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2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 =========================================================================
272.
기영 그룹 김유종 회장이 이지웅 회장을 물고 늘어지자 한국포스협회 최문석 협회장이 잽싸게 주제를 돌려 구원에 나섰다.
중장으로 예편한 최문석 협회장은 군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으로 군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이권 사업과 무기 구매에 개입해 중계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또한, 포스협회장이 지켜야 할 중립 의무를 망각한 채 재벌 공대에 유능한 잠능자를 밀어주고 두전(頭錢)을 챙기는 등 전형적인 정치군인이자 비리군인이었다.
“이런데도 제 도움이 필요 없다면 아까 한 말은 없던 일로 하죠. 저도 욕먹으면서까지 나설 생각은 없습니다.”
“회장님들이 이지웅 회장님을 믿지 못하겠다면 제가 보증을 서겠습니다.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가 끝까지 책임지고 중재자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최문석 협회장의 구원으로 분위기가 전환되자 이지웅 회장이 미끼를 던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정무 총재가 거들며 바람을 잡았다.
“여당 총재께서 보증을 선다는데도 못 믿는 겁니까?”
“저는 이제껏 양심 하나로 이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온 사람으로 절 믿고 회사를 살리십시오. 이게 여러분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겁니다.”
기영 그룹 김유종 회장의 말에 주춤하던 최동만, 박과경, 천교삼 회장이 자유당 총재 김정무 의원이 보증을 선다는 말에 홀딱 넘어갔다.
점점 숨통을 조여 오는 공포에 한해 최동만 회장과 조한 박과경 회장, 아삼 천교삼 회장은 쥐약만 아니면 뭐든 먹을 수 있었다.
박지홍에게 회사가 넘어가면 100% 쇠고랑을 차게 된다. 지금까지 빼돌린 회사 자금이 수조 원에 달해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한시가 급한 최동만, 박과경, 천교삼 회장이 이지웅 회장을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자유당 김정무 총재와 라운경 의원, 최문석 포스협회 협회장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회의실을 나갔다.
“조선애국회와 황국신민회의 돈이 누구 돈인지 정녕 모른단 말입니까?”
“사업하는 사람이 설마 그걸 모르겠습니까? 경황이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거겠죠.”
“아베 마사히코의 돈인 걸 알면서도 덥석 물었다면 더욱 한심한 일입니다. 아베 회장의 돈을 쓴다는 건 회사를 통째로 넘기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아베 회장의 돈인 줄 모르고 썼다가 회사를 빼앗긴 한국 기업이 30개가 넘습니다. 돈을 빌리는 순간 폭력과 협박을 일삼고, 자금줄을 막고, 거래처를 협박해 거래를 끊게 하는 등 우리 기업을 죽이기 위해 광분하는 사람이 바로 아베 회장입니다.”
“그런 자세한 내막은 처음 듣습니다.”
“아베 회장이 누군지 아십니까? 흑룡회, 겐요샤, 일본회의를 수족으로 부리는 우익의 거두로 일왕조차 고개를 숙이는 일본의 암중 지배자입니다. 또한,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손자로 틈만 나면 조선을 다시 복속해야 한다고, 조선인은 어리석어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고 떠드는 사람입니다.”
”극우주의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이지웅 회장을 따라간 최동만 회장과 박과경 회장, 천교삼 회장도 모를 겁니다.“
“그럼 알려줘야죠.”
“김정무 총재가 옆에 있어 말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더구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 얘기해도 들을 상황도 아니고요.”
“허허~ 명색이 여당 총재라는 사람이 이지웅이 옆에 붙어 바람이나 잡고 있으니 나라 꼴이 이 모양 이 꼴이죠.”
“라운경 의원과 최문석 협회장도 사전에 이지웅 회장과 입을 맞췄을 겁니다. 넷 다 한통속이 되어 허우적거리는 우리를 낚으러 온 게 분명합니다. 휴우~~~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기영 그룹 김유종 회장의 걱정에 JJ 그룹 김점백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반해 대표적 친일기업인 광명 그룹 이완영 회장과 대유 그룹 문일권 회장, 현주 그룹 정성수 회장은 빙그레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눈을 맞추었다.
오늘 모임은 박지홍의 파상공세에 대항해 공조체제를 갖추자는 오성 이병석 회장의 요청에 따라 10대 그룹 총수가 모인 것이었다.
그런 취지로 알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지웅과 김정무, 라운경, 최문석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여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불렀다는 이병석 회장의 말에 의심이 들긴 했지만, 특별한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해 수긍하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는 친일 기업과 정치인들이 아삼륙이 되어 미래 박지홍 회장이 벌여놓은 판에 밥숟가락을 얻으려는 형국이었다.
“오성 그룹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참고 이겨내야지 어쩌겠습니까? 이 모든 일이 저로 인해 빚어진 일인데.”
“그건 다 핑계일 뿐입니다. 이미 우리를 잡아먹겠다고 작심한 상태에서 핑곗거리를 찾은 것에 불과한 겁니다. 회장님과 김일권 공대장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그렇게 다급하면 힐러가 많은 해외에서 찾아도 될 것을 남포에서 한창 사냥 중인 힐러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게 온당한 짓입니까?”
“최주욱을 핑계로 대유 백화점을 공격할 때부터 흑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벽사목인가 뭔가 하는 거로 돈을 벌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작심하고 하는 짓입니다. 근본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상놈이 돈이 생기자 눈이 벌게져서 천방지축 날뛰는 겁니다.”
오성 이병석 회장이 항간에 떠도는 루머를 입에 올리자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광명 이완영과 대유 문일권, 현주 정성수가 박지홍을 미친개처럼 물어뜯었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 으르렁대는 건 충분히 이해했지만, 인신공격과 생떼는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김유종 회장은 이런 엉터리 회의를 개최한 진짜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인자한 사람인 척 행동하는 이병석 회장의 얼굴에서 답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저도 그만 일어나야겠군요.”
“김 회장까지 가시면 회의가 물거품이 됩니다. 조그만 참고 이야기를 더 나눠보시죠.”
“선약이 있어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김유종 회장이 일어서자 JJ 그룹 김점백 회장도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회의실을 떠났다.
커다란 회의실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친일기업 오성 그룹 이병석 회장과 광명 그룹 이완영 회장, 대유 그룹 문일권 회장, 현주 그룹 정성수 회장만이 남게 됐다.
“쯔쯔쯔쯔~ 사람들이 저렇게 조급해서 어찌 큰일을 하겠다고.”
“그렇게 말입니다. 10대 기업이 서로 공조체제를 구성하는 일을 1~2시간이면 끝날 일로 생각하다니.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느긋하게 서로의 이견을 조율해도 일이 성사될까 말까 한데, 저리 서둘러서야 될 일도 안 되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업은 진중함이 생명인데 그걸 모르는군요.”
“사담은 이제 그만하고 세 분은 어쩌실 요량입니까?”
“저희는 이병석 회장님을 따르기로 이미 사전에 결정을 봤습니다.”
“저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올해 오성 전자와 오성 상사, 오성 반도체, 오성 레드몬까지 이익이 엄청나다는 소문입니다. 그 돈이면 박지홍의 공격을 막고도 남을 거라 하더군요.”
“다 뜬소문입니다. 작년보다 쪼금 올랐습니다.”
“이익이 300%나 신장했는데, 조금이라고 하시면 30% 신장한 저희는 뭐가 됩니까?”
“하하하하~ 본의 아니게 내가 정 회장을 놀린 게 됐군요. 미안합니다.”
“농담입니다. 하하하하~”
같은 색깔의 사람들만 남자 회의는 유쾌하다 못해 웃음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럴 뿐 마음속엔 주판을 퉁기며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나 그 생각뿐이었다.
“공조체제가 별거 있습니까? 서로의 주식을 교차 보유해 우호지분을 늘리며 시장에 나온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죠.”
“그렇죠.”
“오성 전자 지분을 5%씩 넘겨드릴 테니 여러분도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넘기세요. 대신 시장에 나온 광명·대유·현주 그룹 주식을 10%까지 매수해 우호지분을 늘려드리겠습니다.”
오성 전자 주식 5%를 광명과 대유, 현주 주식으로 환산하면 대략 25%였다. 시장에 나온 주식 10%를 오성이 사들이면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잘못하면 늑대를 피하려다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 수도 있었다.
“회장님께만 부담을 안겨드릴 순 없습니다. 오성 전자 주식 2.5%에 저희 주식 10% 그리고 시장에선 5%까지 매입하는 것으로 하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대신 저희도 오성 전자 주식을 최대한 매수해 5%까지 우호지분으로 보유하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군요. 서로에게 부담도 적고 공조체제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선인 것 같습니다.”
광명 이완영 회장이 오성 이병철 회장의 조건을 낮추자 대유 문일권 회장이 거들고 나섰다.
사실 오성 그룹은 광명·대유·현주 그룹과 공조체제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 가족들이 가진 지분이 45%가 넘었고, 정부와 해외 펀드에서 가진 우호지분도 30%에 육박해 미래 박지홍 회장이 가진 15%로는 오성 그룹을 건들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조체제 운운하며 재벌들을 모은 건 오성도 조선애국회처럼 이 기회에 크게 한 건 하려는 속셈이었다.
크게 한 건 하려는 오성 이병석 회장이 이지웅 회장을 끌어들인 건 한해·조한·아삼 그룹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조선애국회가 가진 광명·대유·현주 그룹의 지분을 넘겨받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오성 이병석 회장은 겉만 뻔지르르한 한해·조한·아삼 그룹보단 속이 꽉 차 뜯어 먹을 게 많은 광명·대유·현주 그룹을 원했다.
현주 정성수 회장이 원하는 대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열 시간이 넘는 지루한 회의가 이어졌지만, 조율에 실패해 협상은 실무자에게 넘어갔다.
광명·대유·현주 그룹도 한해·조한·아삼 그룹과는 처지가 달라 콩고물을 주워 먹겠다는 생각으로 이병철 회장의 소집에 응한 것으로 끌려다닐 이유가 없었다.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 끝에 두 달 후 7월 10일이 돼서야 광명 이완영 회장의 요구에서 내용이 조금 수정돼 지분을 교차 보유하게 됐다.
오성 전자 주식 2.5%에 광명·대유·현주 그룹 주식 12.5% 교환, 주식 시장에서 오성 전자 주식 1.5% 매수, 광명·대유·현주 그룹 주식 7.5% 매수가 최종안이었다.
그러나 조선애국회가 가진 광명·대유·현주 그룹 주식 6%·4%·9%가 오성 그룹에 넘어간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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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이도 잘 크네.”
“네. 아주 씩씩해서 밥도 잘 먹고, 잘 뛰어다니고 있어요.”
“풍산이가 괴롭히지 않아?”
“드디어 밑으로 하나 들어왔다고 아주 신났어요. 보이기만 하면 발도 툭툭 차서 넘어뜨리고, 꼬리를 무는 통에 백호가 풍산이만 보면 경기를 일으켜요.”
“아이고~ 병신! 맞아 죽으려고 지랄이네.”
“저도 걱정돼서 하지 말라고 말려도 그때뿐이에요.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어느새 나타나 백호를 괴롭혀요.”
“이놈의 자식! 풍산~ 풍산~ 풍산~~~”
풍산을 부르자 풍연·풍비·풍인·풍아·풍영이 목소리에 베인 짜증을 알아듣고 먼저 달려와 부동자세를 취한 후 내 눈치를 살폈다.
뒤따라 달려온 아리와 소희의 애견 풍리와 풍희도 언니들 옆에 서서 다가올 폭풍에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정작 이름을 부른 풍산은 가장 늦게 달려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좌우를 둘러보다 내 눈과 마주치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놈의 자식! 평소에도 사육사들 말 안 들어서 애를 먹이더니 이젠 백호까지 괴롭혀? 먼지 나게 맞아볼래?”
“끼잉~”
“이게 어디서 불쌍한 표정이야. 똑바로 안 서?”
커다란 고함에 놀란 풍산이 빠짝 군기가 든 이등병처럼 각을 잡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전투력 640, 몸길이 2.1m, 무게 85kg으로 자란 풍산은 제법 레드독의 자태를 갖췄지만, 누나들과 비교하면 강아지 수준으로 같은 뱃속에서 나온 풍리와 풍희보다도 작았다.
이 때문에 막내 취급을 받으며 언니들에게 매일 얻어터지며 남자 망신은 다 시키고 있었다.
보통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 기가 죽어 얌전한데, 풍산은 전생에 개망나니였는지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빨빨거리며 말썽을 피워댔다.
오죽하면 사육사들이 풍산개가 아니라 3대 악마견인 슈나우저(Schnauzer), 비글(Beegle), 코커스패니얼(Cocker spaniel)이 모양을 바꾼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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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