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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70화 (270/505)

00270  변종 모스키토  =========================================================================

270.

“박사님! 모기 레드몬 열 마리만 준비해 주십시오. 실험할 게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최정준 박사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통제구역으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총을 든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이 삼중으로 지키는 통제구역은 신분확인과 홍채인식을 거친 후에야 들어설 수 있었다.

“김영은 박사!”

“네, 박사님!”

“모기 레드몬 열 마리만 준비해줘.”

“네. 잠시만요.”

“저와 15년째 같이한 친구입니다. 제 바로 아래로 레드몬 연구소 수석연구원이죠. 매우 유능한 친구니까 제가 자리를 비우면 이 친구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최정준 박사의 오른팔인 김영은 박사가 특수 유리에 담긴 모기 레드몬 10마리를 가지고 나왔다.

“상아야! 내가 먼저 텔레파시로 말 걸어봐.”

“네, 오빠!”

상아가 텔레파시를 보내자 모기가 특수 유리를 뚫고 나오려는지 뾰족한 침으로 쪼아대고, 대가리를 들이받으며 미친놈처럼 발광했다.

“뭐라고 했는데 저 지랄이야?”

“안녕! 이 영상밖에 보낸 게 없어요.”

“인사했다고 화를 내? 완전 똘아이네.”

미쳐 날뛰는 모기를 살기를 쏘아 죽이자 서인이 앞으로 나와 옆 칸에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를 죽음의 비명으로 공격했다.

“퍽!”

서인이 강력한 음파인 죽음의 비명을 머리에 쏘자 1초 만에 머리가 터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파괴력 짱!”

“그래봐야 모기만 따로 죽일 수도 없잖아요.”

“노력하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너무 실망하지 마.”

“네!”

죽음의 비명은 효과는 만점이었지만, 기감력을 터득하지 못해 가슴속에 든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

기감력을 터득해도 기감 거리가 짧아 당장 써먹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기감력을 터득한 상아와 아영도 기감 거리가 200m에, 한 번에 기감할 수 있는 숫자도 최대 5개에 불과했다.

처음 30m, 50m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500m는 넘어야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라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가장 기대를 모은 소희가 앞으로 나섰다. 관념이나 결심, 행동을 유발하는 소희의 암시가 모기의 단순한 뇌를 자극했다.

암시가 먹혔는데 요란하게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던 놈이 날개를 접고 바닥에 얌전히 앉아 가만히 있었다.

“뭐라고 한 거야?”

“온종일 날아다녀 더는 날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고 암시를 걸었어요.”

“그런 복잡한 암시를 3초 만에 완성한 거야?”

“쉬어 칸의 레드주얼 덕분이에요.”

“효과가 50% 상승한다고 암시를 그렇게 빨리 완성할 수 있어?”

“효과 50% 향상 안엔 마인드컨트롤과 관련된 모든 것이 포함돼 있어요. 암시 효과, 속도, 지속시간, 후유증까지요. 덕분에 암시가 걸리는 속도도 빨라졌고, 효과도 크게 향상했어요.”

“다른 놈들도 걸어봐.”

“네.”

아영이 암시를 걸자 모기 8마리가 다양한 자세를 취했다. 침이 망가진 것도 모른 채 유리벽을 쪼아대는 놈, 죽은 것처럼 배를 하늘로 하고 누워 있는 놈,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행동을 반복하는 놈까지 아영의 명령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수행했다.

“암시는 숫자 제한이 없어?”

“사람들한테 말 걸 때 제한이 있나요?”

“없지.”

“암시도 말 거는 것과 같아서 숫자 제한은 없어요. 포스양과 수준이 문제가 될 뿐이죠.”

“서로 싸우게 할 수도 있어?”

“네.”

김영은 박사에게 두 마리와 세 마리가 든 통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마리는 날개가 떨어지고 다리가 잘리는 것도 모른 채 싸우다 죽었고, 세 마리는 두 마리가 협공으로 한 마리를 죽이고 살아남은 두 마리가 싸우다 상잔했다.

“전술이 아주 고차원적인데.”

“암시 스킬도 상아 언니의 텔레파시처럼 제가 원하는 영상을 주입하는 거라 상황에 맞는 설정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텔레파시와 전달 방법이 같은데, 결과는 정반대네.”

“언니의 텔레파시는 타인이 보여주는 영상이고, 암시는 자기가 생각하는 영상이죠. 그래서 텔레파시는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암시는 자기 판단이라고 믿는 거예요.”

“최대 몇 마리나 암시를 걸 수 있어?”

“모기는 저항력이 약해 10마리까지 가능해요. 아영이 언니가 도와주면 15마리까지 가능하고요.”

“죽도록 열심히 훈련해야겠다.”

“지금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데요.”

“최최하급인 모기도 고작 10마리밖에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저 이제 만으로 열일곱 살밖에 안됐어요. 그리고 이 정도 능력이면 나쁜 거 아니에요.”

“먀샤는 너보다 한 살 어린 열여섯 살에 에오히푸스를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 치유의 대천사 라파엘이 됐고, 상아와 아영이도 네 나이 때 이미 중급 멘탈리스트였고.”

“먀샤 언니와 상아 언니, 아영이 언니는 천재 중의 천재잖아요. 어떻게 둔재인 저랑 비교해요?”

“그러니까 더 노력해야지. 둔재가 천재 발뒤꿈치라도 따라가려면 두 배, 세 배 노력해야 하는 거 몰라?”

“그래서 제가 둔재라서 싫으세요?”

“아니, 좋아! 흐흐흐흐~”

“아으~ 음흉해.”

“험! 이곳은 신성한 연구실입니다. 이상한 행동은 밖에 나가서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소희와 애정행각을 벌이자 김영은 박사가 불쾌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1960년생인 김영은 박사는 올해 35살의 노처녀로 연구에 미쳐 남자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남자들이 김영은 박사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인물과 몸매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지만, 최정준 박사를 그대로 빼다 박아 머리는 헝클어졌고, 옷은 꼬질꼬질했다.

또한, 두꺼운 뿔테안경과 돋보기 렌즈로 미모가 곤두박질쳐 남자에게 호감을 주긴 어려웠다.

남자와 사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접근하는 남자는 없고, 나이가 들수록 욕정은 끓어오르고, 화를 풀 곳이 없으니 히스테리로 애먼 연구원들만 잡아댔다.

‘아이고~ 닮을 게 그렇게 없나? 지저분한 걸 닮게. 그러니 35살 먹도록 남자 손목 한 번 못 잡아봤지. 몸매가 아깝다. 쯔쯔쯔쯔~’

“얼마나 지속되는데?”

“그건 이제부터 확인해야죠.”

3초짜리 암시는 10분이 지나자 효과가 사라졌고, 두 번 연속으로 걸자 효과가 30분간 지속됐다.

소희의 가세로 모기 레드몬을 방어할 무기가 한 가지 더 생겼지만, 서인과 마찬가지로 모기를 찾아낼 능력이 없어 당장 도움이 될 전력은 아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훈련 강도를 올려야겠어.”

“얼마나요?”

“아침 5시부터 7시까지 명상, 7시부터 8시까지 30km 달리기,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승무도, 8시부터 9시까지 서킷 트레이닝, 9시부터 10시까지 파르쿠르, 토요일과 일요일엔 풍산개 타는 훈련 2시간.”

“명상 빼곤 크게 달라진 게 없네요.”

“조끼 무게 1.5배로 늘리고, 저녁 시간 내내 입고 훈련할 거야.”

“1.5배는 너무 무거워요.”

“그동안 능력치도 많이 올랐잖아. 그 정도 무게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서킷 트레이닝 때만 입었지 파르쿠르와 승무도 할 때는 안 입었잖아요. 무게가 1.5배나 늘어나는데, 2시간을 더 입고 뛰는 건 무리예요.”

“연리지주얼도 있고, 은행나무 알약도 있고, 익수영진고 있고, 보양식도 꼬박꼬박 먹고, 아영의 정화수에, 아리의 힐링 스킬까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녹초가 돼 다음날 못 일어날까봐 그래?”

“그건 아니지만, 한꺼번에 훈련량을 두 배나 늘리는 건 너무 가혹해요.”

“가혹한 게 뭔지 보여줘?”

“그런 뜻이 아니라...”

“아침부터 조끼 입고 100km씩 뛰어 볼래?”

“헉!”

“아잉~ 오빠~앙! 소희가 어려서 말실수한걸 갖고 왜 그래요.”

“지홍아!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한 번만 봐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희를 아리와 서인, 상아, 아영이 급히 뒤로 끌어내고 달라붙어 어깨와 팔다리를 주무르며 아양을 떨어댔다.

언제나 사랑과 관용(?)으로 아내들을 보살피는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사냥할 때와 훈련할 때로 이때만큼은 피도 눈물도 없는 조교로 변해 가혹하리만치 아내들을 다뤘다.

이를 알고 있는 아내들은 이와 관련된 일은 일절 토 달지 않았다. 말대꾸라면 일등인 은비조차 이때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눈을 반달로 만들어 내 기분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 너희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훈련시키는 사람이 가장 힘든 거 몰라?”

“그럼요. 오빠가 제~일 고생이죠.”

“소희가 뭘 몰라서 그랬어요. 한 번만 이해해주세요.”

“피와 살이 되라고 고생고생하며 시키는데 그게 가혹해?”

“가혹하다니요. 오빠가 아니었으면 저희가 이런 뛰어난 실력을 꿈꿀 수나 있겠어요? 그렇지, 아영아?”

“그럼! 난 오빠 아니었으면 능력자가 되지도 못했어. 술집에서 몸 팔다가 병들어 죽었을 거야. 그럼 동생들도 굶어 죽겠지. 오빠는 나만 살린 게 아니라 아정, 아솔, 아림이까지 모두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야.”

“나도 그래. 지홍씨가 없었다면 아직도 문정수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고 있을 거야. 그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나를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사람이 지홍씨야. 난 지홍씨가 원하는 일이라면 지옥 유황불이라도 뛰어들 수 있어.”

“저도 그래요. 그날 오빠가 토굴에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오빠가 있어 두렵고 무서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고, 오빠가 있어 행복할 수 있었어요.”

“나도 그래요. 오빠가 언니와 엄마의 원수를 갚아줘 가슴 속에 맺힌 원한을 풀 수 있었어요. 만약 오빠를 만나지 못했다면 원수를 갚겠다고 놈을 찾아갔다가 고통 속에 신음하다 죽었겠죠.”

“장난친 건데 왜들 이래? 사람 무안하게.”

“지홍이는 참 좋겠다. 이렇게 좋은 아내들이 있어서. 나도 그 안에 끼어 있어서 너무 행복해.”

“아리 너까지 왜 그래?”

“서인 언니, 상아, 아영이, 소희, 나 그리고 이 자리엔 없지만 소연, 은비, 한숙 언니 모두 널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거 절대 잊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소희를 놀려주려 한 행동이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서인, 상아, 아영, 소희가 한 말은 고맙고 깊이 사랑한다는 뜻이지만, 그녀들에겐 가장 아픈 상처였다.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그와 관련된 일은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는데... 장난에 그만 상처를 건들고 말았다.

“모두 이리와.”

팔을 넓게 벌려 아내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자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더 큰 사랑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너희만 있으면 돼. 돈? 명예?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너희만 내 곁에 있으면 돼. 그거면 난 행복해.’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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