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0 260. 인간의 탐욕 : 절름발이 백호 쉬어 칸 =========================================================================
260. 인간의 탐욕 : 절름발이 백호 쉬어 칸
“오빠!”
“응?”
“왜 저만 안주세요? 왜 저만 차별하세요. 전 미래 레드몬 사냥팀 아닌가요?”
“흐흐~”
“흥! 오빠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 거죠?”
“너 다른 곳에 시집갈 생각이었어?”
“아니요. 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
“그럼 기다려. 네게 맞는 거 나오면 줄 테니까.”
“정말이죠? 다른 여자 생겼다고 홀랑 그년에게 주는 거 아니죠?”
“하하하하~”
“아야! 아파. 그만 비벼요. 얼굴 다 까지겠어요”
허리에 손을 얹고 눈을 치켜뜬 채 말하는 소희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댔다.
까칠한 수염에 아프다고 징징대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워 볼에 입을 맞추며 가슴을 밀착했다.
‘가슴이 벌써 75B네.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다. 마구마구 만지고 싶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고대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인도 공화국은 인구가 12억으로 중화인민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였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의 발상지로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 깊은 영향은 미친 인도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나라였지만, 18세기 초 영국 동인도 회사의 침탈을 시작으로 19세기 중반 영국의 직접적 지배를 받았다.
간디의 주도로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오랜 식민지 지배로 빈곤과 문맹, 부족한 공중보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었다.
또한, 10만 명 이상 사용 중인 언어가 무려 216개로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민족, 문화로 인해 수많은 갈등을 양산했다.
이외에도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인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카스트 제도는 신분계층집단의 지위를 자손 대대로 세습하는 제도로 정변이나, 개인적 능력이 매우 우수한 사례 등 극히 이례적인 일이 없다면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를 타파하고자 1947년 법으로 금지하였으나, 아직도 중장년층과 노년계층, 시골에선 뿌리 깊게 남아 약 2억 5,000만 명이 카스트 제도로 차별받고 있었다.
“여긴 브라질보다 더 덥네. 상아야! 참을만해?”
“아니요. 너무 더워서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요.”
“아영이는?”
“저도 추운 곳에 살아서 그런지 더위에 강한 체질은 아닌가 봐요. 땀띠 날 것 같아요.”
“그래도 놈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으니까 밤에 후딱 잡고 터키로 넘어가자. 거긴 여기보다 좀 낫겠지.”
“네.”
4월 16일, 마카파 시민들의 뜨거운 눈물과 따뜻한 환송 속에 무사히 인도로 출발했다.
스텔라, 셀리나, 루나도 아내들과 정이 깊이 들어 밤새 석별의 정을 나누고도 모자라 공항에서 1시간을 붙잡고 눈물을 짜댔다.
75C의 빵빵한 가슴과 늘씬한 허리를 가슴으로만 느끼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열정과 자유분방함이 가득한 브라질의 여자답게 자유연애를 즐기는 세쌍둥이는 상대가 마음에 들면 one-night stand도 문제없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one-night stand가 아니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여색을 탐할 수 없었고, 상처로 인해 아리도 못 안아주는 판국에 다른 여자를 탐했다간 맞아 죽기 십상이라 끓어오르는 욕정을 간신히 참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게 도착한 인도 캘커타(Calcutta) 공항에서 만모한 싱(Manmohan Singh) 특사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 그리고 수많은 환영인파가 우리를 맞이했지만, 비행기를 나오면서 느낀 감정은 ‘헉!’ 이게 전부였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 네타지 서브해시 찬드라 보스 국제공항의 낮 기온은 무려 43도로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타오르고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곳에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손을 흔들며 서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신발도 없이 태연하게 서 있는 모습에 경악을 넘어 누가 능력자고 누가 일반인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서벵골 주의 주도이자 한때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던 캘커타는 여신 칼리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시로 인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였다.
그러나 낡은 건물과 좁은 길, 릭샤(인력거)가 즐비한 도로 등 20세기의 끝자락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쉬어 칸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인 인도 순다르반(Sundarbans)의 맹그로브 숲에 살고 있었다.
순다르반은 벵골(Bengal)만의 갠지스(Ganges) 강, 브라마푸트라(Brahmaputra) 강, 메그나(Meghna) 강이 만나는 삼각주 지역으로 260여 종의 조류와 벵골호랑이(Bengal tiger), 인도악어(estuarine crocodile), 인도비단뱀(Indian python)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이었다.
늪과 습지가 발달해 육로로는 접근이 어려웠고, 배를 이용해 강에서 접근하는 것이 용이한 지역으로 많은 레드몬이 서식하고 있어 인도 능력자들도 기피하고 곳이었다.
곧바로 77km 남쪽에 있는 칵드윕(Kakdwip) 시로 이동해 짐을 풀고 백호 쉬어 칸을 찾았다.
순다바르 맹그로브 숲이 넓다고 해도 아마존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고, 호랑이가 강 속에 숨어있을 일도 없어 하루 만에 쉬어 칸을 찾아냈다.
식인호랑이 백호 쉬어 칸은 몸길이 11.5m, 꼬리 길이 5.0m, 무게 2.4ton으로 블랙 카이만보다도 작고, 야쿠마마와 비교하면 어린아이만도 못했다.
늑대 소년 모글리로 유명한 정글북(The Jungle Book)에도 나오는 쉬어 칸은 동화 속에서도 모글리를 잡아먹으려는 악당으로 나왔다.
“백호는 어떻게 태어나는 거야?”
“벵골호랑이의 열성인자에서 태어나.”
“열성? 그런데 동물원에 그렇게 많아?”
“동물원에 있는 백호는 인간이 부른 탐욕의 산물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탐욕이라니.”
“근친 교배를 통한 인위적인 생산이라 그래.”
“뭐? 근친 교배.”
“호랑이는 총 아홉 종의 아종이 있어. 그중 셋은 멸종하고 여섯 종이 남았어. 백호는 아홉 종의 아종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왜냐하면, 돌연변이니까. 그렇다고 레드몬과 같은 진화한 돌연변이는 아니야. 아까 말한 것처럼 열성인자에서 태어난 돌연변이일 뿐이야.”
“그런 열성 돌연변이를 만들기 위해 근친 교배를 한다? 왜?”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
“미친 거 아니야!”
“전 세계 동물원의 백호는 인도에서 포획한 벵골호랑이가 조상이야. 모한(Monan)이라는 이름의 호랑이로 1951년 인도 중부의 마하라자(토후)가 생포했어. 수컷 모한은 얼마 후 암호랑이와 짝짓기를 했어. 그러나 백호의 유전자는 열성인자와 열성인자가 만나야 나타나는 이중 열성이라 백호 새끼를 얻을 수 없었지. 백호 새끼를 원한 마하라자는 모한의 딸 라다를 모한과 짝짓기 시켰어. 그렇게 해서 백호 새끼 네 마리를 얻었지. 그 성과에 고무된 사육사들은 이번엔 손녀 호랑이와 짝짓기를 시켜 지속해서 백호를 생산했어.”
“와~ 정말 잔인한 인간의 산물이네.”
“근친교배가 왜 문제냐면 면역결핍증, 척추측만증, 구개파열, 정신장애, 조기 사망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야. 백호는 모두 사시야. 기형도 엄청나게 많이 태어나고. 동물원에 기형이 없는 건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도살하기 때문이야. 자연에서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10,000마리 중 한 마리래. 이렇게 태어난 백호도 성체가 될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호색을 잃은 호랑이가 야생에서 살아남긴 매우 힘든 일이니까.”
“위기에 처한 백호를 구하자는 동물원 구호는 뭐야?”
“정상적인 방법으로 백호가 생겨난 것처럼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지. 백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진실을 감춘 채 자신들의 이익만 얻겠다는 속셈이고.”
“욕심이 끝이 없네.”
“인간에게 욕심 빼면 시체잖아.”
“아휴~ 쉬어 칸은 자연에서 생겨난 거야?”
“아니.”
“동물원에서 탈출한 거야?”
“10년 전 캘커타의 서커스단에서 도망쳤어.”
“아아~ TV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은 왜 잡아먹는 거야?”
“절름발이에 기형이 심해 죽이려고 했는데, 얼굴 모양이 기괴해 관객들이 아주 좋아했대. 쉬어 칸 때문에 서커스단이 유지될 만큼 관객이 많이 몰렸다고 하니까 좋아하긴 많이 좋아했나 봐. 돌을 던지는 행동이 좋아하는 행위인지 알 순 없지만.”
“돌을 던져? 그건 또 무슨 짓이야?”
“관객들이 서커스단에서 파는 돌을 돈을 주고 사 쉬어 칸에게 던졌어. 쉬어 칸은 절름거리며 그걸 피해 다녔고.”
“정말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네.”
“그 때문에 사람을 미워해 잡아먹는 것 같아. 진실은 쉬어 칸만 알고 있겠지만.”
소연의 말을 듣자 식인호랑이 쉬어 칸이 과연 악인지 판단이 안 됐다. 인간이 판단하는 선과 악은 오직 인간의 기준이었다.
동물과 레드몬의 의견은 손톱만큼도 반영되지 않은 채 탐욕에 찌든 인간의 기준에서 선과 악을 결정했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쉬어 칸은 사시에 시력도 나쁘고, 지능도 떨어졌고, 한쪽 다리도 심하게 절었다.
얼굴도 퍼그를 닮아 늠름한 호랑이의 기상은 어디서도 엿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색깔만 하얀 못생긴 고양이나 다름없었다.
자기 뜻이 아닌 인간의 뜻에 따라 태어난 쉬어 칸은 매일 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뼈밖에 없는 닭으로 목숨을 연명했다.
그런 쉬어 칸이 느꼈을 고통과 비애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내가 쉬어 칸이라면 이 세상에 사람은 모조리 잡아먹고 싶을 것이다.
“일하기 싫다.”
“잡아먹힌 사람들이 모두 쉬어 칸에게 돌을 던진 사람은 아니야. 자기가 당한 고통이 크다고 관련 없는 사람을 잡아먹는 건 용서받을 수 없어.”
“돌을 던진 사람만 잡아먹으면 죄가 없는 걸까?”
“휴우~ 나도 모르겠어.”
소연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녀석을 그대로 둘 경우 무고한 사람이 계속 죽을 수밖에 없어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맞는 말이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녀석의 가슴속에 쌓인 울분과 원한을 생각하면 불쌍하고 가련했다.
그 때문에 내가 녀석을 죽이는 게 과연 오른 행동인지 주저하게 됐다. 내가 레드몬을 사냥하는 건 인간의 옳고 그름을 실천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인간을 구원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몸부림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이 심란해 잡아달라는 쉬어 칸은 잡지 않고, C급 엘리트 레드몬 킹코브라(king cobra)를 사냥했다.
큰 비단뱀부터 동족까지 뱀을 잡아먹고 사는 킹코브라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독사로 길이가 보통 4~5m, 큰놈은 8m가 넘어갔다.
동남아시아에서 인도까지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킹코브라는 치명적인 신경독을 품고 있어 치사율이 무려 75%에 달했다.
맹그로브 숲에서 만난 킹코브라는 길이 15m, 무게 700kg으로 몸을 절반이나 일으킨 채 이빨을 드러낸 채 덤벼들었다.
C급 엘리트 레드몬 킹코브라
전투력 : 3992
지능 : 74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12,193
스킬 : 알 수 없음
곡괭이가 내리꽂히듯 달려드는 놈을 아리가 가시덩굴로 막자 서인이 소리주얼로 공격했다.
뇌를 흔드는 끔찍한 비명에 킹코브라가 놀라 펄쩍 뛰어오르자 소연과 은비가 데스 홀드와 벼락을 날렸다.
살쾡이의 마비주얼 효과가 데스 홀드와 벼락에 실리자 킹코브라의 움직임이 고장 난 로봇처럼 멈칫거렸다.
아리가 가시덩굴로 재빨리 감싸며 조르자 소연과 은비, 서인이 스킬을 난사했다. 아영의 정화 스킬을 등에 업고 스킬을 난사한지 3분 만에 킹코브라가 혀를 길게 빼물고 죽었다.
비록 C급이긴 했지만, 킹코브라는 내 도움 없이 아내들이 자기들만의 힘으로 잡은 첫 번째 엘리트 레드몬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