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5 터키(Turkey) =========================================================================
265.
“중급은 한 마리당 한화로 10억 원 선이고, 새끼는 하급이라 1억 정도밖에 못 받아. 그렇게 계산하면 313억 원이야. 이걸 57로 나누면 한 사람당 5억 5,000만 원씩 돌아가.”
“거동이 불편해 못 나온 사람도 생각해야지.”
“아 맞다! 그럼 74명으로 계산하면 4억 2,300만 원이야.”
“레드스톤은?”
“이런...”
“계산 똑바로 안 해?”
“헤헤헤헤~ 미안!”
귀엽게 혀를 빼 물은 은비가 황급히 레드스톤 9개를 계산해 한 사람당 4억 7,700만 원이 74명에게 돌아갈 몫이라 알려줬다.
“살아 있는 사람만 주면 공평하지 않잖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잃은 전사자와 부상자도 줘야지.”
“한국 전쟁에 참전한 용사가 몇 명이나 되지?”
“14,936명. 이 중 741명이 전사했고, 2,068명 부상, 163명 실종. 전사자 중 462명은 부산 재한유엔 기념공원에 잠들어 있어.”
“전사자와 실종자 가족 904명에게 1억 원씩 주고, 부상자는 3,000만 원, 참전용사는 1,000만 원씩 계산하면... 2,720억 8,000만 원이네. C급 엘리트 레드몬 팔면 얼마나 나와?”
“사체가 150억 원이고, 레드스톤은 에너지양이 18,907이니까 25만 원 곱하기 3 곱하면 141억 8,000만 원 나오네. 프리미엄 20% 더하면 170억 원이니까 다 합치면 523억 원이야. B급 수놈까지 다 팔아도 한참 못 미치겠는데.”
“음... 샨리우르파에 레드몬으로 변이한 쌍봉낙타가 몇 마리나 있을까?”
“나미크 케말 특사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잠깐만 기다려.”
은비의 호출에 케말 특사가 황급히 응접실로 뛰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아닙니다. 뭣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잠시 뵙기를 청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또 실수한 게 있어서 그런 줄 알고...”
“그런 거 없습니다. 아주 만족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이곳 샨리우르파에 레드몬으로 변이한 쌍봉낙타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청했습니다.”
“대략 150마리 정도 됩니다.”
“모두 중급 레드몬입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30%는 새끼라고 보시면 됩니다.”
“좀 모자라는군요.”
“모자라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오빠가 한국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께 감사의 뜻으로 레드몬을 판돈을 조금씩 나눠주려 해요. 그런데 계산해보니 돈이 좀 모자라 쌍봉낙타를 더 잡아야 해서 특사님을 찾게 됐어요.”
“귀중한 정화수와 약까지 무료로 나눠 주시고, 계약에도 없는 C급 엘리트 레드몬과 중급 레드몬 30마리도 잡아주셔서 안 그래도 미안해 죽겠는데 돈까지 주다니... 안 됩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14,936명을 파병해, 904명이 죽고, 2,068명이 부상한 건 말이 됩니까?”
“그건 터키가 처한 상황을 모면하려 그런 것이지 대한민국을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회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나 역시 대한민국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샨리우르파 말고 쌍봉낙타 때문에 피해가 많은 곳이 어디입니까?”
“디야르바키르가 가장 피해가 많은 곳입니다.”
터키 남동부 티그리스 강 오른쪽 기슭에 자리한 디야르바키르(Diyarbakir) 시는 디야르바키르 주의 주도로 터키 내 쿠르드인의 중심 도시였다.
디야르바키르는 '바크르 사람들이 사는 지역(diyar)'이란 뜻으로 3세기 로마 식민지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온 고대도시였다.
전략적 요충지로 로마, 페르시아 제국, 비잔틴 제국, 아바스 왕조의 지배를 거쳐 1516년 오스만 제국에 넘어갔고, 이때부터 대도시로 성장했다.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케말 특사를 다독이고 다음 날 샨리우르파와 디야르바키르 지역에 있는 쌍봉낙타 203마리를 잡아 총 2,900억 원을 마련했다.
계획대로 전사자와 실종자 가족에게 1억 원을, 부상자에겐 3,000만 원을, 참전용사에겐 1,000만 원의 위로금을 나눠줬다.
그렇게 나눠주고 남은 돈 280억 원은 한국 전쟁 참전 용사비와 참전 공원 건설에 써달라고 터키 정부에 넘겨줬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작 우리가 떠나는 모습을 잠깐 보겠다고 몰려든 거야?”
“네.”
“몇 명이나 모인 거야?”
“100만 명이 넘어요.”
“헉!”
“참전용사들에게 베푼 온정이 크게 화제가 돼 어제 저녁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그 때문에 샨리우르파가 사람으로 미어터질 지경이에요.”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래?”
“터키 정부도 막을 방법이 없죠. 모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이니까요. 더구나 영원히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할릴 투르구트 외잘 대통령과 탄수 칠레르 총리 처지에선 절대 막을 일이 아니죠. 일부러라도 동원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우리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차도까지 점령하며 10분이면 도착할 공항을 2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미국,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한 터키에 대한민국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터키라는 나라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도 터키 국민은 유독 한국 사람에게 친절했다.
한국인처럼 정이 많아서 그런지, 역사 교육의 힘인지 알 순 없지만, 생계까지 팽개치고 달려와 우리 이름과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터키 국민에게 뜨거운 고마움을 느꼈다.
환송 인파를 헤치고 어렵게 공항에 도착하자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해 터키 정치인은 모두 나왔는지 1,000명이 넘는 정치인이 악수와 사진을 요구했다.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라 꼴불견이었지만, 진심으로 손을 흔드는 터키 국민을 생각해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어줬다.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박지홍! 박지홍! 박지홍!”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 후 전용기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활주로로 이동한 전용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올라 까마득히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샨리우르파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조일 일보와 대동 일보, 합동 일보는 오빠 욕하는 거로 지면을 채우기로 작심을 한 것 같아요. 일면부터 끝까지 모두 오빠 욕이에요.”
비행기가 기수를 틀어 러시아 하바롭스크로 향하자 신문을 뒤적이던 상아가 잔뜩 화가 나 옆에 앉으며 볼멘소리를 해댔다.
“광고 없지?”
“대기업 광고는 없고, 약 파는 광고만 가득해요. 비타민에 정력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약만 가득 있네요.”
“흥! 얼마나 버티나 보자.”
“광고가 끊겼다고 망하겠어요. 도와주는 친일파가 얼마나 많은데.”
“판매 부수도 급격히 줄어들었잖아. 그런 식으로 계속 적자가 누적되면 언젠간 문 닫겠지.”
벽사목 절반을 팔아 150조 원을 손에 쥔 소연이 이중 50조 원을 한숙에게 넘겼고, 한숙은 이 돈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
20조 원에 이어 50조 원이 추가로 주식시장에 투입돼 기업사냥에 나서자 100대 기업은 물론 10대 재벌까지 경영권 방어에 나서며 주식시장이 활활 불타올랐다.
살아남기 위해 유동자산 확보에 나선 재벌과 기업들이 부동산을 마구 팔아대며 주식시장과는 반대로 부동산은 폭락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헐값에 나온 토지를 모두 사들여 놈들에게 총알을 마련해주고 값이 2~3배씩 뛰어 오른 주식을 팔아치웠다.
엄청난 매물이 쏟아지자 연일 상한가를 치던 주식들이 곤두박질치며 15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 주식을 기업과 재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팔자 다시 한숙이 사들여 가격을 올랐다.
그렇게 작년 7월 오성 그룹과 김일권 공대장으로 촉발된 주식 전쟁은 4월 현재 100대 기업 중 절반에 육박하는 47개 기업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했고, 10대 재벌 중 3개는 40% 이상, 나머지 7개도 20~30%의 주식을 거머쥐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은 전문경영인을 고용하는 동시에 회계감사에 들어가 전임 경영주 일가가 빼돌린 회사 돈을 회수하고 죄를 물었다.
경영권을 빼앗지 못한 기업들도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회계감사를 추진하는 등 재계는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친일언론에 퍼주던 광고를 모두 끊고, 친일단체에 대주던 지원도 모두 끊어버렸다.
이 때문에 조일과 대동, 합동 일보를 포함해 친일, 친미, 친중, 친정부 성향의 수많은 언론이 곤궁에 처했고, 친일단체와 친정부 단체들도 지원이 끊겨 손가락만 빨아댔다.
아직도 많은 친일재벌과 친일성향의 정부가 남아 있어 당장 굶어 죽는 일은 없겠지만, 살림이 쪼그라들어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었다.
“소연아, 악의적인 기사 쓴 놈들 모두 고소했지?”
“응. 서정재 법무팀장이 한 명도 빠짐없이 고소하고 있어.”
“비판하는 건 상관없지만, 날조기사 쓰는 놈들은 절대 봐주면 안 돼.”
“알았어.”
허위사실을 기사화한 조일, 대동, 합동 신문과 기사를 쓴 기자들을 고소한 건수만 200건이 넘었고, 소송금액도 천억 원대에 육박했다.
주로 허위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청구했다. 쓰레기 언론과 시시콜콜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웬만한 오보나 허위기사는 거들떠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우리를 만만하게 본 놈들이 기사가 아닌 소설을 써댔고, 결국 아내들을 창녀로 모는 기사까지 썼다.
그 일로 꼭지가 돌아 조금이라도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쓰면 바로바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렇다고 나를 욕하거나 비난한 기사를 고소하진 않았다. 욕먹을 짓을 했으면 욕을 먹는 게 당연했고, 정당한 비판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대한 일보와 단군 일보, 단국 방송도 이런 내 성향을 알고 자주 잘못된 점을 꼬집고 비판했다.
나는 힘으로 언론을 막을 생각이 없다. 내가 조일, 대동, 합동 신문을 가만두지 않는 건 놈들이 기사가 아닌 소설과 협잡질로 돈을 벌기 때문이었다. 놈들도 정당한 기사를 쓴다면 광고를 끊고 고소장을 남발할 이유가 없었다.
진짜 재미있는 건 200건의 고소와 수천억 원의 소송 중 우리가 이길 확률을 가진 소송은 많지 않았다.
담당 판사가 모두 친일파로 구성됐고, 허위기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통념상 대부분 벌금 몇 푼과 정정기사로 사건이 마무리될 전망이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에 출판한 ‘법철학’이란 책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며 쓴 말이었다.
오다카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건 실정법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이후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것으로 와전돼 우리가 즐겨 쓰는 말이 됐다. 개인적으로 악법도 법이다는 말이 참 쪽발이다운 말이라 생각한다.
사리에 맞지 않는 악법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특정인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국가와 국민에겐 해가 됐지 득이 되진 않았다.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규범이자 관습이었다.
만인에게 공평해야 할 법이 특정 개인이나 특정 단체를 위해 존재한다면 그건 사회질서 유지와 정의 실현이 아닌 법이란 이름으로 휘둘러지는 폭행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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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