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2 터키(Turkey) =========================================================================
262. 터키(Turkey)
“이번 사냥은 터키 쌍봉낙타와 러시아의 코디악 베어에요. 원래 일정은 터키 사냥 후 독일과 영국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당사국 사정으로 인해 일정이 변경돼 러시아 사냥 후 5월 15일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넘어갈 예정이에요.”
“일정은 왜 바뀌었는데?”
“독일에서 의뢰한 B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가 돌연 행방을 감춰, B급 엘리트 레드몬 도베르만으로 사냥감을 급히 변경하며 일정이 바뀌게 됐어요.”
“누가 잡았나?”
“독일 정부가 조사 중인데 아직 전달받은 내용은 없어요.”
“B급 엘리트 레드몬을 꼭 우리만 잡으라는 법은 없잖아. 로스차일드 가문에 확인된 상급 능력자만 다섯 명이고, 이름을 모르는 능력자까지 더하면 여덟 명인데, B급 아니라 A급, 더 나아가 상급 레드몬도 사냥하겠다.”
“안 그래도 그 일로 강승원 국장이 알아보고 있는데, 유럽까진 아직 미래 안전보장국 요원들이 진출하지 못해 알아내긴 쉽지 않을 전망이에요.”
로스차일드 가문이 엘리트 레드몬을 잡는 게 문제가 아니라 레드주얼에 대해 알고 있느냐가 문제였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상급 능력자 8명을 보유하고 있는데, 레드주얼에 대해 모르길 기대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들이 나보다 레드주얼에 대해 먼저 알았을 가능성이 훨씬 큰데, 나만 알고 있기를 바라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았다.
나는 혼자였고, 그들은 여덟 명이나 됐다. 또한, 나는 이제 겨우 25살이었고, 그들 중엔 33살짜리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이제 기대하는 건 놈들보다 먼저 최상급 능력자가 되어 상급 레드몬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상급 레드몬을 공략해 한 등급 높은 레드주얼을 구해 놈들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만이 도태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었다.
“쌍봉낙타는 뭐야?”
“솟아오른 등이 하나면 단봉, 두 개면 쌍봉이라고 불러요.”
“낙타는 두 가지가 전부야?”
“네.”
낙타는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사막 지대에 사는 포유동물로 단봉낙타는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져 가축화됐고, 쌍봉낙타는 아직도 야생에서 살고 있었다.
낙타는 어깨높이 1.8m~2m, 꼬리 길이 50cm, 몸무게 250kg~680kg으로 빽빽하게 난 양털 같은 털 때문에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보였다.
터키는 청도 소싸움만큼 낙타 레슬링경기가 유명한 나라로 매년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에게 해(Aegean Sea)를 중심으로 많은 경기가 열렸다.
그중에서 에세수스 인근 셀주크에서 열리는 셀주크 낙타 레슬링경기가 가장 큰 대회로 2400년 전 고대 튀르크 시대부터 내려왔다.
낙타는 장거리 이동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동물로 하루 150km를 이동할 수 있고, 지구력이 매우 뛰어나 시속 40km로 1시간을 달릴 수 있다.
어떤 식물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초식성 동물로 최대 30일까지 물 없이 살 수 있고, 힘도 천하장사라 450kg의 짐을 싣고 다녔다.
터키에서 의뢰한 쌍봉낙타 수놈은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높이 7.5m, 꼬리 길이 2.5m, 무게 4.5ton이었다.
놈은 무리의 수장으로 C급 엘리트 레드몬 암컷 한 마리와 중급 30마리, 새끼 13마리를 거느리고 있어 놈을 잡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무리 전체를 잡아야 했다.
“지금 가는 도시는 터키 남동부의 고대도시 샨리우르파(Sanliurfa)에요. 고대부터 아나톨리아와 메소포타미아 북부 사이를 오가는 요충지로 예전엔 에데사라고 불렸어요. 오랜 세월 번영을 누렸던 도시로 6세기 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세운 방조제와 17세기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와 아브드알라흐만 사원 등 유적이 많이 남아있어요.”
“멋진 유적이 있으면 구경해야지. 매일 사냥만 다닐 순 없잖아.”
“준비할게요.”
사진에 찍힌 쌍봉낙타는 윤기 나는 황금빛 털에 눈이 크고 눈썹이 아주 길어 순해 보였다.
“눈망울이 촉촉한 게 순해 보이네.”
“얼굴하곤 성격이 전혀 달라요. 초식성이라 사람을 잡아먹진 않지만, 신경질적이고 포악해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죽여요. 건물은 물론 지나가는 차량까지도 공격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한 성깔 한다 이거지?”
“네, 성질이 아주 더러워요. 쌍봉낙타는 빠르기도 하지만 침을 쏘아 사람과 차량, 건물 등을 공격해요. 입에서 뱉는 침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빨라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느낄 정도예요. 위력도 대단해 중급 레드몬이 쏘는 침도 전차의 두꺼운 장갑도 뚫고, 성분도 산성용액이라 닿는 건 금세 녹여버려요.”
“산성용액? 참 희한한 놈도 있네.”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문제지만, 놈들이 샨리우르파의 곡창지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예요. 터키 정부가 10년에 걸쳐 황무지를 곡창지대로 만든 곳으로 놈들이 이곳을 차지하며 곡물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어요.”
“이런! 죽 쒀서 개 줬네.”
“이 때문에 터키 정부에서 수차례 토벌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많은 사상자만 냈어요.”
“그럼 폭격기나 전투기를 이용해 쫓아내면 되잖아.”
“그 방법도 여러 번 사용했지만, 곡창지대의 피해만 커졌어요. 폭격을 피해 달아났다가 황폐화한 토지는 버리고 주변에 멀쩡한 곡창지대를 차지했거든요.”
“이사도 다니고 제법 영리하네.”
“다음은 러시아에요. 이동할 도시는 나진시에서 북동쪽으로 780km 떨어진 하바롭스크에요. 극동 연방관구의 본부가 있는 러시아의 최동단 지역의 중심지로 지난해 10월 옐친 대통령 방문 때 알렉산드르 니콜라에비치 소콜로프 하바롭스크 시장이 함께 내방해 도시교류협약을 체결했어요. 협약 체결 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각종 생필품과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어요.”
“그때 시장들이 더 오지 않았어?”
“블라디보스토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유즈노사할린스크 시장도 함께 왔어요.”
“그쪽도 협약 체결한 거야?”
“네.”
“풍산개도 세 마리나 구해줬는데 신경 좀 써줘.”
“서로 만족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 10월 옐친 대통령 방문 후 블라디보스토크와 유즈노사할린스크에 주 1회 정기 노선이 설치됐고, 문화·체육 교류도 활발히 추진 중이었다.
잡다한 일이 많아 아직 레드몬 사냥 계획은 잡지 못했지만, 조만간 나진시가 안정되면 사냥에 나설 생각이었다.
옐친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일이라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인 사냥터와 레드몬 사체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어 부정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코디악 베어는 뭐야?”
“곰은 총 여덟 종류가 있어요. 자이언트판다, 안경곰, 느림보곰, 말레이곰, 반달가슴곰, 북극곰, 큰곰(불곰), 흑곰이 있죠. 코디악 베어는 큰곰의 일종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알래스카에 서식해요. 신장은 2.8m~3.0m, 몸무게 600~700kg으로 최대 4m에 무게 900kg인 놈도 발견된 적이 있어요.“
“서류에 쓰여 있는 것처럼 정말 코끼리도 잡아먹어?”
“서로 만날 일이 없어 잡아먹을 수도 없지만, 아프리카코끼리 비교하면 상대도 안 되죠. 아프리카코끼리는 무게가 5~6ton은 기본이니까요. 덤벼들었다간 밟혀 죽기 딱 알맞죠.”
“그럼 이건 왜 써 놓은 거야?”
“그만큼 힘이 세다는 뜻이에요. 커다란 수사슴도 한 방에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 큰 손에 싸대기 맞으면 정말 아프겠네.”
“죽죠.”
“크크크크~ 엘리트 레드몬이 사람 고기를 좋아해?”
“네. 쉬어 칸은 잘못 전달된 정보였지만, 코디악 베어는 확실해요. 먹다 버린 시체가 100여 구나 발견됐어요. 사망자 공식 집계는 현재 412명이지만, 집계에서 누락된 소수민족까지 합치면 1,000명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B급 엘리트 레드몬 코디악 베어는 신장 9.0m, 무게 2.7ton으로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매우 영악해 능력자가 없는 마을만 돌아다니며 사람을 잡아먹었다.
레드몬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캐나다와 시베리아에선 코디악 베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잡식성에 매우 공격적이라 먹이가 부족하면 사람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놈들로 한번 사람 맛을 보면 집요하게 사람을 노려 무조건 죽여야 했다.
곰은 호랑이나 사자처럼 먹이를 죽인 후 먹는 게 아니라 반항할 힘이 없으면 뜯어먹는 형태라 산채로 잡아먹히기도 했다.
인도 캘커타에서 터키 샨리우르파까진 5,000km로 800km/h로 빠르게 날아도 6시간 30분이 걸렸다.
지루함도 달래고 사냥감과 사냥터의 정보도 얻기 위해 침대에 누워 한숙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눈과 입은 한숙을 향하고 손은 아리와 아영의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아직 아리와는 속궁합도 맞춰보지 못했지만, 48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제 스킨십은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으로 아리는 몸을 내게 맡긴 채 눈을 꼭 감고 몸을 바르르 떨며 부끄러움과 쾌감을 동시에 느낄 뿐 고추엔 손도 못 댔다.
“인공위성은 언제 쏘아 올리는 거야?”
“내년 1월 15일부터 쏘아 올릴 예정이에요.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들여와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한 통신위성, 기후관측위성, 해양위성 그리고 첩보위성을 우리가 직접 쏘아 올릴 계획이에요.”
“몇 기나 쏘아 올릴 건데?”
“내년에 10기, 내후년까지 총 20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에요.”
“어디서?”
“용상동 전체를 우주센터로 개발 중이에요. 늦어도 올 12월 말일까진 공사가 마무리될 거예요.”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은?”
“알섬에 해군기지가 완공되는 내년 1월 10일 인수하기로 했어요.”
“대초도에 해군기지 건설했잖아.”
“거긴 해안경비부대 기지로 쓰고 있어요. 배들이 워낙 많이 오가는 길목이라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을 숨길 곳이 없어 알섬에 기지를 하나 더 건설 중이에요.”
가로 350m, 세로 800m의 알섬은 나진시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작은 섬으로 주변의 섬들을 구조물로 연결해 해군기지를 만들고 있었다.
이곳을 키로프(Kirov)급 미사일 순양함 1척과 우달로이급(Udaloy Class) 구축함 3척의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외에도 나진시를 방어할 S-300P 지대공 방공미사일 부대와 방공레이더 부대가 12월 30일까지 배치 완료될 예정이었고, 이를 운용할 통제센터가 용상 우주센터 지하에 건설 중이었다.
또한, 몰니야급(Molniya Class) 미사일 고속정 10척이 올 3월 미래 레드몬 해안경비대에 인도되어 해안경비와 선박 검문·검색 업무를 담당 중이었다.
공중을 방어할 KA-50 호컴 헬기 부대도 현재 20대가 운용 중이었고, 올 12월까지 추가로 30대를 도입하기 위해 조종사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황무지가 가득한 땅을 지나 푸른 밀과 양 떼가 뛰노는 샨리우르파 공항에 전용기가 내려앉았다.
곡창지대라는 말에 예상은 했지만, 샨리우르파 남쪽으로 폭 35km, 길이 50km에 달하는 넓은 초원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척박한 황무지를 푸른 초원으로 만들기 위해 흘렸을 터키 국민의 땀이 보이는 것 같았다.
미래 레드몬 사냥팀의 방문이 터키 정치인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는지 할릴 투르구트 외잘 대통령과 탄수 칠레르 총리가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왔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집권한지 얼마 안 된 대통령과 총리가 우리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수도인 앙카라를 떠나 600km 떨어진 샨리우르파까지 오게 됐다.
정치적 의도라 해도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마중 나온 건 우리 위상을 높여주는 일이라 고마움이 컸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고마운 건 낡은 군복에 주렁주렁 훈장을 달고 일렬로 늘어서 우리를 반겨준 노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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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