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4 터키(Turkey) =========================================================================
264.
“상아는 계속 주변을 탐지하고, 아영이는 언니들 서포터 잘해.”
“네!”
“아리는 놈들이 다가오면 가시덩굴로 감싸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응.”
“소연이와 은비, 서인이는 안에 든 놈들 새끼까지 남기지 말고 다 잡아. 불쌍하다고 봐주면 안 돼.”
“알았어.”
“소연아!”
“응?”
“현무는 이번 전투에 사용하지 마. 곡창지대 불바다 되면 골치 아파져.”
“알았어.”
“소희는 풍산개하고 백호 잘 돌봐. 알았지?”
“네, 오빠!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
“쒸우웅~”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간 은행나무창이 한가로이 풀을 뜯던 암컷 쌍봉낙타의 배를 뚫고 뒤에 있던 또 다른 암컷의 가슴에 깊숙이 박혀 들었다.
“메에에헤헤헤~~~”
비명에 놀란 쌍봉낙타들이 급히 모여들어 창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친구처럼 반갑게 손을 흔들며 미소 짓자 화가 난 쌍봉낙타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뛰어왔다.
신장 4.5m, 무게 1.5ton의 중급 쌍봉낙타 28마리가 한꺼번에 달리자 땅이 울리며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그 뒤로 신장 6.5m의 암컷과 7.5m의 수컷이 졸병을 앞세운 장수처럼 느긋하게 따라왔다.
28마리가 쏘아대는 가래침을 피해 오목한 지형으로 유인해 들어가자 땅에서 가시덩굴이 솟아올랐다.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덩굴이 갑자기 솟아나 앞을 가로막자 전력으로 달려오던 중급 쌍봉낙타들이 다급히 멈춰 섰다.
쌍봉낙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주변을 감싼 가시덩굴이 흩어진 양 떼를 몰 듯 놈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때론 지렁이처럼 꿈틀대고, 때론 채찍처럼 매섭게 휘둘러 쌍봉낙타를 겁주는 모습은 서인이 사용할 때와는 위력이 질적으로 틀렸다.
‘레드주얼도 쓰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심한 건 어쩔 수가 없네.’
풀밭에 숨어 있던 소연과 은비, 서인이 방패를 앞을 막으며 다가와 가시덩굴에 갇힌 쌍봉낙타를 향해 스킬을 난사했다.
은비의 뇌우가 날아들자 강력한 회오리 포스와 함께 작은 벼락이 우수수 떨어져 10마리가 넘는 쌍봉낙타를 지져댔고, 소연의 데스 홀드에 걸린 놈들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고통에 입만 벌리고 있었다.
서인의 비명에 걸린 놈들은 머리를 땅에 처박고 발로 바닥을 박박 긁어대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러나 서인의 침묵 스킬에 반경 500m가 고요 속에 빠지며 쌍봉낙타의 처절한 비명은 들을 수조차 없었다.
“퇫퇫퇫퇫퇫~”
가시덩굴이 솟아나 부하들을 가두자 엘리트 레드몬 수놈이 더럽게 산성침을 쏘아 가시덩굴을 잘라냈다.
다행히 가시덩굴은 식물성이라 산성 침에 녹아내리진 않았지만, 강력한 타격력은 버티지 못하고 잘려나갔다.
암컷도 수컷을 따라 가시덩굴을 공격하자 쌍봉낙타를 가둔 덫에 구멍이 뚫리려 했다.
“피용피용~ 피용피용~
재빨리 다가간 구미호가 C급 암컷과 B급 수컷을 공격했다. 전갈 꼬리처럼 둥글게 말려 일어선 꼬리에서 레이저가 연속으로 발사되자 수컷이 앞으로 나섰다.
“팅팅팅팅팅~”
암컷의 몸을 가로막은 수놈의 몸에서 투명한 방어막이 생겨나 구미호의 레이저를 튕겨냈다.
B급 엘리트 레드몬 : 쌍봉낙타 수놈
전투력 : 6517
지능 : 119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31,129
스킬 : 알 수 없음
C급 엘리트 레드몬 : 쌍봉낙타 암놈
전투력 : 4881
지능 : 111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18,907
스킬 : 알 수 없음
“퇫퇫퇫퇫퇫~”
살기를 투사하자 화가 난 수놈이 입을 쭉 내밀고 침을 쏘아냈다. 투명한 방어막을 통과한 산성침이 총알처럼 날아들었다.
“퍽퍽퍽퍽퍽~”
“치이익~ 치이익~”
재빨리 옆으로 물러나자 땅을 파고든 산성침이 흙을 녹이며 하얀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가 피워냈다.
연기와 함께 입 냄새도 함께 나는 것으로 보아 평생 이빨은 한 번도 안 닦을 것 같았다.
‘이빨 좀 닦고 침을 뱉든지.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네. 하긴 침 뱉는 놈이 예의가 있을 턱이 없지. 나쁜 새끼!’
블링크를 사용하자 신형이 쭉 늘어나며 순식간에 암놈의 뒤로 돌아갔다. 창을 재빨리 던지고 혈기탄을 쏘아냈다.
“쒸우웅~”
귀가 예민한 동물답게 소리만으로 위험을 감지한 암컷이 빠른 발을 이용해 가까스로 창을 피해냈다.
하지만 숨을 돌리기도 전에 소리 없이 다가온 빨간 구슬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섬뜩한 느낌에 녀석이 펄쩍 뛰어올랐지만, 혈기탄은 이미 가슴을 파고들어 혈맥에 녹아들었다.
“펑펑펑!”
“메에에에헤헤헤헤~~~ 쿵!”
가슴을 파고든 혈기탄이 혈맥을 터뜨리자 처절한 비명을 질러댄 암컷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암컷의 눈과 입, 귀,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수컷의 크고 아름다운 눈에서 분노의 화염이 일었다.
“메에에에에엥~~”
“퇫퇫퇫퇫퇫~”
분노한 수컷이 괴성을 질러대며 가래침을 쏘아대자 폭우가 쏘아지듯 산성 침이 날아왔다.
그래봐야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쏟아지는 산성침을 여유 있게 피하며 은행나무창을 꺼내 들었다.
“차앙~”
은행나무창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1.5m로 늘어나자 포스를 가득 불어넣어 수컷을 향해 던졌다.
파란 예기와 은색 전류에 휩싸인 은행나무창이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 투명한 방어막과 부딪혔다.
“쩌저정!”
“메에에에헤헤헤~”
유리창 박살내듯 방어막을 깨고 들어간 은행나무창이 수컷의 가슴을 절반 넘게 파고들었다.
창에 담긴 예기와 강력한 전류가 몸을 타고 흐르자 다리가 풀린 수놈이 바르르 떨다가 ‘쿵!’ 소리와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버둥거리는 수놈과 암놈의 목에 창 한 자루씩을 던져 재빨리 숨통을 끊었다. 레드몬 사냥꾼이 된 후 꼭 지키려는 철칙이 하나 있었다.
상대를 최대한 고통 없이 죽이는 것, 그게 어렵다면 최대한 빨리 고통을 없애주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레드몬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
나와 구미호가 B급과 C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하는 사이 아내들도 가시덩굴에 갇힌 중급 쌍봉낙타 30마리를 모두 잡아냈다.
“풍연·풍비·풍인·풍아·풍영!”
“왈왈!”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풍산개들이 대답하며 번개같이 뛰어와 도열했다. 이것만 봐도 녀석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우리는 무늬만 주인이었어. 진짜 주인은 오빠야!”
“싫으면 반납하던지.”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럼 조용히 타고 다녀.”
“우쒸!”
“가서 새끼들 죽이고 물어와.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돼. 알았어?”
“왈왈! 왈왈!”
명령을 내리자 4m에 육박하는 풍산개 다섯 마리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10분쯤 기다리자 녀석들이 피를 흘리며 죽은 쌍봉낙타 새끼를 질질 끌고 왔다.
“첩보위성에 찍혔을 수도 있겠는데.”
“잡초도 무성하고 듬성듬성 나무도 있어 위성으론 찍기 어려워.”
“멀리서 고성능 카메라도 찍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일부러 사방에 언덕이 있는 지형을 고른 거야.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한 찍을 수 없게.”
“미국은 중고도 무인항공기인 MQ-1 프레데터(Predator)와 고고도 무인항공기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개발했어. 아직 실전배치 했는지 알 순 없지만, 조심해야 해.”
“MQ-1 프레데터는 몇m 상공에서 찍는데?”
“최대 7,000m로 알고 있어.”
“녀석은 눈으로 찾을 수 있으니 문제없고. RQ-4 글로벌 호크는?”
“그건 아직 비공개라 제원을 알 수 없지만, 고고도니까 최소 15,000m는 넘을 거야.”
“글로벌 호크도 날씨만 화창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네. 문제는 항상 하늘을 바라보고 다닐 수는 없다는 건데. 그렇다고 장거리 지대공 유도탄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아주 골치 아프네.”
“고고도 정찰기가 개발 완료돼 실전 배치됐다는 뜻은 아니야.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말이었어.”
소연의 말처럼 전투 모습을 감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내가 글라디우스와 창을 사용하는 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구미호와 현무가 나를 돕는다는 건 아직 몰랐다.
혈기탄, 냉기탄, 전류, 살기투사, 블링크, 흡기, 참격, 기감력 등 스킬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소연과 은비가 중급 멘탈리스트가 되며 새롭게 얻은 데스 홀드와 컨퓨전, 뇌우와 벼락, 그리고 아리의 가시덩굴, 서인의 비명까지 각국 첩보기관이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대략적인 개요지, 상세한 건 아는 게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날카로운 보검보다 숨겨둔 작은 비수가 무서운 법이었다.
“이건 또 뭐야?”
“왜?”
“낙타에서 나온 레드주얼이 산성용액을 만드는 기능밖에 없어. 정말 어처구니없다.”
“생산용 레드주얼이야?”
“그러게 말이다. 공장 차려도 되겠다.”
수놈에서 나온 레드주얼은 크기가 2cm로 반쯤 물이 차 출렁이는 모습이었다. 연기가 폴폴 나 뜨거운 온수라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강산성 용액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 연기였다.
“중급 쌍봉낙타에 몇 방울만 떨어뜨려봐.”
“왜?”
“부식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소연의 요구대로 소주잔 한잔 정도의 산성용액을 쓰러진 쌍봉낙타 배 위에 부었다. 지글지글 타오른 산성용액이 가죽을 뚫고 배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았다.
양을 줄여 한 방울 떨어뜨리자 2cm 크기의 작은 구멍이 뚫렸다. 양이 적어 깊숙이 파고들지는 못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기대감이 한껏 고조돼 C급 엘리트 레드몬의 다리에도 산성용액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연기만 날 뿐 가죽을 뚫진 못했다.
그래도 털이 타며 가죽이 조금 얇아져 강력한 파괴력을 동반한 무기와 함께 사용하면 가죽을 뚫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총알이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에 적용해 사용하면 되겠다.”
“어떻게?”
“탄두 앞부분에 산성용액을 장착하면 관통력이 크게 향상될 거야. 총알은 크기가 작아 효과가 미미해도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산성용액만 충분하면 C급 엘리트 레드몬의 가죽도 뚫을 수 있을 거야.”
“맞추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크기를 소형화해 속도를 높여야지.”
“신기전에 사용하게?”
“응.”
작년 5월 상아의 디텍팅 스킬을 활용한 레이더 개발에 착수했다. 그와 더불어 근접방어체계를 장갑차에 적용한 신기전 개발도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소연은 신기전에 사용할 소형 날개안정분리철갑탄에 쌍봉낙타의 산성용액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소연의 생각대로 효과가 있을지 아직 미지수지만, 산성용액을 무기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중급 레드몬까진 아주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다.
단, 빠르게 움직이는 레드몬을 맞춘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