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276화 (276/505)

00276  마샤 구출  =========================================================================

276. 마샤 구출

“도와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작은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럼 조만간 버킹엄 궁전에서 다시 만나요.”

“알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여왕의 포옹을 끝으로 런던 히스로 공항(London Heathrow Airport)을 힘차게 날아오른 미래 레드몬 전용기 A300-300이 캐나다 유콘 준주의 주도 화이트호스(Whitehorse)를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식은땀을 흘리며 사냥한 붉은여우에서 얻은 레드주얼은 황량한 벌판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먼지가 일어나는 모습으로 효과는 모양 그대로 바람이었다.

레드주얼을 손에 쥐고 포스를 주입하자 바람이 불어와 온몸을 감싸는 느낌과 함께 주얼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효과를 확인하려는 순간 가슴에 스며든 주얼이 갑자기 블링크 스킬을 빨아들였다. 막을 사이도 없이 블링크 주얼을 흡수한 레드주얼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스킬을 빨아들이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러운데, 주얼까지 녹아 사라지자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주얼과 스킬이 충돌해 둘 다 잃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기감을 통해 내 안을 관조했다.

녹아내린 주얼이 포스와 결합해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팔, 다리, 머리를 돌아 심장으로 돌아가며 끊임없이 순환했다.

그렇게 초조한 24시간이 지나 만들어진 스킬이 바람(風)이었다. 바람은 잔상을 남기는 이형환위(以形換位)보다 더욱 빠른 움직임으로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외부 저항마저 크게 감소해, 소리 없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붉은여우가 순간적으로 위치를 바꿀 수 있었던 건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져,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스킬과 함께 민첩 수치도 30% 영구 향상돼 464에서 603으로 증가했다. 603은 염화주얼의 영향을 받기 전 수치로 염화주얼의 효과를 더하면 784였다.

“화이트호스에서 앵커리지까진 얼마나 돼?”

“직선으로 800km 정도 돼요.”

“상아야!”

“네?”

“마샤 지금 어디 있어?”

“이틀 전 플로리다에 있었어요.”

“거긴 남쪽 끝이잖아. 왜 거기 있어?”

“시선을 최대한 남쪽으로 돌려놓고 앵커리지로 이동한다고 했어요.”

“흐음... 캐나다에서 의뢰한 레드몬이 뭐였지?”

“우드 바이슨(Wood Bison)이라고 아메리카 들소예요.”

“사냥할 위치는 어딘데?”

“지금 가고 있는 화이트호스에서 북쪽으로 130km 떨어진 아이시힉 호수(Aishihik Lake) 부근이에요.”

“앵커리지에서 만나나, 매카시(McCarthy)에서 만나나 마찬가지잖아?”

“그렇죠.”

한숙에게 지도를 넘겨받아 알래스카에서 아이시힉 호수와 가장 가까운 활주로를 찾았다.

“왕복 600km면 풍산개로 4~5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니까 집에서 헬기로 앵커리지까지 갔다 오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그렇긴 하죠.”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까?”

“통화해 볼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캐나다 정부에서 의뢰한 B급 엘리트 레드몬 우드 바이슨은 들소라 위치가 노출된 레드몬이었다.

풀을 찾아 계속 옮겨 다녔지만, 몸길이가 11.5m나 되고 흰색이라 눈에 잘 띄었다. 또한,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놈들이라 발견하기가 아주 쉬웠다.

초식성이라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사람을 해치지 않는 우드 바이슨을 사냥 의뢰한 건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나며 농장 목초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였다.

소보다 체구가 크고, 앞이마가 튀어나온 우드 바이슨은 털이 거칠고, 암수 모두 구부러진 뿔을 가진 게 특징이었다.

털이 암갈색으로 아주 드물게 흰색 들소도 태어나는데, 흰 들소는 아메리카 토착민(인디언)에겐 숭배의 대상이었다.

몸이 육중하지만 재빠르고 민첩한 동물로 유럽인들이 북아메리카에 왔을 땐 6,000만 마리가 넘는 들소가 살았다.

토착민들에게 귀중한 가죽과 고기를 제공하던 들소를 백인들은 재미로 죽이고, 혀를 얻기 위해 죽이는 등 잔혹하게 살해했다.

1900년경에 아메리카 들소가 거의 멸종하자 이때서야 보호에 나섰고, 레드문과 함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 500만 마리에 이르며 예전의 성세를 다시 찾고 있었다.

동물들이 불어나는 건 인간에겐 아주 유익한 일이지만, 그게 레드몬이라면 유익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이 때문에 캐나다는 엘리트 레드몬의 새끼가 태어나는 것을 막고자 비선공형 레드몬인 우드 바이슨을 의뢰했다.

“며칠까지 와야 하냐고 물어보는데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빨라도 15일 이전엔 안 된대요.”

“왜?”

“단발 프롭기 세스나 208을 구했는데, 넘겨받는 날짜가 14일이래요.”

“경비행기로 레이더를 피할 수 있어?”

“밀수꾼들이 사용하던 기체로 완벽하진 않지만, 저공으로 비행하면 가능하대요.”

“항속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원래 2,000km인데, 밀수업자들이 개조해서 3,000km까지 날 수 있대요. 출발은 몬태나 주 블랙피트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했어요.”

“그럼 매카시까지 갈 필요 없잖아. 사냥하는 곳 근처에 내리면 되겠네.”

“나이트사무국의 추적을 따돌렸는지 알 수 없어 곧장 우리에게 오면 다 같이 위험해진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카시에서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다는데요.”

“알았어. 날짜와 시간을 확실하게 정해.”

“네.”

6월 8일 에릭 닐슨 화이트호스 국제공항에 안착한 우린 피곤하다는 핑계로 3일간 숙소에 머물며 쉬었다.

6월 11일부터 이틀간 헬기로 우드 바이슨 무리를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6월 13일 사체운반 차량과 미래 경호대를 잔뜩 끌고 알래스카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해 휴게소 같은 작은 마을 캐년(Canyon)에 짐을 풀었다.

6월 14일 캐년을 떠나 북쪽으로 50km 떨어진 아이시힉 호수로 이동해 우드 바이슨 무리를 뒤쫓았다.

“공항에 내리면 마샤와 막심의 정체가 탄로 나잖아.”

“매카시에 있는 공항은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공항이 아니에요. 1.2km짜리 짧은 활주로 하나밖에 없어요. 사는 사람도 20여 가구가 전부고, 마을에서 1km 떨어진 숲속에 있어 사람을 만날 일도 없어요.”

“비행기는 어떻게 처리하게?”

“가죽을 제거하고 납작하게 우그러뜨린 후 불을 질러 흔적을 지운다고 했어요.”

“뭘 그렇게 어렵게 처리해? 파동 에너지로 없애버리면 되지.”

“그게 빠르고 확실하겠네요.”

“몇 시 도착이야?”

“밤 10시 30분이요.”

“그럼 8시쯤 풍연·풍비·풍인 데리고 미리 넘어가서 기다리다 바로 데려오면 되겠다.”

“그렇게 전할게요.”

“끝까지 긴장 늦추지 말라고 해. 방심하는 순간 많은 사람을 곤란하게 할 수 있어.”

“네. 확실하게 말할게요.”

아메리카 들소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며 풀을 뜯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어릴 적 존 웨인(John Wayne)의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들소 무리를 눈으로 직접 보자 감동이 밀려왔다.

그때는 그저 소가 희한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뿔도 그렇고, 털도 그렇고 꽤 근사하게 보였다.

“5만 마리 중 레드몬은 800마리 정도예요.”

“생각보다 많지 않네. 5만 마리면 못해도 5,000마리는 될 줄 알았는데.”

“1.6%면 사람보다 엄청나게 높은 숫자에요. 최소 100배는 넘을 걸요.”

“그런가?”

“세계 인구가 40억이 넘지만, 잠능자까지 모두 합쳐도 능력자는 40만 명도 안 돼요. 대략 0.01%가 능력자라는 뜻으로, 들소는 500만 마리 중 무려 8만 마리가 중급 레드몬이라 차이가 아주 심하죠.”

“레드몬으로 변이하는 확률을 보면 사람이 가장 열등한 것 같아. 식물하고, 박테리아하고, 세균 빼고. 아! 새도 있었네. 새대가리라서 그런가? 조류형 레드몬은 한 번도 못 봤네. 하여튼 인간이 쥐보다도 열등해. 젠장!”

“사람만이 사람을 우월한 존재로 생각해요. 쥐한테 물어보세요. 사람이 우월한 존재하고 생각하는지.”

“하하하하~ 이젠 쥐 언어도 배워야 하는 거야?”

“까르르르르~”

소풍을 나온 것처럼 돗자리를 깔고 앉아 풀을 뜯는 들소들을 바라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사냥은 밤에 마샤와 막심을 데려온 후 새벽에 할 계획이었다. 사냥물과 함께 썰매에 숨겨 캐년 근처까지 이동한 후 사체운반차량에 태워 공항까지 이동한다.

화물기에 태운 후 상황을 봐 전용기로 옮겨 태워 최대한 빨리 캐나다를 빠져나오는 게 수정된 탈출 계획이었다.

“소연아, 중급 우드 바이슨도 포상금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응, 한 마리당 미화 5만 불이야. 단, 캐나다에 파는 조건으로.”

“중급 한 마리에 얼마나 하는데?”

“레드스톤 빼고 대략 10억 원 정도할 거야. 무게가 4ton쯤 나가니까 더 받을 수도 있겠다.”

“10억 원이나 하는 레드몬의 포상금이 고작 4,000만 원(1달러/810원)이야? 이것들이 우리를 호구로 아나. 사체 값이 10억 원이면 임가공 거치면 못해도 20억 원 이상 받을 텐데, 고작 4,000만 원에 손 안 대고 코를 풀려고 해.”

“브라질과 터키에서 재능기부를 해서 그래.”

“그거야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랬지. 터키는 한국전쟁에 많은 군인을 보내줬고, 브라질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켜서 좀 도와준 거잖아. 자기들은 우리나라에 뭘 해줬다고 공짜를 바라는 거야?”

“터키보다 캐나다가 6·25전쟁 때 더 많은 병력을 보냈어.”

“터키가 미국, 영국 다음인 3위 아니었어?”

“내가 잘못 알았어. 사망자와 부상자는 터키가 많지만, 파병 인원은 캐나다가 25,687명으로 터키보다 많아. 당시 캐나다 병력의 절반을 파병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였어.”

“그래?”

“사망 312명, 부상 1,212, 실종 1명으로 1,534명이 죽거나 다쳤어. 사망자 수가 미국, 영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 다음으로 많아.”

“알고도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이러다 한국전쟁 뒤치다꺼리한다는 소리 듣겠다. 젠장!”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