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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73화 (273/505)

00273  미치광이 잭(Jack the Ripper)  =========================================================================

273. 미치광이 잭(Jack the Ripper)

“야이 바보야! 너 얘가 누군지 알아?”

“끼잉~”

“얘 엄마가 B급 엘리트 레드몬 쉬어 칸이야. 얘 아빠도 C급 엘리트 레드몬이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몇 달 후면 네 옆에 엘리트 레드몬이 생긴다는 뜻이야. 이 바보야~”

“깨갱 깨 깽~ 깨갱 깨 깽~ ”

“백호 눈 안 보여. 원한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눈치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널 잡아먹는 포식자를 몰라보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 병신아!”

“깨갱 깨 깽~ 깨갱 깨 깽~ ”

“늦었어. 넌 이제 죽~었어!!!”

겁에 질려 오줌을 찔끔거리는 풍산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백호를 안은 상아와 함께 집 뒤에 심어놓은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20m로 자란 은행나무 두 그루는 1년 만에 전투력 1500에 지능이 80으로 급상승하며, 중급 레드몬에 도달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잔뿌리를 사용해 동물과 레드몬의 생명력을 갈취할 능력도 없었고, 특수한 피톤치드도 발산하지 못해 땅과 물, 빛에서만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그래도 레드몬답게 폭풍 성장으로 1년 만에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나 가지를 넓게 펼친 채 열매와 잎이 주렁주렁 달렸다.

“수놈은 은행잎밖에 딸 게 없네. 쓸모없는 놈.”

“수놈이 있어야 암놈이 열매를 맺죠.”

“그런가?”

“당연하죠. 오빠가 있어야 우리가 아기를 가질 수 있듯 암놈도 열매를 맺으려면 남자가 있어야 해요. 헤헤헤헤~”

“아기 갖고 싶어?”

“네에~~~ 오빠 쏙 닮은 사내아이 갖고 싶어요.”

식물은 암수가 한 몸에 있는 경우가 많아 번식이 용이했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정자만 생산하는 나무와 난자만 생산하는 나무가 독립되어 있어 암놈에서만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5월 1일 은행 열매 처음으로 수확했잖아요.”

“그렇지.”

“2월에 꽃이 핀 지 고작 3개월 만에 수확한 거예요.”

“그것밖에 안 됐어? 난 6개월은 된 줄 알았지.”

“아니에요. 정확히 89일 됐어요.”

“그럼 일 년에 세 번 수확할 수도 있겠네?”

“지난겨울에도 계속 파란 잎이 돋아났어요. 어쩌면 겨울에도 수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만 되면 한 그루지만 나무도 크고 열매도 많아 수확양이 적진 않을 거예요.”

“상아 네 말처럼만 되면 팔아도 되겠다.”

“팔긴 왜 팔아요. 이 귀한 걸. 오빠 혼자 다 드셔야죠.”

“그 많은 걸 나 혼자 다 먹으라고?”

“네.”

“왜?”

“은행 열매엔 은행잎엔 없는 비타민B1, 비타민E, 비타민C, 카로틴 등 정력을 강화하는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어 예로부터 자양 강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아내 여덟 명을 모두 만족시키려면 먹고 힘내셔야죠. 그리고 아이도 만들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히히히히~”

“헉!”

사내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는지 상아가 야릇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껍질을 까도 크기가 호두알만 하잖아요. A급 엘리트 레드몬까지 자라면 오빠 주먹보다 더 크겠어요.”

“몇 개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배부른 게 문제겠어요. 그거 하나만 먹어도 죽은 나무에 꽃이 필 텐데요.”

“꽃이 피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최정준 박사님이 중급 레드몬에서 나온 은행 열매 한 개만 먹어도 비아그라 서너 알을 먹는 것보다 효과가 탁월하다고 하셨어요. 중급 레드몬에서 나온 열매가 그 정도면 A급 엘리트 레드몬에서 나온 열매는 효과가 최소 다섯 배는 뛰어나겠죠. 그럼 칠십, 팔십 먹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은행 열매를 드시면 젊었을 때처럼 왕성하게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컥!”

미국 화이자에서 개발한 비아그라(Viagra)의 주성분은 구연산인 실데나필 시트레이트(sildenafil citrate)로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다 임상시험에서 남성의 성기를 세우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한 후 발기부전 치료제로 빛을 보게 됐다.

덕분에 수많은 남성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혈압 급강하 현상 등 부작용이 있어 일부 국가에선 판매가 금지됐다.

은행나무 열매는 천연 비아그라로 효능은 최소 3~4배 앞서고, 부작용은 전혀 없고, 장기간 복용하면 발기부전 현상도 크게 개선됐다.

또한, 필요영양소도 고루 갖추었고, 면역기능도 크게 향상시켜줘 비아그라와 비교하는 건 쥐새끼와 레드마우스의 차이를 묻는 것과 같았다.

“남자만 좋은 게 아니라 여자한테도 아주 좋은 거야. 하루 한 알씩 빼놓지 말고 먹어. 그래야 예쁜 아기 낳지.”

“알았어요.”

“상아는 아이가 그렇게 좋아?”

“네. 꼼지락거리는 모습도 너무 예쁘고, 뛰어다니는 모습도 사랑스러워요. 아이들 노는 모습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요.”

“나는 아기 싫은데. 시끄럽고 정신 사나워서.”

“남의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자기 아이는 예쁘대요. 오빠도 그럴 거예요. 그러니 겁먹지 마세요.”

“알았어.”

“오빠!”

“응?”

“그런데 언니들 임신은 언제 시킬 거예요?”

“아직 결혼식도 못 올렸는데 아기부터 가진 순 없잖아. 그리고 좀 더 오랫동안 우리끼리 알콩달콩 살아도 시간은 충분하고.”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언니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특히 한숙 언니가 가장 그래요. 나이가 35살이잖아요.”

“내 목표 중 하나가 한숙이를 능력자로 각성시키는 거야.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

“한숙 언니가 능력자가 되는 건 저희 모두가 바라는 일이에요.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오빠 말씀처럼 누구나 능력자가 될 인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각성률이 매우 희박하고, 나이 30살 이후에 각성한 사람은 아직 보고된 적이 없잖아요.”

“그거야 일반적인 기준이고 한숙에겐 기감력, 정화수, 연리지주얼, 은행 열매 등등 신체를 개조할 많은 수단이 있잖아. 늦어도 3년 안에 꼭 능력자로 각성시킬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빠가 그렇다면 전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 오빠는 제 유일한 신이니까요.”

“내가 신이야?”

“그럼요. 오빠는 우리의 신이에요. 소심하고 뒤끝이 좀 강하긴 하지만요.”

“뭐어?”

“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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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5월 15일

니더작센 주의 주도인 하노버(Hanover)에서 동북쪽으로 33km 떨어진 첼레(Celle) 시는 첼레 성을 비롯한 중세 시대의 유적들이 많아 관광객이 자주 찾는 도시로 도시를 가득 채운 삼각형 오렌지 지붕이 인상적인 전원도시였다.

독일이 의뢰한 B급 엘리트 레드몬 도베르만(Doberman)은 1800년대 말 독일의 루이 도버만이 개량한 사역견(使役犬)으로 행동이 민첩하고 충성심이 높아 경찰견, 군견, 맹도견으로 많이 사용했다.

체격은 비교적 큰 편으로 수컷은 몸길이가 66~71cm, 암컷은 61~66cm로 견고한 골격과 다부진 근육이 매력적인 개였다.

“몸길이는 6.0m, 무게는 대략 1.0ton 정도 나가요. 스킬은 상대의 전투 의지를 꺾는 하울링과 엄청난 빠르기로 지홍씨의 블링크와 필적할 수도 있어요.”

“놈도 나처럼 빠르게 움직이면 잔상이 남아?”

“네. 헬리캠에 찍힌 영상은 그렇게 보였어요.”

“재미겠네.”

근접전에서 아직 나만큼 빠른 놈은 본적이 없었다. 야쿠마마가 죽기 직전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비슷한 속도를 내긴 했지만, 나보다 빠르진 않았다.

정사각형 방어벽에 둘러싸인 첼레를 빠져나가 북쪽으로 10km를 올라가자 울창한 숲 속에 도베르만과 놈들 따르는 레드독들이 우리를 환영하듯 나타났다.

“아리야! 가시덩굴로 잡으려 하지 말고 방어막으로 사용해.”

“오케이.”

“소연아! 살기로 끌어들일 테니까 가시덩굴 안에서 중급 레드독부터 잡고 도베르만은 마지막에 상대해.”

“속도 확인한다고 했잖아.”

“너희가 상대한 다음 그때해도 돼.”

“알았어.”

“서인아! 침묵 스킬로 하울링 효과 막아줘.”

“네!”

도베르만 주위엔 셰퍼드를 비롯해 달마티안, 테리어, 불테리어, 세인트버나드, 브리타니 등 10여 종이 넘는 중급 레드독 52마리가 함께했다.

놈들도 누렁이처럼 잡종이 생겼는지 절반가량은 이것저것 섞여 품종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 : 도베르만

전투력 : 7715

지능 : 120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37,007

스킬 : 알 수 없음

중급 레드몬 : 저먼 셰퍼드

전투력 : 1351

지능 : 110

상태 : 두려움,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50% 하락

에너지양 : 1351

스킬 : 알 수 없음

아리가 가시덩굴을 불러내 반원 형태로 둘러싸자 놈들에게 살기를 투사했다. 두려움과 함께 적대감이 최대치로 상승한 레드독들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우우~ 아우우~”

“왈왈~ 왈왈~”

중급 레드독 52마리가 일제히 울어대자 음울한 음파가 주위로 퍼져나가며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울링은 특정 대상만 국한해 사용하는 스킬이 아닌 광역 범위 스킬로 반경 500m가 암울하다 못해 기운이 쪽 빠져 나무들도 잎이 시들시들하고, 벌레들도 기운을 잃고 어기적거렸다.

서인이 목에 걸린 야쿠마마의 레드주얼을 손에 쥐고 포스를 주입하자 밝은 빛이 퍼져나가며 레드독의 하울링에 잠식됐던 암울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울링 효과가 사라지자 기운을 잃고 고개를 숙였던 풀과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잎을 힘차게 뻗어냈다.

“으르릉~”

두목인 도베르만이 화를 내자 살기투사에 겁을 집어먹었던 레드독들이 놀라 가시덩굴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찌지지직~ 찌지지직~”

은비가 가시덩굴 주위로 빠르게 뇌우를 발사하자 태풍이 생겨난 것처럼 돌개바람이 불며 쉴 새 없이 번개가 떨어져 레드독들의 몸을 강타했다.

“깨갱~깨깽~깨갱~~~”

죽음의 비명에 맞은 레드독이 비명을 질러대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기 머리를 박박 긁어대며 살점과 함께 피가 흘러내렸다.

반면 데스 홀드에 걸린 레드독은 몸이 석상처럼 굳은 채 혈액이 돌지 않아 상대적으로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부하들이 모두 죽자 도베르만이 황당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러나 두려움이 아닌 적개심이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모두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가 철철 흘러넘쳤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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