬악~~~”

또다시 놈의 주위로 거대한 압력이 생겨나 내리누르자 땅이 10m나 주저앉으며 함몰됐다.

“쩌저정~”

가루가 된 창을 뒤따라 날아간 냉기탄 두 발이 바로 옆에서 터지자 두꺼운 얼음이 이중으로 생겨나 놈을 얼음 속에 가두었다.

“쒸우웅~”

파동 에너지가 담긴 은행나무창이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가 얼음을 뚫고 딩고의 어깨에 꽂혔다.

“우우우우웅~~~”

진동이 일어나자 얼음이 눈이 되어 휘날렸고, 딩고도 파동을 이기지 못해 눈알이 터지며 숨이 끊겼다.

“파동 에너지 정말 멋지지 않아?”

“응, 볼수록 아름다워. 하지만 힘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볼 때마다 두려워!”

“걱정하지 마. 오빠는 볼기밖에 안 때려. 저걸 내가 맞을 일은 절대 없어.”

“뭐? 볼기를 때려?”

“응!”

“어떻게 여자 엉덩이를 때려?”

“그럼 가슴을 때릴까?”

“그런 뜻이 아니라...”

“훈련할 때만 가끔 그래.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어.”

“아아~”

“너도 조심해. 훈련할 때는 아무도 봐주지 않으니까.”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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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왜 이렇게 많아? 딩고 잡으러 오가면서 토끼만 1,000여 마리 잡았어. 토끼만 잡아도 떼돈 벌겠다.”

“안 그래도 그 일로 폴 존 키팅(Paul John Keating)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총리가 지홍씨를 만나고 싶어 해요.”

“왜?”

“토끼 잡아달라고요.”

“겨우 토끼 따위를 내게 잡아달라고? 지금 장난하는 거지?”

“호주의 가장 큰 고민이 뭔지 아세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바로 토끼예요.”

“고민이 토끼야? 고민할 게 그렇게 없어. 고작 토끼를 고민하게. 살다 살다 별 소리를 다 듣네.”

“숫자가 엄청나거든요. 최소 100억 마리 이상은 될 거예요.”

“100억 마리?”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식민지화 작업이 시작되던 1859년 레저사냥용으로 가져온 24마리의 토끼 중 일부가 도망쳐 60년 후엔 100억 마리로 불어났어요.”

“그걸 보고만 있었어?”

“그렇진 않죠. 토끼로 인해 농작물 피해는 물론 땅까지 황폐화하자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는 토끼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고성능폭탄과 독극물, 천만 달러 포상금까지 걸며 토끼를 없애려 했어요.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땅은 넓고 사람은 얼마 안 됐으니까요. 1950년대엔 생물무기 ‘점액종 바이러스’를 살포해 99.8%의 치사율을 보이며 토끼를 거의 멸종시켰어요. 하지만 6년 후에 이 바이러스마저 무력화시킨 변종 토끼가 등장하며 또다시 수를 늘려 예전 숫자로 돌아갔죠.”

“우와! 레드마우스만큼이나 번식력이 대단하네.”

“토끼는 두 개의 자궁을 가지고 있어 중복 임신이 가능해요. 이 때문에 일 년에 30~40마리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죠. 새끼도 생후 3개월부터 임신이 가능해 불어나는 속도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점액종 바이러스 때문인가? 우리나라 토끼랑 좀 다르던데.”

“맞아요. 변종 토끼들이 레드문과 함께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일반적인 레드래빗보다 크기와 무게가 1.5배 커졌고, 성정도 매우 난폭해져 보이는 건 가리지 않고 공격하게 됐어요.”

“어쩐지 좀 이상하다 했어. 눈이 빨갛고 덩치도 훨씬 큰 놈들이 딩고보다 더 과격하게 달려들어 진짜 토끼가 맞나 생각했어.”

“이 또한 백인들이 저지른 수많은 만행 중 하나에 불과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대부분을 식민 지배하며 사람만 죽인 게 아니라 생태계도 파괴했어요. 북미 대륙의 아메리카들소를 재미로 쏘아죽여 멸종 직전까지 몰아 간 일부터, 인도의 사자와 호랑이를 자신들의 용맹을 뽐내기 위해 마구 죽인일,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에 단지 큰 물고기를 낚고 싶다는 이유로 거대한 나일 퍼치를 풀어 호수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해 섞은 호수로 만들 일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생태계를 파괴했죠. 토끼는 그중 하나에 불과해요.”

“나쁜 새끼들! 거쳐 간 나라마다 멀쩡한 나라가 없네.”

“이보다 더 심각한 것도 있어요.”

“또 있어?”

“핵실험요. 핵무기 실험으로 지구는 엄청난 오염에 시달리고 있어요. 레드문과 함께 대자연의 기운이 풍부해져 핵무기 실험 때 발생한 방사능과 오염물질이 많이 줄어들어 암과 백혈병, 피부병, 이유를 알 수 없는 각종 질환으로 죽는 사람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핵실험으로 인한 공기와 물 오염에 죽어가고 있어요.”

“살벌하네.”

미국의 첫 원자폭탄은 1945년 7월 16일 트리니티(Trinity) 실험으로 약 20킬로톤의 성능이었고, 첫 번째 수소폭탄인 아이비 마이크(Ivy Mike)는 1952년 11월 1일 마셜 제도의 에네웨타크 환초에서 실험했다.

가장 큰 핵폭탄은 1961년 소비에트 연방이 실험한 50메가톤 규모의 차르 봄바로 충격이 어마어마해 수십km 밖에서도 버섯구름을 볼 수 있었다.

“1951년 네바다 사막에서 미국 정부의 주도하에 핵폭발 실험을 관람하는 ‘Big Show’라는 걸 했어요. 핵폭발 장면을 TV로 생중계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엄청난 사람이 네바다 사막으로 몰려들었죠. 당시 핵폭발 쇼는 미국 사회에서 최대 이슈로 원자라는 단어를 붙인 상품이 등장할 만큼 인기를 끌었어요.”

“핵폭탄 쇼? 그걸 가까이서 직접 봐?”

“네!”

“미국도 제정신 아니네. 완전히 돌았네.”

“네바다 사막 핵폭발 쇼는 7년 동안 무려 97회에 걸쳐 이뤄졌고, 미국 정부는 핵폭발 쇼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핵실험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고 홍보했어요. 하지만 네바다 사막에서 터진 핵폭탄들은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약 2배 가까운 강도를 지닌 강력한 폭탄이었어요.”

“허허허~ 진짜 웃음 밖에 안 나온다.”

“1963년 미국, 소련, 영국이 대기권과 수중, 우주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서명하며 핵실험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됐어요. 이후 핵실험은 지하와 대기권에서만 진행하게 되며 네바다 사막 핵폭발 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그걸로 끝이야?”

“아니요. 신문 기자 아일린이 미국 정부가 핵폭발 쇼를 이용해 생체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며 파장이 다시 커졌죠. 1958년까지 진행한 핵폭발 쇼는 핵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방사능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생체 실험이었다고 폭로했어요.”

“정말 생체실험을 하겠다고 국민을 끌어모은 거야? 다른 나라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이라고 떠들어대는 미국이?”

“네.”

“와~ 세상에 믿을 놈 없네.”

“미국 정부는 핵폭탄의 직접적인 피해규모는 알고 있었지만, 간접적인 영향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민간인을 핵 실험장으로 끌어들였어요.”

“엄청나게 많이 죽었겠네?”

“핵실험 쇼로 민간인 15,000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했고, 군인 40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돼 암으로 사망했어요. 또한, 네바다 사막에서 불어온 동풍을 타고 주변 지역으로 방사능이 흩어져 방사능 낙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암과 백혈병에 목숨을 잃었죠. 하지만 이들에 대한 피해규모는 집계조차 안 됐어요. 이들 외에도 할리우드 스타들도 방사능 때문에 많이 죽었어요.”

“그들도 빅 쇼 보러갔어?”

“아니요. 영화 찍다가 죽었어요. 1954년 영화 ‘칭기즈칸’을 찍은 장소는 유타주의 사막 스노우 케니언으로 영화배우 존 웨인과 여주인공 수잔 에이워드, 감독 딕 파우엘도 모두 암으로 죽었고, 스텝 220명과 보조 출연자인 원주민 300명도 대부분 암으로 죽었어요. 당시 할리우드 영화 중 서부극 촬영 장소로 네바다 사막이 자주 사용됐어요. 게리 쿠퍼, 마이클 커티스, 헨리 폰다, 존 크로포드 등 수많은 스타가 이곳에서 영화를 찍다 암으로 죽었죠.”

“미국도 인권이 어쩌고저쩌고 잘만 떠들어 대더니 하는 짓은 아랍과 남미, 아프리카 독재자, 마약상하고 다를 것이 없네.”

“1975년 네바다 핵실험에 참가했던 미 육군 출신 ‘폴 쿠퍼’는 백혈병에 걸리자 자신이 걸린 병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다 50~60년대 핵실험에 참가한 퇴역 군인들이 유독 백혈병이나 암에 많이 걸렸음을 알게 됐죠. 미국은 1946년부터 63년까지 대기권 핵실험을 포함한 235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방사선에 노출된 군인과 민간인이 최소 25만 명에 달했어요. 폴 쿠퍼의 폭로로 미국 언론들은 이들 피해자를 ‘아토믹솔저’ (Atomic Soldier)라고 부르게 됐어요.”

“정권을 잡은 새끼들이 국민을 어떻게 죽이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네. 이래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는 거야.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그 피해나 나와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아와. 심지어 멍청한 것들 때문에 원하지 않는 쓰레기가 정권을 잡아 피해를 볼 수도 있어.”

“소련도 만만치 않아요. 대표적인 예로 카자흐스탄의 사막 세미팔라틴스크에선 1949년부터 40년 동안 무려 467회의 핵실험을 했죠. 당시 이 핵 실험장 주변에 거주하던 민간인들은 불꽃놀이처럼 핵실험을 구경했어요. 소련 당국은 주민들에게 절대 위험한 것이 아니니 겁내지 말라고 했고, 이 말을 믿은 주민들을 수시로 핵실험을 구경했대요. 그 결과 24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치명적인 방사능에 오염됐어요. 오늘날 이곳에 사는 여성 세 명당 한 명은 염색체 이상이고, 아이들은 수십 배나 높은 확률로 백혈병을 앓고 있죠. 어른들도 각종 암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요.”

“토끼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프랑스, 미국, 중국 등 핵 강국들은 핵의 악영향을 알자 자국의 영토가 아닌 해외 식민지 혹은 소수민족의 땅에서 핵실험을 했죠. 프랑스는 알제리와 남태평양의 자국 자치령에서, 미국은 태평양 지역인 마셜 군도의 비키니 환초에서, 중국은 소수민족이 사는 서북부 지역 지하에 핵실험을 했어요.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당하였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세상은 넓고 나쁜 놈은 끝도 없이 많네.”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이런 사람들이에요. 앞에선 사람 좋은 척 웃음을 흘리지만, 뒤에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고, 버리고, 죽이는 사람들이죠.”

“씁쓸하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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