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4 미치광이 잭(Jack the Ripper) =========================================================================
274.
“퍼버버버벅!”
움직였다고 느낀 순간 300m를 순식간에 좁힌 도베르만이 검은 예기에 물든 손톱으로 가시덩굴을 마구 후려쳤다.
가시덩굴이 자신이 적이라도 되는 듯 이빨로 물어뜯고, 앞발로 거칠게 후려쳐 구멍을 내려 했다.
“번쩍! 번쩍!”
“삐이~ 삐이~”
은비가 벼락을, 서인이 죽음의 비명을 날리자 놈이 잔상을 남기며 전후좌우로 현란하게 움직여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유도탄처럼 빠른 속도로 상대를 따라가는 소연의 데스 홀드도 도베르만은 여유 있게 피하며 한숙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구미호를 보내 소연과 은비, 서인을 도와줄까 하다가 자존심을 생각해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다.
“아오~ 열 받게 하네.”
“죽음의 비명은 실체가 없는 스킬인데, 용케 알고 피하네.”
“스킬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데스 홀드가 뒤로 접근해도 바로 알아채고 좌우로 움직여 피하잖아요.”
“서인 언니가 동쪽을 맡아. 소연 언니는 서쪽을 맡고. 내가 남쪽과 북쪽에서 공격할게.”
“알았어.”
아리의 가시덩굴에 의지한 은비와 서인, 소연이 서로 의논해가며 도베르만을 공격했다.
레드몬과 싸울 때 소리를 치는 건 아주 멍청한 짓이지만, 작은 소리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건 아주 바람직한 행동이었다.
피나는 훈련으로 손발을 맞췄다고 해도 눈치만으로 순간순간 타이밍을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청각이 예민한 레드몬에겐 이것도 약점이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통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은 인간의 능력이 아닌 신의 능력이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 모두 상아처럼 텔레파시 능력이 있다면 이심전심이 현실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꿈같은 얘기로 기계 문명을 이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아이고~ 쓰러지겠네.”
“헥헥헥~”
“하아~ 하아~ 하아~”
아영과 아리의 도움을 받아 30분간 줄기차게 스킬을 쏘아대던 은비와 서인, 소연이 결국 도베르만을 잡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것도 피하나 보자.”
블링크보다 1.5배 빠른 혈기탄 열두 발이 날아들자 깜짝 놀란 도베르만이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도베르만이 사력을 다해 날뛰자 잔상이 길게 이어지며 사방에 놈이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펑펑펑!”
“깨깽~~~”
혈기탄 열두 발 중 아홉 발은 그물망을 구성하고, 세 발은 내 의지에 따라 앞과 옆에서 날아가 도베르만을 꼼짝 못하게 가두고 한 방에 혈맥을 터뜨려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마지막 일격은 열에 받친 은비와 서인, 소연이 포스를 쥐어짜 벼락과 죽음의 비명, 데스 홀드를 날려 숨통을 끊었다.
“가시덩굴 긁을 때 알아봤어. 빠르기만 열라 빠르지 힘이 하나도 없어 상처만 낼 뿐 잘라내질 못하잖아. 전투력이 7715나 되는 놈이 가시덩굴을 못 자른다는 게 말이나 돼?”
“얘도 러시아에서 잡은 코디악 베어처럼 우리한테나 위험하지 오빠에겐 완전 허당이네. 얘가 약한 거야 오빠가 강한 거야?”
“알아서 생각해. 음하하하하~”
“잘난 척하기는. 우리가 30분 동안 몰아 붙여 힘을 다 빼놓은 걸 마무리했으면서.”
“흐흐흐흐~ 알고 있었어?”
“누굴 바보로 알아? 그것도 모르게.”
도베르만에서도 레드주얼을 얻을 수 없었다. 내심 속도를 올려줄 레드주얼을 바랬지만, 코디악 베어에 이어 연속으로 꽝이 나왔다.
‘이러다 A급 엘리트 레드몬에서도 레드주얼이 안 나오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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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부 클리블랜드의 주의 주도인 미들즈브러(Middlesbrough)는 북해와 인접한 인구 30만의 항구 도시로, 1876년 창단된 프로축구팀 미들즈브러 FC의 연고지였다.
이곳이 영국에서 의뢰한 A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여우가 출몰하는 곳으로, 붉은여우가 나타난 지 1년 만에 1,000명이 넘는 시민과 912명의 군인, 47명의 능력자가 목숨을 잃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붉은여우가 처음 나타난 건 5년 전으로 미들즈브러에서 동남쪽으로 30km 떨어진 노스요크 무어스 국립공원(North York Moors National Park)이었다.
당시 꼬리가 하나 달린 C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간과 심장을 유난히 좋아해 동물과 레드몬의 간과 심장만 빼먹고 사체는 그대로 버려 유명세를 탔다.
이때만 해도 붉은여우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다 3년 전 발키리 공대가 놈을 잡기 위해 노스요크 무어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며 잠자던 놈의 식욕을 일깨웠다.
발키리 공대는 미국과 유럽의 정계, 재계, 왕실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결성한 빌더버그 클럽(Bilderberg Club)에서 만든 레드몬 사냥팀으로 세계 10대 공대 중 4위에 랭크돼 있었다.
세계 4위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발키리 공대원 249명이 붉은여우를 잡기 위해 숲에 들어갔고, 하루 만에 21명이 죽고, 41명이 크게 다친 채 간신히 숲을 빠져나왔다.
겁을 집어먹은 발키리 공대는 추가로 공대원을 파견해 붉은여우를 사냥하는 대신 무책임하게 사냥을 포기하고 공대 본부마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발키리 공대가 입맛만 바꿔놓고 줄행랑을 치자 붉은여우는 사람의 간과 심장을 찾아 노스요크 무어 국립공원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미들즈브러까지 진출했다.
레드몬을 건드리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끝을 내야했다. 놈이 살아남으면 원한을 품고 사람들을 공격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코디악 베어가 대표적인 사례로 잡을 능력이 없다면 엘리트 레드몬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될 위험한 존재였다.
“꼬리가 다섯 개라는 사람도 있고, 일곱 개라는 사람도 있어요.”
“진짜 구미호는 따로 있었네. 우리 구미호는 무늬만 구미호였어. 넌 가짜야~”
“찌릿!”
“어쭈구리! 째려봐? 죽고 싶어?”
“은비야!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구미호는 동물이 아니야. 얘가 누구야? 바로 나잖아.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나한테 하는 거나 다름없어.”
“설마 그것도 모르고 그러겠어. 누굴 바보로 알아?”
“이런!”
“크기는 대략 4.5m 정도로 영국에선 미치광이 잭이라고 불러요.”
“미치광이 잭은 뭐야?”
“19세기 영국 런던을 공포에 몰아넣은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의 별명이에요. 1888년 8월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2개월간 이스트 런던의 화이트 채플에서 최소 다섯 명이 넘는 매춘부를 엽기적인 방법으로 잇따라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에요. 목을 해부하고 장기를 파헤쳐 시신주위에 전시하는 등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어요.”
“간과 심장을 빼 먹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거야?”
“그것도 있지만, 죽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기괴해서 그래요. 반항한 흔적도 없고,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무표정한 얼굴로 배가 갈린 채 간과 심장만 사라졌어요. 이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두려워하고 있어요.”
1년 동안이나 계속된 붉은여우의 잔혹한 살인 행각에 미들즈브러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정든 고향을 떠날 수 없다고 버티는 노인들과 일부 공무원들 그리고 군인들과 나이트들만이 두려움 속에 미들즈브러를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피해가 심한데 왜 사람들을 전부 다른 도시로 이주시키지 않는 거죠?”
“사람이 모두 떠나면 붉은여우도 다른 도시로 옮겨갈까봐 그렇겠지.”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미끼이자 붉은여우의 먹이네요?”
“글쎄? 그건 영국 정부만 알 수 있겠지.”
소희의 질문에 한숙이 에둘러 영국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만 비난할 수도 없는 문제로 인구 30만의 공업 도시가 유령도시로 변하며 영국은 인적·물적 모든 분야에서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미들즈브러는 영국에서 철도로 인해 생긴 최초의 도시로 1850년 에스턴 비컨에서 철광석이 발견되며 번영을 누렸다.
아직도 중공업 단지를 비롯해 전화기를 포함한 경공업 공장들이 밀집한 도시로 클리블랜드 주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미들즈브러가 유령도시로 변하며 영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쳤고, 이로 인해 국내경기가 하락하며 실업률이 솟구쳤다.
인구 30만의 미들즈브러가 이 정도인데, 바로 아래 리즈·맨체스터·셰필드로 붉은여우가 내려가면 영국은 위기가 아니라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이를 막고자 영국 정부도 사력을 다했다. 미들즈브러에는 나이트 1,297명과 2만 명이 넘는 군인이 방어벽을 의지한 채 붉은여우와 싸우고 있었다.
3,894명의 나이트를 보유한 영국이 중소도시를 하나를 지키기 위해 1,297명의 나이트를 파견한 건 총력전을 펼친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와 간과 심장만 빼먹고 달아나는 붉은여우의 만행에 사람들의 공포는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5월 17일 미들즈브러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부터 5일 동안 노스요크 무어 국립공원과 남쪽 노스 라이딩 포레스트파크까지 샅샅이 훑으며 수색했지만, 붉은여우를 찾을 수 없었다.
짝을 찾아 밀월여행이라도 떠났는지, 끝을 알 수 없는 무저갱에 빠져 나오질 못하는지 숲을 다섯 바퀴나 돌았지만,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밤에 자주 나타난다는 존 프레스콧(John Prescott) 특사의 조언에 상아가 밤낮을 바꿔 붉은여우를 기다렸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레면 약속한 14일이에요. 늦어도 내일까진 캐나다 정부에 날짜를 미룰지 예정대로 진행할지 연락해야 해요.”
“흐음... 우리가 떠나고 며칠 내로 놈이 나타나겠지?”
“일주일에 한두 번은 어김없이 나타난다고 하니까 그렇겠죠.”
“이대로 가면 2주 동안 고생한 건 물거품이 되고 욕만 잔뜩 먹게 되는데... 어떻게 한다?”
“그렇다고 내일 나타날지 모레 나타날지 모를 붉은여우를 기다릴 수는 없어요. 캐나다만 문제가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호주까지 생각해야 해요.”
“하아~ 고민되네.”
“오빠!”
“응?”
“잠시 나와 보셔야겠어요.”
“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께서 찾아오셨어요.”
“누가 와?”
“영국 여왕요.”
한숙과 다음 일정을 토론하고 있는데, 아영이 들어와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 Alexandra Mary Windsor) 영국 여왕이 찾아왔다고 알려줬다.
생각지도 못한 여왕의 급작스러운 방문에 급히 옷을 갖춰 입고 1층 거실로 내려갔다. 검은색 옷에 검은색 모자를 쓴 여왕은 포옹으로 나를 반겼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가 서거하며 영국 여왕에 등극했다.
본명은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Elizabeth Alexandra Mary Windsor)였고, 정식 칭호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대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연합왕국과 그 밖의 왕국과 영토의 여왕, 영국 연방의 우두머리, 신앙의 옹호자이신 엘리자베스 2세 폐하’로 지구 상에서 2개국 이상의 독립국을 다스리는 유일한 군주였다.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자메이카 등 16개국의 왕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2세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따라 정치적 문제엔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영국 여왕을 무시하는 건 영연방 전체를 무시하는 것으로 미국과 러시아조차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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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