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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67화 (267/505)

00267  코디악 베어(Kodiak Bear)  =========================================================================

267.

5분을 기다리자 뼈까지 아작아작 모두 씹어 먹은 코디악 베어가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에서 벗어나 굶주린 배까지 채우자 기분이 좋은지 기지개를 켜듯 몸을 쭉 펴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신장 9m의 거인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모습은 징그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붉다 못해 검게 보이는 털가죽, 날카로운 이빨, 기다란 발톱, 솥뚜껑보다 더 큰 발은 놈이 우스꽝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숲을 지배하는 지배자임을 각인시켜줬다.

B급 엘리트 레드몬 : 코디악 베어

전투력 : 7555

지능 : 131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37,910

스킬 : 알 수 없음

“우워워워~~~”

배를 쓰다듬으며 크게 기지개 켜던 놈이 살기에 놀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했다.

“쒸우웅~”

“우워억~”

가슴으로 날아든 파란 창을 코디악 베어가 다급히 앞발로 쳐냈다. 용케 솥뚜껑만 한 오른발로 이쑤시개 같은 창을 정확히 쳐냈지만, 창에 실린 강대한 힘을 막아내지 못해 5m나 붕 날아올라 땅에 처박혔다.

“콰당!”

창을 후려친 손이 너덜너덜해져 피가 흘렀고, 충격에 뼈가 부러졌는지 팔이 덜렁거렸다.

강력한 전류가 손을 타고 흐르자 몸까지 마비돼 버둥거리기만 할 뿐 일어서지도 못했다.

“쒸우웅~”

파란 예기에 싸인 창이 다시 날아오자 놈이 필사적으로 몸을 굴려 창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오른쪽 허벅지에 창이 꽂혔다.

“우워억~~~”

비명을 질러대는 코디악 베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허벅지를 뚫고 들어간 창이 땅에 박혀 족쇄처럼 다리를 묶자 달아나지도 못한 채 버둥대기만 했다.

창을 들어 올리자 코디악 베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놈의 심장에 창을 던졌다.

번개처럼 날아간 창이 심장을 뚫고 지나가자 고여 있던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뺨을 적셨다.

“정말 레드주얼이 없어?”

“응.”

“이거 무늬만 B급 아니야? 지금까지 창 세 자루로 잡은 B급 엘리트 레드몬이 이놈 말고 또 있었어?”

“아니. 없어.”

“오빠, 이놈 덩치는 위협용이고 도망이 주특기 아니야?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완전 허당이네.”

“그러게 말이다.”

“이런 놈을 잡겠다고 꽃다운 여자 일곱 명이 엉덩이 다 까져가며 230km를 달려온 거야?”

“하하하하~”

B급 엘리트 레드몬 코디악 베어에선 레드주얼을 얻을 수 없었다. B급부터는 레드주얼을 100%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레드주얼이 없는 코디악 베어는 스킬 대신 강력한 힘과 단단한 피부, 빠른 발을 갖고 있었다.

이런 능력은 평범한 레드몬과 능력자를 상대론 큰 위력을 발휘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나에겐 전혀 위협이 되질 않았다.

더군다나 최상급 피지컬리스트와 최상급 멘탈리스트에 턱밑까지 도달하며 B급 엘리트 레드몬은 이제 내 상대가 아니었다.

운이 없게도 놈은 평범하지 않은 나를 만나며 발악 한 번 못해보고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하바롭스크뿐만 아니라 극동지역 전체를 위기에서 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약에 따라 일한 것뿐이에요.”

“B급 엘리트 레드몬을 고작 2,000만 달러에 처리해줄 사냥팀은 이 세상에 미래 레드몬 사냥팀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현금도 아닌 전자장비나 기계로 의뢰비를 대신하는데, 그런 의뢰를 받아줄 사냥팀이 어디 있겠습니까?”

“찾아보면 또 있겠죠. 호호호호~”

러시아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해 계약금과 레드몬 사냥 비용은 전액 무기로 받았다.

이런 사실은 야쿠보프 사령관과 몇몇 측근들만 아는 내용으로 소콜로프 하바롭스크 시장은 우리가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지 모른 채 전자장비나 기계류로 받는 줄 알았다.

우리가 러시아에서 사들인 무기는 작은 도시가 소유할 수준이 아니었다. 대한민국도 구매할 수 없는 고가의 무기들로 공짜로 줘도 유지할 능력이 없는 값비싼 최첨단 무기였다.

그런 무기를 우리가 가진 걸 김XX 대통령과 자유당이 알게 되면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알아도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날 일로 누구도 딴지를 걸 수 없는 힘을 갖출 때까진 숨기는 게 바람직했다.

“지난번 옐친 대통령께서 나진시를 방문해 요청한 내용 중 러시아 극동지역의 레드몬 사냥 건에 대해 회장님이 깊이 생각하셨어요.”

“저희는 말씀이 없으셔서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라 자처하는 옐친 대통령께서 요청한 사안을 잊을 수는 없죠. 시간에 쫓겨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뿐이에요.”

“그럼요. 옐친 각하께선 박지홍 회장님은 동생 그 이상으로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로 했어요.”

“어떤 제안이십니까?”

“러시아 극동지역 전체에 대한 무제한 사냥허가와 자유로운 출입을 보장하면 매년 15일에서 최대 20일까지 레드몬을 사냥할 계획이에요. 사냥한 레드몬은 엘리트 레드몬과 레드스톤을 빼고 나진시와 3:7로 나눠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에 공급할 계획이고요.”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연해주, 사할린 주, 아무르 주, 하바롭스크 주, 마가단 주, 캄차카 주, 축치 자치구, 사하 공화국으로 면적이 616만 9,300㎢로 한반도의 28배에 달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36%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에 인구는 고작 600만 명으로 전체 러시아 인구의 4.5%만이 이 지역에 살았다.

사람이 없다는 건 그만큼 낙후됐다는 뜻으로 극동지역은 시베리아와 함께 러시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땅이자, 가장 많은 레드몬이 서식하는 땅이었다.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12,173명의 능력자를 보유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소유한 국가치곤 능력자가 매우 적었다.

이 때문에 도시가 많은 우랄 산맥 서쪽에 블러디 나이트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며, 동쪽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은 사실상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저.저.저.정말 그 조건에 레드몬을 사냥해주실 수 있습니까?”

“네.”

“단장님이 말씀하신 조건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입니다. 미래 레드몬이 가져갈 이익이 너무 작습니다.”

“알고 있어요.”

“옐친 각하께 시베리아와 극동아시아의 땅을 요구해도 되고, 지하자원을 요구해도 얼마든지 들어주실 겁니다.”

사람은 없고, 레드몬만 득실거리는 러시아 땅을 받는다는 건 이익은 없고 의무만 진다는 뜻이었다.

옐친 대통령이 아무르나 연해주의 땅을 띄어준다고 하자. 받을 당시는 입이 찢어지고 대한민국 영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재산일 뿐 대한민국 땅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 내 땅이 있다고 그곳에 나라를 세울 수 있나? 아니면 내가 미국에 이민 간다고 그 땅이 미국 땅이 되나?

결국, 땅 때문에 사사건건 불려다니며 노력 봉사만 할 뿐 이익은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나, 금과 석유가 왕창 묻혀있는 땅, 산업인프라가 갖춰진 도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옐친 대통령이 미쳤다고 그런 땅을 주겠나?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나에게.

“옐친 대통령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하죠. 명색이 형·동생인데 대가를 바래서야 하겠어요?”

“회장님과 사모님들은 러시아의 은인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일 년에 15~20일을 사냥하면 평범한 레드몬 사냥팀을 기준으로 사냥물이 얼마 안 됐지만, 중급 레드몬 200마리를 하루에 잡는 우리 기준에선 결코 적은 날이 아니었다.

레드마우스처럼 레드몬이 한 곳에 몰려 있다면 하루에 수천 마리를 잡을 수 있어, 15일이면 한 지역을 깨끗이 청소할 수도 있었다.

우리 능력을 잘 아는 소콜로프 시장이 정말이냐고 재차 물어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소트니코바 특사에게 전달하면 된다. 우리와 옐친 대통령을 이어주는 끈 같은 존재인 소트니코바 특사에게 말하는 것이 옐친 대통령의 귀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소콜로프 하바롭스크 시장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야쿠보프 사령관처럼 우리에게 충성할 사람들을 늘리려는 한숙의 앙큼한 계획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년부터 러시아에 직접 투자도 하게 될 거예요. 시장님께서 편의를 봐주시면 하바롭스크에도 투자할 수 있어요.”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그 말 믿어도 되겠죠?”

“제 목숨을 걸고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럼 시장님만 믿고 투자할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바롭스크가 발전해야 소콜로프 시장도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정계로 진출할 수 있었다.

레드문 이후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으로 발령 난다는 건 좌천을 뜻하는 것으로 소콜로프 시장도 작년 나진시를 방문하기 전까진 아무런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텼다.

그러다 구세주처럼 등장의 우리를 만나고 모스크바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그런 생각은 극동지역에 있는 다른 시장들도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나 다름없는 한숙의 요구를 거절한 시장은 한 명도 없었다.

‘아내 중에 사람 다루는 능력은 한숙을 따라갈 사람이 없어.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장남인 정근욱 회장을 제치고 딸인 한숙에게 재산을 물려줬겠지. 인재는 인재야! 역시 내가 마누라 복은 타고났어.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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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니 살 것 같다. 그렇지 아영아?”

“네. 한 달이 1년 같이 길었어요.”

“나도 그래. 한 10년 만에 돌아온 기분이야. 떠날 때만 해도 이곳저곳 둘러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나가보니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

“저도 그래요.”

“또 언제 나가지?”

“5월 15일까지 독일에 가야 하니까 늦어도 14일엔 출발하겠죠.”

“이번엔 독일, 영국, 캐나다, 필리핀, 베트남, 호주까지 6개국이나 돌아야 하네. 아이고~”

3월 28일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가 한 달하고 이틀 만인 4월 30일 집에 돌아오자 은비와 아영이 곡소리를 냈다.

둘 만 그런 게 아니라 원정에 참가한 인원은 다 힘들었는지 집에 돌아오자 파김치가 되어 쓰러졌다.

일주일간 푹 쉬라고 휴가를 줬지만, 정작 편하게 쉴 수 있는 사람은 나를 빼면 그리 많지 않았다.

소연은 회사 일로, 은비는 시청 일로, 한숙은 특사들 면담과 사냥 일정 조율로, 서인은 미래 재단 일로 서울에도 가봐야 했고, 아영과 상아도 미래 아이 사랑재단과 문화체육부 일로 돌아온 날부터 바쁘게 뛰어다녔다.

“아리야! 많이 바빠?”

“아니. 괜찮아.”

“뭐하고 있었어?”

“짐 정리하고 있었어.”

“며칠 있으면 또 가야하는데 짐은 뭐하려고 정리해? 피곤할 텐데 편히 쉬지.”

“그대로 두면 보기도 안 좋고, 새로 챙겨야 할 것도 많아. 그리고 천천히 하는 거라 힘들 것도 없어.”

“이리와 봐.”

침대를 톡톡 두드리며 아리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달려와 엉덩이를 붙이며 앉았다.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아내들이 각자 맡은 일로 모두 출근한 사이 아리의 방을 찾았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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