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7 마샤 구출 =========================================================================
277.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매카시 공항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 관제탑도 없고, 비행기도 없고, 그 흔한 철조망도 없었다.
창고 같은 부속 건물 2채가 전부로, 그마저도 사용하지 않는지 페인트칠이 벗겨져 낡디낡은 모습이었다.
이착륙 활주로 길이는 비행기에 따라 천차만별로 대형 기종은 아무리 짧아도 2,000m가 넘었고, 3,600m가 필요한 기종도 있었다.
착륙이 이륙보다 활주로가 짧아도 되지만, 이착륙을 따로 분리해 사용하는 공항은 국제공항 정도라 보통 이륙 길이를 생각해 활주로를 만들었다.
매카시 공항은 활주로가 1,200m의 초소형 공항으로 경비행기가 아니면 이륙조차 할 수 없었다.
8,000개가 넘는 공항을 가진 미국은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응급 상황을 고려해 이런 활주가 많아 나만 이상하게 생각할 뿐 미국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했다.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활주로에 주저앉아 풍연·풍비·풍인과 함께 마샤와 막심이 탄 비행기가 오는지 목이 빠지게 하늘만 바라봤다.
“어두워서 활주로가 보이려나 모르겠네.”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활주로에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항을 찾을 수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이었다.
급히 마른 나무를 모아 불을 크게 피우고 활주로 주변에 군데군데 불을 놓아 활주로 위치를 표시했다.
알래스카의 6월 낮 기온은 평균 16~19도 사이로 활동하기에 적당하지만, 해가 떨어지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밤엔 사람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밖에 나올 사람도 없고, 활주로 주위로 숲이 울창해 불을 피워도 하늘에서나 볼 수 있어 걸릴 염려는 없었다.
“위이이잉~~~”
“온다!”
“왈왈~ 왈왈~”
윙윙거리는 프로펠러 소리가 저 멀리 남쪽 하늘에서 들렸다. 10분 쯤 지나자 고물 프로펠러 비행기 세스나 208의 모습이 보였다.
세스나 208은 미국 세스나(Cessna) 사에서 개발한 단발 터보프롭(Turboprop) 경비행기로 별명이 ‘하늘을 나는 봉고차’였다.
1980년대 초반 항공택배 회사 페덱스로부터 도서 지역 배송용 소형 화물기 개발을 요구받고 개발한 기종으로 말이 좋아 화물기지 좌석 깔면 여객기, 좌석 떼면 화물기였다.
단발기치곤 덩치가 큼직해 화물을 실을 공간도 넉넉하고, 항속거리도 2,000km가 넘어 다목적(?)으로 사랑받은 기체였다.
불빛을 발견한 낡은 봉고차가 뒤뚱거리듯 날개를 흔들자 재빨리 위성전화기를 꺼내 마샤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샤?”
“예스!”
“박지홍! 박지홍!”
“OK!”
“세이프티~ 세이프티~”
“OK!”
사전에 약속된 암호는 안전을 뜻하는 세이프티가 전부였다. YES, NO, OK밖에 모르는 내가 마샤와 대화를 한다는 건 꿈같은 소리였다.
이 때문에 내가 전화를 걸면 세이프티만 외치기로 사전에 약속했고, 마샤의 OK 소리를 확인하곤 뿌듯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 정도면 외국 나가 살아도 되겠는데. 내 말을 알아듣잖아. 음하하하하~’
바닥을 몇 번 튕기며 기우뚱대던 세스나 208이 간신히 활주로 끝에 가서 멈춰 섰다.
혹시 따라온 사람이 있는지 최대한 기감으로 넓게 펼쳐 확인한 후 재빨리 비행기로 다가갔다.
“하이!”
“안녕하세요.”
“어? 한국말 배웠어?”
“쪼~끔요.”
“그럼 내 말 알아들을 수 있겠네?”
“What?”
“한국말 배웠다며. 무슨 말인지 몰라?”
“What?”
“아니다. 됐다. 두 달 배운 사람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다. 25년간 영어를 배운 나도 예스하고 노밖에 모르는데, 영어보다 어려운 한국말을 두 달에 통달하면 그게 인간이냐? 신이지!”
막심이 넝마 같은 레드몬 가죽을 벗기려 하자 뒤로 물러나게 한 후 미리 충전한 파동주얼의 힘을 오른손에 모았다.
오른팔에 300개의 파란 고리가 생겨 맹렬하게 회전하자 마샤와 막심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씽긋 웃어준 다음 세스나 208의 동체를 손가락으로 짚듯 가볍게 터치했다. 손가락을 통해 파동 에너지가 세스나 208의 동체로 쏟아져 들어갔다.
“우우우우웅~~~”
진동소리와 함께 세스나 208이 먼지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물체를 때려 부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듯 가루로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신에 필적하는 힘으로 블랙 카이만을 잡고 파동주얼을 얻은 것도 행운이지만, B급 엘리트 레드몬일 때 잡은 건 큰 행운이었다.
만약 놈을 5년이나 10년 후에 만났다면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가루가 되어 흩어졌을 것이다.
평생 처음 보는 신기하고 황당한 모습에 경악한 마샤와 막심이 입을 크게 벌린 채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강력한 능력자를 수도 없이 봐왔다고 생각한 마샤와 막심은 내 수준을 그들보다 조금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기준이 단번에 와장창 깨지자 나를 바라보는 마샤와 막심의 눈에 존경과 경외심마저 깃들어 있었다.
‘그래야지. 그래야 후리기가 좋지. 흐흐흐흐~’
다시 한 번 씽긋 웃어준 다음 가루가 된 세스나 208를 포대에 담았다. 포대에 든 세스나 208 가루는 가는 도중 강에 버려 증거를 없앨 생각이었다.
최대한 포대에 긁어 담은 후 잎이 많은 나뭇가지를 잘라와 빗자루로 바닥을 쓸 듯 흔적을 지웠다.
파동 에너지로 물체를 때리면 강력한 진동이 물체의 조직을 와해시켜 이렇듯 가루로 부숴버렸다.
그렇다고 파동 에너지가 모든 물체를 가루로 만들 힘은 없었다. 강대한 육체를 지닌 엘리트 레드몬은 내장과 세포만 파괴됐고, 중급 레드몬은 가죽만 남긴 채 뼈까지 어육이 되어 부서졌다.
하급 레드몬은 은비에게 왕창 잔소리를 들을 만큼 가루로 부서져 미숫가루처럼 물에 타 마시지 않으면 써먹을 곳이 없었다.
턱이 빠질 것 같은 마샤와 막심을 풍비와 풍인에 태우고 아내들이 기다리는 아이시힉 호수를 향해 바람처럼 달렸다.
풍산개를 타고 시속 150km로 달리자 마샤와 막심의 얼굴엔 신기함, 즐거움, 상쾌함, 짜릿함, 해방감 등등 이곳까지 오며 쌓였던 근심과 스트레스가 몽땅 날아가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숲을 달리자 풍산개의 거친 몸짓에 마샤의 얼굴이 하얗게 떴다.
막심은 중급 피지컬리스트라 자세가 불안해도 힘이 받쳐줘 그런대로 잘 버텼지만, 마샤는 오랜 도망자 생활과 심리적 고통에 체력이 바닥나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급할 것이 없어 강가에 내려 세수를 하게 한 후 등을 포스로 살살 문질러 불편한 속을 다스려줬다.
포스 샤워만큼 효과가 탁월하진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속이 편안해져 창백했던 얼굴에 살짝 홍조가 어렸다.
3단계 정화수까지 한 병 먹이자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생기가 돌았다. 그래도 일시적인 현상이라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될 수 있는 한 평평한 곳을 골라 천천히 달렸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네 시간을 달려 새벽 3시가 돼서야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아내들은 모두 마샤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방방 뛰며, 눈물을 짜댔다.
‘젠장! 고생한 건 난데,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었네.’
“얼굴이 왜 이렇게 하얘? 어디 아파?”
“아니! 풍산개를 타서 속이 울렁거려서 그래.”
“심하게 흔들렸을 텐데. 많이 힘들었지?”
“아니야. 오빠가 배려해서 중간중간 쉬고 정화수도 마시며 천천히 와서 이젠 괜찮아.”
“우리 오빠 자상하지?”
“응, 겉은 무뚝뚝한데, 마음은 깊은지 하나하나 다 신경 써줬어.”
“맘에 들어?”
“맘에 들면 빼앗아도 돼?”
“어쭈구리? 지금 해보자는 거야?”
“아니야. 농담이야. 그만해! 장난이었어. 간지러워. 킥킥킥킥~”
시간이 없었지만, 잠시 아내들과 먀사가 수다를 떨게 놔뒀다. 두 달 넘게 숨어다니며 할 이야기가 바다보다 더 많을 게 분명했다.
나와 막심은 살짝 떨어져 앉아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밤하늘도 바라보다, 숲도 바라보다, 아메리카들소도 바라보며 여자들의 수다가 끝나기만을 어색하게 기다렸다.
5시 30분 구미호의 공격을 시작으로 아내들이 중급 레드몬 아메리카들소 800마리를 잡는 동안 B급 엘리트 레드몬을 공략했다.
B급 엘리트 레드몬 : 아메리카들소
전투력 : 6819
지능 : 99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35,804
스킬 : 알 수 없음
산처럼 큰 덩치에서 품어져 나오는 강대한 힘, 날개안정분리철갑탄도 튕겨내는 두꺼운 가죽, 티타늄합금보다 더욱 단단한 본스틸, 치타 같은 빠른 동작 등 아메리카들소는 B급 엘리트 레드몬 치곤 전투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A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여우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양쪽 허벅지에 창이 꽂히고, 뒷다리에도 창이 꽂히자 결국 바닥에 쓰러져 처량한 비명만 토해내다 머리에 창을 맞고 죽었다.
그래도 코디악 베어와 도베르만보단 훨씬 강해 아까운 은행나무창을 여섯 자루나 소비하게 했다.
“앞으로 B급은 잡지 말아야겠다.”
“왜?”
“레드주얼을 안 주잖아. 치사하게.”
“그러고 보면 지홍이도 은근히 욕심이 많아.”
“내가?”
“응, 잡는 레드몬마다 레드주얼이 나오길 바라질 않나, 여자 욕심도 많아 예쁜 여자는 모두 수집하려고 안달내지 않나, 욕심이 끝이 없어.”
“내가 언제 예쁜 여자를 수집해?”
“그럼 네 옆에 있는 여자들이 안 예뻐?”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거였어?”
“응!”
“예뻐! 정말 예뻐! 세상에서 아리가 제일로 예뻐!”
“비꼬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진짜야. 널 보는 것만으로도 녀석이 이렇게 커졌잖아. 흐흐흐흐~”
“짐승~~~”
마샤와 막심의 경악 속에 엘리트 레드몬과 중급 우드 바이슨 800마리를 모두 잡아 사체 값 10억 4,000만 불과 레드스톤 2억 3,000만 불 그리고 포상금으로 4,000만 불을 챙겼다.
포상금 4,000만 불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와 희생자를 위한 추모 공원 조성과 기념비 건설에 써 달라고 캐나다 정부에 다시 돌려줬다.
러시아에 이어 국토 면적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캐나다는 경제규모 10위, 일인당 GDP 9위로 터키와 브라질처럼 살기 힘든 나라가 아닌 손꼽히는 부자나라였다.
복지 정책도 북유럽 수준으로 아주 잘 돼 있어 터키처럼 참전용사를 따로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
중급 우드 바이슨 800마리를 몽땅 잡아 안전과 이익이란 큰 선물을 안기고, 포상금까지 쾌척하자 에이브릴 패이드러 캠벨(Avril Phaedra Campbell) 총리가 화이트호스로 급히 달려와 감사를 표했고, 캐나다 여왕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전화를 걸어와 고마움을 표했다.
감사의 뜻을 담아 성대한 파티를 열겠다는 걸 단호히 거절하고 곧바로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미연방 정부 산하 나이트 사무국이 눈에 불을 켜고 사라진 미샤와 막심을 찾을 게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멍청하게 샴페인이나 마시며 노닥거리는 건 바보·멍청이나 할 짓으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캠벨 총리를 매몰차게 떼어내고 캐나다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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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